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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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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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1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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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66

DUMMY

‘화아악-’



“자, 다 됐다!”



“오오!”



찜통에서 화악 증기가 나오며, 뚜껑이 열렸다. 찜통 안에는 우리가 빚은 송편들이 아기자기하게 담겨 있다.



“와...”



“어때? 감동이야?”



“네...”



유나는 멍하니 자기가 만든 송편을 바라봤다. 큰엄마가 적절한 접시에 담아서 송편을 한 접시 줬다. 거실에 가져와서, 하나씩 맛을 봤다. 유나도, 자기가 직접 만든 송편을 한 입 베어 먹는다.



“......”



“맛있어?”



“...예! 사먹는 거보다 훨씬, 훨씬 맛나요!”



유나는 막 얼굴까지 상기되서 흥분해서는 말했다. 그러더니 송편을 마구마구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절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 찬다.



“야, 그거 다 먹으면 내일 차례상에 뭐 올려!”



“에헤헤... 맛있어요!”



송편도 어지간히 먹고,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 혜린이는 뭐 먹고 바로 누우면 살찐다고 투덜대면서도 그냥 눕는다.



“나 유나 옆에서 잘래~!”



“그랴, 맘대로 해라.”



태성이형과 미성이는 미리 자고 있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우리는 남은 방인 작은 골방에서 셋이서 누웠다. 나는 오른쪽 구석, 가운데엔 유나, 그 옆에는 혜린이 이렇게 셋. 좁다.



“좀 옆으로 가봐.”



“나랑 벽이랑 합체시키려고?”



“저도 죽을 거 같아요...”



혜린이는 좁은지 자꾸 유나를 내 쪽으로 민다. 물론 나도 한계까지 벽에 붙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한동안 시끌시끌하다가 결국에는 대충 자리잡고 누웠다. 문득 유나가 피식 웃으며 한 마디 한다.



“재밌네요.”



“뭐가?”



“추석이요.”



“에에, 뭐야. 꼭 추석 한 번도 제대로 못 지내본 사람처럼.”



혜린이가 유나의 말에 놀리듯 말했다. 혜린아, 그 말이 맞아 유나 추석 한 번도 제대로 못 지내봤어.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하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으음...”



‘쿨~’



낯선 자리에 눈을 뜨니, 작은 골방. 옆에서는 유나가 쌔근쌔근 자고 있고, 혜린이는 이불을 발로 차고 잔뜩 움츠린 체로 자고 있다. 멍한 상태로 대충 휴대폰을 들어 시계를 보고 밖으로 나갔다. 친척들은 벌써 다 일어나 있다. 아침부터 차례준비로 바쁘다. 벌써 안방에는 상이 펴 있고 여러 음식들이 놓여 있다. 큰엄마가 방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 잘 됐다는 듯 말씀하신다.



“아유, 효성이 이제 일어났어? 이것 좀 날라라.”



“네...”



일어나자마자 영문도 모르고 일단 나르라는 음식을 날랐다. 다 나르고, 큰아빠들이 무슨 나무같은거에 글씨가 적힌 종이를 얹고 양쪽에는 초를 켜고 차례를 시작했다. 미성이와 태성이형은 이미 깨어 있다. 대충 웃으며 나이 순으로 섰다. 항렬 순이라고 해야되나? 나는 뒤에서 두 번째. 맨 마지막은 미성이다. 절을 다 하고서 잠시 큰아빠들이 술을 따르고 뭔가 하는 무렵 방 바깥을 보니 잠에서 깼는지 유나가 쇼파에 앉아있다. 의아한 눈으로 우리 쪽을 쳐다봤다. 한동안 절을 계속하고 차례가 끝나고 방에서 나오자, 유나가 궁금한 눈치로 물었다.



“뭐 하는 거에요?”



“차례 지내는데. 몰라?”



“아뇨, 대충 절 하는 건 아는데... 왜 남자들만?”



“그거야... 원래 이렇게 했는데?”



