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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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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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8.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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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빠가 되주센! - 061

DUMMY

『21화. 미안해, 좋아해!』





“유나, 괜찮아?”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아침이 돼서, 아직 누워있는 유나의 이마에 손을 짚어 보았다. 열이 많이 내렸다. 유나는 죽어도 학교에 나가겠다고 했지만, 엄마가 이미 학교에 전화를 해 놨다. 오늘은 병가 처리로, 유나는 결석이다. 열이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머리는 산발이 돼서 누워 있는 걸 보니 아빠로써 마음이 참 좋지가 않다. 우리 유나가, 아빠 때문에 과거에 와서 고생이 많구나... 씻고서 교복을 입고 있는데, 유나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아빠.”



“응?”



“오늘은 되게 좋을 거 같아요.”



“뭐가?”



남방 단추를 잠그면서 유나쪽을 쳐다보자, 유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어제는 엄청 아팠는데, 오늘은 괜찮아요. 엄마랑 화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헤헤, 무슨 소리야. 그럼 너 아픈 게 나랑 승희랑 싸워서 그런거야?”



“그런 거 같은데... 어쨌든 예감이 그래요. 꼭 화해해야되요.”



“그래, 아빠 간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누워있는 유나의 배웅을 받으며, 방문을 열고 나섰다.





승희도, 유나도 없는 등굣길. 스흡- 하고 공기를 들이마셔봤다. 혼자 걷지만 여전히 약간 서늘한 아침 공기는 상쾌하다. 하긴, 여러 명이서 걷는다고 마시는 공기가 달라질 리 없잖아. 그래도 이렇게 혼자 등교하는 건, 거의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 때는 유나도 없었고, 승희도 여중이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완벽하게 혼자 가는 건 아니었지. 쓸쓸하고 조금은 서글프다. 뭐, 괜찮지. 가끔 혼자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하압! 하아.”



“얌마.”



누군가 와서 툭 친다. 골목길에서 나오는 서영이. 오늘따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서영이는 하지만 평상시와는 다른 심란한 얼굴로 말한다.



“유나는... 괜찮아?”



“응, 해열제 먹고 푹 재우니까 열 내렸어. 그래도, 오늘은 학교 가는 거 무리라네. 엄마 말이.”



“그래... 하아...”



서영이의 표정은 어둡다. 그래도 남자친구라고 유나가 걱정되나보다. 그런 서영이의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아빠로서 잠깐 동안 이런 애라면 딸을 맡겨도 괜찮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유나 없으면 심심한데. 아- 오늘은 낮잠이나 자야지.”



“...이새끼가!”



‘퍽!’



“아, 뭐야!”



“죽어!”









6반 교실. 승희는 학교에 일찍 나와서 여자애와 떠들고 있었다. 요새 며칠, 그래봤자 이틀이지만 효성이랑 같이 등교하지 않았다. 승희 반 친구 중 한 명인 미옥이가 얘기하다 말고 의아한 눈초리로 물었다.



“근데, 승희 요새 왜 니 남친이랑 안 놀아?”



“으... 응?”



“맨날 점심도 남친이랑 먹고 등하교도 같이하고 그랬잖아. 싸웠어?”



“아, 아니... 싸운 건 아니고... 조금... 그럴 만한 일이 있어, 헤헤.”



“에에- 싸웠구만.”



“아니라니까!”



승희는 억지를 부리면서 억지웃음을 지었지만 그 뒤의 표정은 조금 어둡다. 효성이가 신경쓰인다.





“대체 원인이 뭐냐고~”



“그러니까 지금 대책회의를 하잖아!”



“에효...”



학교 뒤편엔, ‘종합정보관’ 이라는 안 쓰는 건물이 하나 있다. 옛날엔 썼나본데, 지금은 거기서 수업을 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동아리들이 밀집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도 2층, 3층에 국한된 일이고 1층은 정말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다. 우리는 그런 교실 하나에 들어가서 먼지를 털고 앉았다. 아픈 유나까지 왔다. 저녁시간은 꽤 남아있기 때문에, 괜찮다.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칠판에 큰 글씨를 먼저 썼다.



