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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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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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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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빠가 되주센! - 039

DUMMY

아이고 아파라... 넘어질 때, 겨우겨우 팔로 받쳐서, 일단 승희를 꾹 누르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엄청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승희 얼굴하고 내 얼굴하고 정말 한 치 정도 밖에 거리가 띄워져 있지 않은 상황. 나한테 덮쳐져서, 눈을 감고 있던 승희도 눈을 뜨고 깜짝 놀란 표정이다. 잠시동안 그렇게 있는데, 순간적으로 이성적 판단이 불가하게 되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고, 지금은 이렇게 쓰러져 있고.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전체적으로 내가 승희를 덮친 꼴이 되었다. 승희는 작게 떨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보자, 나는 하마터면 그대로 키스를 할 뻔했다. 극도의 의지력으로 참아내고서, 그러나 내 시선이 가는 곳은 승희의 가슴 쪽이었다. 헐렁한 평상복, 그 사이로 보이는 쇄골... 이 때 만큼은 정말, 정말 이성을 잃어서, 내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손이 움직이려는 찰나.



“꺄아아아아악-!!!!!”



‘퍽!’



“엇...!”



‘퍼어억!’



“크허억...!”



승희가 강한 힘으로 양팔로 나를 밀쳐냈다. 나는 그대로 나동그라졌고, 승희는 재빨리 일어났다. 저번부터 말하지만, 승희는 나름대로 무술(?)을 배운 애다. 초등학교 때 몇 년 씩이나 태권도를 했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호신술 정도는 무난하게 펼칠 정도이며 왠만한 남자애들하고 싸워도 지지는 않을 정도이다. 하물며, 한낱 일반적 찌질한 고등학생인 나 하나를 가지고 노는거야 일도 아니다. 승희는 얼른 일어나 그대로 내 발을 세게, 아주 세게 찼다.

아프다. 순수하게 아프다. 정말 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프다. 거기(??)를 맞은 것과 비교될 만큼은 아니지만, 배는 기본적으로 급소다. 승희는 정말 있는 힘껏 찼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아프다. 나는 그대로 나동그라진 상태에서 몸을 ㄱ자로 꺾고서 배를 쥐고서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저...”



“어어...어얽...”



승희는 자기가 해 놓고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나보다. 그러나 나는 괜찮다고 할 수가 없었다. 남자라면 쿨하게 ‘아니, 이 정도는 괜찮아’ 라고 해야하는데, 그건 개소리고, 너무 아파서, 진짜 너무 아파서. 그리고 약간의 쪽팔림도 있고. 여자친구한테 얻어 맞아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픈 게, 쪽팔리지, 안 쪽팔리겠는가.



“......”



“스...승희야?”



“으, 응?”



내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승희를 봤다. 물론 몸은 아직도 ㄱ자로 꺾어져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도, 나는 조금 생각을 했다.



“미, 미안...해.”



“바, 바보야, 내가 미안하지, 많이 아파?”



“괘, 괜찮... 아.”



“미안... 미안해...”



내가 애써 웃으며 말하자, 승희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왜 울먹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승희는 쭈그려 앉아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울먹이며 말했다. 이 상황에서도, 헐렁거리는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승희의 쇄골... 아... 난 쓰레기다 진짜...


“......어휴.”




한숨을 푹 쉬었다. 승희는 나간 지 오래, 나는 승희 침대에 누워 쉬고 있다. 한숨만 푹푹 나온다. 아까의 상황이 눈 앞에서 떠나질 않는다. 미치겠네. 나에 대한 자책감도 들고, 한편으로는 남자로써, 정말 남자로써 아쉽기도 하고... 무슨 생각이야! 여자친구를 아껴주지는 못할망정... 그치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재빨리 키스만이라도 할걸... 그런 후회감도 들고, 어찌 보면 또 승희한테 그런 생각을 품은 것 자체가 죄악스럽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에, 나는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



“으아아아~”



“어...”



내가 머리를 마구 손으로 때리며 괴성을 지르는데, 승희 목소리가 났다. 간단히 상을 차려 온 승희. 쪽팔려서, 얼른 일어나서 상을 받았다. 떡볶이랑 접시, 주스. 헌데, 떡볶이의 색이 참 괴상하다. 빨개야 할 떡볶이가 검붉은 색이다. 내 표정을 본 듯, 승희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타버려서... 미안.”



