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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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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7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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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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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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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5화

DUMMY

“두 명은 이미 죽었고, 한 명은 중상에, 다섯 명은 평생 목발을 짚고 살아야 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성대하게 벌였군. 상대는?”

“한 명입니다.”

“혼자서 여덟 명을 쓰러뜨렸다고? 그곳도 테라스 검투사단에 속한 녀석들을?”


콜로세움의 중간 관리직 토레스는 미소를 지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살인이 벌어졌는데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상대는 누구지?”

“라이언이라는 자입니다.”

“아하. 자이언트 킬러. 역시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자라고 생각했지.”

“어떻게 할까요?”

“흠.”


토레스는 턱을 쓰다듬었다.

살인은 중죄에 해당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참수형에 처해지는 건 불고도도 뻔한 일이다.

라이언은 죽이기에는 아까운 자였다.

그렇다고 살인을 저지른 자를 살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군.’


라이언을 감옥에서 빼내는 일은 쉬웠다.


‘어차피 죽을 놈인데 콜로세움에서 굴려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


검투사들 중에는 범죄를 저지른 이들도 있었다.

상당수가 여기에 속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콜로세움과 계약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

콜로세움은 언제나 사람이 부족하다.

승리자는 살아남고 패배자는 죽는 곳.

매 경기마다 한 명이 죽어 나가니 검투사들을 고용하는 일도 쉬운 게 아니었다.


“일단 내가 갈 때까지 내버려 두라고 일러.”

“예, 토레스님. 근데 그 자리에 그 말고도 두 명이 더 잡혀 들어왔습니다.”

“뭐? 아까는 혼자라며?”

“아무래도 휘말린 것 같습니다.”

“누군데?”

“한 명은 평범한 민간인처럼 보이는 여성이고, 또 다른 자는 오니입니다.”

“오니라고? 설마 그녀를 말하는 건가?”


콜로세움에 참가하는 이들 중에는 보기 드물게 이종족들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이 노예로 팔려온 이들이다.

콜로세움을 드나드는 오니는 한 마리.

이부키.

그녀는 자발적으로 콜로세움에 참가한 괴짜였다.

오니가 싸움을 좋아하는 걸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빨리 석방시켜. 경비대 놈들이 미쳤군. 오니를 가둬 둘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토레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과거에 오니의 전투를 목격한 그는 몸을 떨었다.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게 아니었다.

오니는 걸어 다니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콜로세움에서 쫓아낼 수 있다면 짐작에 쫓아냈겠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오니의 전투에 열광했다.

오니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덕에 콜로세움을 찾아오는 손님도 늘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 자니까.”


보고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토레스는 흔들거리는 의자에 몸을 눕혔다.

나무 의자가 끼익거리며 소리를 냈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겠어.’


콜로세움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은 검투사들이 서로 목숨을 건 전투를 보며 희열을 느낀다.


‘테라스 검투사단 녀석들이 항의하겠지만 잘 달래면 되는 일이고. 그 경기에 참가시키면 그들도 불만은 없겠지.’


라이언 정도의 사내를 콜로세움에 묶어 둘 수 있다면 얻는 이득도 상당할 터.

손해는 아니었다.


‘어차피 거기에 참여시킬 검투사가 부족하긴 했어.’


토레스는 곧 다가올 행사를 떠올렸다.

그때는 제국의 수많은 귀족들이 콜로세움에 방문한다.

그들을 만족시키려면 검투사들이 많이 필요했다.


‘자이언트 킬러를 거기에 써야겠군.’


다만, 그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면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토레스는 라이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써먹다 버리기 좋은 패였다.

콜로세움은 볼거리를 제공하면 그만이니까.


**


한 줄기 햇살마저 들지 않는 공간.

벽에는 곰팡이가 피었는지 습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라이언은 감옥 안에서 찢어지게 하품했다.

몸이 뻐근하고 심심하다.