‘승희와 화해하기 프로젝트.’



“프로젝트가 뭐냐, 촌스럽게.”



“아, 대충 해!”



“히히히...”



서영이의 빈정거림에, 나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아픈 유나지만 웃긴 지 살짝 웃는다. 칠판에 요란하게 제목을 쓰고서 일단 앉았다. 대책 회의를 시작해야지.



“왜 승희가... 이럴까.”



“근본적인 것부터 따지자. 언제부터 이랬어?”



서영이가 꽤나 진지하게 묻자, 나는 생각을 되짚어갔다.



“그니까... 일요일날 데이트하고... 정확하게는 그날 데이트 끝나고부터 표정이 좀 안 좋았던 거 같긴 해. 그리고 다음날부터... 이렇게 된 거지.”



“음...”



서영이는 그 말에 한참 생각하더니, 한 마디 내던지듯 말했다.



“바람 폈냐?”



“바람은 무슨... 내가 필 만한 애가 있간!”



“혜경이.”



“혜, 혜경이는...!”



살짝 찔려서 말이 더듬거리면서 나온다. 사실 혜경이랑 썸씽이 있긴 했었다. 혜경이가 나한테. 믿기진 않지만, 방학식 때 고백을 했으니까, 그게 맞긴 하지... 또, 본격적으로 들킨 건 그 전인 소풍 때 놀이공원 가서였지. 그 때 된통 당한 후부터는... 혜경이랑 어색해졌다. 불과 며칠 전인 방학 후에는 인사 해도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어쨌든 혜경이랑 나랑 뭔가 해서 승희가 삐쳤다고 보기는 힘들다.



“걔랑은 아니여. 완벽하게.”



“맞아요, 아빠가 인사 했는데도... 무시했어요.”



“그냐? 그러면... 유나?!”



“뭔 개소리야!”



“무슨 소리야!”



서영이가 넘겨짚듯이 말하자, 나와 유나가 동시에 외쳤다. 서영이는 움츠려들었다가 다시금 큰소리로 말한다.



“아이, 왜! 맨날 같이 다니니까, 아무리 친척이여도 승희도 질투날 수 있잖아!”



“유나는 승희랑도 친하고, 승희도 유나 좋아하고 음... 아 그리고 유나랑 너랑 이미 사귀고 있잖아!”



승희는 유나 엄마야! 라고 차마 할 순 없어서 잠시 뜸들이다 대충 변명했다. 학기 초부터 계속 유나랑 승희랑 같이 다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질투를 하겠는가. 그건 아니다. 잠시 동안 정적이 시작됐다. 하지만 금세, 유나의 말에 의해 깨졌다.



“그럼... 나영이?”



“이, 그랴, 갸 있잖여. 그때 분위기 묘~했는디?”



“나영이...?”



글쎄다, 나영이는... 확실히, 저번에 그런 묘한 기운이 있긴 했지만... 승희는 그냥 쿨하게 넘어간 것처럼 보였는데... 그것 때문에 삐친거야?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골똘이 생각하자, 보고 있던 유나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바람 같은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런 오해는 아니고... 뭔가 아빠가 잘못을 한 거 같은데.”



“그래, 내 말이... 문제는 뭘 잘못했는지를 아예 모르겠다는 거지...”



“흠...”



내 대답에, 다들 고민 모드에 빠졌다. 서영이는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 턱에 손을 괴고 골똘히 생각하고, 유나 역시 이마에 손을 짚고 생각한다. 이에 나는 조금 침울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승희도... ‘네가 뭐 잘못했는 지 몰라?’ 라고 하는 거 보면... 내가 잘못을 알고 사과했으면 하는 눈치더라고... 무작정 사과하면 안 받아 줄 거 같아.”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모두들 분위기가 좋지 않아졌다. 서영이는 마치 제가 죄를 지은 양 몸을 비비꼬며 안절부절 못한다. 유나는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아, 근데 아빠. 엄마랑 사귄 지 몇일째에요?”