“아, 아니야...”



얼른 상을 놓고 포크를 들었다. 주스도 한 모금 먹었다.



“......”



“......”



어색하다. 어색해 미치겠다.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는다. 떡볶이... 원래대로 만들어 졌으면 좀 맛났을 것 같은데, 탔다. 타서... 맛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지금은 승희랑 어색해서 모래를 씹는 기분이다. 승희도, 나를 계속 의식하는 듯 어색해하는 티가 난다.



“저...”



“...응?”



“아니, 아니야.”



나는 뭔가 말을 꺼내려 했다. 승희가 내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자, 다시금 말은 쏙 들어갔다. 아 어색해! 뭐라고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 아까 그거, 사과해야하나? 아니, 아니, 겨우 잠잠해졌는데 그 얘기를 꺼내는 건 바보짓이고... 그렇다고, 이렇게 멍하니 있는 것도 계속 어색하고... 계속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씁쓸하고 모래씹는 것 같은 탄 떡볶이를 먹는데, 승희가 말을 꺼냈다.



“...효성아.”



“응?”



“유나... 부를까?”



“유나...? 그래, 부르자.”



그래, 유나! 유나가 있었구나! 나는 황급히 승낙했다. 이 어색한 상황을 타계할 방법은 오직 유나 뿐이다. 얼른 전화를 걸었다.



‘틱.’



“여보세요? 아빠?”



“어, 유나야. 집이야?”



“아니... 집은 아닌데... 왜요?”



유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마음이 놓인다. 얼른 오라고 해야지.



“여기 올래?”



“네? 엄마...네요?”



“응. 떡볶이도 만들어 놨는데.”



“아이... 둘이서 재밌게 노시지 왜 저는 부르려고 그래요?”



“승희가 보고 싶데. 바꿔 줘?”



“네?”



나는 얼른 승희에게 전화를 넘겼다. 전화를 넘기며, 승희 손과 내 손이 닿자, 승희가 움찔 한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런...



“여보세요? 어, 유나야. 응. 응. 어어~ 얼른 와~”



승희는 쿨하게 전화를 받아 넘겼다. 어색하지 않게, 말을 했다.



“온데?”



“응. 온데.”



“그래.”







‘덜컹.’



“유나야!”



“에, 저 왔어요...”



“왔구나.”



유나는 굉장히 일찍 왔다. 한 5분도 안 돼서 바로 왔다.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나와 승희는 달려가듯 문으로 갔다. 둘 다, 이 어색한 상황을 타계할 것은 유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나는 나와 승희가 동시에 와 이렇게 반겨주니, 이상한 눈으로 나와 승희를 쳐다본다.



“유나야! 어디 놀러갔다 왔어?”



“아니에요.”



“옷 예쁜데?”



“헤헤.”



과연, 유나는 옷을 잘 차려 입었다. 아까 아침에, 거울에 대고 몇 번이나 고심하던 끝에 입은 옷이다.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남자라도 만나고 왔어?”



“아, 아니에요!”



“아니... 뭐 그렇게 정색을 해? 진짜 남자 만나고 왔어?”



“아, 아니에요!”



“어머? 유나 진짜 남자친구 생겼어?”



“아니에요... 제발!”



“하하, 농담이야.”



유나가 오자, 분위기가 한층 나아졌다. 어색하던 기운은 다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둘에서 셋이 된 우리는 얼른 승희 방으로 들어갔다.



“에에- 떡볶이가 이게 뭐에요? 아빠가 만들었어요?”



“미안... 조금 태워먹었어.”



“아... 엄마가 만들었구나.”



“야, 너 그 반응 뭐냐?”



“헤헤헤헤헤”



유나는 탄 떡볶이를 포크로 찍고는 탐탁지 않게 말했다. 승희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자, 다시 정색을 하고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떡볶이를 먹는다.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떡볶이를 먹고, 수다도 좀 떨고, 그러다가 이제 치우려고 한다. 아까 일도 있고, 해서 설거지 만큼은 내가 하겠다는데, 승희는 죽어도 설거지는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아까처럼 또 방에 남았다. 물론 아까랑은 다르게 유나랑 있지만.



