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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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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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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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2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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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43

DUMMY

『15화. 여름 방학.』






"에- 방학은 노는 것 만이 아닌..."



평범한 조회. 고등학교는 조회를 거의 하지 않지만, 가끔은 이렇게 하기도 한다. 교장 선생님이 일장 연설을 하신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연설이지만, 학생들은 의외로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다. 그 이유는...



"크크크... 드디어!"



"방학! 방학! 방하아악!"



그렇다, 이 조회는 바로 방학식. 그렇기 때문에, 지루한 연설도 꾹 참고 다들 듣고 있는 것이다. 내 앞에 서 있는 서영이는 괴소를 지으며 방학을 찬양하고 있다. 나도, 기분은 참 좋다. 방학!! 참으로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참으로 힘들고 슬프고 어려운 고난의 길이었지만, 이제 방학이니까 집에서 컴퓨터도 마음껏 하고, 승희랑도... 으흐흐...



"다음은 방학 일정입니다."



"모두 9시까지 등교, 9시부터 5시까지 보충 수업을 실시합니다."



"!!!!!"



일순간 학교 전체는 싸한 정적에 휩싸였다. 뭐... 뭐여, 저 개소리. 저 일정이면 말 그대로 야자만 안하고 오전, 오후 수업만 하고 끝나는 거잖아! 그게 무슨 방학이야!! 모든 아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술렁거렸다. 하지만 방학식은 계속 진행됐고, 결국에는 방학식이 끝이 났다. 학생들은 담임선생님 주위로 모였다.



"자, 모두 모이세요-"



"에에..."



"어휴..."



아이들은 대놓고 한숨을 쉬거나 고개를 푹 수그리고는 불만을 표시했다. 허나 담임선생님한테 그런다고 뭘 어쩌랴. 담임선생님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 방학 잘 보내야죠, 비록 노는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거라도 잘 보냅시다."



"네..."



담임 선생님의 말에, 모두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담임 선생님 말이 맞다. 고등학생인 우리가 무얼 바라랴. 그냥 학교에서 나오라고 하면 나와야지. 모두들 방학 한다고 좋아했었는데, 풀이 싹 죽었다. 서영이는 흐느적 거리며 나에게 다가와 한 팔을 내 어깨에 걸치며 축 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학은... 우리의 신념은..."



"뭔 소리야, 나오라면 나오는거지."



"...못된 놈... 그러고도 네가 학생이냐..."



"아이, 보충 끝나면 '진짜 방학' 주겠지 뭐."



"...그래도... 아... 방학까지 보충을 하면... 에에에알아에엥아에..."



서영이는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여대며 힘없이 내 곁에서 멀어져갔다. 유나는 뭐가 뭔 지 이해가 안되는 듯 두리번대며 주위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나에게 묻는다.



"응? 다들 왜 그래요?"



"방학인데 학교 나온다잖아."



"예에?! 학교를요?! 방학 때 학교를 왜 나와요!!"



"방송을 뭘 들은거야."



"말도 안되요! 어떻게 방학에 학교를... 그럼 방학이 아니잖아요!"



"얘가..."



유나는 조회하는 동안 서서 잤나보다.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어이 없어 한다. 이에, 내 곁에서 멀어져 가던 서영이도 유나 옆에 붙어서 같이 동조한다.



"맞아! 이건 불합리해! 방학에 보충수업이라니!"



"그래요! 이건... 너무 해요!"



"야, 니네 왜 나한테 그래. 내가 뭐 보충수업 만들었냐?"



"그... 그러니까..."



내가 한 마디 하자, 둘은 잠시 대답하지 못하고 멈칫 했다. 정곡인가. 하긴, 얘내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보충 하는 게 서러우면 선생님이나 교장한테 뭐라고 해야지, 왜 나한테 이래.



"너 너무 태연하잖아!! 보충이라고!!"



"그냥 하라고! 고등학생이잖아!"



"고등학생은 학생 아니냐! 대한민국 학교 다 족구하라 그래!"



서영이는 발악하듯 외마디 외쳤다. 학생들이 다 쳐다본다. 보다 못한 세영이가 뒤에서 발을 높이 들어 서영이의 등을 뻥 찬다.



"아악!"



"조용이 해."



요새 등장 빈도가 많이 낮아진 세영이다. 아니 그럴만한게, 세영이가 많이 조용해졌다. 학기 초에만 해도, 서영이랑 계속 붙어다니면서 쥐어 패고 때리고 잡으러 다니고, 서영이도, 정신없이 도망다니면서도 끝끝내 깐족대서 한 대 더 맞고 그랬는데, 어느 사이에 서영이가 세영이한테 장난을 안 걸기 시작했다. 세영이도, 처음엔 평소대로 때리고 그랬는데, 서영이의 행동 변화를 알아차렸는 지 그 뒤부터는 둘이서 친하게 다니는 꼴을 못 보았다. 지금 세영이가 서영이를 때린 것도, 얼마 만인 지 아득하다.



"왜 때려!"



"시끄럽잖아."



"......"



