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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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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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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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64

DUMMY

『22화. 대명절 추석.』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라. 이만!”



“경례.”



“안녕히 계세요!!!”



야, 신난다! 추석이다! 승희와 싸운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흘러 이렇게 추석이 되어 버렸다. 놀토와 겹쳐져서 수목금토일!! 무려 5일간의 연휴이다. 이건 거의 가을방학 수준이네. 즐거운 마음으로 교문 밖을 나섰다.



“아하하하, 하하하하!”



“기분 좋아 보이네?”



평소랑 같은 4인 체제 하교. 나, 서영이, 유나, 승희. 아, 평화롭다. 그런 건 둘째 치고, 나는 잔뜩 들떠서 웃으면서 걸었다. 옆에서 승희가 보고는 웃으며 물었다. 나는 그 물음에 당당하게 가슴을 쭉 펴고 대답했다.



“좋다마다! 얼마만의 대량 휴일인데! 팍팍 놀아야지.”



승희의 질문에 호들갑스럽게 대답한 나는 옆에 있는 서영이를 보고 손을 폈다. 서영이는 가만히 있다가 내가 X랄을 하자 곧 알아듣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야, 이제 서영이랑도 거의 민준이랑 같은 급이 되고 있는데. 한편 승희는 이 X랄을 보고 씁쓸하게 웃더니 약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별로...”



“왜??! 이렇게 많이 쉬는데!”



내가 어이없다는듯이 큰 소리로 묻자, 승희는 여전히 약간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추석되면, 5일간은 너랑 못 노는 거잖아. 차라리 학교 가는 게 낫지, 너 못 보는데.”



“...오.”



“...오오~”



앞의 ‘오’는 나 혼자 감탄해서 나온 거고, 뒤의 ‘오오~’는 유나와 서영이가 부추기는 소리로 내는 것이다. 나는 감동해서 승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승희가 나를 이만큼 생각하다니...



“왜?”



“네가 날 이렇게까지 좋아하다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이런 사랑을 받다니.”



“...됐다, 됐어. 너무 띄워줬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걸으니 금세 집 앞이다.



“추석 잘 지내, 승희야!”



“으응-!”



집에 들어가서 씻고, 밥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터넷에는 벌써 ‘추석’, ‘귀경길’ 이런 게 검색어 순위에 들어와 있다. 야, 내일부터 추석이구나. 유나는 내가 컴퓨터를 하고 있으니, 할 게 없어서 컴퓨터 옆 침대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힐끔 보니, 대뜸 묻는다.



“아빠, 아빠는 추석이 그리 좋아요?”



“당연하지! 쉬잖아!”



“...피이, 별로 재밌지도 않는데... 쉬는 건 둘째치고.”



유나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정말 싫어하는 표정이다. 내가 대답했다.



“그야 그렇지만... 아니 재미있지 않아 추석? 오랜만에 친척도 다 모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무엇보다 신나게 놀고... 그게 재밌는 거 아냐?”



“그치만, 아빠가 외아들이니까 친척이고 뭐고 저는 없단말에요.”



“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까 그렇다. 내가 큰아빠니 사촌형이니 작은아빠니 사촌동생이니 하는것도 전부 아빠나 엄마가 형제가 많아서 그런 거다. 나는 외아들이고, 유나 말로는 나중에 유나하고 여동생 둘만 낳는다고 하니, 추석이 되도 그렇게 네 명이나 기껏 다섯~여섯명 뿐이겠구나. 어쩌면 우리 세대의 추석은 쓸쓸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너, 추석 제대로 지내본 적 없어?”



“네.”



“그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추석 지내보면 되겠네!”



“네??”





-추석 전날.



