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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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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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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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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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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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아빠가 되주센! - 056

DUMMY

“아하암...”



새학기가 되었다고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하긴, 뭐 달라질 게 있나. 방학이라고 그거 열흘 뿐이고, 2학기는 도리어 축제도 체육대회도 없으니 도리어 더 사막같이 황량하고 뻑뻑한 학기가 되겠지 뭐. 연신 하품만 하는 나를 보며, 유나가 물었다.



“아빠.”



“응?”



“아빠는 왜 엄마를 좋아하는 거에요?”



“어...? 훗, 그걸 몰라서 물어?”



나는 잠시 질문의 뜻을 헤아리다가 씨익 웃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승희는, 예쁘잖아!!!”



“...겨우 그게 이유인가요.”



“겨우라니! 게다가 승희는 귀엽잖아!!”



나의 훌륭한 답변에, 유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더더욱 승희를 찬양하며 대답하자, 유나는 다시금 물었다.



“그런 거 말구요. 아빠는 엄마를 외모만으로 좋아하지 않잖아요. 그럴 리 없죠, 그쵸?”



“어...? 어... 응... 어...”



어... 외모만으로 좋아하는 건데... 어... 나 뭐라고 대답해야되... 승희 이쁘고 착하니까 사귀는 건데... 유나 나한테 자꾸 상처 주네... 내가 아빠인 척 하려고 해도 딸이랑 나이가 동갑인데 뭐 더 아는게 있어야 아빠인 척을 하지... 에효... 내 팔자야... 내가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골똘한 표정을 짓자 유나는 그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더욱 재촉한다.



“좀 더 진솔한 이유를 대 봐요!”



“음... 그러니까...”



팔자 타령은 그만하고, 적절한 이유를 대야만 한다. 여기서 실없는 소리를 하면 도저히 아버지로서의 위엄이 서질 않아. 적절한 이유... 적절한 이유...



“뭐...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말야. 뭐 딱 진지하게 사귀는 이유는 없고. 그냥, 승희가 착하니까. 내가 말 해주는 거 듣고 웃어주고. 내 얘기 잘 들어주고. 같이 잘 놀고. 음... 그런 거지, 뭐 달리 있나.”



“......”



“그리고, 승희 아니면 너 안 태어나잖아! 그치?”



“에이, 그건... 헤헷.”



유나는 뭔지 모르게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아무 말도 안 한다. 내가 그런 분위기를 바꾸려고 농담으로 말하자, 유나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는다.






청소시간의 6반. 승희에게 유나가 다가간다.



“엄마.”



“응? 유나? 근데, 엄마라니...”



사실 예전부터 유나는 줄곧 승희를 엄마라고 불렀다. 승희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여기는 홈그라운드인 자기반 아닌가. 모르는 애들이 보면 이상하게 볼까봐 승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유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엄마는 아빠가 왜 좋아요?”



“아빠면... 효성이?”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아빠는 얼굴도 그리 잘생기지 않고 운동도 못하고 성격도 소극적이고 매너가 좋은 것도 아니고 재치와 유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학생이잖아요.”



“그러네...”



유나는 사실 승희를 떠 보려고 해 본 말이었다. 효성이는 운동이는 공부든 평균 이상은 한다. 얼굴도 나름 준수한 편이다. 소극적인 건 조금 맞지만 할 때는 한다. 아마 승희도 그걸 알 꺼다. 하지만 떠 보려고 해 본말인데 승희가 덥썩 수긍해버리자 유나는 찔끔 했다. 하지만 유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속 떠 보려 말을 이었다.



“그에 비하면, 엄마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나은 남자 많이 많이 사귈 수 있잖아요. 네?”



“헤헤, 누가 보면 꼭 내가 엄~청 예쁜 미소녀라고 하는 줄 알겠다, 얘!”



난데 없는 칭찬에 승희는 부끄러워하면서 좋아한다. 유나는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하면서 좀 더 말해서 대화 주제를 옮겼다.



“그런데, 왜 아빠랑 사귀는 거에요. 네?”



“...그거야 뭐... 효성이가 좋으니까?”



승희는 유나가 좀 진지하게 질문한다는 걸 알고 조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아까 그랬잖아, 효성이가 다른 애들보다 얼굴도 못나고 운동도 공부도 못하고 성격도 소심하고 그렇다고. 설사 효성이가 그렇다고 해도... 효성이는 나한테 없는 그런 게 있거든.”



“......?”



유나가 의문인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하며 승희를 쳐다보자, 승희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효성이는 뭐랄까. 나한테는 없는 자신감이 있거든.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어떻게 보면 터무니 없을 지 모르겠지만... 그런 면이 참 좋아. 그렇게 같이 지내면 나도 같이 무모해 지고 터무니 없어질 수 있을 것 같거든.”


“......”



“아무리 능력 좋고, 잘생기고, 매나 좋은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나도, 한 가지 조건을 채우지 못해. ‘효성이여야 한다’ 라는 조건을 채우지 못하잖아?”



