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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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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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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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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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아빠가 되주센! - 060

DUMMY

“괜찮아?”



“...네, 하아...”



야자가 끝이 나고, 휘청거리는 유나를 서영이가 부축해서 나왔다. 이제는 기력이 없어서 잘 걷지도 못한다. 진짜 아픈 모양이다. 아파 보이고. 괜찮냐는 질문에 대답은 하지만 이제 얼굴은 완전히 새빨갛고 식은땀도 많이 난다. 가방도 서영이가 들어줬다. 복도로 나와서 걸어가는데, 승희가 보인다. 여자애들이랑 얘기하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순간 가서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아까 승희의 차가운 목소리와 표정없는 얼굴이 떠올랐다. ...이래 본 적이 없어서, 이럴 땐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무작정 가서 말 걸어보는 게 최우선인가? 아니면, 며칠 말을 안 거는 게 해결법일까?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유나가 툭툭 친다. 있는 힘을 다해서 친 것처럼 힘겨워 보인다.



“아빠...”



“응?”



“...엄마, 저기 있잖아요. 가서... 말 걸어봐요.”



“어... 근데, 아까도 그렇게 반응이 싸 했는데 지금도 그러면... 더 어색하지 않을까?”



아픈 유나에게 이렇게 말 거는게 되게 미안하다. 하지만 유나는 애써 괜찮은 척 힘겹게 웃으며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도... 가서 말 해서 부딪혀 보는게... 나을 거 같아요... 제 생각은...”



“그려, 가 봐. 유나는 내가 데려갈게.”



“...어, 그래. 고맙다, 서영아.”



서영이도 부추겨서, 용기를 얻어 천천히 다가갔다. 그래, 다시 한 번 말을 걸어보자.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말해서 뭐가 잘못된 건가 알아봐야지. 천천히 승희에게 다가갔다.



“승희야.”



“......”



승희에게 가 말을 걸자, 승희랑 얘기하던 여자애는 눈치를 보다가 먼저 간다고 작게 말하며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뿐 아니라, 뒤에 같이 나오는 6반 애들도 나와 승희를 보고 슬슬 피해서 복도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둥근 공간이 생긴 것처럼 되었다. 뭐가 어찌되든 어떠랴, 이 어색함을 빨리 없애고 싶다. 뭔가 터질것 같은 기분으로, 떼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



승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으아아...! 죽을 것 같다.



“내가... 뭐 잘못했어?”



“......”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질문이다. 정말 궁금하다. 이제는 순수하게 궁금하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나. 승희는 한참 나를 쳐다본다. 무표정인 얼굴로. 나도, 표정을 짓지 않고 승희를 마주 쳐다봤다.



“...정말 네가 뭐 잘못했는 지 몰라?”



“...어.”



며칠만에 들은 것 같은 승희 목소리. 아까 같은 차가운 목소리는 아니지만, 여전히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목소리다. 하지만 대답할 수 있는 건 ‘어’ 라는 짧은 성의없어 보이는 한 마디 뿐. 정말 모르겠다. 승희는 다시금 나를 쳐다본다.



“...내가 화난 것 같아?”



“...화... 난 거 아니야?”



“...됐어, 갈레.”



승희는 짧게 대답하고 빠른 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간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몸을 승희 쪽으로 돌려 몇 발자국 쫓으면서 입을 열었다. 겨우겨우 승희가 말을 하게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대화를 끝낼 순 없어... 그보다, 지금 잡지 않으면 영영 승희랑 말을 안 할 것 같다.



“승희야, 그러니까...”



“됐다니까! 말 걸지 마!”



“......”



크게 소리치고, 승희는 앞으로 나아갔다. 꽤나 크게, 앙칼지게 소리쳤기 때문에 주위 애들이 우리를 다 쳐다봤다. 하지만 승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갔고, 나는 멍하니 그런 승희 뒷모습을 쳐다봤다.



“......”



한동안 거기 서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멍해서, 아니 많이 멍해져서. 아무 생각도 안 든다. 그저, 승희가 말한 끝부분, ‘말 걸지 마!’ 한 그 외침만이 머릿속에서 울리듯이 계속 떠오른다. 이제... 승희가 나에게 소리까지 쳤다. 가슴속 한 구석이 무언가 무너져 내린 것 같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야, 야... 야!”



“...어, 어... 서영아.”



“유나... 심각해.”



“......하악, 하아... 흐윽!”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서영이가 찰싹찰싹 때리며 정신을 들게 해 줬다. 그리고는, 어깨에 부축하고 있는 유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신이 정말 퍼뜩 든다. 유나는 이제 거의 의식도 못 차리고 숨만 헐떡인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냥 조금 숨을 거칠게 쉰다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이제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눈도 감기고, 얼굴은 잔뜩 상기되서 거친 숨만 내쉬는 유나. 나는 어떻게 할 줄을 모르고 일단 서영이를 도와 유나를 부축하고 말했다.



“유나야... 유나야?”



“...하아... 아빠...”



“어, 나 여기 있어... 괜찮아? 유나야.”



“...죄송해요, 저 조금... 아픈 거 같아요...”



“...바보야, 아프면 아프다고 제대로 말해야지, 아까 조퇴하랄 때 조퇴하지 왜...!”



“...죄송해요, 아빠...”



이렇게 아픈데도 유나는 그저 자기가 미안하다고만 한다. 괜히 승희가 소리친 것까지 겹쳐서, 한없이 슬퍼진다. 승희랑 헤어지고, 이대로 가면... 유나는... 아니, 아니, 아니야! 이런 건... 유나는 쓰러지듯 내 품에 안겼다.






“괜찮아?”



“...하아...하아...”



집으로 돌아와 유나를 침대에 눕혔다. 엄마가 보고는 깜짝 놀라서 얼른 해열제와 약을 데워서 주셨다. 더워 보이니까 이불을 안 덮어주려고 했지만, 엄마가 바보라며 머리를 꽝 때리고 유나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신다. 심란한 마음에, 컴퓨터도 켜지 않고 유나 옆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다. 마음이 참 심란하다. 머릿속이 여러 가지 생각의 실타래로 얽혀버린 것 같다. 승희 문제, 유나 문제, 학교, 친구, 기타 잡다한 것... 물론 지금 제일 주된 생각들은 승희지만. 유나가 안쓰러워서, 계속 쳐다보는데 문득 힘겹게 고개를 옆으로 돌린 유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빠...”



“응?”



“엄마... 어떻게 됐어요...?”



“어... 그게...”



아까... 못 봤나보다. 아파서. 승희가 나한테 소리쳤었는데. 근데 뭐라고 대답하기가 참 애매하다. 소리쳤다고 하면 유나가 더욱 마음아파 할 것 같고. 그렇다고 또 거짓말을 하자니...



“모르겠어... 그냥 가더라고. 하아... 이러다 진짜 승희랑 말 한 마디 안하는 거 아닌가 싶어.”



“...사과 해야 하는데... 엄마...”



유나는 그렇게 말하다가 스르르 잠에 든다. 약기운에 잠에 빠진듯하다.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컴퓨터... 하고싶지 않다. 스탠드를 켜고, 흰 A4용지를 책상에 깔았다. 흰 종이에 빛이 반사되 조금 눈부시다. 글씨 나오는 굵기가 굵은 유성매직 뚜껑을 열고, 큰 글씨로 천천히 글을 써봤다.



‘승희야 미안해.’



“...아으으.”



종이를 찌그렸다. 다시, 한 장 깔았다.



‘승희야 내가 잘못했어.’



“.....”



...하아. 모르겠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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