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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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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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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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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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빠가 되주센! - 067

DUMMY

『23화. 우린 학생이잖아.』




“여기 가 보자.”



“어.”



무재시. 옷가게. 정확하게 말하면 쇼핑하는 곳이라고 해야하나, 옷가게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나는 딱히 옷을 사러 다니진 않는 편이고 엄마가 사주는 후줄근한 츄리닝을 자주 입는 편이라 이런 곳은 그다지 온 적이 없지만, 승희는 이런 데를 되게 좋아하나보다. 벌써 3번째는 온 것 같다. 평화로운 주말, 우리는 이렇게 나와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이거 어때?”



“음... 별로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입어볼게.”



“그래.”



승희는 즐거운 표정으로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는, 전혀 재미 없다. 이런 쇼핑 같은 거. 물론 승희를 따라 다니면서 옷을 사서 나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그냥 승희가 쇼핑하고 싶어서 나 불러서 같이 온 거잖아. 뭐, 나랑 안 오고 여자친구들이랑 온다고 하면 그건 또 서운하겠지만. 그치만, 이렇게 하고 다니면 꼭 엄마 따라 옷 사러 온 애기 같잖아. 승희는 금방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어때?”



“흠... 막상 입어놓고 보니까 괜찮은 거 같은데?”



“그치 그치? 요새 운동해서 군살 좀 뺐거든! 훗!”



“호오.”



승희는 자랑스럽게 자세를 잡으며 스스로 한 바퀴 돌면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한 번 쳤다. 쇼핑도 이럭저럭 꽤 하고, 근데 짐은 왜 내가 다 들고 있는거야!! 뭐 별 수 있나. 그나저나 꽤 많이 샀다. 이정도면 한 20만원어치 되려나?



“아- 옷 사서 좋다~ 히히.”



“난 별로... 하하...”



“왜~ 입을 옷 많으면 좋잖아!”



“그래, 그렇지 뭐...”



옷의 무게 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많은 무게 때문에 나는 조금 처져서 걸었다. 승희는 기분이 좋은듯 가벼운 걸음으로 내 앞으로 걸었다.



‘툭.’



“?”



그러다 문득 승희가 멈춰서 앞을 잘 보고 가지 않던 나와 부딪혔다.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살짝 들어 승희를 보니, 승희가 얼음처럼 그대로 굳어있다.



“뭐... 왜?”



“근데, 시험 8일 남았네.”



“어디보자... 그러네.”



승희가 아무 감정도 들어가지 않은 표정과 목소리로 단편적인 정보만 말하자,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달력을 보고 확인했다. 과연, 그렇다. 8일이면 일주일도 안 남은 거구나. 아니,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냈으니까 이제 일주일인가.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냈으니까, 이제 7일 남은 건가. 일주일이네.”



“아아아, 뭐야! 시험 까먹고 있었어!”



승희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방금 전까지 좋아보이던 기분이 급격히 나빠진것 같다. 나는 애써 미소지으며 좋게 말했다.



“아... 뭐 벼락치기 하면 되지 않을까.”



“아, 몰라! 짜증나! 음... 아...”



승희는 쇼핑이고 뭐고 오늘 논 건 다 날아가고 오직 짜증만 남았나보다. 위로하려고 하는 나를 뿌리치고, 잠시동안 혼자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더니, 다시금 고개를 팍 들고 선언하듯 말했다.



“좋아, 내일부터 밀린 공부다!”



“아, 그래. 잘 해 봐.”



“너도야, 멍청아!”


“에에?! 나는 왜!!”







이런 일로 인해서...



일요일. 아침 8시 30분. 일요일에 일어나기엔 이른 시간이다. 보통의 나라면 게임할 때가 아니라면 10~11시까지 푹 잘 시간인데. 승희 덕에 일어나서 이렇게 걷고 있다.



“하아암-”



“그러니까 어제 일찍 자라니까.”



“아우... 일요일에 무슨 공부야.”



