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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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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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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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63

DUMMY

승희가 다가온다. 무슨 주마등처럼, 승희랑 데이트 했던 거, 밥 먹고, 영화 보고, 싸우기도 하고, 유나랑 같이 놀고, 등교하고, 점심먹고. 그런 게 떠오른다. 뭐야, 죽는 것도 아닌데. 승희가 내 쪽으로 거의 도착하자, 나는 고개를 들고 한 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다가온 승희의 표정은 한없이 웃고 있다. 아, 오래간만에 본다. 승희의 미소.





“뭐야, 바보야 이게.”



“하아, 헤헤헤... 웃음밖에 안 나오네?”



“푸훕. 후후후후후... 하하하.”



“하하하하하...”



승희의 질문에, 나는 표정을 한 번 찡그렸다가 웃음지으며 대답했다. 이에, 승희는 완전히 웃음보가 터져서, 박장대소를 한다. 나도 한 쪽 무릎을 꿇은 그 자세로 웃었다. 웃음이 전염된 것처럼, 한동안 웃기만 하다가 조금 진정됐다 싶을 때, 조금 진지하게 승희의 손을 잡았다.



“뭐.”



“일단... 미안하다고 하고 싶네. 내가 너무... 둔감했어.”



“......멍청이.”



“이거... 받아 줄레?”



승희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주머니에서 아까 전에 꺼내 둔, 작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나는 최대한 폼을 잡고서 뚜껑을 열었다. 작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은빛의 반지. 사실 여기서 멋있게 비싼 반지가 있어야겠지만, 학생인 내가, 그것도 갑자기 한 이벤트에 무슨 비싼 반지를 살 수 있었겠는가. 그냥 펜시점 가서 싼 커플링 하나 산 것이다. 상자 안에는 반지가 2개 들어있다. 나는 그 중에 하나를 집어서, 승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나머지 하나는 내 손에 내가 끼웠다. 그리고 일어났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을 때에는 나를 내려다 보던 승희가, 키 차이 때문에 이제 나를 올려다 본다. 나는 잠시 승희의 눈을 쳐다보다가, 인생 최대의 용기를 냈다. 천천히 다가가서, 살짝 승희 허리에 손을 얹고, 나도 모르게 ‘하악 하악’ 하려는 숨결을 진정시키고, 살짝 눈을 감으면서 승희의 입술에 다가갔다. 눈을 감으면서도, 승희도 눈을 감는 게 살짝 보인다. 그리고... 키스했다. 키스 하면서... 나도 모르게 승희를 꽉 껴안았다. 승희는 순간 움찔 했지만 같이 껴안았다.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잠에서 깨듯이 슬며시 눈을 떴다. 공교롭게도 승희도 그 때 눈을 떠서, 둘이서 딱 눈이 마주쳤다.



“아...”



“어...”



아. 아아. 으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미친듯이 창피하다. 얼굴이 확확 달아오른다. 승희도 창피한 지 얼굴이 막 빨개진다. 둘 다 바보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버버 하고 있는데, 나무 뒤에서 서영이와 유나가 쨘 하고 나타났다.



“콩~구레~츄 레이션~ 콩구레츄 레이션~ 당신의 100일을 축하합니다~ 오오, 이것이 뭐여, 완전 영화네 영화여!”



“아ㅃ... 효성이, 승희 짱이에요!”



서영이는 요란하게 축하 노래를 부르며 익살스런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유나도 와서는 ‘아ㅃ...’ 까지 하다가 바꿔서 말한다. 아무래도 이런 공적인(?) 자리까지 엄마아빠라고 하기는 조금 그런가보다. 나는 씨익 웃었다. 얘네가 도와줘서, 성공적인 이벤트를 할 수 있었으니까. 승희는 도리어 당황한 기색이다. 잔뜩 창피해하면서, 말까지 더듬으면서 말한다.



“뭐, 뭐, 뭐야, 너희 있었어?!!”



“어, 저 뒤에 있었는데.”



“그, 그, 그럼... 보... 봤어?”



“어. 봤지. 한 편의 영화 같던데?”



“아아아아악!”



“아, 으아아! 왜 때려! 악! 살려줘! 아악!”



서영이의 심드렁한 대답에, 승희는 괴성을 지르면서 서영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너무 창피해서 그런가보다. 서영이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왠지 모르게 승희는 쫓아가며까지 서영이를 때렸다. ...저 모습,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인데. 한참을 서영이를 때리고 돌아온 승희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헉... 유나도... 봤어?”



“ㄴ... 네, 봤어요... 죄송해요...”



“헉... 아, 아니야, 그냥... 창피해서 그런 거니까... 헉...”



나는 그런 승희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검지와 중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아아. 아직도 입술이 얼얼한 느낌이다. 그런 느낌은...



“마, 뭐하고 있어. 이거 줘야지”



“어... 얌마! 누가 이거 땅바닥에 놓으레!”



서영이는 잔뜩 맞아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잊지 않고 내가 산 선물을 가져왔다. 크고 아름다운 토끼 인형. 저번에 데이트 할 때, 승희가 예쁘다고 한 인형이다. 헌데 이놈이 잘 가지고 있으라니까 땅바닥에 놔서, 인형 엉덩이 부분에 흙이 묻어있다. 호들갑을 떨며 흙을 털어냈다. 그리고 승희 쪽을 보자, 승희는 놀라서 살짝 입을 벌리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이거... 샀어?!”



