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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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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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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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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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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8화

DUMMY

“언제부터 눈치챈 거지?”


그제서야 페이탈이 본색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힘만 센 야만인인 줄 알았더니 머리도 좋군.”


페이탈의 신체가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체구는 줄어들고 외형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라이언은 그 사이에 떨어진 손도끼를 주웠다.


“후. 변신 마법은 내 몸 같지가 않아서 불편하다니까. 이제 좀 편하군.”

“알고 보니 샌님이었군.”


덩치 큰 사냥꾼은 사라지고 금발의 청년이 나타났다.

눈은 뱀처럼 찢어져 교활하게 생겼다.


“야만적인 너보다는 지성이 철철 흘러 넘치는 모습이지.”


페이탈이 비웃음을 흘렸다.

그는 라이언을 얕보고 있었다.

몰래 탐지 마법을 펼친 결과 일행은 없어 보였다.

야만인 전사 한 놈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긴말하지 않겠다. 아이를 어디로 숨겼지? 말하면 곱게 죽여주지.”


위협을 가하는 페이탈.

살려주는 것도 아니고 곱게 죽여준단다.

라이언은 심드렁하게 물었다.


“유언은 그게 끝인가?”

“뭐?”

“곧 뒈질 놈이 말은 많군.”


페이탈의 얼굴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건방진 야만인의 입에서 비명을 흘리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쉬이익-


바람이 칼날 형태로 날아갔다.

라이언은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해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옷자락이 펄럭거렸다.


서걱!


나무의 옆구리가 반쯤 잘려 나갔다.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몸이 두 동강 났겠지.

바람은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고 있었다.


“제법 실력은 있어 보이는구나, 야만인!”


또 한 번 바람이 불어왔다.

라이언은 눈썹을 팔자로 휘며 손도끼를 들어올렸다.

손도끼가 바람과 충돌했다.

바람은 허망할 정도로 라이언의 손도끼에 쉽게 잘려 나갔다.


“뭣?”


페이탈은 주문을 외우다 손을 멈칫거렸다.

마법이 깨졌다.

있을 수 없는 일.

놈은 그저 힘만 센 야만인이 아니었다.


“흡!”


라이언이 발에 힘을 주고 땅을 찍었다.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몸을 떨었다.

어찌나 세게 떨었는지 나뭇잎들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지면이 요동 치자 균형을 잃은 페이탈이 휘청거렸다.


라이언은 잽싸게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화들짝 놀란 눈동자가 가까이 다가온다.

다급히 움직이는 놈의 손.

다음 주문을 준비하는 듯 멈출 줄 몰랐다.

누가 기다려 준대?


탕-


“음?”


반투명한 보호막이 라이언의 앞길을 막았다.

손도끼는 애꿎은 허공을 강타하고 반발력에 튕겨져 나갔다.

마치 강철을 두드린 것처럼 단단했다.

페이탈이 보호막 안에서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몸에 바람구멍을 내주지!”


땅을 뚫고 올라온 검은색 가시들이 일제히 위로 솟구쳤다.

몇 개의 가시가 비집고 들어와 팔뚝을 파고들었다.

라이언은 팔을 휘저어 가시들을 털어내다.

찔린 틈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다.

라이언은 뒷걸음질 치면서 달려드는 가시들을 베어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자 가시는 덤벼들지 않았다.


“넌 절대로 날 이길 수 없다. 이건 그분이 나에게 선사하신 유물이지.”


페이탈이 손가락에 낀 반지를 들어올렸다.

뱀을 형상화한 문양이 그려진 반지였다.

반지가 빛나더니 붉은 보호막이 나타났다.


“성가시군.”

“너도 그분의 제물로 삼아주마!”


가시들이 라이언의 목을 노렸다.

그는 달려드는 가시들을 잘라내고, 피하고, 막아냈다.


“쥐새끼 같은 놈!”


요술쟁이한테 거리를 내주면 곤란한데.

가까이 다가가면 여김 없이 방어막이 펼쳐지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면 때려 부수면 그만.

라이언은 찔러 들어오는 가시들을 무시하고 무식하게 달려들었다.

