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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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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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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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아빠가 되주센! - 035

DUMMY

‘띠리리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리링 띠리리~’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그 소리에, 조금은 기뻤다. 비록 벌이라고, 선생님이 안 보고 있어서 대충 받고 있지만 그래도 짜증나는 건 매한가지다. 이제 끝났으니, 슬슬 들어가볼까...



“......”



“왁자지껄.”



이거 뭐야. 왜 안 끝나. 우리 반의 수업은 끝날 줄을 모른다. 그렇다고, 탈탈 털고 일어나서 당당하게 ‘선생님 시간 끝났어요’ 라고 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엎드려 있으려니까, 다른 반 애들은 수업이 끝나 복도를 돌아다닌다. 쪽팔린다. 한마디로. 아오, 빨리 끝내주지...




“뭐야?”



“아...”



젠장, 뭐 이러냐. 얼른 끝나라~ 빌면서, 지나가는 애들의 시선을 회피하는데, 누군가 내 앞에 서며 말했다. 올려다 보니, 승희다. 승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나와 있는거야?”



“하하, 글세.”



“글세는 무슨! 얼마나 퍼 잤으면 선생님이 교실에서 쫓아내?”



“아이...”



나는 몸둘바를 몰라하며 승희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보다, 눈을 둘 데가 없었다. 승희를 보면, 내가 지금 엎드린 자세라, 그... 아이! 보일 것 같단 말이다! 그래서, 그냥 시선을 옆으로 했다. 때마침 선생님이 나오신다.



“늬들,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



“네.”



“제발 그럴꺼면 그냥 자라, 알았니, 효성아?”



“네...”



선생님이 책 모서리로 머리를 한 대 씩 톡톡 치며 말씀하셨다. 젠장... 승희 앞에서 망신이 말이 아니구만... 선생님이 가시고, 승희가 나를 때리며 말했다.



“하여튼, 효성이 너. 뭘 했길레 선생님이 저러셔.”



“미안...”



“으이구, 공부 좀 해! 이번 시험은 잘 보자고 했잖아.”



“응.”



“이따 봐.”



승희는 상큼하게 인사하고 자기 반 쪽으로 걸어갔다. 교복 치마가 하늘하늘 거리는 게, 참 예쁘다. 헤벌레 해서 승희를 보다, 문득 옆을 보니 서영이도 넋을 잃고 승희를 보고 있다. 그러다 혼잣말한다.



“시팔, 죽인다.”



“뭐가?”



“팬티.”



“이런 시발놈이”



“뭐 이 개새x가”



“아, 아빠 왜 싸워요!”



점점 애가 변태가 되어가는 서영이는, 남의 여자친구 팬티 보고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화가나서, 장난으로 멱살을 잡자 서영이도 맞대응하며 멱살을 잡는다. 설명만 하면 정말 싸우는 것 같지만, 원래 우린 이러고 논다. 내가 때릴 기세로 주먹을 번쩍 들자, 교실 안에 있던 유나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지르며 나왔다.



“아, 유나야.”



“싸우지 마요!”



“어, 왜 이래. 장난이라니까.”



유나는 나와 서영이 사이에 끼어들어 억지로 떼어놓았다. 우리는 진지한 유나의 모습에 도리어 당황했다. 그래도 유나는 완강하게 우리를 떼어놓고는, 애처로운 눈초리로 말했다.



“싸우지 마요, 알았죠?”



“아, 알았어.”



“응.”



유나가 제자리로 돌아가자, 우리도 몇십분만에 교실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서영이가 또 넋 나간 표정으로 혼잣말했다.



“와, 시팔 죽인다.”



“뭐가?”



“가슴.”



“뭣?”



“닿았거든.”



“이런 시팔놈이”



다시 한 번 서영이의 멱살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부 많이 했어?”



“으응, 뭐...”



점심시간. 승희의 물음에, 나는 대답이 흐지부지할 수밖에 없다. 공부 하려다, 결국 장난치고, 놀고, 자고... 양심상 당당하게 공부 많이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승희가 새침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으이구, 제발 공부 좀 해. 응?”



“그게... 갑자기 하려니까 잘 안되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실상이 그러하다. 뭐, 수업 시간에 제대로 수업 들은 적이 있어야지. 나나 서영이나, 다 자고 놀고 하지 뭐, 수업을 듣기나 하간. 이 때, 옆에 있던 서영이가 와 한마디 한다.



“아이, 재수씨,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우린 그냥 이렇게 놀면서... 끄앜”



‘퍽!’



