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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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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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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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빠가 되주센! - 054

DUMMY

한참을 웃다가, 이제 정신차리고 공놀이 하려고 저 멀리까지 떠내려간 공을 붙잡는데, 어디선가 못 보던 남자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지른다. 뭐야... 누군데 우리 보고 그러나. 보니, 유나까지 같이 온다. 우리 쪽으로 다가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남자는... 서영이네?



“뭐여, 유나가 불러서 온 겨?”



“아니, 내가 미행해서 왔지.”



“아이, 너는 무슨 맨날 나 미행하냐. 스토커냐?”



“하하, 너보다는 유나를 미행하는 게 낫지.”



둘이서 오붓하게 노는데 왠 불청객... 은 아니고 사실 서영이가 오니까 한결 낫다. 자연스런 대화를 나누며 어색한 분위기가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서영이는 승희를 보더니 손을 들어 인사한다. 승희도 웃으며 인사했다. 갑자기 서영이는 손을 턱에 대고 승희를 스윽 훑어 보더니 다시금 시선을 유나에게 돌려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러더니 결코 작지 않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한다.



“흠, 유나가 전반적으로 낫군. 밑이나 위나...”



“이런 미친놈이!”



‘퍽!’



사실 그건 나도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친구인 애와 미래의 딸이라는 애랑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키도 유나가 더 크고, 가슴도 유나쪽이 좀 더 우세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애써 외면하며 내색하지 않았는데, 서영이란 놈이 오자마자 그런 말을 한 거다. 나는 당황해서 얼른 소리나게 서영이 뒷통수를 팍 쳤다. 서영이는 뒷통수를 맞고서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냐는 표정으로 도리어 적반하장 격으로 나를 쳐다본다.



“왜 때려!”



“전반적으로 안 나은 애한테 좀 맞아 볼레?”



‘촤악!’



“으헉! 어푸, 짜!!!”



“좀 더 짜봐라!”



“아악!”



전반적으로 안 나은 승희의 분노가 담긴 바닷물 공격이다. 서영이는 허우적거리며 짠물을 들이킨다. 다행히 승희가 막 화나서 소리치거나 그러지 않고 재치있게 그냥 넘겨버려서 다행이다. 아니, 화났나 어쨌나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냥 묵묵히 바닷물로 서영이를 조져버릴 뿐이다. 나도 승희에게 조력이 되고자 신나게 물을 뿌려댔다. 유나는 그새 또 여친이라고 우리를 공격한다. 으으, 역시 딸자식 키워봐야... 라고 생각할 찰나, 엄마인 승희가 유나에게 물 몇 번 끼얹자 항복하고 서영이를 공격한다. 결국 세 명의 합동공격을 받은 서영이는 바다에 쓰러져 가라앉았다.



‘꼬르르륵...’



“짜식이. 어디서 몸매 비교야.”



“미안해. 친구라고 있는 놈이 이런 비상식인이라.”



“죄송해요... 남자친구가 이래서...”



서영이가 가라앉고서 나는 친구로써, 유나는 남자친구로써 승희에게 사과했다. 승희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유나를 흘끔 보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조금 부럽긴 하네.”



“네?”



“아니야!”





셋에서 넷이 되니 훨씬 노는 게 나아졌다. 결정적으로 둘 둘씩 짝이 지어지니까 아까 승희와 했던 무의미한 공놀이가 아니라 정말 재미있게 공놀이를 하게 되었다. 게다가 서영이 특유의 재치있는 개그본능과 자학개그가 노는 분위기를 한층 올려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보니 어느새 점심 때가 지났다.



“어휴... 배고프네. 밥 먹으러 가자.”



“그래.”



우리는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 해변가에 아까 보이던 ‘해물칼국수’라 씌여 있는 포장마차 비슷하게 생긴 가게로 갔다. 가게에 들어가 보니 포장마차가 아니라 철제 틀에 방충망 같은 걸로 씌운 야외 식당이었다. 아니, 그게 그건가? 어쨌든, 적절한 구석 자리에 넷이서 앉았다. 의자와 자리는 굉장히 많았지만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애초에 해변가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휴가 시즌 거의 마지막때인 8월 말이라 그런가보다. 앉아서 한참 벽에 있는 메뉴를 보며 실랑이를 하던 우리는 주문을 했다.



“여기요!”



“네...”



