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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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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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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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41

DUMMY

야자시간. 오늘도, 서영이랑 유나랑 같이 앉았다. 둘이서 속닥속닥 떠들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에, 아무리 속닥속닥 떠든다 해도 공부하는 애들한테는 신경이 쓰일 수 있다. 허나, 지금은 기말고사도 끝나고 여름방학만 시한부로 기다리는 상황. 솔직히 말해서, 야자를 제대로 하는 애는 없다. 공부벌레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반장 혜영이조차, 소설책을 읽고 있을 정도이니... 둘은 각각 수학책과 사회책을 펴 놓고서 재잘재잘 떠들었다. 이 때, 서영이 뒤에 앉아 있는 성찬이가 유나의 등을 툭툭 쳤다.



“......?”



“좀 조용히 좀 해줄레?”



“아, 미안...”



성찬이의 꾸짖음에, 유나는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갑자기 자기가 서영이랑 떠들고 있는 게 부끄러워졌다.



“나, 돌아갈레.”



“야, 어디 가.”



유나는 그 말 한 마디만 내뱉고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서영이는 얼른 유나 자리로 갔다. 유나 옆자리 효성이는 퍼질러 자고 있다. 곤히 자고 있는 녀석을 깨우고 싶진 않았기에, 서영이는 유나 옆 창문 쪽 빈 공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유나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게.



"왜 그래."



"......"



"별로 떠든 것도 아니잖아, 성찬이도 장난으로 한 거고."



"다들 조용히 하고 있는데, 우리만 떠들고 있잖아. 내가 부끄러."



"그거야......"



서영이는 말끝을 흐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수군수군 쑥떡쑥떡'



주위 애들은 조곤조곤히 떠들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정신상태가 완전히 헤이해져서, 막 놀고 있다. 현명한 아이들은 혜영이처럼 책을 읽었고, 보통은 자거나 놀았다. 지금도, 뭔가 다들 속삭이며 조용하게 떠들지만 그 속삭이는 게 한 두명 합쳐져, 교실 전체가 전체적으로 조금 시끌벅적했다. 그런 와중에, 유나가 시끄럽다고, 자기가 부끄럽다는 말을 하니, 서영이로서는 이해가 안 갈 수밖에 없다.



"봐봐, 애들도 다 떠들잖아. 왜 재밌게 놀았는데 그랴."



"됐어, 책 읽을레."



서영이가 줄기차게 계속 유나를 설득해도, 유나도 한 고집 하는 성격인지라, 그냥 묵묵히 책을 꺼내서 책을 읽는다. 그래도 서영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나를 설득한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성찬이가, 조금 미안해져서 유나 앞으로 가 말했다.



"유나야, 아까 한 말 장난이야."



"응? 아니야, 내가 떠들었으니까..."



"이 개새끼! 너 때매 유나 책 읽잖아!"



서영이는 장난으로 성찬이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성찬이도 자연스럽게 장난을 받아 팔과 다리를 바둥거리며 말했다.



"아이구, 이놈이 사람잡네~~"



"허허허, 아주 기말고사 끝났다고 잘들 놀고 있네."



"......!!!"



창 밖에서 들려 온 소리다. 창 밖에는, 평소 학생들을 잘 잡아다 패기로 유명한 교무주임 선생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다. 어느 소설에나, 어느 만화에나 나올법한, 안경 쓰고 꼬장꼬장하게 생긴 외모에 특유의 전용템(?)을 지니고 있는 교무주임. 서영이와 그 무리는 지금 딱 걸리기 적절한 모양이다. 서영이는 유나 책상 옆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고, 그 앞에 서서 멀뚱이 있는 성찬이,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고 있는 유나. 그 옆에서 자고 있는 효성이는 덤이다.



"다 나와!"



"크윽..."



교무주임의 힘찬 목소리에, 셋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왔다. 성찬이는 투덜댔지만 걸릴만 하기에 별 말 않고 나왔다. 효성이는 여전히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진효성 이자식! 아주 세상 모르고 자고 있구만!"