다른 집은 어떤 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우리 집은 남자들만 절했다. 성묘 까지는 혜린이나 친척누나들도 따라왔지만 적어도 차례만큼은 철저하게 남자들만 절을 했다. 예전에 어릴 때 혜린이가 막무가내로 자기도 하겠다고 했다가 큰아빠한테 크게 혼난 적도 있다. 뭔가 제대로 설명해주기도 전에 또 큰엄마의 명령으로 상을 거실로 내놓느라 바빠졌다. 부엌에서 다시 상을 이어서 두 개로 붙이고 다시금 대가족의 식사가 시작됐다. 아침인데도 밥이 어제처럼 엄청 많다. 야... 정말 많다. 배가 터지도록 아침을 먹고 잠시간 쉬고서 성묘를 갈 준비를 했다.



“성묘?”



“어, 너도 갈래?”



“네!”



근데 정말 미래에는 차례도 성묘도 없어지는건가. 유나 반응을 보면 그런 것 같다. 어휴, 나중에 커서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그보다 유나 아빠가 나잖아?! 미래에는 왜 그런 거 안하는거야 나??! 내가 그런 후레자식이었다니. 혜린이네 큰아빠 차를 타고서 갔다. 혜린이는 조수석에 탔고, 나랑 미성이랑 유나랑 같이 탔다.



“성묘는 조상님 묘에 오래간만에 가서 절하는 거야.”



“왜 가는데요?”



“왜긴, 그게 풍습이니까. 왜, 진짜 안 갔어?”



“네, 그땐 그런 거 없었는데.”



정말 다시한번 미래의 암담함을 느꼈다. 좋아, 나중에 커서는 절대 저렇게 유나가 말한대로 하지 말아야지. 추석인데 성묘도 안가고 제사도 안 지내고 송편도 안 만들고 한단 말이야! 세상에. 묘지는, 어느 분 묘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입한 내에 다 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다른 내 친구들네 묘처럼 선산에 다 모여 있으면 참 좋겠지만, 우리 가문은 왠지 모르게 묘들이 몇 개씩 떨어져 있다. 그래서 이렇게 이동하면서 절을 해야한다.



“헉...헉...”



“묘가 보통 산에 있으니까... 아유, 오래간만에 오르니까 힘들다.”



이렇게 산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어른들은 별 힘드신 줄 모르고 오르는데, 젊은 우리들이 더욱 힘들어서 숨을 헐떡인다. 게다가 여기는 인적도 드물어서 풀숲도 많아서 헤치고 가기가 힘들다. 여기는, 증조 할아버지인가 할머니인가 묘라고, 아까 대충 혜린이네 큰아빠에게서 들었다. 풀숲을 헤치고 가는 우리는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결국에 점점 뒤쳐져서, 우리는 어른들과 떨어져버렸다.



“에효, 언제 도착하는거냐. 묘가.”



“하아... 하아...”



힘들어서 잠시 서 있는 나와 유나. 묘가 보일 생각을 안 한다.



“으아아아~”



“뭐, 뭐야?!”



“뛰어~~! 버어얼!!!”



갑자기 저 멀리서 혜린이가 끔찍한 표정으로 미성이와 함께 뛰어온다. 뭔 일인가 영문도 모르고 일단 뛰래서 뛴다. 뛰어가면서, 당황해서 나는 물었다.



“뭔데, 뭐 와?”



“벌, 벌집이, 벌이... 으아아 뛰어!”



“벌집을 왜... 아오!!”



혜린이가 또 사고를 쳤나보다. 벌집을 건드렸나보다. 멀쩡히 있는 벌들을 왜 건드려서... 살짝 뒤를 보니, 벌들이 맹렬한 기세로 하늘을 뒤덮고 쫓아오고 있다. 작은 벌레들이 우리가 달리는 속도에 결코 뒤지지 않고 뛰어온다. 엄청 두렵다.



“도망가자아~~”



“으아아아아~~”





성묘도 대충 무사히 마치고, 다시 큰집으로 돌아왔다. 누워서 TV를 보고 있자니 무척 졸리다. 혜린이도, 미성이도 잠들고 나도 자 버렸다. 점심이 되어서, 혜린이가 아쉬운 듯 말했다.



“헤에~ 이제 다들 헤어지는거야?”



“뭐, 그렇지.”



“아쉽다... 재밌었는데.”



혜린이가 아쉬운듯 말했다. 나는 뭐 딱히 아쉽진 않다. 어차피 이렇게 헤어졌다 다시 다음 명절 때 만나는 게 한 두 번 일도 아니고, 어디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들 집에 가는데 뭐가 그리 아쉬운가.



