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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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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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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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빠가 되주센! - 022

DUMMY

“이제 어디 구경할까?”



“글세, 아직 축제 초기라 딱히 구경할 건 없는 거 같아.”



“상설 무대 가 볼까?”



“그럴까?”



상설무대는 운동장에 설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여는 가게는 오늘, 빨라야 어제 저녁부터 설치하는 거라 아직 미숙하고 덜 설치된 게 많았지만, 상설무대는 며칠 전에부터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상설무대는, 오전부터 밤까지 개방인데, 그냥 아무거나 하고 싶은 애들이 예약을 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전야제처럼 꽉 짜인 스케줄이 없어서, 전야제 만큼 사람이 많이 몰리진 않지만, 그럭저럭 좋은 볼거리로 꽤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남고, 여고, 중앙고 애들 전부 이 곳에서 무언가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며칠 전부터 깔려있고, 며칠 전부터 리허설을 한 곳이 바로 상설무대이다.



“그래, 가 보자.”



가게들이 몰려있는 곳과 상설무대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서, 우리는 금방 상설무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설무대에는 약간의 의자가 있었는데, 축제 첫 날에 호응이 별로 없었을 것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자에는 사람들이 다 앉아있고,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사람이 꽤 많네?”



“그러게. 뭐 재미난 거 하나?”



상설무대에서는 남녀 혼성 그룹이 춤을 추고 있었다. 뭔가 조금 호흡이 안 맞아 보이고, 비 전문적으로 보이는 걸 보니 연습이 모자란 신입 동아리인 것 같았다. 그래도 그들은 열심히 춤을 췄고, 사람들은 박수 쳐 줬다.



‘짝짝짝.’



“감사합니다!”



리더인 듯한 여자애가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 숨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저런 댄스 동아리 같은 거 해볼껄 그랬어.”



“음. 승희 너 춤 잘 추나?”



“그럼~ 아, 내가 너한테 춤 추는 걸 보여준 적이 없나?”



“그렇지, 아마.”



“기대하라구~ 헤헤헷.”



“뭘?”



“아니야.”



승희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다시 무대 쪽으로 돌렸다. 나는 그런 승희가 예뻐서 헤벌레 해서 쳐다보는데, 누군가 나를 툭 건드렸다. 누군고 하고 보니,



“여.”



“아...”



아까 유나를 데려간 녀석의 오른팔 정도 되는 녀석이 나를 건드렸다. 얼른 도망가고 싶었지만, 일단 녀석이 말을 하기에 잠자코 있었다.



“후후후, 자네 따님은 아주 유용하게 잘 썼다네.”



“따님!?”



“뭘 그렇게 정색을 하고 놀래. 그냥 농담인데.”



녀석이 음침하게 웃으며 ‘따님’이라 하자, 나는 녀석이 유나의 정체를 알고서 그러는 것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다행히 장난.



“아, 그래. 근데, 뭘 유나를 유용하게 써?”



“무대를 보시죠.”



“...?”



녀석의 말에, 나는 무대를 보았다. 춤추던 아마추어 댄스그룹은 나가고, 잠시동안 무대 정리가 이루어지고 난 뒤 해설자가 마이크를 들고 중앙으로 나왔다.



“자, 참 멋진 춤이였지요, 다음 공연은... 음...”



해설자는 대본을 들고 잠시동안 멈칫 했다.



“스즈미야... 하루히? 이게 뭐야?”



‘웅성웅성’



난데없는 일본 문화에 시골 한국인들은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무대에는 오덕들이 난입했다. 오덕들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혐오스럽게 일본의 세라복과 비슷한 파란색 계통의 교복과 치마를 입었는데, 굵은 다리와 털이 삐져나와 보기에 몹시 흉물스러웠다. 그들이 난입하자, 그런대로 사람이 많던 광장은 순식간에 비어지기 시작했다. 꽉 찼던 의자는 이미 빈자리가 더 많고, 무대 주위에는 항마력이 일정 이상 높지 않는 사람들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분위기가 몹시 꺼려져서 승희를 데리고 다른 데로 가려고 했지만, 승희는 갈 생각도 안하고 도리어 손가락으로 무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 저기 유나!”



