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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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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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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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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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아빠가 되주센! - 062

DUMMY

“아오, 빡쳐.”



“도와주기로 했으면 마, 툴툴대지 말고 도와!”



“아오~~! 내가 진짜 못살어, 못살어!”



나와 서영이는 시내를 뛰고 있었다. 급작스럽게, ‘승희하고 화해하기 프로젝트’ 가 시행됨에 따라 준비물을 사러 시내로 가는 것이다. 야자는... 제끼기로 했다. 유나는 아직 몸이 다 나은 게 아니니, 일단 아까 그 교실에 두고 나와 서영이가 나와 재빨리 준비물을 사러 온 것이다.



“뭐해, 임마.”



“...잠깐만.”



뛰다 말고, 한 가게에 멈춰 선 나는 조금 생각하다 가게로 들어갔다. 서영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날 보다가 따라 들어왔다.







“헉... 헉...”



숨을 헐떡이며, 나는 교실로 들어왔다. 7시 9분. 거의 야자 시작하기 직전이다. 여기 온 이유는, 야자 빠지는 이유를 적기 위해. 아무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야자를 빼기에는 양심에 찔린다.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고, 흰 분필을 들어 또각또각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



“오~~~!”



“훗.”



아이들은 내가 쓴 글씨를 보고 낮게 소리를 내며 환호했다. 나는 씨익 웃고서, 다시 유나와 서영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직 준비가 덜 됐기 때문에.





“진효성. 진효성? 진효성 어디 갔나?”



야자시간. 담임인 김 선생님이 들어와 출석체크를 한다. 효성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당연히, 야자를 빠졌으니 대답이 없을 수밖에. 김 선생은 교실을 슥 둘러보고는 아이들에게 질문한다. 한 아이가, 칠판을 조심스럽게 가리킨다.



“뭐... ‘진효성 야자 도망. 이유 : 여자친구 100일’...?”



“쿡쿡쿡”



“...새끼, 내일이면 뒤졌어.”



김 선생이 골이 난 목소리로 칠판에 써 있는 글귀를 읽자, 반에 있는 아이들은 쿡쿡 하고 웃었다. 김 선생은 씨익 웃더니 낮은 소리로 혼잣말했다. 아직 솔로인 김 선생으로써는 용납할 수 없는 죄이다.




“하아... 하아...”



“헉... 헉...”



“이 정도면 되겠지?”



숨을 헐떡이고 있는 나와 서영이, 유나. 아까부터 준비한다고 왠갖 X랄을 다 해서 겨우겨우 구색은 맞추었다. 이제, 승희를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7시 53분. 야자시간의 중간 정도이다. 나는 서서 나를 쳐다보는 서영이와 유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비장한 마음으로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6반 교실. 승희는 수학 참고서를 펴 놓고 연습장에 문제를 풀었다. 하지만 잘 되질 않는다. 계산을 하다가 짜증스럽게 연필로 막 그어버린다. 집중이 잘 안 된다.



‘바보... 멍청이.’



바보같은 효성이다. 꼴도 보기 싫다. 그치만 그것도 어제까지고, 오늘은 조금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효성이의 풀 죽은 표정이 떠오른다. 됐다, 됐어. 머리를 휘저으며 생각을 떨쳐낸다. 다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러다 또, 너무 쪼잔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만 화 풀고... 아니다, 효성이가 먼저 사과하기 전까진 가만히 있을 거다. 그보다, 효성이는 아예 뭘 잘못했는 지를 모른다. 맹목적으로 사과만 받고 싶진 않다. 실망한 건 실망한 거다. 이대로 넘어간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차서, 공부가 안 된다. 수학은 집중이 중요한데, 공식은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에 잡생각이 가득하니까 문제가 안 풀릴 수밖에. 하는 수 없이 승희는 한숨을 팍 쉬고 수학 참고서를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책상서랍에서 국사 참고서를 꺼냈다. 간단하게 역사적 흐름이나 한 번 읽어보려고 한다. 그게 그나마 낫겠다.



