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사 사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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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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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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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사 사중정 -5(3).

DUMMY

무극천황은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연지완은 몸이 돌처럼 굳었다. 내심 찔리는 게 있어서 자신을 보는 눈빛이 유독 싸늘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무극천황은 다시 언급하지 않고 옆에 있는 작은 소년을 자신의 앞으로 이끌었다.

“오늘부터 너희와 함께하게 된 아이다. 서로 인사들 하거라.”

아이는 판극보다도 더 어려 보였다. 푸른색 비단옷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맑은 미소를 머금은 아이가 포권을 취하며 먼저 인사했다.

“초상흔입니다. 여러 사형을 만나서 영광이에요.”

대사형 냉소악이 대표로 나서며 인사를 받았다.

“냉소악이다. 여긴 네 사형들이고.”

초상흔은 다른 사형들과도 인사를 한 뒤 판극의 옆에 나란히 섰다. 초상흔은 시종일관 당당했는데 그 모습을 본 연지완은 인상을 찌푸렸다.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판극과 눈이 마주칠 땐 살짝 비웃는 것도 같았지만, 판극은 빵빵한 배경에서 온 자신감이라 여기고 넘겼다.

무극천황이 제자들을 소집한 것은 오랜만이라 냉소악을 제외하고 다른 두 사형은 많이 긴장한 듯 보였다. 그는 엄하진 않았으나 칼처럼 정확해서 부족하거나 틀린 부분은 어김없이 지적했기 때문이다.

무극천황은 제자들을 슥 둘러보고 말했다.

“이제 마지막 제자까지 모였으니 좋은 경쟁만이 남았구나.”

“마지막 제자라고 하셨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지완이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무극천황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앞으로 더는 제자를 받지 않을 것이다.”

사도련주의 제자는 보통 일곱에서 많게는 열 명까지 받은 적이 있었다. 십만 명이나 되는 사파인을 생각한다면 열 명도 무척이나 적은 숫자였다. 다섯 명만 받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고 내부의 반발이 있을 텐데도 무극천황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훌륭한 제자들을 만났다. 앞으로 너희보다 뛰어난 제자를 얻을 수는 없을 듯하구나. 내 능력으론 너희 다섯이 한계인 것 같아 련에도 그리 전했단다.”

대사형 냉소악은 조금 실망한 듯 인상을 찌푸렸고 연지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앞으로 제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만큼 경쟁 상대도 적어지기에 연지완으로서는 환영할 결정이었다.

“대신 앞으론 좀 더 엄하게 가르칠 테니 긴장해야 할 것이야. 극아와 상흔은 이렇게 모이는 게 처음이지?”

“네.”

판극과 초상흔이 동시에 대답했다.

“특별한 것은 없단다. 너희들은 평소처럼 각자의 무사부에게 사사하고 나는 이렇게 모였을 때, 조언만 할 테니까.”

“사부님, 궁금한 게 있어요.”

초상흔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녀석의 당당하다 못해 황당한 태도에 다른 사형들이 놀라 바라봤지만, 초상흔은 개의치 않았다.

무극천황은 엷은 미소로 답했다.

“허허, 말하거라.”

“가르침을 받는 순서도 대사형부터 차례대로인가요?”

“그렇다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제일 어리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능력에 따라 순서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돌한 초상흔의 말에 연지완과 진주방은 얼굴이 시뻘게져 그를 노려봤다. 만약 무극천황의 앞이 아니었다면 당장 혼쭐을 내줘도 시원치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용감한 말이긴 하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 사형들은 너보다 더 일찍 입련해 무공을 배웠고 또 대접받아 마땅한 능력을 갖췄단다.”

초상흔은 굽히지 않고 받아쳤다.

“하지만 전 잘 모르겠어요. 정말 사형들이 그 능력을 갖췄는지.”

“하면, 어떻게 하길 바라는 게냐?”

“이 자리에서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죠. 사파의 절대 원칙, 강자존에 따라서요.”

“하하, 그러니까 네 말은 다른 사형들과 비무를 해보고 싶다는 말이더냐?”

“네.”

유쾌하게 웃은 무극천황이 주변을 둘러보고 말했다.

“막내 제자의 청이 이러한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단단히 벼르고 있던 진주방이 나섰다.

“아주 마땅한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막내 사제가 따를 수 있게끔 제가 직접 보여주겠습니다.”

“잠시만요. 저는 대사형과 붙어보고 싶은데요.”

애초에 초상흔이 겨냥했던 상대는 대사형 냉소악. 요마궁에서 처음 검을 쥘 때부터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던 게 냉소악의 이름이었고 꼭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 비슷한 또래 중에서 초상흔보다 뛰어난 상대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할아버지도 늘 차기 사도련주는 네 것이라며 치켜세워줬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벌게진 진주방이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이놈! 대사형이 네깟 놈이나 상대할 만큼 얕보였단 말이냐! 사도련의 제자라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 보여줄 테니 어서 검을 잡아라!”

“저는 진 사형이 왜 흥분하는지 모르겠어요. 대사형의 일인데 말이죠.”

“이익, 이 자식이 정말!”

분위기가 격해지는 걸 본 무극천항이 나섰다.

“그만. 나는 너희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자는 게 아니다. 비무를 통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길 원했 건만. 쯔쯔.”

“죄송합니다. 사부님.”

“그래도 기회는 줘야겠지. 진주방, 목검을 들고 나오거라. 초상흔도.”

“예.”

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한걸음 앞으로 나갔다. 초상흔이 막 손을 들고 질문하려했으나 그 전에 무극천황의 입이 먼저 열렸다.

“둘 모두에게 기회를 주겠다. 진주방과의 비무에서 초상흔이 이긴다면 소악과 비무를 하게 해주마. 마침 무공을 배운 기간이 둘 다 비슷하니 좋은 대결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예, 사부님.”

진주방과 초상흔은 연무장의 중앙으로 나와 삼 장의 간격을 두고 마주 섰다. 겉모습으로만 본다면 어른과 아이가 대결하는 것처럼 둘의 키차이가 심해서 얼핏 보기에 대결은 진주방 쪽이 훨씬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초상흔의 입가에서는 여유가 떠나지 않았다.

‘덩치가 크고 자세를 보니 중검을 쓰는 모양이다. 어쩌면 쉽겠어.’

요마궁주의 대표무공 파상진월도는 중검과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요마궁주에게 직접 무공을 배운 초상흔이 진주방을 상대로 자신 있어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쮸방, 여기서 지면 이제 새끼 사제는 네 몫이야.”

냉소악은 놀렸고.

“그 덩치가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볼만하겠군.”

연지완은 악담을 했다. 그러나 표정은 내심 긴장했는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평소 사이는 나쁘지만, 진주방이 진다면 자신도 초상흔에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결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옆으로 돌며 눈치를 살피던 초상흔이 갑자기 전진해 목검을 올려쳤고 진주방은 되려 앞으로 나서며 검로를 차단한다. 목검끼리 부딪히려는 순간, 초상흔의 손목이 슬쩍 비틀리며 세 갈래로 갈라졌다.

“헛!”

진주방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가까스로 피했지만, 초상흔의 목검은 성가시게 따라가며 괴롭혔다. 아무리 진기가 안 실린 목검이라도 비무에서 맞는다는 것은 곧 패배와 직결되므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얍!”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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