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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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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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1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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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빠가 되주센! - 065

DUMMY

“그럼, 네가 술래해.”



“뭐? 왜! 가위바위보 다시 하면 되잖아.”



“네가 늦게 왔잖아! 잘 해봐, 키키킥.”



“으으... 젠장...”



혜린이의 은근한 웃음과, 유나와 태성이 형이 혜린이를 보고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 있는 걸 보니 아마 아까 가위바위보에서 혜린이가 졌나보다. 내가 늦게 왔다고 술래를 떠넘기는 거지. 크흑... 근데 정말 늦게 와서 변명할 수가 없다. 혜린이의 억지대로, 내가 술래가 되 버렸다. 나는 큰집 벽에 기대고, 나머지 모두는 저쪽에서 대열을 맞추고 서 있다. 긴장감 넘치는 정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움찔’



“혜린이 너!”



“뭐가!!”



한 두어번 하니까 혜린이가 오다말고 나랑 눈이 마주쳐서 흠칫 놀라서 어깨가 들썩 한다. 매의 눈으로 아이들을 주시하던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소리쳤다. 하지만 혜린이는 아니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움직였잖아!”



“말도 안되, 안 움직였어!”



내가 똑똑히 어깨가 들썩이는 걸 봤는데 끝까지 고집이다. 혜린이는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유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유나야! 나 안 움직였지?”



“에... 응.”



“봐봐! 어디서 생사람을 잡아!”



“유나 너...”



“히히히.”



혜린이가 한쪽 눈을 찔끔 감으며 말하자, 유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아버지를 배신한 딸내미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눈물이 나네... 결국에 보고도 못 본 것으로 혜린이를 잡지 못하고 다시금 게임은 계속 진행됐다.



“무궁화 꽃이...”



“땅!”



“와아악-!”



“잡았다 요놈! 혜린이가 술래!”



“아아이, 알았어, 알았다구.”



큰집 앞의 마당은 오랜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어른들은 거실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녀석들, 나이를 먹어도 똑같이 노네.”



“뭐 어때요. 즐거워 보이는데.”



“유나인가 저 아이. 참 불쌍하네요...”



“저 어린애가 부모를 모두 여의다니... 얼마나 슬프겠어요.”



“그래도, 금방 다들 친해졌네.”



어른들이 한 마디씩 하자, 효성이 엄마는 괜히 뜨끔 했다.



‘뭐, 괜찮겠지.’






“하하하하하-”



“와, 유나 너무한다!!”



“헤헤헤.”






한참 놀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거실에 큰 상을 두 개나 놓고 친척들 모두가 빙 둘러 앉았다. 와, 거 참 엄청나다. 하긴, 친척들이 꽤 되니까, 다 이렇게 앉아놓고 보니까 몇십명은 되어 보인다. 그 엄청난 규모에 놀란 유나는 옆에서 나를 툭툭 치며 속삭이듯 말했다.



“와, 아빠 이렇게 사람 많이 밥 먹는 거 처음이에요!”



“그러냐. 하긴 그렇겠다. 미래에선 어땠는데?”



“그땐 그냥 추석이라고 해도... 집에 있었어요.”



“아... 암울한 미래다.”



내가 대답하자, 유나는 싱긋 웃고 밥상으로 눈을 돌렸다. 친척들 모두가 앉자, 합창하듯 모두 입을 모아 말하고 밥먹는 게 시작됐다.



“잘먹겠습니다!”



“오냐.”



“유나 양, 많이 들어요.”



“네, 감사합니다.”



큰엄마의 말에 유나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어른들은 유나에게 다들 한 마디씩 덕담하며 반찬을 권했다. 덕분에 유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이 밥을 먹었다. 그러나 저러나 추석상이라 그런지 반찬이 엄청 많다. 밥도 무지 많아서, 반 정도밖에 안 먹었는데 배가 불러올 지경이다. 하긴, 밥공기 자체가 우리집에서 먹는 것보다 한 1.5배는 크구나. 추석상엔 맛난 반찬들이 많다. 갈비, 산적, 동그랑땡, 불고기, 생선, 게장... 그야말로 임금님 상이 따로 없구나! 이렇게 많은 반찬에 많은 밥을 다 먹으니, 배가 너무 불러서 움직일 수가 없다. 뒹굴뒹굴 쇼파에 앉아있다가 밥을 다 먹고 미성이와 태성이형과 함께 상을 들어 부엌으로 옮겼다.