피부가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지만 버틸 만했다.


“무식한 녀석! 소용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붉은색 보호막이 라이언을 가렸다.

페이탈은 여유롭게 주문을 중얼거렸다.

발밑에서 자라난 가시들이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 치솟았다.

가시들이 나선형으로 찔러 들어왔지만 라이언은 물러서지 않았다.

손도끼를 높게 치켜 올려 아래로 내려찍었다.

피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모습.


“미련한 녀석. 그대로 꼬챙이가 되어라!”


가시들이 라이언의 몸을 관통하려고 들었다.

라이언은 전신을 마력으로 강화했다.

근육이 마력을 받아들여 폭발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무슨!”


페이탈은 두 눈을 부릅떴다.

가시는 마력을 뚫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반발력에 의해 부서져 나갔다.

그 틈을 타 손도끼가 붉은 보호막을 강타했다.

보호막이 흔들거리더니 힘차게 물결쳤다.

됐다.

마력을 두르니 먹힌다.

라이언은 찰거머리같이 달라붙은 채로, 신이 나서 손도끼를 휘둘렀다.


“야만인 주제에!”


페이탈은 알고 있던 마법들을 동원하여 라이언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

마법은 라이언에게 닿는 순간 공기 중으로 산화했다.


“말도 안 되는!”


보호막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거릴수록 페이탈도 눈빛도 불안감에 사정없이 떨렸다.


쩌저적-


손도끼가 연타로 휘몰아칠 때마다 보호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페이탈은 기겁하여 소리를 질렀다.

라이언은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함성을 내질렀다.


“바이킹에게 영광을!”


파징창-


기어코 보호막이 깨져 나갔다.

붉은 파편들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보호막을 꿰뚫은 손도끼가 페이탈의 어깻죽지를 찢어발겼다.


“크아악!”


페이탈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솟구치는 비가 흙과 풀을 적셨다.


“어떻게···! 그분이 주신 유물을···!”


그는 빛을 잃은 반지를 부여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놈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페이탈의 그림자가 요사스럽게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저건?

라이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림자는 몸을 부풀리더니 점점 동물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건 늑대였다.

늑대는 라이언보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크르르르-

“저놈을 죽여!”


페이탈이 명령하자 늑대 그림자는 그늘을 벗어나 라이언에게 달려들었다.

놈은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며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쿠웅-!


라이언과 늑대가 맞부딪쳤다.

늑대는 적을 물어뜯기 위해 크나큰 입을 벌렸다.

검은색 침이 고이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라이언은 밀리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버텼다.

힘과 힘의 싸움.


‘이놈 봐라.’


늑대는 만만치 않았다.

땅바닥에 박아 둔 발이 조금씩 뒤로 끌렸다.

늑대는 이를 딱딱거리며 필사적으로 밀어 부쳤다.


“입 냄새난다. 이놈아.”


라이언은 살짝 몸의 균형을 뒤로 이동시켜 늑대를 앞으로 끌었다.

놈은 밀어내던 힘에 앞으로 쏠렸다.


‘지금.’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며 늑대의 입을 옆으로 비틀었다.

그리고 늑대를 살짝 안쪽으로 들이기 위해 공간을 벌렸다.


-크륵!


놈을 눕히는 데 성공한 라이언이 왼 팔을 움직였다.

이두박근이 부풀어 오르며 혈관들이 튀어나왔다.

라이언은 근육에 힘을 줘 늑대의 입을 원천봉쇄했다.

목을 잡힌 늑대가 몸을 버둥거렸다.

놈은 필사적으로 입을 벌리려 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을 물어뜯는 짐승은 매가 약이지.”


자세를 낮추자 늑대가 딸려왔다.

라이언의 주먹이 사정없이 늑대의 얼굴을 내려쳤다.


퍼억! 퍼억! 퍼억!


-깨앵! 깨에갱! 깽!


주먹세례는 끝이 없었다.

솥뚜껑만 한 주먹이 늑대를 강타할 때마다 비명소리가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늑대는 끝나지 않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반항적이던 늑대의 움직임이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변해갔다.


늑대는 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적에게 그만하라고 애걸복걸했다.