서영이는 큰 실수를 했다. '제수씨' 란 말은 승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인데, 덮어놓고 제수씨라고 하니, 승희에게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승희가 혼잣말하듯 말했다.



“이거, 안 되겠어. 저번 때처럼 너네 집에 가서 알려줘야지.”



뭐라고? 그럼 승희가 또 놀러 오는건가? 우와, 시험도 이런 장점이 있구나! 흐흐흐



“놀러 가는 거 아니거든.”



“아.”



승희는 내 표정을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런 대화에, 옆에 있던 상균이가 부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젠장, 솔로는 억울해서 공부도 못 하겠네.”



“아이, 왜 그래.”



상균아, 너라면 여자친구랑 방에 둘이 있는데 공부가 잘 되겠니? 내 생각은 아니라고 봐.




-야자시간.

일단은 수학책을 꺼내봤다. 공부는 하지 않지만 교재는 샀다. 물론 새 책처럼 깔끔하다. 책을 펴고 연필을 들었다.



“......?”



무슨 소리지? 이건? 도대체 언제 이런 걸 배운 거야? 도저히 모르겠어...



“오, 새끼, 공부하네.”



내가 수학책을 펴고 10분동안 아무것도 풀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서영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서영이는 신기한 듯 나와 수학책을 힐끔힐끔 봤다. 나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시험 얼마 안 남아졌잖여. 공부 해야지.”



“오... 네가 공부하는데 나는 놀 순 없지.”



내가 조용조용 말하자, 서영이는 씨익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서영이도 나와 같은 교재를 꺼냈다. ‘이서영’이라고 크게 써 있지만, 막상 책을 펴니 내 책과 다를 바 없이 깨끗하다.



“자, 어디 시작해 볼까?”



“훗, 너한테 지면 수치지.”



생애 최초로, 공부로 대결을 하려는 순간. 그러나 그 시도는 선생님의 부름으로 깨져버렸다.



“느이 둘, 나와.”



“에에?”



“‘에에’는 무슨, 복도까지 들리게 떠들더만.”



복도에 서 있는, 50대의 선생님. 학생주임 선생님이며, 야자 순찰로 악명이 높다. 선생님은 검정테이프와 청테이프, 스카치 테이프로 잔뜩 둘러싸여 있는 참나무 막대를 까딱이며 나와 서영이를 불렀다.



‘쪅!’



“끄악!”



‘쩗!’



“아앍!”



정겨운 착 달라붙는 소리에, 나와 서영이는 몸을 비틀었다. 엉덩이로부터 짜릿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다. 각종 테이프로 강화된 몽둥이는 그 타격감이 확실히 대단했다. 다행히, 주임 선생님은 한 대 씩만 때리고 우릴 보내줬다. 화끈거리는 엉덩이를 얼른 차가운 의자에 붙였다.



“아으으...”



“슈발...”



고통에 몸을 비비 꼬았다. 아프다. 으흑...




-끝나고.




“공부 많이 했어?”



“...그만 물어봐줘...제발.”



오늘 승희가 날 보면 한다는 말이 ‘공부했어?’구나... 너무 노이로제에 걸렸다. 공부? 족구하라 그래! 난 가서 게임할꺼야! 그러나 솔직하게 생각을 말로 할 순 없다. 공부에 대한 말은 하지 않으려 했는데, 승희가 유나를 보며 말한다.



“유나야, 이따 집에 가서 효성이 컴퓨터 못 하게 해. 알았지?”



“네.”



“뭐어?!”



내가 정색하며 승희를 쳐다보자, 승희도 맞정색하며 말했다.



“그럼, 컴퓨터 할려고 했어?”



“그럼, 하지 말라고 할 생각이었어?”



“그럼, 이제 내일 모래면 다음주가 시험이야, 바보야!”



“야... 그래도, 어떻게 컴퓨터를 금지시킬 생각을 할 수가 있...”



“제가 확실하게 막을께요, 엄마.”



내가 애써 변명하려 하는데, 유나가 상큼한 목소리로 말했다. 승희가 마주웃으며 상큼하게 말했다.



“잘 부탁해.”



“네.”



“어, 어이.”



둘이서 너무 멋대로 정하자, 나는 입장이 참 곤란하다. 아무리 시험기간이라고 해도, 컴퓨터를 끊으면 난... 승희가 잠자코 말했다.



“내일 공부 도와주러 갈게.”



“응...?”



“간다고 했잖아, 아까.”



“응, 아, 알았어.



공부 시킨다고는 하지만, 괜히 기대 하게 되는 게 나다. 내일은 놀토다. 아, 그러니까 승희가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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