"......??? 으음...? 응?"



교무주임이 특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자, 효성이는 그제서야 겨우 일어나서 흘린 침을 닦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창가에 서서 전용템을 휘두르고 있는 교무주임, 나가려고 준비하는 서영이와 성찬이, 유나. 효성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걸렸네."



"이게 아주 기말고사 끝났다고 맘 푹 놓고 자는구나. 진효성이 너 먼저 맞자."




'퍽!'



"악!!"



'퍽'



"아흐윽..."



'퍽!'



"응헝"



'퍽!'



"꺅!"



사이좋게 한 대씩 맞은 그들은 조용히 엉덩이를 문지르며 반으로 들어갔다. 교무주임은 남녀평등이라며 유나도 상큼하게 엉덩이를 한 대 때려줬다.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모두 언제 바꿨는 지 참고서를 꺼내 재빨리 공부하는 척을 하고 있다. 서영이는 들어가면서 몰래, 유나에게 말했다.



"미안, 유나야."



"아니야. 괜찮아."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유나도 마주 웃었다. 그 광경을, 효성이는 잠에 취해 쳐다봤다. 둘이 꼭 사귀는 것 같다.



"둘이 아주 사귀네."



"아, 아니에요!"



당연하게, 유나는 격하게 부정한다. 그런 유나를, 서영이는 조금 쓸쓸한 눈빛으로 봤다가 바로 웃으며 말한다.



"아니지, 그럼."



"그러냐. 아~ 더 자야겠다."



한 대 맞고도 효성이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긴, 한 대 맞으면 더 잠이 잘 오기도 한다.




교실. 쉬는시간이다. 서영이는 멍한 표정으로 유나를 쳐다봤다. 유나가 웃는 모습.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아이들과 떠들며, 미소짓는 모습. 보이는 게 다 그런 유나의 모습뿐이다. 계속 유나한테 신경이 쓰인다. 서영이는...



'내가... 아무래도 유나를 좋아하나보다.'



뻔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정확하게 되뇌여 보자,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래, 내가 유나를 좋아하는구나. 이런식으로. 공교롭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유나가 서영이와 눈이 마주친다. 유나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서영이를 계속 쳐다본다. 서영이도, 마주 웃으며 약간 얼굴을 붉혔다. 할 짓이 없었는 지, 유나는 서영이 쪽으로 온다.



"뭐하고 있었어?"



"응, 너 보고 있었지."



"뭐야, 그게."



이제 유나랑 서영이는 아주 친해져서, 서영이의 대표 소꿉친구인 세영이와의 친밀을 능가할 정도였다. 아니, 솔직히 서영이와 세영이의 친밀은 친밀이 아니라 폭력으로 이루어진 주종관계(?)이지만서도... 세영이는 잠시 어디 갔는지 서영이 옆은 비어있었고, 유나가 와 서영이 옆에 앉았다. 재잘재잘 떠드는 유나. 유나는, 친한 애들하고는 말을 많이 하지만 딱히 안 친하고 어색한 애들한테는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처음에, 서영이하고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잘 떠들진 않았다. 서영이는 물끄러미 유나를 쳐다봤다. 자기도 모르게 볼이 살짝 달아오른다.



"왜 아무 말도 안해?"



"그냥, 할 말 없어서."



"피이- 나 간다?"



"아냐, 농담이야."



서영이는 그러면서도 말없이 유나를 바라볼 뿐이다. 유나가 계속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서영이는 말이 없다.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며 있는 유나를 보고, 서영이는 하나 결심을 한다.

'고백하자.'







-



"유나야."



"응?"



"좋아한다."



"......?"



“사귀자.”



“......? 장난?”



“아니, 진심인데.”



