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사 사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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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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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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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사 사중정 -7(3).

DUMMY

“사형,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러게.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연 사제가 직접 설명 좀 해줄래?”

“하하,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이제 막 소식듣고 놀라서 이렇게 달려왔는걸요.”

연지완은 능청을 떨며 다가왔다. 판극의 인사를 받은 그가 조금 놀라워했다.

“그런데 판 사제는 같이 안 갔나 봐? 아니면 운이 좋은 건가?”

“```.”

저 의문에 찬 눈빛을 보니 확실해졌다. 밀고한 자는 연지완이다. 애초에 숨길 생각도 없는 모양. 냉소악이 진주방과의 내기에서 이긴 것을 알았고 화열전에도 함께 있었으니 미행해서 눈치챈 것이겠지.

“여긴 왜 왔어? 내가 지금 편하게 연 사제 얼굴을 볼 기분이 아니거든?”

“그것참 다행이네요. 대사형도 한 번 정도는 불편함을 겪어봐야죠.”

“뭐라고?”

냉소악이 흥분할수록 연지완의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

“아, 아. 진정하세요, 사형. 그러게 애초부터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안 했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요? 감히 련의 금역인 은월각에 침입하다뇨. 이 정도 처벌인 것에 고마워해야죠.”

“연 사제가 언제부터 내 걱정을 했는지 모르겠네. 이번 일도 박쥐 새끼 한 마리가 끼어있는 줄 몰랐던 내 잘못이니까 신경 쓰지 마.”

“뭐, 좋아요. 그건 쉬운 일이죠. 하지만 사형도 더 이상 창피한 일은 자제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애꿎은 우리까지 욕먹는다고요. 하필이면 초 사제가 입련한지 하루 만에 이런 대형사고를 치다니요. 덕분에 좀 쉬웠지만.”

냉소악은 분한 표정으로 연지완과 초상흔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답했다.

“```주의하지.”

“구금 기간이 백 일이라지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사이좋은 두 사형제가 함께 구금됐으니 외로움은 덜하겠죠.”

“내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 연 사제가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내 옥 수발들어줄 사람은 많아.”

“과연 그럴까요?”

연지완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형의 모습이 우스워 참기가 힘들었다. 항상 큰 산으로만 느껴졌던 사형을 내려다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좀 더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지만, 더 큰 즐거움이 남아 있었다. 사형의 저 표정을 종잇장처럼 구겨놓는 일.

연지완은 싱긋 웃으며 다음 말을 꺼내놓았다.

“아직 모르시는군요, 사형. 조금 전에 각주급 이상의 회의에서 사형과 진 사제의 면회 금지 처분이 결정 났어요.”

“``` 뭐?”

“다시 말해줄까요? 앞으로 백 일 동안, 이곳 회정동에 어떤 면회나 접촉도 금지됐다는 말이예요. 캄캄하고 냄새나는 곳에서 저 죄수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란 말입니다.”

쾅.

철창을 주먹으로 내려친 냉소악이 가까이 바짝 붙어 물었다.

“아버지, 아니 사부님도 허락했단 말야?”

“사형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연지완의 표정이 급격히 식었다. 냉소악과 눈을 똑바로 마주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극천황이 련을 이끄는 마부라면 삼대 문파는 마차의 말이나 같아요. 채찍만 들어서는 먼 길을 달릴 수 없으니 적절히 당근도 챙겨주는 거죠. 사부님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지만, 삼대 문파의 입김 또한 막강하고 련 전체에 뻗칩니다. 그들과 반목하는 걸 피하려면 이 정도 요구는 들어줘야죠.”

“내가 잊고 있었네. 사제가 흑검장 출신이라는 걸.”

“그래 봤자 양자에 불과한 제가 무슨 힘이 있었겠어요? 여기 초 사제의 덕이 컸죠.”