“......”



“......!”



누군가 다가오는 것 같은 인기척에, 승희는 슬쩍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옆쪽으로 돌렸다. 인기척을 낸 사람은 바로 효성이. 약간 숨결이 거칠지만, 그렇다고 막 헉헉 대는 것은 아닌, 그런 호흡으로 승희 옆에 서 있었다. 승희가 한 1초 정도 얼어서 효성이를 쳐다보자, 효성이는 난데없이 승희 팔목을 잡았다.



“가자.”



“뭐, 뭐야.”



‘끼익!’



승희가 가볍게 저항하려고 하자, 효성이는 억세게 팔목을 잡아 일으켰다. 의자가 뒤로 끼익 소리를 내며 밀려났다. 승희는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야자 하는데 이목이 집중될까봐 일단 작게 말했다. 작게 말했다 하더래도 이미 효성이가 서서 있으니까, 애들이 다 쳐다보긴 하지만. 효성이는 묵묵부답으로 승희를 잠시 쳐다보다가 여전히 승희 팔목을 잡은체로 거의 반 강제로 끌고 가듯 뒷문으로 나섰다.



“뭐, 뭐야! 어디 가는건데!”



“됐어, 가자.”



“놔, 놓으라니까...! 아파!”



복도에 나왔다. 딱히 불이 켜 있지 않아서, 교실의 불 만으로 약간 어둑어둑하게 환한 복도에는 승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고요하게 울려퍼졌다. 하지만 효성이는 쳐다도 보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갔다. 효성이가 꽉 잡은 승희 팔목은 어느새 빨갛게 되기 시작해서 되게 아파보이는데도, 효성이는 무작정 걸었다. 승희의 반항 섞인 말소리에, 공부하는 애들이 힐끔 복도를 쳐다보기도 했다.


저항하는 승희를 끌고 오기는 힘들었다. 승희 손이 생각보다 매워서, 한 쪽 손으로 찰싹 찰싹 때리는 게 정말 아팠다. 게다가 저항을 계속 하니까, 잡고 오는 손도 아프다. 하지만 억지로 억지로 겨우겨우 끌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바로, 내가 학기 초에 승희에게 고백했었던, 바로 그 곳. 고백의 성소.



“......!”



“잠깐만... 헤헤.”



그 곳에 펼쳐져 있는 광경에, 승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깜짝 놀라서 굳었다. 나는 굉장히 창피해서, 살짝 헛웃음을 짓고 잠시 머뭇거리다 그쪽으로 달음질해갔다.



고백의 성소에는 촛불들이 깔려 있었다. 제사 때 쓰이는(?) 희고 긴 촛불이 아니라, 이벤트 상점에서 산 납작하고 빨간 초들이다. 바닥에 한 몇십 개를 깔아서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의 끝에는 내가 서 있고. 내가 서 있는 부근은 촛불로 하트모양이 그려져 있다. 아, 너무 창피하다. 서영이랑 유나랑 짜고서 만든 건데... 말 꺼내고 생각할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막상 이 가운데에 있으니까 너무 창피하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승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흔들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푸훕 하고 웃는다. 그 반응에, 나도 따라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꾸욱 참고 고개를 숙였다.




승희는 촛불길의 출발점에서 한참 소리없이 작게 웃다가, 천천히 다가왔다. 야자 시간이니까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 이제는 가을이 돼서 벚나무인지 뭔지 알 수도 없는 나무도, 담벼락도, 학교 건물도 보이지 않고 촛불들과 나와 승희만 보이기 시작했다. 촛불길을 따라 승희가 천천히 다가온다. 그에 따라, 난생 처음 느껴보는 마음속의 고동. 이런 건 처음이다. 고백할 때에도, 싸워서 마음 졸일 때에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 뭐지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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