이 곳은 학교 건물 뒤 한가한 공터. 서영이가 유나를 꼬드겨서 자주 가는 곳이다. 나름대로 관광 명소인데 사람은 적은, 서영이가 발견한 얘기하기 괜찮은 곳이다. 서영이와 유나는 이 곳에서 꽤 자주 놀았다. 딱히 뭐가 있어서 재밌는 장소는 아니니, 둘이 노는 건 대게 수다를 떠는 것이다. 그래봤자, 유나가 떠들고 서영이가 듣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래서 유나가 불만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둘이 떠드는 장소가 된 학교 뒷 공터이다. 둘은 매일매일 정도나 자주 정도로 이 곳을 오진 않았지만, '꽤 자주' 이 곳으로 놀러왔다. 오늘도, 서영이가 이 곳으로 놀러가자고 했고, 유나는 별 생각 없이 왔다. 그런데, 와서 조금 떠들자마자 들리는 소리가 이런 소리라니.

서영이는 의외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유나는 조금 혼돈스러워서, 눈을 깜빡였다. 다시 한번 서영이가 한 말을 곱씹어봤다. '사귀자.'



"그니까... 지금 고백하는... 거야?"



"응."



당황한 건 오히려 유나다. 보통은 이런 건 고백하는 쪽이 좀 부끄러워 하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고백 받은 유나는 순식간에 패닉 상태가 되고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생애 처음으로 남자애한테 고백을 받다니! 게다가 그것 뿐 아니라, 유나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또 다른 혼돈을 만들고 있었다. 유나는 미래에서 온 미래인이다. 근데, 정확히 말해서 아빠 친구인 서영이랑 사귀면... 뭔가 미래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이런 식의 고민이, 유나의 머릿속에 스쳤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유나의 머리속은 이미 정상적 사고 판단을 할 수 없이 혼돈 그 자체였다.



"안 사귈레."



"아니, 그러니까... 음..."



유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혼돈으로 치닫는 머리를 최대한 진정하고,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볼에 손을 짚고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려 했다. 물론 서영이가 고백을 한 건 의외이고 기쁘기도 하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연애 감정이 생기진 않는다. 서영이는 재밌고 착하고 좋은 애지만, 유나가 바라는... 남성상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아빠 친구'라는 영향도 상당히 컸다. 뭔가 안될 짓을 하는 것 같은 느낌. 마음을 정리한 유나는, 차분히 대답했다.



"역시, 안 되겠어."



"안... 사귄다고?"



"...응. 미안."



"......"



서영이는 잠시동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안 한다. 유나도, 달리 할 말이 없어서, 잠자코 있었다.



'아... 이런 분위기 싫은데...'



"알았어, 일단... 먼저 밥 먹으러 갈래?"



"서영아..."



"됐어, 됐으니까... ......"



서영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엄청 화가 나거나 그런 것 같진 않지만, 크게 낙심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돌에 걸터앉은 자세도, 평소의 건방진 자세와 조금 다르다. 유나는 서영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 더 남아서 위로하려고 해 봤자, 서영이한테 오히려 방해만 될 것 같으니, 유나는 조금 느린 걸음으로 공터를 빠져 나왔다.

유나는 곧장 교실로 돌아와서, 막 급식실로 떠나던 효성이 일행과 만났다. 오래간만에, 그들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왠일로 서영이는 떼고 왔냐고, 효성이가 물었지만 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밥을 먹으러 가서도, 유나는 기분이 언짢았다.



“유나야!”



“......”



“얼레, 얘가 왜 이래. 기분 안 좋아?”



유나는 밥을 깨작깨작 먹으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라, 더욱 생생하게 떠오른다. 고백을 하고서, 무덤덤하게 자신을 쳐다보던 서영이, 그리고 거절했을 때의, 조금 슬프고,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표정... 계속 떠올라서, 밥이 제대로 넘어가질 않는다.



“유나야.”



“...네!”



“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어디 아파?”



“아, 아니에요, 헤헷.”



“......”



유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밥을 와구와구 퍼 먹었다. 하지만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속으론 여전히 서영이 생각 뿐이다. 비록 연애감정이 들지 않는다고는 해도, 조금은 서영이가 걸리는 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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