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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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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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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DUMMY

“저 년이 여기 왜 있어?”


비비앙은 인파 속에 몸을 숨겨 조용히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아무리 찾아봐도 만티코어의 시체가 보이지 않더니. 저 년이 가져간 거였네.”


백 년 전, 한 왕국을 멸망시키고 인간 영웅들에게 죽임을 당한 만티코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어서 포기한 마수였다.

그런데 여기서 만티코어를 보게 될 줄이야.


“골방에 틀어박혀 지내길래 뭔가 했더니···”


수십 년간 마녀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던 이유가 이거였나.


“그나저나 어쩌면 좋지.”


비비앙은 곤란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마녀들끼리는 서로 몇 가지 불문율이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다른 마녀가 저지른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였다.

마녀마다 개성이 너무나도 강해서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비비앙이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고민했다.


“어떻게 할 까나.”


턱을 괴어 죽어 나가는 인간들을 지켜봤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관심이 있는 건 오직 라이언뿐.

제 손에 들어온다면 평생을 귀여워해 주고 아껴 줄 수 있었다.


“오니를 이길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녀의 목을 벤 남자였다.

오니에게 쓰러진다면 마녀로서 자존심이 상했을 터.

다행히도 그는 비비앙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만티코어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멀리서 봐도 라이언의 상태는 처참했다.

훅 하고 불면 쓰러질 사람처럼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하긴, 오니를 상대로 너무 많은 마력을 쏟아 부었다.

비비앙은 마력의 향연을 떠올리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아름다웠지.’


마력은 정신과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신념이나 의지가 강할수록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마력이었다.


‘라이언, 너는 어떤 신념을 갖고 있지?’


정말로 궁금했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대체 무엇일까.

그녀가 한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집착하던 일이 있던가.

돌이켜보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탐나는 인간이었다.

비비앙은 깊어지는 생각에 고개를 저어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라이언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만티코어와 격돌하고 있었다.

죽음조차도 무서워하지 않는 그런 눈빛이었다.


‘아아. 갖고 싶어라.’


비비앙은 저 눈빛에 반했다.

시체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의 영혼까지도 수집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체로 만들어도 자유의사가 없다면 그걸 라이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럼 재미가 없지.’


그건 그녀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꼭두각시나 다름없었다.

인형은 계속 보면 질리기 마련이었다.

비비앙은 머리속으로 쓸만한 마법 지식들을 검토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이론을 토대로 영혼을 소유할 수 있는 마법을 찾아보기 위해서.


콰앙!


콜로세움 한 쪽이 무너져 내렸다.

만티코어가 앞발을 휘둘러 만들어낸 결과였다.


‘도와줘야 할 거 같은데.’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그가 만티코어를 상대로 분발하고 있지만 그것도 잠시.

곧 죽을 사람처럼 위태롭게 서 있었다.

탐나는 과실을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는 노릇.


‘나도 꽤나 타격이 크겠지만.’


만티코어를 상대하려면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불가능.

그리고 로마니아가 가만히 지켜볼 리도 만무했다.

자기 일에 간섭했으니까 틀림없이 방해공작을 펼치겠지.

비비앙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질투하니 열렬한 공세로 덤벼들 것이다.


‘달링을 위해서라면.’


비비앙이 손끝을 움직이려는 그때였다.


크롸롸롸-


“뭐야?”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


“뭐, 뭐야! 저건!”


로마니아가 말을 더듬었다.


눈앞에 있는 인간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던 만티코어도.

미처 대피하지 못해 죽음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죽음을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보던 오니도.


쏴아아아-


태양은 사라지고 먹구름 사이로 비가 흘러내렸다.

비는 거침없이 쏟아졌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두가 같은 광경을 보고 있었다.


크롸롸롸-


“요, 용···”

“신이시여.”


환상 속의 존재.

드래곤.

용을 신으로 믿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수 만년 전에 사라진 종족이라 아무도 그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롸롸!


하늘을 뒤덮은 용이 울부짖었다.

구름 사이로 빛이 터져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치자 번개가 내려쳤다.

바닥에 내려친 번개가 지면을 흔들며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용신께서 노하셨다!”


사람들이 벌벌 떨며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그건 다른 종족도 마찬가지였다.


쿠어엉-


용의 위세에 만티코어가 기가 죽어 잔뜩 몸을 움츠렸다.

진짜 용인지, 가짜 용인지 중요치 않았다.

그 번개가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기를 빌 뿐이었다.


작은 돌덩이들이 사방에 분산하고, 빛이 번쩍하더니 자취를 감추었다.

파괴만을 목표로 심판이 떨궈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로지 꺼멓게 타버린 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자연재해.

딱 그 말이 어울렸다.

모든 종족은 자연 앞에서 무력했다.


“노리고 있었던 것처럼 기가 막히는군.”


우웅!


손도끼는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진동을 떨었다.


“아직도 죽을 운명이 아니라는 거냐?”


‘나락’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보구.

모든 보구가 형태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보구들은 영혼의 형태로 곁에 머무른다.

조건만 충족되면 소유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그가 쓰는 장비에 영혼이 깃든다.

라이언은 빛나는 손도끼를 들어올렸다.


파지지직!


파괴를 일삼던 용이 번개의 형태로 돌아갔다.

번개는 순한 강아지가 되어 재롱을 피웠다.

손도끼로 벼락들이 몰려든다.