라이언은 가볍게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철컹.


옆에서 철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구만.”


이부키였다.

감옥을 나온 그녀는 경비의 안내를 받았다.

이부키는 개구쟁이 같이 웃으며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는 라이언을 바라봤다.

작고 뾰족하게 도드라진 송곳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중에 보자고.”


이부키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나가는 게 소풍 온 사람처럼 보였다.

아니, 오니인가.

라이언은 사라져가는 그녀의 등을 지긋이 응시했다.


‘정말로 뭔가 있군.’


여기에 갇힌 지도 벌써 하루가 흘렀다.

라이언을 주시하면 경계하던 경비들의 태도가 바뀐 것도 그 뒤였다.

라이언은 시선을 돌려 감옥 바깥을 훑었다.

감옥을 지키는 경비는 없었다.

지나치게 허술한 느낌.

경비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더니 라이언을 방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달링. 우리 도망칠까?”


감옥 맞은편에 위치한 비비앙이 말했다.


“나는 마녀라서 신성 교단에 쫓기는 몸이고. 달링은 도시에서 대놓고 살인을 저질렀으니 모가지가 잘리겠지.”

“근데?”

“내 마법이라면 여기를 탈출하는 것도 금방이지.”

“그래서 튀자고?”


라이언은 솔깃한 제안에 귀를 움찔거렸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부키가 한 말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결정했다.


“쫓기는 몸끼리 아무도 모르는 숲속에서 알콩달콩하게 사는 거지. 어때? 낭만적이지 않아?”


비비앙은 홍조를 붉히며 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라이언은 그녀를 철저히 무사했다.

마녀와 대화를 주고받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차라리 서로 목숨을 걸로 치고 받는 게 더 좋았다.

라이언은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기를 잠시.


끼익-


“누가 감옥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라이언은 상대가 그에게 볼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잠은 잘 잤나. 자이언트 킬러?”

“땅바닥이 시릴 정도로 차가워서 허리가 아프더군.”

“이런. 내가 경비들을 대신해서 사과하지.”


토레스가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숙였다.


“자네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건 알고 있겠지.”

“먼저 시비를 걸어서 갚아줬을 뿐.”

“그렇다고 도시 한복판에서 살인을 하다니. 할 거면 몰래 하던가.”


이거였나.

라이언은 이부키의 말을 이해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라이언이 묻자 기분 나쁜 웃음이 돌아왔다.


“자네에게 솔깃한 제안이지.”

“제안?”

“그래. 제안. 이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제안이기도 하고. 자네는 두 가지 선택 중에 골라야 한다네.”


그는 손을 들어 올리더니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재판을 받고 참수형에 당하던가.”

“···”

“아니면 내가 말하는 경기에 참여해서 죄를 면죄 받던가.”

“경기?”

“그래. 아주 특별한 경기라네. 거기서 이긴다면 자네는 범법자가 아닌 콜로세움의 영웅으로 재탄생할 걸세.”

“마치 내가 못이길 것처럼 말하는군.”

“크흐흐. 도전하겠는가?”


토레스는 라이언이 치를 경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라이언의 눈동자가 흥미로 물들었다.

이런 경기라면 무조건 찬성이었다.

들어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감옥에 갇혀 허송세월을 보내다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는 죽더라도 싸우다가 죽고 싶었다.

이기면 면죄부까지 받으니 일석이조였다.


“재밌겠군.”

“그 말은?”

“참가하도록 하지.”

“크하하!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탁월하다니까!”


토레스가 멀뚱히 서 있는 경비들에게 외쳤다.


“이봐! 어서 빨리 우리 콜로세움의 검투사를 꺼내지 못해?”

“네, 넵!”


그들은 허겁지겁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토레스가 감옥을 빠져나오는 라이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경기는 이틀 뒤에 열리네. 그때까지 다치지 않게 몸조심하고.”

“물어볼 게 있소.”

