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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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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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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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37

DUMMY

『13화. 승희는 XX마니아?!』





“효성아, 우리 집에서 놀자!”



“응?”



승희는 뜬금없이 말했다. 점심시간, 기말고사도 끝났고, 한적하게 밥을 먹는 가운데서, 승희가 말했다. 집, 집에서 놀자고? 그러면, 내가 승희네 집에 가는 건가? 우오오옷?! 둘이 사귄 지 이제 한달 남짓 되가려 하지만, 나는 승희네 가 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야, 친구 사이라 가 본 적 없고, 승희는 우리 집에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지만, 내가 놀러 가는 건 처음이다. 당연하게 대답했다.



“응, 놀러 갈게.”



“그럼 이번 주 놀토에 놀자. 내가 맛난 거 해줄게.”



“응!”



우와, 승희가 요리까지 해준다고? 크하, 드디어 내가 이런 경지에까지 오르게 됐구나, 여자친구네 집에 가서 둘이서 요리도 해 먹고...




---




‘승희야, 요리는 잘 되?’



‘응, 도와주려고?’



‘그래야지, 이거 여기다 놓으면 되?’



‘어, 그리고 이거... 꺅!’



‘엇...!’



‘효성아...’



‘승희야...’




---




라거나! 뭔가 흥미진진한 일이 가득할 것 같잖아! 그런 걸 떠나서, 승희네 집에 간다는 거 자체가 하나의 기회다! 흐흐흐, 흐흐흐... 나는 기뻐서 유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나야!”



“......”



“얼레, 얘가 왜 이래. 기분 안 좋아?”



유나는 뭔가 심란한 표정으로 밥을 깨작깨작 먹고 있다. 요 근래 보기 드문 표정이다. 아니, 유나가 여기 와서 지은 표정 중 가장 심란한 표정이다.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유나야.”



“...네!”



“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어디 아파?”



“아, 아니에요, 헤헷.”



“......”



유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밥을 와구와구 퍼 먹었다. 그치만, 안 좋은 기분을 억지로 덮어 버리는 느낌이 역력했다. 참, 이런 때 염장 지를 수 있는 서영이라도 있으면 좋겠건만, 어쩐 일인지 서영이가 보이질 않는다. 세영이도 안 보이고... 둘이 항상 티격태격 하는데, 없으니 이렇게 조용할 줄은 몰랐다. 헉, 둘이 뭐 사귀기라도 하나? 설마?





-놀토 당일.




놀토. 노는 토요일의 준말이다. 휴일이 하나 더 생긴거니, 이런 날이라면 대게 늦잠을 자거나 하는 게 정상적이다. 노는 토요일이면, 그 전날 금요일에 새벽까지 게임을 할 테니까. 그러나 오늘, 이 놀토는 달랐다. 아침부터 눈을 뜬 나는, 수도를 하는 수도승이나 절의 스님들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새벽부터 목욕재계를 했다. 그리고 공손한 마음으로 컴퓨터에 앉았다. 오늘이, 바로 운명의 날. 승희네 놀러가는 날. 평소와 같이 나태한 마음가짐으로 오전을 보내면 안된다. 약속 시간은 10시, 아직 시간은 많다. 게임으로 아직 덜 풀린 정신을 풀어야 한다.



“으음... 아빠?”



“응?”



“벌써... 일어났어요? 오늘... 놀토 아니에요?”



“하하, 얘는. 꼭 내가 주말마다 늦잠 자는 것 같잖니.”



“......우에엑.”



내가 일부러 느끼한 목소리로 말하자, 유나는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더니 그대로 돌아 누워서 다시 잔다. 나는 조금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하고, 게임에 집중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이제 곧 승희네 집에 갈 시간. 뭐, 어떻게 생각하면 승희네 놀러가는 게 뭐 별 일이라고, 이렇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치만 나는! 긴장되고 두근 대는 걸 어떡하냐! 평생동안 최초로 여자애네 집에 가는건데!



“아빠, 안 가요?”



“응, 좀 있다 가야지.”



