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바이킹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7,494
추천수 :
567
글자수 :
339,072

작성
19.09.05 17:00
조회
257
추천
6
글자
13쪽

47화

DUMMY

미노타우로스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울부짖었다.

손도끼를 압박하는 힘이 대단했다.

라이언의 몸이 뒤로 살짝 밀려났다.

팔이 저릿저릿하다.

그는 깔끔하게 놈과 도끼를 부딪힐 생각을 접었다.

페어리 향수 때문인지 힘은 미노타우로스가 한수 위였다.

정면 대결은 위험했다.

라이언은 무모한 도전을 즐겼지만 불구덩이에 스스로 아가리를 들이밀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죽더라도 모든 수를 동원한 뒤에 만족스러운 패배감을 맛보고 싶었다.


"므오오!"


기기기긱-


마찰음이 생기면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미노타우로스는 머리통을 박살 낼 수 없었다.

라이언이 손도끼를 회수하고 재빠르게 거리를 벌린 탓이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저 거대한 도끼를 막았다고?"


관중들은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막아낸 검투사를 보며 웅성거렸다.


놈은 잔뜩 흥분한 체로 양날 도끼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라이언은 그 틈을 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노리는 곳은 다름 아닌 발목.

우락부락한 상체에는 흠집조차 주지 못할 것 같고, 대가리를 찍고 싶어도 키 차이 때문에 팔이 닿지 않았다.


푸슈슉.


질긴 가죽이 손도끼 날에 베여 피가 흘렀다.

얕은 상처였다.

깊숙이 벨 목적으로 작정하고 휘둘렀는데 그 정도 선에서 끝이 났다.

생각보다 튼튼한 몸이군.

따끔한 고통에 미노타우로스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손을 휘둘렀다.


후웅-


라이언은 고개를 뒤로 젖혀 거대한 손도끼를 피했다.

머리 위로 살벌한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간발의 차이였다.

만약 피해지 못했다면 그대로 머리가 뭉개졌겠지.


“무우우우!”

“뭘 자꾸 울부짖어.”


라이언이 손도끼를 들어올려 놈의 무릎을 찍었다.

팍하고 박힌 손도끼 주위로 피가 튀었다.

미노타우로스는 더 격분한 채로 팔을 휘저었다.


“느려.”


한 번이라도 스치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큼직한 도끼가 이리저리 휘둘렸다.

라이언은 가볍게 놈의 공격을 피하며 집요하게 다리를 공략했다.


파악!


"므오!"


전투는 장기간으로 이어졌다.

미노타우로스의 다리에 가느다란 상처들이 늘어갔다.

한 번이 안 된다면 여러 번을 찍으면 그만.

그게 포기를 모르는 바이킹의 전투 방식이었다.

라이언은 기회가 생긴다면 여김 없이 손도끼를 찍었다.


“저 검투사는 누구야? 누군데 미노타우로스가 힘을 못 쓰는 거지?’

“자이언트 킬러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검투사잖아?"

“저 자가 자이언트 킬러라고?”


관중들은 검투사들의 패배를 예상했다.

그런데 한 검투사가 미노타우로스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저런 검투사가 숨어 있었다니!”

“콜로세움이 뭘 좀 아는구만! 이래야 재미있지!"

“놈을 쓰러뜨려!"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은 한마음이 되어 라이언을 응원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장면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모른다.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싸움.

사람들이 원하는 건 바로 이런 전투였다.


"제, 제발!"

"형씨. 힘내!"

"조금만 더!"


그건 아직까지 운 좋게 살아남은 검투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놈에게 맞서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아 도와줄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들은 저마다 얼굴에 희망을 품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라이언을 지켜봤다.

저 자가 죽으면 바로 다음 차례가 자신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미노타우로스가 도끼를 휘두르면 사람들은 기겁했고, 라이언이 가까스로 도끼를 피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멀찍이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밖에 보일 수 없었다.

관중들은 살 떨리는 마음으로 결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일 줄이야."


토레스도 펼쳐지는 결투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미노타우로스를 상대하는 것처럼 몸이 긴장감으로 젖어들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대단한 결투였다.

라이언이 나름 실력 있는 검투사라고 느꼈지만.

미노타우로스를 상대로는 역부족이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항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그는 미노타우로스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압도하고 있었다.

그는 거대한 도끼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반격을 가했다.

놀라운 기예였다.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하는 것인가?"


몬스터 퍼레이드에서 살아남은 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콜로세움 관계자들은 애초부터 경기에 참가한 검투사들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

관중들에게 재미를 선보이면서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한 행사였다.

그런데 그 전투 속에서도 살아남는 자들이 있었다.


“무오옷!"