“시험기간이잖아! 제대로 공부 해야지.”



도서관에 가고 있다. 집에서는 공부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승희가 억지로 나까지 끌고 간다. 사실 승희는 공부를 잘하지만 그 배경에는 철저한 준비가 있다. 승희는 시험기간이 되면 시험 2~3주 전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1주일이나 한 4일 전부터 벼락치기를 하는 나와는 차원이 틀리다. 그렇게 2~3주 전부터 차근차근히 시험 대비를 하고, 또 평소 수업에도 ‘아마’ 나처럼 졸거나 딴 생각 하거나 하지 않고 수업을 제대로 들을테니, 성적이 안 나올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승희도 나랑 같이 많이 놀아서, 시험기간 자체를 망각해버렸나보다. 그래서 지금 이 난리다. 일주일동안 평소 하던 것의 2~3배를 해 내겠다고. 도서관은 학교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학교보다 조금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걸을만 했다. 벌써 바람이 쌀쌀하려고 하다.



‘덜컹.’



“......”



도서관은 엄청 조용했다. 사람도 많다. 칸막이가 있는 자리는 이미 거의 다 차고 한 자리 한 자리 띄엄띄엄 나뉘어 있고, 칸막이 없는 그냥 여러명 앉는 자리는 그나마 몇 자리 남아 있다. 우리는 너무 조용한 도서관의 숨막히는 분위기에 압도돼서 최대한 문을 조용히 닫고 구석에 있는 여러명 앉는 테이블에 앉았다.



‘슥, 슥.’



‘지이익.’



‘사삭. 삭.’



책 꺼내는 소리, 지퍼 닫는 소리, 책 넘기는 소리. 너무 신경 쓰인다. 어떻게 어떻게 책을 꺼내고 공부를 시작했다.



‘사각사각...’



“......”



조용하다. 나는 이런 숨막히는 조용한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된다. 집에서 공부할 때엔 조용하긴 하지만 이렇게 조용하진 않다. 아마, 남들이 있으니까 아무 소리도 내면 안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런가보다. 도서관 교실 안에는 오로지 책 넘기거나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으으, 이런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더욱 집중이 안 된다. 조금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MP3를 꺼냈다. 그거라도 들으면서 좀 분위기를 환기시켜야 겠다.



“?”



“MP3 듣지 마!”



“왜?”



“집중 안 되, 듣지 마.”



MP3를 켜고 이어폰을 귀에 대는데 대뜸 승희가 저지한다. 그러더니, 이어폰을 뺏어버린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느라 나한테 신경 전혀 안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 보고 있었지... 하는 수 없이 다시 책에 눈을 박았다.




...역시 안 된다. 게다고 요새는 방학 때의 흥청망청한 분위기가 아직도 가라앉질 않아서, 근본적으로 공부가 되질 않는다. 힐끔 옆의 승희를 보니,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뭔가 고민하는듯 샤프 끝을 입으로 깨물다가, 다시 문제를 줄을 그어가면서 자세히 읽어보는 승희. 문제를 푸느라 고심하는 그 옆모습이, 그 눈빛이 되게 보기 좋다. 예쁜 것보다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그래서 손을 뻗어서, 괜히 승희 머리를 쓰다듬었다.



“...! 뭐, 왜!”



“아, 아니 그냥.”



“하, 하, 하지마!”



“알았어.”



승희는 굉장히 창피해하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도 보고있지 않지만, 이런 짓을 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하니까 창피한 모양이다. 딴 짓은 그만하고, 공부를 해야겠다.



“......”



“뭐, 뭐해.”



“지우개... 떨어져서.”



한참 수학 문제를 풀다보니 그나마 조금 집중이 돼서 풀고 있는데, 갑자기 승희가 머리를 내 옆구리 쪽으로 기댄다. 당연히 깜짝 놀라서 말까지 더듬으며 작게 묻자, 승희는 지우개를 줍는다면서 더욱 기댄다. 승희 머리카락이 허벅지에 닿아서... 힘이 빠진다... 승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우개를 줍고서 다시 공부를 한다. 나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다시 하려고 마음먹었다.