어색하다. 예전의 둘이었으면 또 이것 가지고 한참 왁자지껄하게 떠들었을텐데. 서영이는 자기 억울함을 강조하고, 세영이는 때릴 만 해서 때렸다고 하다가 결국에는 세영이가 한 대 더 때리겠지만. 근데, 세영이가 너무 말이 짧아졌다. 게다가, 말이 이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어색하다. 뭔지 모를 긴장감마저 돈다.



"......"



"괜찮아?"



"아, 괜찮아, 괜찮아. 장난으로 때린거니까 아프지는 않아."



세영이는 싸늘하게 한 번 서영이를 노려보고는, 그대로 가 버렸다. 뭐, 화 났나.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세영이가 가자, 유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영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서영이는 괜찮다고 웃는다. 두 사람을 유심히 보던 나는 문득 수상쩍음을 느꼈다. 유나는 서영이가 맞은 등을 손으로 만져주며 정말 걱정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일단 의심하면 찔러보는 성격이므로, 얼른 찔러봤다.



"뭐여, 둘이 사이가 예전같지 않은데? 뭐 사귀냐?"



"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 몰랐나?! 우리,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 접때부터 사ㄱ..."



"아, 아, 아니에요! 아니니까!"



"아이, 왜! 사귀는 거 맞잖아!"



서영이는 자랑스럽게 말하려 하고, 유나는 얼굴이 잔뜩 빨개져서 아니라고 한다. 한 명은 아니라고 하고, 한 명은 당당하게 맞다고 하고. 아주 가관이다.



"뭐야, 정말 사귀는 거야? 둘이?"



"그렇다니까!"



"으으..."



내가 의심쩍은 눈초리로 서영이를 보며 묻자, 서영이는 여전히 당당하게 말했다. 유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서영이를 흘겨볼 뿐이다.



"에에- 진짜 사귀어??"



멀리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우리 셋은 순간적으로 시선이 그 쪽으로 갔다. 승희다. 유나는 금새 승희에게 달려가 승희를 껴앉는다.



"으아앙-"



"아이, 애기도 아니고 왜 우는 소리야. 왜 사귀는 거 안 알려 줬어! 유나 실망인데."



"그게, 그러니까... 부끄러워서..."



유나는 여전히 얼굴이 빨갛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서영이는 내 어깨를 툭 치더니 말한다.



"야, 존나 귀엽지 않냐?"



"......"



나는 몹시 못마땅해져서 서영이를 쳐다봤다.서영이는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빙글빙글 웃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나는 볼멘 소리로 말했다.



"이 사귐, 나는 반댈세."



"...? 아, 아버님."



"누가 자네 아버지인가!"



내가 말하자, 서영이는 처음 한 순간은 무슨 소리인 지 이해를 못하고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내가 장난 거는 걸 알고 받아준다. 나는 신이 나서 더욱 지랄을 했다.



"유나를 저에게 주십시요!"



"어허! 안된다니까!"



"그, 그만 해요..."



나와 서영이가 더욱 격하게 장난을 치자, 주위 애들이 나와 서영이를 쳐다본다. 대놓고 유나 이름이 나오니, 유나는 너무 창피해서 우리 둘을 제지하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재밌어서 더욱 장난을 쳤다.



"아주 잘 들 노네."



우리가 노는 것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승희의 한 마디다.





장난은 이만 하고, 다들 집으로 가기로 했다. 방학식을 한 오늘이 수요일이고, 목, 금, 토, 일 이렇게는 쉰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부턴... 보충이다. 어쨌든 보충이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놀아야 되지 않겠는가. 한시 바삐 집에 돌아가야 한다. 기말 고사도 끝난 지 한참 전이고,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 나, 승희, 유나, 서영이 이렇게 넷이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다. 서영이는 중간에 갈림길에서 따로 빠지긴 하지만, 어쨌든 방향은 같다. 이제는 아예 유나 손을 꼭 잡고 간다. 유나는 여전히 나와 승희, 특히 내 눈치를 보며 부끄러워 한다. 우리도 질 순 없으므로, 나도 승희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아, 손 아파."



"괜찮아, 괜찮아."



"괜찮긴, 내 손이 아프다니까."



너무 손을 세게 잡았나보다. 승희는 내 손을 내동댕이쳤다. 물론 정말 내가 싫어서 내동댕이친 건 아니고, 반은 장난으로 그런거겠지. 손이 무안해진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 어?"



"왜?"



"아... MP3 놓고 온 거 같아."



주머니에 손을 넣자 평소에는 항상 느껴져야 할 익숙한 감각이 없다. MP3. 책상 서랍에 넣어 놓고 그대로 놓고 왔나보다. 이런...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서영이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 기다려야 되?"



"기다리자."



"아, 됐어. 먼저 가. 어차피 내일 만날 꺼 아니었어?"



서영이의 짜증과 생색을 보기도 싫고, 또 한 방 먹여주려고 승희에게 눈을 찡긋 하며 말했다. 사실 '내일 만날 꺼' 아니었다. 그런 약속은 한 적 없다. 그래서 눈을 찡긋 하자, 승희는 약간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 그래, 그럼 내일 보니까 뭐."



"먼저 가 들! 서영이 너도 잘 들어가라."



"이이, 그려."



서영이는 심드렁하게 대답하고, 여전히 유나 손을 붙잡고 간다. 승희도 그 둘 옆으로 해서 같이 간다. 나는 혼자 터덜터덜 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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