마침내 놈이 고통을 못 이기고 무릎을 꿇었다.

놈의 몸이 허물어지자 그제서야 눈높이가 비슷해졌다.

라이언은 페어리 향수로 충혈된 눈동자와 마주치자 곧장 달려들었다.

단번에 대가리를 쪼개줄 심산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미노타우로스가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에 따라 거대한 도끼가 옆구리로 찔러 들어왔다.


“흐읍!”


라이언이 손도끼를 입에 물고 높이 뛰어올랐다.

휘둘리는 궤적대로 움직이던 도끼가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착!


라이언이 뭉툭한 도끼 날 위로 안착했다.

중심을 잡기 위해 자세를 숙이고 양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거대한 양날 도끼는 그를 태우고도 자리가 많이 남았다.

손도끼를 입에 문 체로 살벌하게 웃었다.


“므우우!”


미노타우로스가 황급히 그를 떼어내기 위해 도끼를 움직였다.

하지만 라이언이 더 빨랐다.

입을 벌리자 손도끼가 지상으로 낙하했다.

떨어지는 손도끼를 낚아채 거대한 도끼를 발판 삼아 앞으로 달려들었다.

라이언의 팔뚝에 힘줄들이 솟아났다.


"바이킹에게 영광을!"


그는 그 위에서 한 번 더 뛰어올랐다.

기합 소리에 미노타우로스가 몸을 움찔거렸다.

놈이 라이언 뒤로 쏟아지는 눈부신 빛줄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콰지직!


살가죽과 뼈 갈리는 소리가 손도끼를 타고 전해진다.

균형이 쏠려 머리를 쪼개지는 못했지만.

목도 급소기는 하지.


"아프지?"


미노타우로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놈의 목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쏟아져 나오는 피의 양이 장난 아니었다.

얼마나 많이 터져 나오는지 라이언의 손목을 빨갛게 적셨다.

따뜻한 온기였다.


"음모오!"


놈이 이를 악물려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라이언은 끝장을 보기 위해 손도끼에 힘을 줬다.

밀어 넣은 손도끼가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푸가가각!


반쯤 덜렁거리던 목가죽이 완전하게 떨어져 나갔다.

놈이 힘겹게 들어올린 손은 아래로 추락했다.

거대한 철덩어리가 묵직한 소음을 냈다.

소머리가 흙바닥을 굴러 그의 발 앞으로 떨어졌다.

라이언은 습관적으로 얼굴에 튄 피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양손이 피투성이라 피는 닦아지지 않았다.


"주, 죽었어?"

"혼자서 미노타우로스를 처리한 거야?"


라이언은 놈이 죽었다는 걸 확인시켜 주듯이 미노타우로스의 머리를 집어 들어 올렸다.

목 밑으로 뚝뚝 피가 흘러내렸다.


"미노타우로스가 죽었다!"


그제서야 관중들이 열렬한 환호성을 질렀다.

콜로세움에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다.


**


경기를 끝낸 라이언은 대기실로 돌아왔다.

대기실에 먼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소! 새로운 챔피언이 된 걸 환영하오!"


토레스가 격하게 라이언을 반겼다.


"잔뜩 기대했건만. 별 볼일 없는 몬스터더군."

"크하하! 미노타우로스를 별 볼일 없다고 치부하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을 거야!"

"그것보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라니? 우리 사이에 꼭 용건이 필요한가?"


라이언이 가만히 토레스를 응시했다.

토레스가 한차례 몸을 떨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데도 저절로 몸을 위축하게 만드는 시선이었다.


'이 자는 진짜 물건이다.'


토레스는 맹수가 눈앞에 서있는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무기가 있었다면 충동을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휘둘렀을지도 몰랐다.

그러다 목이 뜯겨 숨을 헐떡거리다 죽게 되겠지.


"난 거짓말하거나 뜸 들이는 인간을 싫어해. 명심하시오.”

"하하. 알, 알겠네. 한 번 대접하려고 했을 뿐이네.”

"먼저 씻고 싶은데."


라이언은 피투성이가 된 몸을 훑었다.

모두 미노타우로스의 피였다.

피를 뒤집어쓰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그럼에도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거 미안하게 내가 잡아두고 있었군! 어쨌든 오늘 고생 많았네. 가서 푹 쉬게나. 대접은 나중에 하도록 하지."

"그것보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소."


라이언이 물었다.


"나 말고도 다른 챔피언들이 있소?"

"몇몇은 은퇴했지만 아직까지도 간간이 활약하고 있는 챔피언들이 있지."

"놈들은 강한가?”


피에 굶주린 짐승이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는 피가 끓어오르는 싸움을 원한다.

미노타우로스는 히드라보다 못한 상대였다.