승희의 말이 끝나자, 유나는 싱긋 웃었다. 6반을 나서서 복도를 걸으며, 유나는 생각한다.



‘엄마도, 아빠도 서로 좋아하는 건 같구나.’



‘승희니까. 효성이니까. 그렇게 서로 좋아하고, 아끼고, 위했으면서 왜...’



‘왜 이혼하신 거에요...’











-방과 후.




“어휴...”



“왜 그리 한숨만 쉬어대.”



“그냥... 하루가 너무 길어진 거 같아서...”



나는 한숨만 쉬어대고, 그렇게 두런두런 얘기해가며 길을 걷는데, 승희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소리치듯 말했다.



“아, 맞다!”



“응?”



“나, 너네 집 놀러갈래.”



“우리 집? 언제?”



“내일 모래 토요일에. 상관 없지 않아?”



“뭐... 그렇지. 그래, 놀자.”



그 토요일이면 놀토라 쉬는 날이다. 안 그래도 어차피 그 날 나는 집에서 멍하니 게임이나 할테니, 승희한테 놀러 가자고 말해볼까 했는데 잘 됐다. 저번에는 내가 승희네 놀러갔으니, 이번에는 승희가 우리집 놀러 오는거지. 암, 그래 연인이지. 당장 수락하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 엄마!”



“아유, 뭔 일인데 호들갑이야.”



학기 초라 야자를 안 하고 저녁도 안 먹고 집에 왔기 때문에, 엄마는 오래간만에 누워서 TV보는 모습이 아닌,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정신없이 저녁을 차리는 모습이시다.



“토요일 날 승희 우리 집 놀러온다니까, 집 청소 해요!”



“아유, 이놈이. 토요일이면 내일 모랜데 지금 바빠 죽겄는데 청소를 하라고?”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에요.”



“호호, 그럼 토요일에는 며느리자리 보겠구나~”



“어, 엄마, 무슨 며느리타령을...”



“맞잖아?”



엄마 말대로 아직 승희가 오는 건 내일 모래지만 나는 황급히 방을 정리했다. 과연 내 방은 지저분하다. 이런 방을 여자친구한테 보여줄 수는 없다! 혼신의 힘으로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며칠 뒤 놀토.




“안녕하세요!”



“아유, 승희 왔구나.”



오전 10시, 승희가 놀러왔다. 나는 방에 있다가 문 열리는 소리에 나가 보니 엄마가 승희를 맞이하고 있었다. 엄마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우리 며느리, 많이 컸네! 제대로 보는 게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지?”



“네... 네?!”



“하하하, 들어가자 승희야.”



“어... 응.”




승희를 억지로 끌듯이 내 방으로 데려가서 넣어놓고 나는 잠시 나왔다. 엄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금 모로 누워 TV를 보려고 폼을 잡으신다. 나는 못마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마!”



“왜? 내가 틀린 말 했니?”



“아니, 내가 뭐라고 그랬다고 혼자 제발 저려요.”



“뭐가.”



엄마는 새침한 목소리로 나는 쳐다도 안 보고 말씀하신다. 나는 엄마의 그런 태도에 더욱 부아가 치밀어 말했다.



“승희한테 며느리라고 하면 어떡해요, 네?”



“...뭐, 나중에 며느리 되는 거 아니였남? 유나는? 나 할머니라는데? 그럼 며느리 아닌감?”



“아니, 맞긴 한데! 벌써 그러면 승희가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승희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됐어! 난 승희 좋으니까, 너같은 것 보다 승희가 더 예쁘고 착하고 좋아. 가서 얼른 놀아.”



엄마는 평소 엄마로써의 위엄은 온데간데 없고 애기처럼 말하신다. 아아... 됐다. 그냥 들어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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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76 치느
    작성일
    11.07.22 14:05
    No. 1

    어린애들은 모르는 어른들의 세계가 있는것야 .

    라고 먼저 결혼한 선배형이 말을 해주더라고요 .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1.07.24 16:42
    No. 2

    어른들은 겪어봤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서서히 희미하게 잊혀져 가고 있는 어린애들의 세계가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애상야
    작성일
    14.01.06 14:20
    No. 3

    허허. 며느리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4.09.24 18:50
    No. 4

    설정이 왜이리 오락가락하심? 승희가 저번에 집에 놀러와서 어머니랑 봤었는데~
    아줌마가 아니라 어머니라고 불러라고까지 하셨는데 중학교 이후로
    처음이라니욧!!!
    태신님 소설 다른것도 많이 봤는데 전부 다 그렇거같애~
    나오는 애들 이름도 이랬다가 저랬다가~ 혜경이도 원래 처음에 혜영이 아니었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9.24 21:43
    No. 5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하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이지요. 설정구멍입니다. 몇년 전 글이나, 지금이나. 최대한 설정구멍이 없게 해보려 하지만 막노동 해서 오늘 당장 연명하듯 당장 오늘 몇푼 글줄 쓰는 데 급급해서 그렇게 완성도 있는 글을 못 쓰고 있네요.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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