‘툭.’



“아.”



수학문제를 격하게 연습장에다 풀다가 팔꿈치에 밀려 지우개가 떨어졌다. 아차 하고 떨어진 지우개를 보니 닳아서 둥글둥글해진 지우개는 굴러서 승희 쪽까지 갔다. 나는 허리를 숙여 지우개를 주우려 했다.



“뭐, 뭐하는거야...!”



“지우개.”



“바보야, 주워달라고 하면 되잖아!”



“아냐, 거의 다 주웠어... 음... 왜 닿질 않냐...”



“......!”



팔이 잘 닿질 않는다. 정말 한 4cm 정도 닿질 않는다. 겨우겨우 팔을 뻗어서 지우개를 잡았다. 승희가 계속 앵앵대서 고개를 들고 승희를 보니 얼굴이 빨개져 있다. 음, 왜?





“아... 공부 안 된다.”



“그치? 난 이런 도서관, 너무 숨막혀서 더 공부 못하겠더라.”



도서관 바깥. 돌로 된 의자가 있고, 뼈대만 있는 지붕에 넝쿨이 얽힌, 멋진 쉼터. 그 곳에서 둘이 나와서 쉬고 있다. 도서관에 온 지 한 시간도 안 돼서다. 의외로 먼저 나오자고 한 건 내가 아니라 승희. 답답한 표정으로 나오자고 한다. 나야 뭐 당연히 공부하기 싫으니까 나왔다. 나만 답답함을 느낀 게 아니라, 승희도 그랬나보다. 승희는 머리를 내저으며 말했다.



“에효효. 요새는 진짜 공부가 안되네.”



“그건 그렇지, 흥청망청 놀기만 했으니까. 방학때도 그렇고.”



“성적 안 나오면 안 되는데...”



“흠. 그러게.”



사실 난 어떻게 되도 뭐 그렇다. 물론 공부는 잘 해야 겠지만, 지금 생각은 ‘뭐 성적이야 어떻게 나오든 별 상관 없지’ 하는 생각이다. 반면에 승희는 성적에 되게 민감하다. 공부만 엄청 하는 범생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가 만족할만큼의 수준은 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고, 그 ‘자기가 만족할만한 수준’ 은 내가 보기엔 충분히 모범생의 성적이다.



“근데 유나는 뭐해?”



“응? 아아, 공부하고 있겠지. 요새 시험기간이라고 공부 열심히 하던데.”



“언제부터?”



“음... 한 일주일 됐나?”



“바, 바보야! 그럼 시험기간인 거 알았잖아, 왜 말 안해줬어!”



“아... 그래서 유나가 공부를 했었구나. 왜 하냐고 물어도 ‘그냥요...’ 정도로 대답하더만.”



“아~ 진짜... 내가 할 말이 없다. 진효성!”



승희는 기지개를 쭉 펴면서 나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승희와 나는 거기서 한 한시간은 넘게 떠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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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6 치느
    작성일
    11.08.14 00:02
    No. 1

    역시 진효성 넌 남자다 !

    남자의 가오는 더벅머리에 깔맞추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질질끌면서 부가옵션으로 엠피3를 맞추면 완벽한 패션이 되지 .

    크으 .. 시험은 잘자고 잘찍으면 되. '

    .. 내 학창시절을 이야기하는것같은 데자뷰는 뭐지? ;;

    휴가 잘갔다오셨죠 ? 잘 갔다오셨을것에요 . 뭐 됬어요 .

    잘보고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1.08.14 16:46
    No. 2

    휴가는 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기만 했는데 그래도 재미는 있었네요 ㅎㅎ 다음엔 휴가를 진짜 7월 초에 가야 하려나봐...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으아아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애상야
    작성일
    14.01.06 15:01
    No. 3

    커플 고등학생이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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