“유나랑 노는 거 재밌었는데~”



“...아, 그거였나.”



하긴, 나랑 놀았던 추억이야 한참 많구나. 내가 작게 혼잣말하자 혜린이는 흘끔 나를 보며 쏘는 것처럼 말했다.



“뭐, 너는 만날 보잖아.”



“만날은 아니지, 매 명절마다 보는거지.”



유나는 혜린이의 말에 약간 슬픈 표정이 됐다.



“왜, 유나야?”



“아, 아니에요.”



“그래, 더 놀자! 아직 시간 있으니까!”



그래서, 어제 놀았던 것처럼 또 모였다. 다만 태성이형네는 일찍 가서, 남은 인원은 나, 미성이, 혜린이, 유나 4명 뿐. 뭐 노는 건 별 상관 없다.



“거기서! 멍청아!”



“바보야, 잡기장난인데 서라고 하면 서겠냐!!”



“무궁화... 꽃이... 아! 효성이너!”



“...안움직였음.”



“거짓말 치지 마!”



‘깡!’



“야~ 기분좋다!”



잡기장난, 얼음땡,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깡통차기 같은 바깥에서 하는 놀이를 하고 놀았다. 사실 나는 별로 하고싶지 않은데, 혜린이가 이런 류의 놀이를 엄청 좋아한다. 음, 그런 것 보다는, 어릴 적부터 계속 그러고 놀았는데 나이를 먹어서도 바뀌지 않고 노는 것 같다. 어째 나보다 나이 많은 태성이형도 이렇게 혜린이가 같이 놀자고 하면 별로 뭐라고 하지 않고 같이 놀아준다. 가끔 보면 나도 모르게 혜린이랑 이런식으로 놀면서 하는 짓을 보면 꼬마 애 같아서 부끄러울 때가 있는데, 뭐 어떠랴. 오래간만에 친척이랑 만나서 노는데 어린애 같으면 어떻고 철없어 보이면 어떤가. 유나 세대에는 그런 것도 없이 우리 가족만 지냈다는데. 어쩌면 마지막 남은 추석을 지낼 수 있는 세대로써, 재밌게 놀아줘야지!



혜린이의 제의로 모여 오후 내내 신나게 놀던 우리는 이제 마루에 걸터 앉았다. 혜린이네 부모님이 갈 준비를 하신다. 미성이는 양손에 짐을 들고 있다. 인심 좋으신 큰엄마께서 싸주시는 것들인가보다. 혜린이는 마루에 아무 말 없이 앉아있다 일어나서 유나 어깨에 양 손을 놓고 유나 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잘 있어, 유나야.”



“...응.”



“다음 설에도 또 봐. 그 때는 겨울이니까, 눈싸움 하자! 아니, 썰매 먼저 타야되나? 히히.”



“......”



혜린이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유나는 표정이 어둡다. 살짝 스쳐지나가는 슬픈 표정. 그리고 유나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쩌면 못 올지도...”

“뭐? 왜!!”



나는 옆에서 잠자코 보고 있다, 유나의 대답에 흠칫 놀랐다. 그래, 벌써 9월이 넘었구나. 내년이면... 유나가 없구나. 내년이면... 갑자기 착찹해진다. 그걸 이제 깨닫다니... 유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언젠가 반드시 만날 날이 있을 꺼에요!!”



“에에 뭐야~ 꼭 어디 유학 가는 사람처럼. 내년에 못 만나면 내후년에라도 만나겠지! 안 그래?”



“......”



혜린이는 웃으며 우리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차를 타서도, 한참동안 차 뒤편을 통해 우리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격하게 손을 흔들며 웃었다. 유나는 차를 쫓아가기까지 하면서 인사했다. 우리는 집이 도시도 아니고 바로 입한인지라 천천히 돌아가도 된다며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아- 좋은날 오라고 해도 우리 집이 역시 최고야~!”



“그러네요.”



한숨을 쉬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괜히 피곤하다. 추석 내내 컴퓨터엔 손도 안 댔지만 지금은 왠지 손을 대고 싶지 않다. 정말 의외의 일로, 내가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부팅을 하지 않고 침대로 달려가 누웠다. 유나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으음... 아,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네.”



“아빠.”



“응?”



“추석, 정말 재밌네요.”



“그치?”





참 즐거운 추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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