“음? 뭐지?”

“놈들은 어떻게 되었소?”

“놈들?”


토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생각났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거라면 걱정 말게나. 자네에게는 피해가 안 생기도록 조치해 줄 테니까. 오직 이틀 뒤에 열릴 경기만 생각하라고.”


라이언이 눈썹을 휘었다.

아무래도 토레스의 입김이 콜로세움 내에서 상당한 것 같았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게. 곧바로 구해주지.”


라이언은 토레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홀로 감옥에 남은 비비앙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뭐야? 나 잊힌 거야?”


**


라이언은 이틀간 휴식을 취했다.

이렇게 푹 쉬어 보기는 오랜만이었다.

지나치게 쉬는 건 좋지 않으니 가벼운 운동을 하며 보냈다.

예약되어 있던 경기들은 토레스가 취소했다.


그리고 이틀 뒤.

라이언은 비비앙과 함께 콜로세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웅성웅성-


“사람이 많군.”

“아무래도 이번에 열리는 경기 때문이겠지.”


그들 옆으로 호화스러운 마차가 지나갔다.


“귀족들도 모이는 건가?”

“워낙 큰 행사니까.”


비비앙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귀족 나리를 때문에 콜로세움이 돈 좀 들였나 본데?”


경계도 삼엄하다.

콜로세움에는 곳곳에 경비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차라리 그때 나랑 같이 탈출했다면 좋았잖아.”

“당신을 뭘 믿고?”

“아직도 날 못 믿겠어?”

“지나가는 고블린을 믿지.”

“너무해!”


눈앞에 콜로세움 대기실이 보였다.


“죽으면 내가 귀여워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

“퍽이나.”


라이언이 문을 열었다.

콜로세움 대기실 안에는 그 말고도 여럿 사람이 있었다.

검투사들은 들어온 라이언을 살피더니 관심을 꺼버렸다.

분위기는 썰렁할 정도 조용했다.

그들은 비장감이 서린 얼굴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검투사가 된 자들.

라이언과 같이, 경기에서 살아남으면 풀어준다는 면목으로 제안에 응한 자들이었다.

라이언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별 볼일 없는 자들이군.’


둘러보니 실력이 다 고만고만한 자들이었다.

딱히 눈여겨볼 검투사는 없었다.


그는 구석에 앉아 묵묵히 장비들을 점검했다.

도끼날이 광이 날 정도로 번들거렸다.


잠시 후, 대기실 안으로 사람이 들이닥쳤다.


“모두 준비해라!”


검투사들이 줄을 서서 이동했다.


“시간이 없다! 빨리 몸에 이걸 뿌려!”


검투사들은 수상쩍은 향수를 온몸에 뿌렸다.


‘이건 뭐지?’


라이언은 유리병 안에 든 보랏빛 액체를 노려봤다.


“뿌렸으면 어서 이동해!”


관리인은 알려줄 생각이 없는지 빨리 하라며 재촉했다.

라이언도 몸에 향수를 뿜었다.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올라왔다.

향수를 뿌린 검투사들은 일렬로 서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입구로 들어갔다.

라이언도 그들을 따라 줄을 섰다.

입구를 지키던 호위병이 라이언의 무장을 보고 멈춰 세웠다.


“거기. 잠깐.”

“무슨 일이오?”

“무장이 그게 다요?”

“문제라도 있소?”


그는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입을 다물었다.

전신을 중무장한 다른 검투사들에 비해 라이언의 장비는 지나치게 가벼워 보였다.


머리에 쓴 뿔 투구와 사슬 갑옷.

그리고 허리 춤에 걸린 손도끼 한 자루.

그게 끝이었다.


‘쯧쯧. 죽음을 자초하는군.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괜한 참견.

호위병은 어차피 곧 죽을 놈이라고 생각하며 심드렁하게 자리를 비켜줬다.

라이언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이거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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