그는 바닥났던 마력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마력이 혈관을 돌며 자체적으로 상처들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나락’의 숨겨진 능력이었다.


라이언이 만티코어를 사납게 노려봤다.

맹수의 눈빛.

자기에게 떨어지는 시선이 아님에도 로마니아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내가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감히 인간 주제에.

아니, 저 자는 정말 인간인가?

보구를 다루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스멀스멀 불안감이 올라온다.

그녀는 애써 느낀 감정을 부정했다.


“뭐하는 거야! 저 인간을 죽여!”


로마니아는 호기롭게 외쳤지만 불안감을 사라지지 않았다.

어서 빨리 만티코어가 눈앞의 인간을 치워 버렸으면 했다.


크아앙!


만티코어가 주인의 명을 받아 앞으로 달려들었다.

다 죽어가는 인간이었다.

그건 변함없는 사실.

용도 사라졌겠다 두려울 건 없었다.

잠시 동안 공포를 안겨준 인간의 사지를 물어뜯고 공포에 찬 비명을 지르게 하리라.


만티코어는 인간의 뼈라면 단숨에 박살내는 앞발을 휘둘렀다.

거친 바람 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바이킹에게!”


라이언은 앞발을 딛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만티코어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라이언은 떨어지기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비에 젖어 놈의 갈기털이 미끄러웠지만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다.

만티코어는 벌레 같은 인간을 떨쳐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영광을!”


크오오오!


놈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나 라이언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는 두려움을 모르는 바이킹 전사.

처음 사나운 맹수와 맞닥뜨렸을 때도 공포를 몰랐다.


키아아!


독이 든 숨결도 마찬가지였다.

히드라의 능력 덕분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었다.


만티코어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꼬리 끝에는 뾰족한 바늘이 달려져 있었다.

바늘에 있는 독은 순식간에 상대를 마비시킨다.


라이언은 고개를 숙여 꼬리를 피해냈다.

꼬리가 재차 휘둘러지자 그는 놈의 몸에 도끼를 박아 균형을 잡았다.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바늘이 머리통을 뚫기 위해 날아 들어온다.

그는 꼬리를 낚아채 놈의 몸에다 냅다 꽂아 넣었다.

만티코어는 깊숙하게 찔러오는 바늘에 길길이 날뛰었다.


라이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꼬리를 손도끼로 쳐서 잘라냈다.

한 손에는 손도끼를, 다른 손에는 꼬리 바늘을 무기 삼아 만티코어를 유린했다.

놈은 꼬리독이 체내를 파고들자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졌다.


번쩍-


천둥이 쳤다.

시야가 밝혀지면서 빗물 사이로 라이언이 사납게 웃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야···”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신화시대의 재림을 보고 있었다.

괴물의 몸짓에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벗겨지고, 닿기만 해도 뼈가 부서지는 인간.

나약한 인간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괴물을 몰아붙인다.


크아아!


만티코어가 발버둥 끝에 힘없이 엎어졌다.

라이언이 그 위에 올라탔다.

끝을 낼 시간이었다.


“아가!”


보다 못한 로마니아가 싸움에 끼어들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허공에 마법진들이 그려졌다.

땅이 쩍 하고 갈라지더니 해골 병사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림잡아도 족히 백은 넘어 보였다.


“저 인간을 막아!”


흉흉한 눈빛을 빛내는 해골 병사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놈들은 만티코어를 타고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라이언은 올라온 놈의 가슴팍을 손도끼로 후려쳤다.

그런데도 해골 병사는 살아있었다.

검을 휘둘러 반격까지 가한다.


로마니아는 이틈에 만티코어를 회수하려고 했다.

어렵게 되살린 녀석을 이렇게 잃어서는 안 되었다.


퍼걱!


해골 병사들을 머리가 부서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살아났다.

상당히 귀찮은 놈들이었다.

그렇다면 한 방에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

라이언은 손도끼 ‘나락’을 하늘 높이 치켜 올랐다.

빗물이 얼굴을 적신다.


쿠르르릉-

먹구름이 굉음을 토해낸다.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전조였다.


우웅-

손도끼가 하늘과 공명한다.

그 주변으로 번개 폭풍이 휘몰아쳤다.


벼락은 라이언의 몸까지도 집어삼켰다.

그의 눈동자가 하얗게 물들었다.

안광에서 화염처럼 이글거리는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와 주변을 밝혔다.


“아, 안돼!”


심상치 않음을 느낀 로마니아가 허겁지겁 만티코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조금만 있으면 닿을 거리.

그러나 라이언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손도끼를 아래로 내리그어.

엄숙하게 사형 선고를 내리듯이.

라이언이 말했다.


“모두 잿더미가 되어라.”


하늘이 울부짖고,

손도끼가 요동쳤다.


콰과광-!


번쩍하고 섬광이 터져 나왔다.

섬광 뒤에는 요란한 소음이 뒤따랐다.

해골 병사들은 빛 줄기 사이로 뼛가루도 남기지 못하고 증발했다.


크아앙!


만티코어에게 사정없이 번개들이 내려쳤다.

놈의 비명 소리는 벼락 소리에 파묻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꺄아아악!”


직격으로 번개를 맞은 로마니아는 피부가 타 들어가는 고통을 느꼈다.


“이럴 수는 없어! 어떻게 인간 따위가!”


섬광이 절규하는 그녀를 집어삼켰다.


콰르르릉-!


번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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