큰집으로 향했다. 우리 집은 그나마 다행인게, 엄마도 아빠도 고향이 모두 입한이시다. 그래서 서울이나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항시 겪는 ‘귀향전쟁’ 같은 건 치루지 않아서 좋다. 입한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시골이고, 몇 있지는 않지만 몇 있는 젊은이들은 대게 여기가 고향이다. 애초에 시골이라 다 같은 동네 사는 친척들이다. 거리를 나서니 평소보다 몇 배는 많은 차들이 도로에 있다. 온통 차뿐이다. 창밖으로 차들의 번호판을 보니, 서울, 인천, 경기... 젠장, 온통 도시놈들 뿐이구만. 괜히 기분이 좋지가 않다. 뭐, 어차피 도시 사람들이라고 해도 여기가 고향이니까 온 거겠지만. 시내를 벗어나서 한적한 시골길이 나타났다. 우리집은 입한 시내에 있지만 큰집은 정말 시골에 있다. 논도 있고, 뒤로는 산도 있다. 근데 그렇게 시골이라고 해도 우리집에서 기껏 차로 20분이다. 버스로 혼자 타고 가도 30분이면 도착한다. 금세 큰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근데 엄마.”



“응?”



차에서 내리면서, 나는 엄마에게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유나 어떡해요?”



“뭐가?”



“친척들 유나 알아요? 그렇다고 제가 엄마한테 한 것처럼 미래에서 온 효성이 딸입니다! 할 수는 없고.”



“걱정 마, 내가 알아서 잘 둘러댈테니까. 애가 별 걱정을 다하네. 딴에 자기 딸이라고 걱정하는거야?”



나의 걱정스런 말에 엄마는 한 마디로 압축해서 대답해버린다. 그런가보다 하고 유나와 함께 큰집으로 들어갔다.



“아이구, 우리 효성이 왔네!”



“안녕하세요, 큰엄마.”



들어가니 모두 쳐다봐서 되게 무안하다. 벌써 결혼한 친척 형, 내 또래의 친척 세명, 이제 입학하는 사촌 동생... 내가 들어오고 유나가 따라 들어오자,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유나를 쳐다봤다. 시선이 집중되자 유나는 눈치를 보며 작게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누구...?”



“그, 그게 그러니까...”



큰엄마가 정말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유나에게 묻자, 유나는 당황해하며 뭔가 변명하려고 입을 열다가 내가 째려보자 입을 다물었다. 유나 이녀석, 뭘 말하려는 거야?! 아빠 딸이라고??! 이 때, 엄마가 들어오셔서 상황을 보고는 큰엄마를 구석으로 끌고 가셨다. 한참 구석에서 얘기하시는 동안, 친척들은 나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뭐라고 변명해야 되지? 아니 변명하는 건 상관 없는데 엄마가 한 변명이랑 내가 한 변명이랑 안 맞으면 어떡해. 하지만 다들 간절하게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이라, 어쩔 수 없이 입을 땠다.



“아... 그러니까 얘는... 유나라고 해요!



“아,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안녕...”



내가 어색하게 팔다리를 휘저으며 대충 말하자, 유나도 덩달아 어색하게 다시 인사했다. 그 반응에, 친척들도 마찬가지로 어색해하며 대답했다. 그야말로 이 곳은 어색의 삼위 일체인 현장이다. 어색의 시간이 지난 뒤, 큰엄마가 환히 웃으시며 엄마와 함께 오셔서 유나에게 말했다.



“반가워요, 유나 양. 어색해 하지 말고 잘 지내요.”



“네...”



괜히 어색해서인지, 유나는 거의 눈물까지 글썽이며 목소리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다. 처음에 학교 왔을 때처럼 내 옆으로 바싹 붙어서 위축되어 있다. 이럴 때 보면 유나는 꼭 애기같다. 같은 고등학생인데. 나는 유나를 추슬려 쇼파에 앉았다.



“안녕! 효성아! 오래간만이네!”



“어어, 그러게. 많이 오래간만인데, 누님?”



“히히, 그쪽은... 유나 던가?”



“응...”



“난 효성이 친척누나, 진 혜린이라고 해. 잘 부탁해!”