물론 늑대의 텔레파시를 전달받지 못한 라이언은 폭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저 늑대가 입을 닥칠 때까지 패 줄 뿐이다.

끊이지 않는 폭력에 늑대는 정신줄을 놓았다.

그럴수록 늑대의 형상을 이루고 있던 검은 아지랑이 흔들거렸다.

그림자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점차 늑대의 모습을 잃어갔다.


‘괴물 같은 놈.’


비장의 수가 통하지 않자 페이탈은 식은땀을 흘렸다.

마력도 바닥난 상태라 헉헉거리는 지경이었다.


‘젠장. 잘 못 건드렸다.’


그는 늑대가 형체를 잃기 전, 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늑대 다음은 자기 차례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어디 가셔?”


등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

페이탈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 다가온 거지?

그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이던 건 야만인의 얼굴과 시퍼렇게 빛나는 손도끼였다.

늑대는 형체를 잃고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페이탈이 물었다.


“날 살려줄 생각은 없겠지?”

“하는 거 봐서.”

“···살려줄 마음이 없다는 거군.”

“아이들은 어디에 숨겼지?”

“그걸 내가 말할 거 같으냐?”

“말해야 할걸.”


라이언이 소름 끼치게 웃자 페이탈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갑자기 페이탈이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라이언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죽을 때가 되더니 실성했나?


“대단하구나. 야만인.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웬 칭찬?”

“너는 자격이 있다. 어때. 우리와 함께 세상을 바꿔보지 않겠는가?”

“뭐?”

“이 세상은 잘못 만들어졌다. 강자들은 언제나 약자를 짓밟고 약탈하지.”

“그런데?”

“하지만 우리의 신은 모든 만물에게 공평하다. 네가 야만인이더라도 그분은 널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


힘으로 안되니 회유라.

참으로 변화무쌍한 태도였다.


“신이 자애로운가 보군.”


라이언이 관심을 표하자 페이탈은 죽음 속에서 희망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어떤가? 이번 일만 잘 된다면 나도 높은 직위에 오를 수 있다. 그럼 널 많이 챙겨주도록 하지. 야만인이여.”

“네가 누군데?”

“나는 암흑 교단을 섬기는 사제 페이탈이다.”

“아아. 그 미친 광신도들?”


암흑 교단은 라이언도 익히 알고 있었다.

우연히 거리를 지나가다 신성 교단의 사제가 설파하는 걸 들었다.

세상에 혼돈을 초래하는 놈들이라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소문도 흉흉하기 그지없어 상종해서는 안 될 작자들이었다.


“광신도라니! 어디서 그런 망발을! 세상은 신성 교단에 의해 세뇌당하고 있다! 우리들은 그런 신성 교단의 손에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그 노력이라는 게 아이들을 납치하는 건가?”

“최소한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법이지. 아이들은 그분의 부활을 위한 제물. 그분이 부활하신다면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다.”


페이탈은 광기를 내보였다.

미친 작자였군.

근데 제물은 또 뭐야?


“자세한 건 비밀이다. 야만인. 하지만 네가 암흑 교단의 신도가 된다면 못 가르쳐 줄 것도 없지.”

“그거 참으로 궁금하군.”

“하하하. 너도 그분을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다. 그분을 섬길 준비는 되었느냐?”


라이언은 말없이 손도끼를 들어올렸다.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한번 붙어보고 싶군.”

“뭐, 뭐라고?”


서걱-


페이탈은 지면으로 고꾸라졌다.

무슨 일인지 파악할 틈조차 없었다.

입속에 흙이 씹혔다.


“끄아악! 네놈!”


그는 다리가 잘려 나간 화끈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라이언이 피 묻은 손도끼를 들고 살벌하게 웃었다.

페이탈의 눈동자에 공포가 깃들었다.


“개소리는 잘 들었다.”

“안, 돼··· 이대로는 죽을 수는 없어! 나에게는 원대한 꿈이!”

“그렇게 살고 싶나?”

“제, 제발 살려···”

“그럼 당신네들 신한테 살려 달라고 빌어보던가.”


푸화학!


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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