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사 사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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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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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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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사 사중정 -9(2).

DUMMY

“오늘 내 딸의 생일잔치에 참석해준 영웅들께 진심으로 감사하오. 섭섭하지 않게 준비를 많이 했으니 충분히 즐기다 가시오.”

련의 수뇌부와 각주급 인사들, 그리고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극천황이 직접 일어나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무극천황은 외부 일정 탓으로 딸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번 잔치는 직접 화열전에서 성대하게 열었으며 신년의 첫 연회인 만큼 대다수 수뇌부가 참석했다.

대전 상단에 앉은 무극천황과 군사 혈뇌를 중심으로 수뇌부와 각주들이 앉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삼대 문파 출신의 무인들은 한 편에 모여 앉았고, 그곳은 방벽이 세워진 것처럼 다른 문파 출신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제자들과 냉수아가 모인 자리에서도 약간의 신경전은 계속 됐는데, 연지완은 냉소악과 자신의 사이에 빈 의자를 두고 한 칸 떨어져 앉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각종 진귀한 음식과 술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중원 각지에서 초청한 무희와 악공들은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다. 그 중 사자춤은 단연 사람들의 함성을 한몸에 받았고 사자탈의 눈과 마주친 냉수아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한 시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공연도 끝나자 연회도 막바지로 흘렀다.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모여 담소를 나눴고 혈뇌와 술을 마시던 무극천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들이 모인 곳으로 걸어갔다.

“사부님.”

“아빠.”

제자들이 일제히 일어나자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들을 다시 앉혔다.

“앉거라. 불편하게 하려는 게 아니란다. 음식은 마음에 드느냐?”

제자들이 자리에 앉고 냉수아는 무극천황의 허리를 껴안았다.

“응, 아빠 최고야. 오늘은 평생 못 잊을 거예요.”

냉수아는 오늘을 위해 아껴뒀던 새 옷까지 꺼내 입고 한껏 치장했다. 원래 수수하게 다니던 탓에 잘 드러나지 않던 미모가 오늘만큼은 천하 제일미라고 칭해도 될 만큼 예뻐 보였다.

“하하, 그럼 다행이다. 이제 이 아비는 들어갈 생각인데 수아도 같이 갈까? 시간이 늦었구나.”

“응? 난, 좀 더``` 있다가.”

냉수아가 망설이며 말끝을 흐렸다. 무극천황은 자신을 쳐다보는 딸의 표정에서 가기 싫다는 뜻을 정확히 읽어냈다. 귀여우면서도 의외의 모습에 놀란 그가 냉수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시끄러운 곳을 질색하던 아인데```.’

의문은 곧 풀렸다. 냉수아의 얇은 손목에 채워진 처음 보는 팔찌. 아마도 그걸 준 주인공과 함께 있고 싶은 것이리라. 자신의 딸은 결코 장신구 같은 걸 몸에 두른 적이 없었으니까.

“팔찌가 무척 예쁘구나. 선물 받은 거니?”

“응.”

“내 제자들이 무공만 뛰어난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안목도 보통이 아니구나. 하하.”

“다 그런 건 아냐. 오빠랑 쮸방 오빠는 빈손으로 온 거 있지? 하여튼 최악이야.”

냉소악과 진주방이 펄쩍 뛰며 반박했다.

“수아야, 이 오빠는 네 부탁 세 가지를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선물로 했잖아.”

“나는 야생 거위를 통째로 잡아왔는데 그렇게 말하면 섭하지. 내 주방장에게 직접 맡겨놨으니 잠시 후면 최고의 요리를 맛보게 될 걸? 특별히 간은 수아 너한테 양보할게.”

냉수아가 빽 소리질렀다.

“그게 무슨 선물이야? 연 오빠나 상흔이 준 것처럼 비싼 건 안 바란단 말야. 판극처럼 성의는 있어야지. 안 그래요? 아빠?”

“하하, 네 말이 맞구나. 이제부터 내가 잘 가르칠 테니 이만 화 푸려무나.”

“흥, 내년에 또 두고 볼 거야.”

무극천황이 떠났다. 혈뇌는 그를 뒤따랐고 수뇌부 몇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러 궁둥이를 뗐다. 그것을 신호로 삼대 문파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거 일어나 화열전을 빠져나갔고 나머지 사람들도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고 귀한 술이 나온다 해도 공식적인 자리는 불편한 법. 몇몇은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아직 부족한 주량을 채우러 걸음을 돌렸다.

제자들이 모인 자리로 두 명의 노인이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한 손에 호리병을 든 채 달아오른 얼굴을 한 왜소한 노인과 그의 뒤를 따르는 커다란 노인, 련의 원로 대소쌍괴였다.

냉소악이 먼저 오는 소괴를 보며 반가워했다.

“소괴 할배!”

“키히힛, 이놈아 그 이름 버린지 오래다. 진짜 소괴는 이제 네놈이 아니냐?”

“고맙지만 사양하죠. 그런데 여긴 웬일이세요?”

