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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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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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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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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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화

DUMMY

라이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분노를 느낄 때면 머리가 냉정할 정도로 차가워지는 경험을 했다.

달아오르는 취기가 가신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술 때문인지, 아니면 냉정을 되찾은 덕분인지는 라이언만 알았다.


“이 녀석, 얼마나 쫄았는지 바지에 오줌을 지렸네?"

“크하하! 얼마나 무서웠으면!”

“낄낄. 하긴, 쿠크다스의 얼굴이 무섭긴 하지. 그렇다 애 울겠다.”

“여자 앞이라고 허세 부리다니 들통났군!”


사방에서 조소가 터져 나왔다.

라이언을 비웃는 이들은 모두 같은 소속의 검투사들이었다.


테라스 검투사단.

콜로세움에 참가하는 검투사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노예로 팔려와 검투사가 되었거나, 본인이 직접 선택하여 검투사가 된 경우.

테라스 검투사단은 관중의 환호소리와 살인에 매료되어 스스로 검투사가 된 자들이었다.

마약과도 같아서 도저히 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사람을 죽이면 돈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콜로세움은 그들에게 놀기 좋은 놀이터였다.


테라스 검투사단에 속한 이들은 나름 잔뼈가 굵은 자들이었다.

그래서 다른 검투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지나가면 이들을 알아본 다른 검투사들이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라이언은 이런 검투사들의 생태계를 모르고 있었다.

테라스 검투사들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격이었다.

신입 주제에 너무 건방지다.

그들은 애초부터 시비를 걸 목적으로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어머나.”


비비앙이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게 누가 보더라도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쿠크다스가 물었다.


“네가 요즘 콜로세움에서 잘 나가는 신입이지?”


라이언은 뚝뚝 떨어지는 액체를 손바닥으로 받았다.

물방울들은 손바닥 안에서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것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알싸한 알코올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졌다.

술집 주인이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렸다.

몇몇 손님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슬그머니 밖으로 대피했다.


“신입 주제에 어디 건방지게 선배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말이야.”


쿠크다스가 라이언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라이언은 검투사들이 서열 놀이를 하든, 규칙을 만들던지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콜로세움에서 만나면 어차피 뒈질 놈인데 굳이 어울려줄 필요가 있을까?

세상은 약육강식.

먹는 자와 먹히는 자로 나뉠 뿐이다.


“이봐? 지금 내 말 무시하냐?”


라이언은 과거를 회상했다.

바이킹 족이 한 명의 전사로 거듭나기 위해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시험은 별거 없었다.

그저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면 되었다.

전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적을 세워야 한다.

쉽다면 쉽다고, 어렵다면 어렵다고 볼 수 있는 시험.


많은 바이킹들이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보름을 견디는 자가 있는가 하면, 이미 바이킹 전사가 된 자를 죽여 증명한 이들도 있다.

바이킹 족들 대부분이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시험을 통과했다.


그런데 라이언은 열 살에 전사가 되었다.

주위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바이킹 족들 사이에서 최연소 전사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못한 지방에서 자란 라이언은 언제나 배가 고팠다.

그는 배고프다는 이유만으로 덜 자란 육체를 이끌고 사냥에 나섰다.

맹수가 바글거리는 숲속에서 바이킹 전사들도 잡기 힘들어하는 호랑이를 돌멩이로 때려죽였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라이언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그의 덩치보다 세 배는 큰 호랑이 시체를 끌고 돌아왔다.

바이킹족들은 위대한 전사의 탄생을 직감했다.


라이언은 열 살이라는 믿을 수 없는 나이에 다른 바이킹 전사들과 바다로 나갔다.

어린 나이에 바이킹 전사가 되자 많은 이들이 질투하고 탐탁치 않아 했다.

간혹 시비를 거는 바이킹 전사들도 있었다.


‘그런 놈들을 내버려 두면 끝까지 기어오르지.’


라이언은 그들을 무시로 일관하지 않았다.

라이언은 주제 파악을 모르는 놈들에게 철퇴를 내렸다.

철저하게 짓밟아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라이언의 전투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어린 육체로 성인의 힘을 압살하거나, 빈틈을 파고들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와 맞붙었던 이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바이킹 전사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심심하지 않겠군.’


라이언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시비를 거는 놈이 있다면 되돌려주는 게 인지상정.

그는 놈들의 숫자를 파악했다.

상대는 여덟.

안 그래도 경기가 시시할 정도로 쉽게 끝나서 몸이 뻐근했다.


“내 말 무시하는 거냐고!”


나불거리는 목소리가 상당히 거슬렸다.

곧 죽을 놈이 말이다.


“시끄럽군.”


라이언은 머리 위에 얹어진 손목을 낚아채 밑으로 끌어당겼다.


“어어?”


방심하다 손목을 잡힌 쿠크다스가 몸을 휘청거렸다.

눈높이가 같아졌다.

라이언은 놈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잡아 테이블에 찍었다.


콰지지직!


테이블이 반으로 쪼개졌다.

쿠크다스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흘렸다.

라이언은 테이블 부서져 떨어지는 술병을 낚아채 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챙그랑!


“아아악!”


술병이 깨지면서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이언은 떨어진 유리 조각들 사이로 놈의 안면을 세차게 찍었다.


쿠웅-


쿠크다스의 얼굴에 유리 조각들이 박혔다.

작은 실선들이 생겨 흉터를 새겼다.

놈은 코 뼈가 부려졌는지 납작하게 바뀌었다.


“사, 사여줘!”


이빨이 몇 개 부러졌는지 발음이 세워 나왔다.