“아, 배부르다.”



“와, 배 터질것 같아.”



나도 유나도 혜린이도 배가 빵빵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엔 큰 TV가 있지만 그건 친척들이 보고 있어서, 안방에 있는 작은 TV라도 보려고 들어왔다. 안방으로 들어가 모로 누워 TV를 보기 시작했다. 마침 재미있는 추석 특집 만화를 하고 있기에, 오 재밌겠다 하고 재미나게 보려고 하는데 혜린이가 들어와서 쇼 프로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무슨 짓이야!”



“추석에 무슨 만화야, 모두 볼 수 있는 이런 걸 봐야지.”



“웃기지마! 내가 먼저 보고 있었다구!!”



“남자가 속 좁게 이런 거 갖고...”



“속 좁든 말든, 내가 먼저 있었잖아!”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큰아빠가 들어오셔서 뉴스 채널로 바꾸셨다.



“아...”



“...왜?”



“아, 아니에요...”



큰아빠는 살갑게 생기신 큰엄마와는 달리 험상궂은 인상이시다. 큰아빠가 험상궂은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보자, 나와 혜린이는 모두 쪼그라들어서 살며시 방에서 나왔다. 결국에 거실 TV도 안방 TV도 볼 수가 없으니까, 모두들 다시 바깥에 나와서 놀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지자, 큰엄마와 엄마, 작은엄마 이렇게 엄마들(?)이 거실에 모였다. 그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바가지 안에 있는 흰 가루에 물을 섞고 또 설탕과 깨와 콩과 밤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나가 힐끔 엄마들을 보더니 물었다.



“뭐하는 거에요?”



“송편 만들려고 하는 거 같은데.”



내 대답에, 유나는 더욱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송편을... 만들어요?”



“그럼. 원래 추석 전날에 송편 딱 만들어야 제맛이지. 왜, 송편 안 만들어 봤어?”



“에... 사먹었는데.”



“허어...”



이거, 심각한데... 미래엔 송편도 안 만들어 먹고 사먹나봐. 유나가 추석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보다. 내가 재밌다고 여기는 모든 추석에 대한 요소가, 유나 말에 따른 미래엔 없다. 유나가 측은해진다. 나는 유나 손을 잡고 말했다.



“가자, 유나야.”



“?”



“송편 만들어봐야지! 재밌어.”



“...네!”



유나가 기쁜듯 방긋 웃었다. 이런, 방긋 웃는 게 왜 이렇게 귀엽지.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유나는 더욱 웃으며 눈을 감았다. 애기 같다.우리는 일단 엄마들 근처로 가 앉았다. 엄마들은 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을 하고, 송편 안에 들어갈 고물을 준비하고 계셨다. 우리는 그 과정을 구경하다 큰엄마가 반죽을 완성하고 나서야 쪼르르 붙어서 송편을 빚기 시작했다.



“와, 송편 빚네-”



“......”



혜린이와 미성이가 왔다. 혜린이는 유나 옆에 앉아서 신이 나서 반죽을 뜯었다. 반죽을 뜯어서 가운데에 엄지 손가락을 넣어 꾹꾹 눌러서 공간을 만든 뒤 작은 수저로 깨설탕을 넣고 잘 접는다. 혜린이는 그렇게 송편을 빚으며 유나에게 말을 걸었다.



“유나야. 송편 잘 빚어?”



“아, 아니... 처음 빚어.”



“와 진짜? 도시에서 살았나봐? 봐봐, 이렇게 해서, 이렇게...”



“아~”



혜린이가 유나에게 송편 빚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렇게 한참 가르쳐 주던 혜린이는 문득 힐끔 내 눈치를 보더니 작게 말했다.



“그치만, 나도 효성인 당해낼 수가 없어.”



“응? 왜?”



“모르겠어, 쟨 어렸을 적부터 나보다 잘 만들었어. 봐바.”



혜린이는 내가 빚은 송편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확실히, 삐뚤삐뚤한 유나 것이다 뭔가 모자라 보이는 혜린이 것보다는 내가 더 잘 만들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허허, 뭐 이런 거 가지구...”