나의 외침에 한 여자가 걸어왔다. 얼굴을 보니,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우리 또래의 여학생이었다. 아마 방학이라 아르바이트라도 하나보지. 근데 청소년이 알바 해도 법에 안 걸리나? 근데 여긴 시골이잖아? 아마 될꺼야. 하는 생각을 하며 주문할 내용을 여학생에게 말했다. 여학생은 무심한 얼굴로 주문을 받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



“......?”



“아...!”



여학생은 한참동안 나를 쳐다본다. 나는 주문을 다 했는데도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여자를 보고 의문이 들어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자 여학생은 갑자기 책상을 탁 치며 외쳤다.



“아!! 효성이오빠!!”



“으응...??”






-2002년 6월, 한창 나라 전체가 월드컵에 미쳐 있을 때에, 우리 집은 입한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삿짐이 오가는 어느 집 앞.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 두 명이 서 있다.



“...그래서 오늘 이사 가.”



“뭐야, 그걸 왜 지금 말해.”



“몰라, 까먹었어.”



“오빠... 진짜 가?”



“응.”



“가면, 나 잊어 버릴꺼야?”



“아니야.”



“거짓말... 맨날 약속 다 까먹으면서.”



“......”



“약속해.”



“뭘 약속해.”



“입한 가도... 나 안 까먹고 자주 놀러오기로!”



“응.”



“진짜! 약속 했어, 효성이오빠!”



“응.”





- “그렇게 말 해놓고서, 한 번도 안 찾아오구, 이제 몇 년만에 봤는데 처음엔 아예 못 알아보고 눈 동그래지는 거 하고는... 에효, 오빠라고 따른 내가 바보지.”



“야...! 그건...”



“하하하...”



“효성이, 나쁜 놈이네.”



아까 그 여학생은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아 우리 테이블에 껴서 얘기를 했다. 어느 새 해물칼국수가 나왔지만 여학생은 자기 것까지 가져와 먹으며 유나와 승희에게 한탄하듯 말했다. 이 애는... 박 나영. 예전에 시골에 살 때 이웃집에 살았던,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 나보다 한 살 어리다.



“효성이, 어릴 땐 나쁜 남자였네? 지금은 쩔쩔 매는데.”



“아아니, 그런 게 아니라...”



“피, 바보.”



승희가 웃으며 말하자, 나는 쩔쩔매며 나영이 눈치를 봤다. 나영이는 고개를 돌리며 나랑 눈을 안 마주친다. 솔직히, 까먹긴 했다. 그 뒤로 초등학교 가서 적응하느라, 중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고 하느라 완전히 나영이의 존재를 까먹어버렸다. 물론 얼굴이나 같이 놀았던 거나 그런 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문제는 나영이가 얼굴이 완전히 어릴때랑 달라져 버렸다는거지. 내 어릴 적 기억속의 나영이는 되게 작고 귀여운 꼬마애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애가 다 커버려서, 키도 나랑 비슷하고 무엇보다 되게 조숙해서 도리어 유나나 승희보다 더 어른같다. 어떻게 보면 대학생 같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알아볼 턱이 있나. 나영이는 적개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승희를 가리키며 물었다.



“여친이에요?”



“어?”



“여친이냐구요.”



“응.”



“......”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거두는 나영이. 이번엔 유나를 가리키며 묻는다.



“그럼 이 언닌 뭐에요?”



“나? 나는.. 그냥... 음 효성이한테 얹혀 사는... 거?”



“??”



유나의 말에 나영이는 의아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어쨌든, 나와 승희의 관계를 알아차린 나영이는 나를 노려보며 투덜댄다.



“칫, 나 따위늘 잊어 먹고 이 언니랑 사귄거야?”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피, 거짓말쟁이. 변명은 됐거든요.”



새침하게 계속 내 말을 도중에 끊어버리는 나영이. 나영이는 말없이 칼국수 건더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나영이가 말이 없어지자, 다른 애들은 눈치를 보며 말을 안 한다. 사실 말하기 껄끄럽긴 하지. 나영이는 고개를 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뭐, 됐어요. 어차피 다 지난 일인데. 이제 논해봐야 뭐해요.”



“미안, 안 놀러와서. 까먹으려고 한 게 아닌데, 그게...”



“변명은 진짜 됐고! 어쨌든 이렇게라도 잊지 않고 놀러와 준 것 만으로 고마워요, 효성이 오빠.”