유나는 머리를 말리면서 나에게 물었다. 언제 일어났는지 유나는 씻고서 머리를 말리고 있다. 나는 여전히 게임을 했다. 나야 뭐, 아까 전에 이미 준비를 다 마쳤다. 지금 게임을 하는 건, 게임이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잠도 깨고 정신도 들고 몸을 민첩하게 하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지나다니는 유나를 조금씩 보니, 조금씩 옷도 입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어디 나가?”



“예에?!!”



“아니, 뭘 그렇게 놀라. 나가는 것 같아서, 물어본건데.”



내가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자, 옷을 뭐 입을 지 여러개를 꺼내서 보고 있던 유나가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옷을 놓쳤다. 아니, 뭐 못 물어볼 거 물어본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놀라? 이런 심정이 들어서, 다시 되물으니 유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에헤헤, 어디 좀 놀러 가보려고요...”



“그래, 잘 됐네. 나 승희네 놀러가면 너 혼자 심심해 할까 좀 그랬는데.”



“괘, 괜찮아요, 헤헷.”



요새, 유나가 좀 수상쩍다. 괜히 어색하게 웃음짓기나 하고. 유나는, 나름 뭔가 감추려고 저런 웃음을 짓지만, 저 어색한 웃음은 오히려 의심을 증폭시킨다. 뭐, 상관 없나. 유나가 내 딸이라고 해도, 유나 개인 문제가 있는 것이고... 뭣보다, 내가 한 40 먹은 아저씨도 아니고, 나도 17살 먹은 고등학생이라고! 내 문제 하나 해결하기도 급급해, 딸 고민 같은 거... 엄마한테 맡기자, 엄마잖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제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유나야, 아빠 갔다오마.”



“...네? 네, 잘 다녀오세요.”



“그래, 이따 저녁에 보자.”



“...네.”



유나는 여전히 거울에 옷을 비춰보며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다. 저 녀석, 남자라도 만나러 가나... 최소한 ‘아빠, 엄마하고 잘 하고 와요!’ 이 정도 응원 정도는 들을거라 생각했는데, 무심한 유나는 그냥 넘어간다. 그거야 그러려니 하고, 방에서 나왔다.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모로 누워 TV를 보고 계신다.



“엄마, 나갔다 올게요.”



“그래, 늦지 말게 오고.”



엄마는 여전히 TV를 보시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대충 대답을 듣고, 드디어 나왔다.





“스읍~ 하아.”



언제나처럼, 문을 나서고 바깥의 시원한 공기를 한 줌 마셨다. 아침 8시에 등교할 때만큼 서늘하고 시원한 공기는 아니지만, 오전의 상큼한 기운이 담긴 공기는 폐에 들어가 활력을 전해줬다. 이제 여친 생기니까 별걸 다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하하. 별 것 없이 터벅터벅 걸어서 바로 옆 집인 승희네에 갔다. 정말 집에서 나와서 딱 2분 걸리는구나, 아 시시해.



“크흠! 흠... 아, 흠... 어...”



승희네 집 문 앞. 음... 뭔가... 좀... 애매하다. 막상 혼자 오니까, 뭘 어떡해야 하지. 음... 일단... 초인종 같은 걸 눌러야 하나? 아니... 아니면... 승희야? 나 왔어? 이렇게 말해야 하나? 음... 조금 어색해서, 잠시동안 문 앞에 있다가 별 수 없이 초인종을 눌렀다. 남의 집에 왔으면 일단, 초인종 누르고서 반듯이 있어야겠지.



‘띵동.’



“......”



잠시동안 정적. 그리고서 집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 뭐지... 아무도 없나? 나는 조금 더 소리를 들으려고, 문에 귀를 대려 했다.



‘덜컹! 쾅!’



“효성이야?”



“앜... 어, 나야.”



“어머, 미안... 부딪혔어?”



막 귀를 대려는 순간, 절묘하게도 승희가 문을 열었다. 덕분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아 썅... 겁나 아프다. 그러나 아프다고 할 수도 없이, 쿨한 척 괜찮은 척 아프지 않다고 했다.



“괜찮아?”



“아, 안 아파. 이정도야.”