“훗.”



나의 대답에 혜린이는 특유의 비웃음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뒤에 오는 혼잣말 같은 작은 대답이 더욱 가관이다.



“뭐- 이런 거라도 칭찬 안 해주면, 네가 너무 불쌍하잖아~”



“뭐, 뭐? 이게!”



“왓! 우이씨, 진짜!”



내가 화를 내며 혜린이의 송편을 으깨자, 혜린이도 화내며 내 송편을 뭉갰다.



“아, 진짜!”



“해볼텨!!”



“애들아,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예...”



큰엄마의 조용한 꾸지람에 우리는 다시 조용해졌다. 밤이 더더욱 깊어가고 엄마들은 송편을 삶으셨다. 시끌시끌하던 아이들은 왠지 조용하다.



“쿨...”



‘꾸벅’



다들 졸고 있다. 미성이는 아까부터 자고 있고, 혜린이와 유나는 졸려 죽으려고 한다.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후후, 이 밤에 익숙지 못한 것들... 나는 우쭐한 마음으로 졸고 있는 녀석들을 쳐다봤다. ...근데 심심하다. 살며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큰집의 문은 유리 부분이 커서 바깥이 훤히 보였다. 그 문을 통해 바깥을 쳐다봤다. 달이 휘영청 밝다. 오늘따라 달이 커 보인다. 왜 이렇게 크지. 아, 내일이 추석이지. 나는 바본가보다.



“달이 밝네요.”



“아, 유나야.”



“바깥에 나가요.”



어느새 잠에서 깼는지 유나가 와서 작게 속삭였다. 유나는 나가자고 하며 문을 연다. 그리고 신발을 신으면서 먼저 나갔다. 그런 유나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문밖으로 나섰다.



“음, 음냐, 나도 나도...”



아직도 졸음에 헤매는 혜린이는 우리가 나가는 걸 보고 뭔지도 모르고 나온다.



“와 달 밝다!”



“그렇지?”



혜린이는 달을 보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유나도 옆에서 같이 좋아한다. 헌데 막상 나오니까 할 게 없다. 큰집 옆으로 갔다.



“월월월!”



“돌돌아 짖지마, 밤이야.”



“월월월!”



돌돌이는 큰집에서 기르는 똥개다. 오래간만에 봐서 그런지 계속 짖는다. 아까 오후에 처음 봤을때도 막 짖는데 지금도 짖는다. 내가 말리려고 팔을 휘저으며 다가가자 돌돌이는 더욱 경계하며 짖는다.



“쯧쯧, 그게 아니지. 돌돌이는 그렇게 다루는 게 아냐.”



“뭐야.”



“헥헥헥.”



그렇게 말하고 혜린이가 돌돌이에게 다가가자 돌돌이는 짖는 걸 멈추며 헥헥거리며 혜린이에게 안긴다. 혜린이가 손을 내밀자 막 핥기까지 한다. 저녀석... 내가 갔을 때는 물 기세였는데. 혜린이는 셀쭉 웃으며 말했다.



“어때, 부럽지? 부럽지?”



“부럽긴 뭐 애기냐? 하나도 안 부럽네!”



“에에 부럽구만! 키키키.”



혜린이의 놀림에 나는 몸을 반대쪽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그런 반응에 혜린이는 더욱 좋아하며 마구 놀려댔다. 부럽긴 하다. 어째 동물들은 다 나를 싫어하나보다. 나는 유나랑 같이 달을 보면서 두런두런 얘기하고 혜린이는 한참 돌돌이랑 놀다가 왔다. 근데 얼굴이 잔뜩 찌푸린 상태다.



“아 개냄새나!!”



“낄낄 잘 됐다.”



“뭐?!”



“애들아, 송편 다 됐다~”



“와~~~”



큰엄마께서 문을 빼꼼이 열고 말씀하시자 우리는 좋아하며 달음질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절대 비축분이 떨어져서 지금 써서 올리는 게 아니니까, 네.

아 그리고 별로 상관은 없는 말이지만 3일 정도 놀러가서 돌아와서 밀린만큼 더 올릴게요. 다들 안녕히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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