“유나?!”



유나라니, 아니, 저기에 유나라니! 유나는 오덕들의 무리 가운데에 있었다. 몹시 부끄러운 듯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으로. 그도 그럴 게, 유나의 복장은 놀랍고 충격적이게도 바니걸 옷이였다. 학생 신분으로써 도저히 용납이 안될 것 같은 빨간 망사스타킹에,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검은 옷, 검은 토끼 귀 등. 귀엽다. 딱 귀엽다 라는 말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귀여웠다.



“오오!”



“카와이 데스네!”



나는 순간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알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오는데, 죄다 일본어다.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데, 노래의 전주가 나오며 무대에 나와 있는 오덕들의 무리는 춤을 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조나조미타이니 치큐우이오 토키아카시타라~ 민나데 도코마데모 유케루네~”



광장에는 너무도 큰 소리로 일본어 노래가 켜지고, 주위의 시골 한국인들은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하고 무대를 주목했다. 오덕들은 정말 토할것 같은 복장이지만 춤은 잘 추었다. 그러나 가운데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 유나는 허둥댔다. 처음에는 오덕들과 보조를 맞춰 잘 추다가, 중간부터는 거의 옆사람 보고 한 박자씩 느리게 추다가 결국 종당에 가서는 거의 쩔쩔매고만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 아침에 끌려간 유나다. 어찌 저 춤을 다 배울 수 있으랴. 옆에 있는 아까 유나를 데려간 녀석의 오른팔 정도 되는 녀석이 잔뜩 음침한 웃음을 지으며 음침하게 말했다.



“흐흐흐, 그야말로 모에모에 하구만! 역시 부장의 안목은 정확해. 어디서 저런 모에한 여자애가 떨어졌을까! 흐흐흐.”



“어이, 남의 딸 가지고 너무 그러지 말지.”



“아아, 효성님! 사례는 정확히 할 테니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나오지 마십시오.”



“그만해, 토할 거 같다.”



나는 즉석에서 녀석과 상황극을 재현했다. 나는 장난삼아 말했지만, 녀석은 반쯤 진심인 듯이 말해 나를 당황케 했다. 옆에서 승희가 보고 웃었다. 훗, 오덕들의 공연이 느글거리지만 나름 승희를 웃겼으니 그것으로 된 거 같다. 춤이 끝나고, 유나는 거의 울 것 처럼 울먹거렸다. 오덕들의 무리는 승희를 데리고 내려가는데, 광장에 남아있던 항마력 높은 오덕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우어어!”



“유나쨩!”



“싸인좀 해달라는!”



“아, 이러시면 안된다는. 저리 비키라는!”



“......”



나는 이 일련의 사태를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짜고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저러는 건지. 오덕들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러고 있다가는 유나가 질식할 거 같아서, 얼른 유나를 구해주러 그 무리에 끼어들었다.



“유나야!”



“아빠!”



“뭐야, 넌 뭐야!”



“얘 애비다!”



“뭐야?!”



오덕들은 성난 눈빛으로 나를 보고는 나를 마구 밀쳐냈다. 점점 분위기는 험악해져서, 나를 둘러싼 모든 오덕들이 나를 적대시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러다가 압사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으로 스쳐가려는 찰나, 한 사람이 나타났다.



“모든 오덕들이여, 행동을 멈추라는.”



“오오, 오덕왕이시라는.”



“그분의 명을 받들으라는.”



아, 도저히 토나올 것 같아서 여기 못 있겠어. 얼른 유나 데리고 가야겠다.



“그대의 유나 덕분에 우리는 훌륭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상으로 내가 아끼는 페이트쨩 피규어를...”



“됐어, 꺼져, 유나나 내놔.”



“크헉!”



“으아니! 말도 안되! 오덕왕님의 페이트쨩을 무시했다는!”



“으아앙 오덕왕 날 가져요”



이 녀석들은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며, 황급히 유나를 데리고 광장 뒤편 천막 같은 데로 데려갔다. 맘 같아서는 신속히 이곳을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유나 복장이 바니걸 의상인지라 그러지는 못했다.