“헤헤, 돌머리네. 들어와.”



승희가 미소지으며 미안한 듯 살짝 혀를 내밀더니 들어오라고 문을 열었다. 집 문이 열리고, 환한 광채가 내 눈을 부시게 하며 시야를 방해했다. 오오, 이것이 승희네 집...!

그러나 의외로 별건 없었다. 그냥 평범한 집에, 평범한 TV, 평범한 쇼파... 쇼파에는, 승희네 어머니로 추정되는 아주머니가 어색하게 앉아 계셨다.



“효성아, 우리 엄마.”



“아, 안녕하세요!”



“오, 그래, 네가 효성이니.”



어색한 인사. 장모님(?)께서는 내가 굉장히 어색한 듯 어색하게 인사했다. 이미 승희가 자연스럽게 인사하라고 주의를 줬는 지, 애써 웃으시지만 역시 어색하다. 아, 이건 꼭 유나같네. 유나가 외가 쪽을 닮은 거구나. 승희는 장모님께 인상을 찌뿌리더니, 금세 나한테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자, 들어가자.”



“응.”





-승희 방.

방을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향기가 느껴진다. 책상은 아기자기하게 정리되어 있고. 책장이나 침대, 기타 여러 가지 면에서 ‘여자방’ 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책장에는 귀여운 인형 몇 개가 진열되있고, 바닥과 책상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우와... 깨끗하네.”



“헤헤, 정리 했지.”



아무리 정리해도 그렇지, 이건 뭐... 역시, 내 방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구나. 내가 놀라자, 승희는 조금 쑥스러운 듯 웃으며 대답했다. 방이 너무 깨끗해서, 내 방과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내 방...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옷, 양말, 아무데나 걸려있는 교복, 지저분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은 책상... 컴퓨터 주변에 놓여있는 과자 껍질, 컵... 그런 걸 여과 없이 승희한테 보여줬는데! 승희가 이렇게 깔끔하다니!!



“...이거, 나는 비교되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



“뭐가?”



“내 방은 거지같은데, 네 방은 너무 깨끗하잖아.”



“아이, 뭐가 어때서! 나는 너 온데서 어제부터 엄청 정리해서 그런거야!”



“그래?”



“응.”



아아, 우리 승희. 나 기분 상하지 말라고, 거짓말 하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 지. 이런 데서 사람이 어떻게 살어, 그래, 정리한 거겠지. 나는 내가 더럽기 때문에, 좀 털털한 승희도 나름 기대했는데... 역시, 여자애 방은 이렇게 깨끗해야 제맛(?)인가.



“앉어, 왜 서있어.”



“응.”



나는 침대에, 승희는 책상의자에 앉았다. 근데, 딱히 할 일이 없다. 수다라도 떨면서 놀아야 하나... 조금 어색한 순간이 되려는 때에, 적절하게 승희가 컴퓨터를 켰다. 모니터를 보며, 승희가 말했다.



“뭐하고 놀까?”



“글세?”



“에이, 만날 글세! 좀 의견 좀 내봐!”



“글세...?”



“아이!”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승희도 마주 웃으며 짜증냈다. 컴퓨터가 켜지고, 승희는 인터넷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딱히 할 짓도 없고, 그냥 있었다. 만일 집이었다면, 유나가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나는 침대에서 뒹굴뒹굴 있었겠지만, 여긴 승희네 집이 아닌가. 남의 집인데다, 게다가 여자친구 방 안인데, 나태하고 게으른 모습으로 뒹굴뒹굴 할 수는 없었다.



“왜 이리 불편하게 있어?”



“응?”



“좀... 빳빳하게 앉아 있지 않아?”



“에...헤헤, 그런가.”



“편히 앉어, 누우려면 눕고.”



승희가 내 자세를 보더니 말했다. 으으, 긴장한 티가 다 나나봐. 그래, 차라리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어필하자. 나는 슬슬 자세를 풀고 침대에 누웠다. 음... 뭔가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 좀 더... 맡아 볼까. 음... 음...


작가의말

효성이는 변태가 아닙니다. 작가가 변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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