...사실은 내가 놀러온 건 아니지. 승희가 아니었으면 아마 영영 안 왔을 지도 모르는 이 시골바다. 그도 그럴게, 원래 내가 살던 데는 아까 내려서 20분간 걷기 전 그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근데 나영이가 또 이런데에서 일하고 있을 지는 몰랐지. 나영이 말로는 여름 휴가 시즌마다 엄마아빠가 여기서 해물칼국수 집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모를 수밖에. 내가 미안해서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자, 옆에서 서영이가 작게 내 귀에 대고 말한다.



“...어째 이야기가 하렘같다. 말도 안되게 어릴 때 알던 여자애 존재 자체를 까먹어 버리고... 아야!”



“그만해, 미친놈아.”



서영이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지껄이자 나는 살짝 서영이 허벅지를 꼬집으며 저지했다. 밥을 다 먹고, 넷이서 이제 나오며 돈을 지불하려 하는데 인심 좋으신 나영이 어머니께서 재밌게 놀으라고 그냥 가라고 하신다. 밖으로 나와 우리 파라솔 쪽으로 가려는데 나영이가 따라 나온다.



“저도 놀래요!”



“어? 일 괜찮아?”



“엄마가 이제 점심 지났으니까 괜찮데요.”



“그래, 그럼 놀자!”



우리 다섯은 아주 즐거이 놀았다. 공놀이도 하고, 수영도 하고, 단체 물싸움도 하고, 별 지X를 하며 바다에서 놀 수 있는 건 다 하고 놀았다. 이것저것 놀다보니 어느새 오후 5시. 갈 시간이다.



“흐아아, 피곤해...”



“야, 서영아 파라솔 좀 들어라.”



“싫어, 무거워...”



“내가 설치했으니까 좀 도와. 나도 피곤해...”



넷은 피곤해서 자리에 늘어졌다. 파라솔을 반납해야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들 기력도 없다. 결국 서영이랑 같이 들고 가 반납하고, 자리도 정리하고 이제 가려고 하니 미쳐버릴 것같다. 오후가 돼서 열은 식었지만, 이렇게 피곤한 상태에서 그 20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가야 하다니... 게다가 콘크리트에서 나오는 열은 전혀 식질 않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죽어버릴꺼야... 하고 생각하는데, 마음착한 나영이 아버님이 우릴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신다며 트럭 짐칸에 우리를 태웠다. 나영이는 우릴 올려다보며 말했다.



“...다음에도 놀러와요.”



“응!”



“...진짜, 약속 이번에도 안 지키면 바보에요!”



“알았어, 다음엔 친구들 잔뜩 데려올게!”



“......”



트럭은 출발하고, 우리는 남겨진 나영이에게 손을 마구 흔들었다. 나영이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다 우리가 한참 멀리까지 가자 터벅터벅 가게 쪽으로 걸어간다. 트럭 짐칸이여서 시원하게 바람이 분다. 조금 덜컹거려서 앞의 기둥을 붙잡아야 했지만 이것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다. 승희랑 유나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바닷바람을 즐긴다.






-“오빠가 가도, 나는 절때 오빠 안 까먹을게.”



“응.”



“그러니까 오빠도 나 까먹지 마!”



“응.”



“여기, 약속!”



“그래, 안 까먹을게.”



“꼭 놀러 와야되!”



나영이는 멀어져가는 트럭을 보며,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무슨 감정인 지 잘 모르겠다. 문득 볼 위로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깜짝 놀라서 눈물을 닦으니, 다시금 주르르 흐른다. 얼른 눈물을 닦으면서 황급히 가게 쪽으로 걸어갔다.



“...바보.”






정류장에 도착해서 나영이 아버님께 감사하다고 다들 인사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한 10분이나 기다렸을까. 운 좋게 금방 버스가 왔다. 여전히 한적한 시골버스. 이번엔 서영이까지 껴서 네 명이 맨 뒷자리를 사이좋게 차지했다. 너무너무 피곤하다. 노곤한 탓에 졸음이 솔솔 밀려온다. 승희는 벌써 내 어깨에 기대 자고 있고, 유나는 자기 남친은 내버려두고 내 반대쪽 어깨에 기대 졸고 있다. 하기사, 보니 서영이도 자고 있다. 아아, 정말 방학중에 가장 긴 하루였다. 재밌었다.


작가의말

아... 나도 바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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