흑검장과 요마궁, 그리고 대도문이 주축인 삼대 문파는 개파조사 추혈객의 대부터 지금까지 쭉 련을 구성하는 주요 세력이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사도련주를 배출하지 못하고 늘 기둥역할만 해왔던 터라 꼭대기에 오르고 싶은 열망이 절정에 다다른 상태였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흑검장이었다. 흑검장의 장주인 사유칠검 마중찬은 어린 연지완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양자로 들였다. 흑검장의 뛰어난 무공과 연지완의 재능이 합쳐져 순조롭게 련주의 둘째 제자가 됐고 지금까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련주인 무극천황의 힘이 워낙 막강하고 그의 아들 냉소악이 너무 뛰어난 탓에 표면으로 나서기엔 한계가 있었다.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흑검장에게 이번 사건은 큰 기회나 다름없었다. 마침 요마궁의 적자인 초상흔까지 제자가 돼 든든한 지원군까지 얻은 것. 새벽에 열린 긴급회의에서 냉소악의 엄벌을 요구하는 흑검장의 발언이 통과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초상흔은 안쓰러운 얼굴로 냉소악을 바라봤고 연지완은 어깨를 으쓱이며 냉소악을 자극했다.

“알았어. 이만 가봐. 어제부터 한숨도 못 잤더니 피곤하군.”

어두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냉소악이 축객령을 내렸다. 포권을 취하고 뒤로 물러나는 연지완을 따라 판극도 물러나려는데, 갑자기 연지완이 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 다시 철창으로 다가간 연지완이 씩 웃으며 품에 손을 넣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면회인데 감히 빈손으로 올 수 있나요.”

그가 주섬주섬 꺼낸 것은 먹음직스럽게 윤기가 흐르는 육포. 그순간 감옥 안에 있던 모든 시선이 그의 손에 화살처럼 꽂혔다. 냉소악은 육포에 정신팔려 좀 전의 대화도 잊었는지 헤벌쭉 육포를 쳐다봤지만, 연지완의 의도는 불 보듯 뻔하다. 육포를 가진 냉소악을 저들의 표적으로 만드는 것.

판극의 예상이 옳다는 걸 나타내듯 냉소악의 입꼬리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대사형과 연 사형의 대화로 저들도 대사형의 정체를 눈치챘을 텐데``` 위험하다’

며칠째 굶주려 예민한 저들이 냉소악을 노린다면 아무리 그라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갇힌 자들은 모두 한가락씩 하던 무인이었고 그중에서도 살아남은 악착같은 자들이 대부분이다. 맹수를 우리에 가둔다고 해도 음식 앞에서는 그 야생성을 드러내기 마련. 내공까지 금제당한 냉소악과 진주방이 이겨내기란 힘들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잠자코 지켜보던 진주방이 먼저 눈치채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연 사형! 지금 뭔 짓을 꾸미는 거요!”

“왜 그래? 난 생각해서 가져온 건데. 도로 가져갈까요, 대사형?”

“그런 성의는 가서 개나 줘버리고 이제 가시오. 대사형이 하는 말```.”

“잠깐, 쮸방.”

냉소악이 진주방을 말리고 나섰다. 그러나 뭔가 생각이 있어서라기보단 그저 연지완이 가져온 육포가 욕심난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좀 전까지 화냈던 게 머쓱한지 헛기침으로 말문을 열었다.

“큼, 흠. 그래도 이왕 왔으니 가져온 건 주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역시 사형은 배포가 크네요. 하하.”

연지완은 웃으며 육포를 건넸고 냉소악이 그걸 덥석 받았다. 한결 표정이 밝아진 냉소악이 이제는 손을 흔들어 사제들을 배웅하자 연지완과 초상흔이 먼저 걸어나갔다.

“그럼 몸 건강하십시오.”

“그래, 백 일 후에 보자고. 판 사제.”

죄수들의 따가운 시선과 진주방의 한숨을 뒤로하고 판극도 회정동을 빠져나왔다. 기다리던 무사와 만나 돌아가던 길에 처음 들어갈 때 보았던 고양이 사체를 다시 지났다.

시체 냄새를 맡고 찾아오는 짐승이라고 했던가. 무사가 들려줬던 말이 자꾸 판극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난 왜 연 사형을 말리지 않았을까.’

어쩌면 회정동에서 냉소악이 제거되길 바라는 마음은 연지완과 같지 않을까? 복잡한 마음을 애써 털어내고 처소로 돌아가는 길에 연지완과 초상흔이 담벼락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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