“아빠.”



“응?”



“왜 그래요?”



“뭐, 뭐가.”



유나는 뜬금없이 물어본다. 뭘 왜 그러냐는 건 지 잘 몰라서, 다시 되물으니, 유나가 예리한 눈빛으로 말했다.



“둘이 좀 어색하던데... 무슨 일 있어요?”



“...그게, 흠... 그러니까...”



유나가 참 예리하다. 억지로 유나를 띄워주는 분위기 속에서, 어색함을 잡아내다니. 나는 솔직하게 말하려 했다. 아무렴, 유나가 딸이고, 또 승희랑 같은 17살 여자애고, 무엇보다 제 입으로 ‘연애코치’ 라고 자부하니까... 솔직하게 말했다.



“아까 전에... 야동이... 그래서 덮쳤는데... 음... 그렇게 됐어...”



“...허, 헐...”



내가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유나를 보자, 유나는 한 걸음 뒷걸음질 친다. 표정에는 경악이 담겨있다.



“이, 이 강간마!”



“뭐, 뭐?!”



“변태! 저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바보! 멍청이! 멍게! 말미잘! 변태 아저씨!”



“야, 그런 건 좀...”



유나는 이제 나를 강간마에 변태, 쓰레기로 몰아세운다. 변명할 면목이 없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꽁하니 있자, 유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런 거 때문에 어색한 거에요?”



“...응.”



“사과 해요.”



“알어, 사과 해야 하는 건... 근데... 좀 어색해.”



“그런 것도 못해서 어떻게 아빠에요! 당장 사과해요!”



이렇게 말하더니, 유나는 그 즉시 벌떡 일어나 문 밖으로 나섰다. 잠시동안 부엌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듯 하더니, 다시금 방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건 승희.“안녕.”



“응.”



“유나가, 자기가 한다고 해서...”



“그래...”



어색하다. 승희는 자기 방인데도 몸둘 바를 몰라 하다 컴퓨터 의자 쪽에 앉았다. 컴퓨터가 켜져 있지도 않은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사과하자.



“승희야, 미안.”



“응?”



“아까전에... 음... 좀... 거칠게 해서... 미안.”



“아,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아까 일을 괜히 다시 말해서 기분이 묘하다. 승희도 고개를 돌리며 부끄러워 한다. 그러더니, 이번엔 승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까 전엔...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



“...그래?”



“효성이 네가... 눈빛이... 막! 늑대같은 거 있지... 헤헷.”



“아... 미안.”



“아니 아니, 괜찮아.”



그래도, 나름대로 허심탄회하게 말하니 속이 시원하다. 승희도, 괜찮은 것 같아서, 좀 얘기나 하고 그랬다. 어색한 건 많이 없어졌다.



“그래도 있지, 꼼짝없이 당하는 줄 알았잖아.”



“허허... 그보다, 그 많은 야동은 뭐야?”



“어...? 아, 그러니까...”



“놀란 건 나라고, 세상에. 여친 컴퓨터 뒤지는 데 야동이 나오면 무슨 생각이 들...”



“아아 그만! 제발! 그마아안!”



내가 어이 없는 표정으로 말하자, 승희는 고함을 지르며 내 말을 저지했다. 그러다, 둘이 서로 쳐다보고 웃었다.



“하하하하하.”



“헤헤헤헷.”





-바깥. 유나는 이미 설거지를 끝낸 지 오래다. 그치만, 효성이와 승희 둘이서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문 옆에 앉아 들어갈 생각을 않는다. 나름대로 엄마아빠를 배려하는 것일게다. 그러나 그런 것 말고도, 유나의 표정은 뭔가 어둡다. 유나의 허리쪽, 손을 뒤로 하고 꼭 쥐고 있는 휴대폰.




“승희야.”



“응?”



“나, 부탁 하나 있는데.”



“뭐?”



“너 안아봐도 될까.”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냥, 한 번 안아보고 싶은데.”



“...뭐, 맘대로 하쇼.”



“......”



“......”



“...좋네.”



“에에이! 뭐야!”



“헤헤헤헤.”


작가의말

내가 쓴 거지만 엔터를 내릴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눈을 감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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