“꺄~ 유나야 아까 짱 귀여웠어!”



“그치만, 제가 춤을 못 춰서, 공연 말아 먹은 거 아녜요?”



“아니야, 충분히 귀여웠어!”



“그래도... 이런 차림으로... 아...”



승희는 귀엽다고 유나를 막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유나는 아직도 부끄러운 지 손으로 볼을 가리며 말했다. 그보다, 네 복장, 너무 성인틱하다. 심지어 가슴골마저(?!) 보이려고 해.



“얼른 옷이나 갈아 입고 나가자. 여기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가 않어.”



“아, 네.”



유나는 얼른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는 바깥쪽을 말없이 보고 있는데, 승희가 옆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효성아, 너는 저런 바니걸 복장이 좋아?”



“으응?! 아니, 왜, 응?”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승희는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며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 유나 무대 나왔을 때부터 눈을 못 떼던데? 바니걸 복장이 좋은거야? 응?”



뭐, 안 좋아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바니걸 복장이 좋은 게 아니라, 유나 복장 자체가 너무 야한 게 잘못이다. 아무리 유나가 내 딸이라고 해도, 나도 17살, 유나도 17살이다. 창창한 소년이 같은 나이의 소녀 몸 보는 게(?) 뭐가 죄랴! 아니, 배덕감 쩐다. 최대한 내 자신 안의 윤리를 다지며 안보려 노력했지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눈이 유나의 몸을 스캔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흐음~ 효성이 변태네.”



“아, 아니야! 내가 무슨.”



내가 아무 대답도 안 하고 있자, 승희는 성급하게 결론을 지어버렸다. 그 말에, 나는 더욱 큰 충격과 당황을 겪었다. 승희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바니걸 옷 입으면 효성이가 그렇게 넋 놓고 쳐다보려나?”



“......”



“에잇! 상상하지마! 변태야!”



“상상 안했어!”



사실은 상상했다. 승희는 내 머리를 치며 상상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 머릿속 상상은 단 0.몇초만에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머릿속에서는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다.(?)


유나를 일행에 다시 넣고, 돌아다니는데 슬슬 점심때가 다 됐다. 축제 내내 급식실에서 급식을 주긴 하지만, 이런 축제 때 뭐 급식을 먹겠는가. 뭔가 다른 걸 먹고 싶은데. 이 학생들의 간이 가게는 너무 비싸서. 그래도 일단 음식 파는 데니 간단하게 뭐라도 떼울까 가게들을 돌아다니는데.



“여어이~ 진효성이~”



“음?”



저 멀리서 누군가 부른다. 자세히 보니, 무슨 남학생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누군고 하고 자세히 보니, 민준이다.



“아니, 민준이 아니여?”



“아이, 이 축제 너네 중앙고만 하는 줄 알어? 그보다도, 생명의 은인한테 이게 대하는 태도여?”



“생명의 은인은 무슨...”



“아니, 내가 생명의 은인 아니면 누가 생명의 은인이여, 안그려요, 형수님?”



“아, 응, 고마웠어, 그때는.”



나는 민준이만 만나면 둘이서 장난식으로 사투리가 오가는 버릇이 있다. 특히 이 사투리 대화는 민준이가 정말 맛깔나게 잘하는데, 지금도 아무런 위화감 없이 마치 시골에서 농사 짓고 경운기를 몰다가 ‘어이 진서방! 오늘 술 한잔 하지!’라고 말할 것 같은 50대 아저씨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해냈다. 비록 사투리 설정 때문에 나온 말이지만, ‘형수님’이란 어휘에, 승희는 약간 당황한 눈치이다. 민준이는 재빨리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고자 말했다.



“자, 싸게싸게 들어와. 우리반 난장은 겁나 싸당게. 어여, 점심들 안 자셨지?”



“이... 뭐, 점심이야 안 먹었지만서도... 근디, 비싸잖여.”



“아이, 걱정 하덜 말어. 우린 싸. 확실혀.”



민준이의 고집에 의해 우리 셋은 민준이네 가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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