“어... 그러게. 휴대폰에 D-day로 저장해 놨을텐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폴더를 열었다. 대기화면에 떠 있는 D-day.




-우리 사귄 지 몇일? ㅋㅋ - D+102-




“......”



내가 휴대폰을 열고 보자. 서영이와 유나도 빼꼼 고개를 내밀고 화면을 같이 봤다. 휴대폰을 조금 아래로 했기 때문에, 충분히 셋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셋이서 정말 한 몇 초 동안 석상처럼 굳었다. 서영이가 언제 쳤는지도 모르게 내 뒤통수를 후려 친다.



‘팍!’



“악!”



“에라이 븅신아! 102일?! 여자친구 여자친구 그렇게 노래하던 놈이 100일 챙기는 걸 까먹냐!”



“아빠, 바보오오! 멍충이!!”



“아으으...”



서영이는 자기가 더 화났는 지 일어나서 씩씩대며 나에게 일갈했고, 그 착한 유나조차 나에게 막 화내며 말한다.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스스로도 바보같다. 아니, 왜 100일을 까먹었지?!! 솔직히, 사귀기 전에는 그런 거 다 챙겨야지! 하면서 벼르고 있었지만 막상 사귀고 나니까 되게 소홀해진 것 같다. 일수도 세지 않고 그냥 D-day란에만 작성해놓고, 정작 보지도 않았다. 일단 나는 변명을 지껄였다.



“그, 그러니까... 문자는 딱히 많이 안 하고... 매신져로 하니까... 나 휴대폰을 잘 안써서 못봤어.”



“변명은 집어 치우고. 내가 승희여도 열 받겠다.”



“아빠, 진짜 진짜 실망이에요!”



“...미안허다.”



“우리한테 사과할 건 없고. 에효, 이런...”



서영이는 한심한 듯 한숨을 쉰다. 나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갑자기 승희한테 겁나 미안해진다.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그럼 데이트 할 때 그 반응은... 100일이여서 챙겨주길 바라는... 그런 거였나. 그렇구나. 갑자기 모든 게 이해가 간다. 실타래가 풀리는 것처럼. 나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발작적으로 일어나 말했다.



“근데, 승희는 100일인 거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왜 말 안 해줬지.”



“에라이 미친놈아! 승희는 여자애잖아! 네가 알아서 챙겨줘야 되는거지... 아, 나 답답해...!”



“그래요, 아빠가 잘못했어요! 에효, 이게 뭐야.”



“아유, 내가 개새끼네...”



“그래, 개새끼다!”



평소에 잘 오가지 않던 욕질이 나올 정도로, 서영이는 화가 났나보다. 나는 사죄하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말했다.



“그럼, 사과해야겠다.”



“뭘 어떡하게 임마.”



“...갑자기 떠오르네. 야, 서영아. 유나야. 나 좀 도와줄레?”



“네...? 갑자기 뭐가요?”



“그르게. 게다가 지금 마, 인자 야자 시간 다 되가.”



“야자는...”


작가의말

사랑니 빼고 와서 아프네요 ㅠㅠ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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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6 치느
    작성일
    11.08.01 14:04
    No. 1

    .... 사랑니... 겁나 아프제.. 흐흑 ..; 그날은 뭘먹어도 먹은것 같지않죠 ..;
    마치 이별한것 처럼... 은 아니고 .

    100일 이었군 .. ㅉ...;;
    이해함 . 나도 기념일은 안챙김.. 심지어 . 내생일도 몰라 ... 심각한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1.08.01 19:27
    No. 2

    아... 마취가 풀리니까 더욱 환상적으로 아프네요... 다행이야, 비축분이 있어서.. ㅠ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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