이 긴 머리에 장난기 있게 생긴 여자애는, 진 혜린, 나이는 나랑 같지만 촌수상 누나라고 부른다. 뭐 그렇다고 해도 반말로 하지만. 혜린이도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오래간만에 보니, 많이 변했다. 혜린이는 외지에 있는 꽤 유명한 여고에 다닌다. 그래서 그런가 되게 예뻐졌다. 중학교 때만 해도 선머슴 같았는데. 혜린이는 내 옆에 앉더니 갑자기 달라붙기 시작했다.



“효성아~! 놀자!!”



“에이... 뭘 놀아, TV나 보자.”



“너무해, 그러지 말구~!!”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마침 TV에서는 재미나게 추석 특집으로 예능방송을 하고 있다. 혜린이는 내 어깨를 잡고서 흔들면서 징징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피이- 어렸을 적엔 같이 놀았잖아~ 다 같이 놀러 나가자!”



“에이, 귀찮어, 피곤해...”



“뭐야 바보야! 도시에서 차 오래타고 내려온 건 난데, 시골서 30분만에 온 네가 뭘 피곤해!”



“됐어, TV볼려.”



“칫. 실망이야, 진효성!”



나의 무성의한 대답과 반응에, 혜린이는 잔뜩 삐쳐버렸다. 새침하게 고개를 획 돌리더니, 자기 동생인 미성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가자, 미성아.”



“...응.”



“유나야, 너도 같이 놀래?”



“응!”



“나가자~~”



말수가 적은 미성이는 친누나인 혜린이의 제안에 별 탈 없이 그냥 나간다. 미성이는 원래 말을 잘 듣는다. 의기양양한 혜린이는 내 옆에 얌전히 있던 유나에게까지 마수를 뻗쳤다. 유나는 되게 흥미있는 얼굴로 크게 얼굴을 끄덕이더니, 벌떡 일어나서 혜린이 뒤를 따라 나갔다. 방에는 나하고 나보다 1살 위인 고 2인 태성이형만 남았다.



“치, 시끄럽긴... 귀찮아 죽겄구만. 안 그래요, 형?”



“아니, 난 오래간만에 다 같이 놀려구 했는데?”



“응?”



“너도 나와, 효성아.”



태성이 형조차 나를 배신하고 거실에는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무안하다. 혼자 TV 보고 있으니까 재밌지도 않다. 젠장, 나가야겠군.



“자 뭐하고 놀까!”



“글세.”



“......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자!”



“좋아, 술래 정하고.”



어슬렁 어슬렁 밖에 나가보니 모두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혜린이가 그렇게 나오라고 나오라고 했는데 안 나와서 조금 무안해서, 바로 끼지 못하고 무안하게 멀찍이 구경하다 이쪽을 보는 혜린이와 눈이 마주쳤다.



“......”



“어머~ TV보느라 바쁘신 진효성씨가 여긴 웬일이세요?



혜린이가 묘한 눈초리로 비꼬듯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어색해서 헛기침을 하며 그 쪽으로 다가갔다.



“어험! 흠. 나도 낄까.”



“뭐? 에에에~~ TV본다메~~”



“아이, 대충 해!”



혜린이가 잔뜩 소리치며 나를 저지하려 했지만 우격다짐으로 무리에 들어 버렸다. 혜린이는 한 번 입을 삐쭉이더니 곧 웃으며 껴줬다. 장난치는거다.



“뭐 하고 있었어 근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려고 했는데?”



“어우, 유치해.”



“하기 싫음 하지마!”



“아우, 내가 유치하댔지 안 한다고는 안 했잖아...”



아까 거실에서 그렇게 안 논다고 해놓고 나온거라서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꼬리를 말고 고개를 조아린 나를 보고 혜린이는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짓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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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6 치느
    작성일
    11.08.08 20:59
    No. 1

    그래 . 어릴때라고 그런것 하고 놀아야지 .

    나이 먹고 그런놀이하면 . 궁상이다 ..

    .... .. 에휴 ..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1.08.08 21:37
    No. 2

    그러고보니까, 썼긴 썼지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언제 했나 기억도 안나네요. 마지막으로 한게... ......초5?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애상야
    작성일
    14.01.06 14:51
    No. 3

    고등학생이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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