“왜, 늙은놈은 여기 오면 안 되냐? 어린놈들 기 좀 빨아먹으려고 왔다. 키히히.”

소괴는 유쾌하게 웃으며 제자들의 면면을 살피더니,

“저기 덩치 큰 놈까지는 아는 얼굴이고 이놈들이 새로 들어온 놈들이로구나.”

그의 시선을 받은 판극과 초상흔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취했다.“

“제자 판극, 소괴 어른께 인사드립니다.”

“제자 초상흔, 소괴 어른께.”

“됐다, 이놈들아. 어차피 잊어버릴 이름 들어서 뭐할꼬. 네놈이 그때 괴물한테 덤볐던 놈이렸다?”

소괴는 초상흔의 말을 끊고 판극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초상흔의 인상은 휴짓조각처럼 구겨졌다가 금세 풀렸다.

판극이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대답했다.

“송구합니다.”

“아냐, 그땐 아주 좋은 구경 했다. 근데 약간 걱정도 했는데 기우였어. 키히힛.”

“어떤 게 말입니까?”

소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헤벌쭉 웃으며 호리병을 쭉 들이킨 다음 말을 이었다.

“뭐긴. 오늘 대괴랑 큰 내기를 했다는 거 아니냐.”

내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냉소악이 급히 관심을 보였다.

“내기요?”

“그래, 키히힛. 추후에 있을 창룡비무대전에서 네놈들 중에 누가 이길 것인가로 전 재산을 걸었다.”

“엥? 그때까지 살아 계시려구요? 욕심이 과하시네요?”

딱.

냉소악의 짓궂은 농담에 소괴가 들고 있는 호리병으로 그의 머리를 때렸다. 자주 있었던 일이라 진짜 화난 기색은 없었고 되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놈이! 벽에 똥칠을 해도 네놈한테 치워달란 소린 안 할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아라. 내가 왜 이놈한테 전 재산을 걸었는지. 끌끌.”

“하하, 그럼 대괴 할배는 누구한테 걸었어요? 연 사제? 쮸방?”

대괴는 아직 입 안에 담긴 음식 때문에 말은 하지 못하고 대신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난데없이 지목당한 아이, 판극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를? 이거 좋지 않은데```.’

하필이면 가장 약한 자신을 뽑다니. 다른 사형들의 경계심만 키워놓은 꼴이 아닌가. 둔해 보이는 노인의 내기용 말이 되는 건 득보다 실이 곱절은 많았다.

벌써 냉소악과 진주방은 흥미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봤고 연지완의 눈빛엔 살기가 맴돈다. 아직 어린 초상흔은 질투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아이 때문에 내기 이긴 적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걸었다.”

입 안의 음식을 삼킨 대괴가 말했다. 판극이 무극천황에게 대들었던 일을 언급한 것인데, 다른 사람들은 알 턱이 없어 어리둥절했다.

“그래요? 판 사제를 오늘 처음 보는 게 아니었어요?”

냉소악이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었으나. 그는 벌써 딴 데를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꽂힌 곳, 누런 빛깔의 윤기가 흐르는 거위요리가 주방장의 손에 들려 다가오고 있었다. 좀 전까지 배가 터지도록 먹은 사실은 벌써 까맣게 잊었다. 다시 식욕이 당기고 명치가 콕콕 쑤시는 게 몇 끼는 굶은 것처럼 배가 고프다. 군침을 돌게 하는 향이 실내에 퍼기자 완전히 이성을 놓은 대괴는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 대괴를 소괴가 술병으로 후려쳤다.

“이 돼지야! 늙어서 대접받으려면 음식, 여자, 돈, 이렇게 세 가지 욕심은 버리라고 했냐, 안 했냐?”

“으응? 돈은 너도 밝히잖아.”

“너랑 나랑 같냐? 어차피 나는 련을 위해 모든 걸 내놓고 죽을 거지만, 네놈이 먹는 건 기껏해야 똥밖에 더 되냐? 여긴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우린 이만 가자.”

“쩝. 혹시 남으면 내 처소로 좀```.”

대괴는 그를 따라 나갔지만, 아련한 시선은 끝까지 거위 요리에 머물렀다.

“저도 이만 가지요.”

“저도 갈게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연지완과 초상흔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쌍괴를 뒤따라 나갔다. 남은 제자들도 그들과 함께 있는 건 불편했기에 굳이 말리지 않았고 넷만 남자 오히려 더 분위기가 좋아졌다.

거위 요리를 가져온 주방장은 그것을 식탁의 정중앙에 내려놓았다. 시큰둥하던 냉수아의 시선도 먹음직스런 향과 자태를 뽐내는 요리에 꽂혀 있었다.

“재료가 좋아 요리도 아주 자알 됐습니다. 특별히 팔각으로 향을 냈으니 많이 드셔도 탈이 없을 겁니다. 허허.”

그는 사람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자기가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한걸음 뒤에서 냉수아가 먹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자는.’


작가의말

다음 화가 어린시절의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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