“어, 예쁘다고 했었잖아.”



“그, 그래도... 비싸지 않아?”



“흠... 뭐, 괜찮지?”



나는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가 팔을 쭉 뻗어 승희에게 큰 토끼 인형을 주며 말했다.



“100일 선물이야. 까먹어서 미안해. 그리고, 좋아해!”



“......”



승희는 나름대로 감동 먹은 모양인지 짠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다가, 살며시 인형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살짝 목이 메인 목소리.



“미안... 함부로 대해서...”



“아니야, 사과 받아줬으면 됐지.”



승희는 여전히 감동받은 눈으로 토끼 인형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고 내 등짝을 한 대 후려갈기며 말했다.



“그니까 100일 때 이렇게 해 주면 얼마나 좋았어!!”



“아악!”



승희는 손이 맵다. 등짝이 다 화끈하다. 됐다. 이렇게라도 된 게 어디냐. 나는 목청껏 크게 외쳤다.



“놀러가자아~~!!”









“진효성이~ 네 죄를 네가 알렸냐?”



“쿡쿡쿡...”



“거 들 웃지 말고! 책 들 봐!”



“네-”



상쾌한 아침 공기. 아니다. 기합 받고 있다. 나, 서영이, 유나. 셋이서 나란히 엎드려 있다. 복도에서 담임인 김선생님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자, 교실에서 아이들이 목을 쭉 빼고 힐끔힐끔 보며 웃어쌓는다. 으으... 김 선생님은 환히 웃으며 손에 있는 참나무 막대기를 탁탁 손바닥에 치시며 말씀하신다.



“진효성. 야자 도망. 이유 쩜 쩜. 여자친구 100일.”



“...네.”



“어이구. 아주 학교를 연애하러 다니는구만 응?”



“......”



선생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인 체로 대답하지 않았다. 김 선생님은 진짜 혼내는 게 아니라, 웃으시면서 장난끼 있게 혼내는 거라, 그냥 있었다. 서영이가 고개를 살짝 들고 웃으며 말했다.



“에이, 100일이면 빠질만도 하죠. 안 그래요? 선생님.”



“안 그렇다, 이놈아.”



‘퍽!’



“악!”



괜히 있다가 얻어 맞는 서영이다. 유나는 어제까지 아팠는데 오늘 다 나았다고,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이러고 엎드려 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무리인 지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팔이 부들부들 하고 얼굴이 빨갛다. 나나 서영이처럼 요령도 안 피우고 계속 저러고 있으니까 그러지. 선생님은 한참을 설교하시다 나부터 시작해서 서영이까지 사이좋게 때렸다. 유나는 아프니까 그만 들어가라고, 때리지 않으셨다.



“아으으... 아퍼.”



“누가 일어나레, 임마. 0교시 끝날 때 까진 있어.”



“아우으...”



서영이는 다 맞고서 일어나려다가 제지당한다. 선생님이 들어가시고, 복도엔 나와 서영이만 남았다.



“에이씨, 너 때문에 이게 뭐냐. 맞고, 벌받고.”



“어제 너도 겁나 재밌게 놀아놓고서는.”



“그건... 그거고.”



“어쨌든 고맙다. 덕분에 승희랑 잘 사과해서.”



“하, 그정도야 뭐 친구로써 당연히 해야할 거 아닌가?”



두런두런 교실에는 들리지 않게 작게 말하고 있는데, 저 멀리 6반 교실에서 일단의 학생들이 나온다. 그리고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는 게 보인다. 아마 쟤네도 야자 빼먹은 애들이겠지. 한 소리 듣고서, 우리 처럼 맞지는 않고 엎드려 뻗친다. 헌데, 우리 쪽에 제일 가까운 옆 쪽에 엎드린 애를 보니, 승희다.



“승희...야?”



“에...헤헤. 나도 야자 빠져서...”



“헤헤... 미안.”



“괜찮아.”



‘드르륵.’



“아주 복도에서 대놓고 연애질을 하는구만.”



저 끝까지 들려야 하니까,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가 담임 선생님을 자극했다. 보다 못해서 문을 열고 나오신 담임 선생님은 참나무로 엉덩이를 찰지게 한 대 치고는 다시 들어가셨다.



“끄으...!”



“미안, 말 걸어서...”



“아, 아니야, 괜찮아...!”



솔직히 말을 건 건 난데, 맞았으니까 승희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말한다. 나는 몸을 비비꼬며 애써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다 웃음이 나온다.



“후후.”



“하하하.”



“히히히히히히.”





좌충우돌간에 지나간 100일이다. 지금은, 103일이지만.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요새 긴 휴식으로 인해 감도 떨어지고 비축분도 떨어지고 소설이 황폐화되고 이런 현실속에서 정신을 놓고 있어서 저도 모르게 연재일도 까먹고있었네요.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서... 원래 목표는 방학 안에 완결이었는데... 흑...

이상 징징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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