라이언보다 기교가 없었고, 민첩하지도 않았다.

공격은 지극히 단순했다.

그저 무식하게 힘만 샌 놈이었다.

토레스가 멋쩍게 웃었다.


"자네보다 강할 지는 모르겠는 걸.”

"그러면 나는 어때?”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이언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마에 솟아난 작은 뿔.


"오랜만이야. 내가 다시 만난다고 했지?"

"너는..."

"미노타우로스를 혼자서 상대하다니. 인간 치고는 제법인데?"

"별거 없던데."

"그래. 별거 없는 놈이지."


이부키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미노타우로스 따위는 오니에게 상대도 되지 못할 만큼 약한 몬스터였다.

주먹 한방에 산산조각 낼 수 있을 만큼.


"이봐. 토레스. 나 이 녀석이랑 붙어보고 싶으니까 날짜 잡아 놔."

"뭐? 진짜로?"


토레스가 되물었다.

그녀가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부키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키득거렸다.


“마력을 사용하는 인간은 드무니까.”

“마력이라고? 어쩐지. 그래서 미노타우로스를 상대로 겁 없이 달려들었군.”


토레스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이라면 라이언의 강함도 설명이 되었다.

주목을 받은 라이언이 말을 돌렸다.


"당신도 검투사요?"

"맞아. 너와 같이 몬스터 퍼레이드에서 살아남았지."

“상대한 몬스터는?"

"트윈 헤드 오우거였나? 주먹으로 몇 번 두들기니 죽어버리던데."


트윈 헤드 오우거라면 라이언도 익히 알고 있는 몬스터였다.

오우거의 변종으로 홀로 도시 하나를 무너뜨릴 만큼 상당히 악명 높았다.

맨주먹으로 놈을 상대했다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거짓말로 치부했겠지만.


오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종족 특성인지 거짓말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렇다면 이부키의 말도 허풍이 아닐 터.


"재밌겠군."


라이언이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너는 내가 관심 가는 인간이야. 마력을 사용하는 인간이라니. 마력을 사용하는 인간은 드물거든. 기대할게.”


이부키가 라이언을 지나쳐 사라졌다.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지. 자이언트 킬러."


토레스까지 사라지자 라이언은 콜로세움을 밖으로 벗어났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피투성이의 그를 보고 기겁하며 도망쳤다.

라이언은 그들을 무시하며 여관에 도착하면 씻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걷기를 잠시.


"나와라. 마녀."

"뭐야?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감으로."


어둠 속에 숨어있던 비비앙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링. 진짜로 인간 맞아? 은신 마법조차 간파하다니."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 인간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아라크네에, 히드라에, 미노타우로스에... 이번에는 오니까지 상대하려 하다니. 누가 당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할까?"

"상관없다. 그것보다 마녀."

"비비앙이라고 불러달라니까. 달링."


라이언이 요사스럽게 빛나는 눈동자를 응시했다.

진지한 표정.

비비앙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을 맛봤다.


"왜? 드디어 내 매력을 알아차린 거야?"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뭔데?"


라이언이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마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바이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5 19.10.02 360 0 -
공지 연재 주기 관련 19.08.31 95 0 -
공지 설정 및 자잘한 오타 수정 19.08.29 370 0 -
65 65화 19.10.01 207 9 12쪽
64 64화 19.09.30 173 7 11쪽
63 63화 19.09.27 182 8 11쪽
62 62화 19.09.26 179 5 12쪽
61 61화 19.09.25 214 6 12쪽
60 60화 +1 19.09.24 196 7 12쪽
59 59화 +2 19.09.23 276 4 12쪽
58 58화 +2 19.09.20 223 10 12쪽
57 57화 +1 19.09.19 257 8 12쪽
56 56화 +1 19.09.18 226 8 12쪽
55 55화 +1 19.09.17 230 9 12쪽
54 54화 +1 19.09.16 231 6 12쪽
53 53화 +1 19.09.13 246 6 13쪽
52 52화 +1 19.09.12 260 8 11쪽
51 51화 +2 19.09.11 242 7 13쪽
50 50화 +2 19.09.10 255 6 12쪽
49 49화 +3 19.09.09 251 8 11쪽
48 48화 +3 19.09.06 268 7 12쪽
» 47화 +2 19.09.05 258 6 13쪽
46 46화 +1 19.09.04 262 6 12쪽
45 45화 19.09.03 262 4 12쪽
44 44화 +1 19.09.02 254 5 12쪽
43 43화 +2 19.08.30 292 7 11쪽
42 42화 +3 19.08.29 283 8 12쪽
41 41화 +1 19.08.28 314 7 11쪽
40 40화 19.08.27 290 6 11쪽
39 39화 +2 19.08.26 329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