라이언은 허리 춤에서 손도끼를 풀었다.

도끼날이 섬뜩하게 반짝거렸다.

날에 비친 라이언의 입가도 서슬 퍼렇게 웃었다.


“그거 아시오?”

“뭐, 뭐를···”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놈들은 모두 목이 잘렸지.”


그에게 시비를 걸었던 바이킹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라이언은 바이킹 전사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본능적으로 얕보이면 안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들을 죽였다.

바이킹 전사들도 대수롭게 받아들였다.

바이킹족들끼리 치르는 전투는 신성한 전투.

패자에게 승자의 말은 곧 법이었다.


말뜻을 파악한 쿠크다스가 사색이 된 얼굴로 용서를 빌었다.


“아, 안대···”

“이미 늦었다오.”


놈과 바이킹 전사들의 다른 점을 한 가지 찾자면.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목을 내밀었다.

강자에게 죽을 수 있다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들을 죽는 걸 부럽게 바라보는 바이킹 전사들도 있었다.


푸욱!


“케륵!”


도끼가 쿠크다스의 목을 가차 없이 찍었다.

반쯤 잘린 목에서 연신 피가 쏟아졌다.

그가 할 말이라도 있는지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라이언은 덜렁거리는 놈의 머리를 들어 올려 옆으로 집어 던졌다.

중력을 무시한 쿠크다스가 허공을 붕 하고 날아가더니 구석에 처박혔다.

테이블 몇 개가 놈과 부딪혀 같이 굴러다녔다.

부르르 떨리던 몸이 발작을 멈췄다.

시시한 놈이었다.


“꺄악!”


장내가 혼돈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살인이 일어났다.

콜로세움이라면 살인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는 콜로세움이 아니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질렀다.


“미친 새끼가!”


쿠크다스와 동료로 보이는 놈이 달려들었다.

사람이 죽었다.

이제는 라이언을 죽여도 정당방위였다.


“꺄아아. 무서워라.”


옆에서 비비앙이 호들갑을 떨었다.

목소리는 지나칠 만큼 평이한 말투였다.


쉬우욱-


놈이 손을 뻗어 단검을 찔렀다.

단검 끝부분이 반짝하고 빛이 났다.

라이언은 한 손으로 찔러 들어오는 단검을 잡았다.


“이익! 이거 놓지 못해!”


놈이 안간힘을 썼지만 잡힌 단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먹이 철로 되었는지 날카로운 쇠붙이를 잡았음에도 피가 흐르지 않았다.

놈은 단검에 정신이 팔려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라이언은 손아귀에 힘을 줬다.


짜지직.


“뭐?”


날이 찌부러져 가느다랗게 변했다.

놈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다른 손을 어깨 뒤로 뻗어 벌어진 입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이빨 조각들이 허공을 날았다.

라이언은 주먹에 박힌 이빨 조각을 탈탈 털어냈다.


“형편없는 실력들이군.”


라이언이 도발하자 사내들이 발끈했다.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덩치 큰 사내가 등 뒤에 걸친 무기를 뽑았다.

덩치에 걸맞게 큰 대검이었다.

그는 그 대검으로 여럿이들을 쪼갰다.


후웅-


육중한 소리를 내며 대검이 바람을 갈랐다.

라이언은 거리를 벌려 대검의 사정거리 안에서 벗어났다.

근처에 있던 나무 의자가 반으로 갈라졌다.

피하지 않았다면 라이언의 몸이 두 동강이 났을 터였다.


“죽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단순한 일격.

그러나 실린 힘만큼은 무시하지 못한다.

라이언이 검을 잡았다.

그대로 아래에서 위로 맞받아쳤다.


“멍청한 놈!”


고작 저런 걸로 상대하려고 들어?

상대가 라이언을 비웃었다.

대검은 상당한 무게를 자랑한다.

힘으로 압살하면 그만.

그는 라이언의 몸이 검과 함께 반으로 갈라지는 걸 상상했다.


촤아악-


그는 몸을 가르는 감촉에 승리를 확신했다.

근데 왜 내 대검이 반으로 갈라진 거지?

의아함도 잠시, 그 감각은 착각이었다.

그는 반으로 갈라진 자신의 몸뚱어리를 감상했다.

의식은 거기서 끝이었다.


라이언은 반으로 갈라지는 시체 사이로 놈들을 살폈다.

남은 놈은 다섯.

놈들이 시선을 주고받더니 양옆으로 슬금슬금 움직였다.

한 번에 덮칠 심산인가?

아무래도 좋았다.

라이언이 좌수로 검을 잡았다.

두 다리를 어깨 넓이만큼 벌려 자세를 잡았다.

호흡을 두 번 고르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전신의 근육들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몸속에 흐르는 피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흐흡!”


라이언은 온 힘을 다해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바람이 불어 닥쳤다.

거센 바람이 술집 내부를 한차례 휘몰아쳤다가 사라졌다.


“뭐, 뭐야?”


놈들이 당황했다.

그리고.


차아악!


나무로 된 바닥이 피로 물들었다.

사내들의 몸이 고꾸라졌다.


“크아악! 내 발이···!”


발목을 잘린 놈들이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흘렸다.

보고도 믿기질 않을 광경.

엄청난 기예를 펼친 라이언은 숨을 고르며 검을 집어넣었다.

이 기술을 쓰고 나면 피곤했다.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히익! 괴물···”


사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더니 발목이 잘렸다.

그들은 라이언이 거대한 무언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가, 가까이 오지 마!”


그들은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괴물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열심히 기었다.

라이언이 마무리를 짓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였다.


“이거 재밌는 놈일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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