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사 사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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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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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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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사 사중정 -5(1).

DUMMY

추살검법은 한 때, 모든 사파인의 꿈이고 목표였다. 추혈객 원효방이 만든 전설의 비밀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직접 추살검법을 익힌 사람들은 성공을 맛보지 못하고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에 실패했으며 그저 그런 무인으로 남게 되자 사람들의 관심까지 점차 멀어져갔다. 련주의 직계 제자들에게만 공개됐던 추살검법은 일반 제자들에게까지 확대됐지만 누구도 찾는 사람이 없었고, 현재는 전문 살수를 양성하는 살각에서 살행을 보조하는 무공으로 가르칠 뿐이었다.

조숭이 추살검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내공을 되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던 그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매달린 게 바로 추살검법이었다. 그는 추살객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대단한 기연이 찾아오길 바랐다.

삼십 년간 익혔던 검을 새로 익혔다. 몸에 박힌 습관을 버리는 데만 삼 년이 걸렸고 다시 새기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연이 아니었을까? 조숭이 원하는 내공은 코빼기도 생기지 않고 오히려 무공이 퇴보했나 의심될 정도로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돼버렸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비웃고 혀를 찼다.

그렇지만 아예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추살검법이 비록 최강의 무공은 아닐지라도 꽤 훌륭한 무공임은 틀림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극 쾌(快), 극 중(重)의 묘리를 일검에 담아 베는 용도로 이만한 검법을 찾기 힘들었다. 단, 내공만 실을 수 있다면.

특별히 심오한 초식이 없고 모든 초식은 단조로운 베기와 찌르기 위주다. 그러나 군더더기 동작이 없고 어떤 내공심법과도 어울리며 실린 힘이 클수록 위력이 배가된다. 아마 추혈객이 당시의 천하제일인이 된 데는 역천심공과 잘 융화된 추살검법도 한몫했을 것이었다.

판극은 조숭이 가르치는 것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흡수했다. 오전부터 시작되는 검술수련은 물론이고 내공을 닦는 일도 불평 한 번 없이 해냈다. 오히려 조숭이 떠나도 판극의 훈련은 끝나지 않았고 쉼없이 몸을 혹사했다.

그게 조숭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뒷짐 진 자세로 판극 옆을 어슬렁거리던 그가 판극이 약간 지친 기색이 보이자 놓치지 않고 말을 걸었다.

“내가 뭐랬냐. 휴식도 수련이라고 했잖느냐. 쯔쯔.”

“헉, 헉. 괜찮습니다. 아직 할 만합니다.”

“내 듣기로 대공자는 하루 두시진 이상 검술 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나머지는 명상과 심법수련이지. 어떠냐, 너도 이만 나와 기의 흐름과 축적에 대해 고찰이나 하는 것이.”

판극을 자극해 원하는 걸 얻어낼 심산이지만, 어림없는 소리. 판극은 귓등으로도 듣는 시늉을 하지 않았다. 되려 더 세게 검을 잡고 중단을 힘차게 베었다.

슈앙.

“으이큭!”

허리의 한 뼘 앞을 지나간 검 때문에 깜짝 놀란 조숭이 놀라 소리쳤다.

“이놈아, 이게 무슨 짓이냐!”

“보십시오. 아직 거리조절도 잘 못 하지 않습니까? 저는 좀 더 수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이 나쁜놈. 망할 자식. 네 맘대로 해봐라. 치사한 자식아.”

조숭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씩씩댔지만.

“순서를 잊지 마십시오. 어디까지나 제가 강해지는 게 먼저입니다.”

“알았어, 인마. 네 맘대로 하든가.”

연무장 바깥의 그늘진 자리, 평소 조숭이 즐겨 앉는 곳으로 돌아간 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판극의 수련을 지켜봤다.

딱히 조언이 필요 없을 정도로 판극의 성취는 빨랐다. 내공심법으로 가르친 자혼심공도 벌써 3성에 오를 만큼 무공의 이해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독기 오른 모습마저 좋은 쪽으로 작용한다면 분명 현재의 유력한 련주 후보인 냉소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너무 급하면 탈이 나는 법. 땀 흘리며 훈련 중인 판극에게 조숭이 말을 걸었다.

“요즘엔 네 여자친구가 안 보인다?”

“네?”

판극이 못 알아듣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조숭이 짖궂게 말했다.

“거 네놈이 다치게 할 뻔한 련주 딸래미 말이다. 이름이 냉수아였던가. 기억 안 나? 걔가 너랑 친구하고 싶댔잖아.”

“... 친구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방해만 될 뿐이예요.”

“쯔쯔. 이런 못된 놈. 자고로 영웅은 호색, 아니 본색이라 접근하는 여자를 절대 홀대해선 안 되거늘. 집안 빵빵하고 미모도 훌륭한 아이가 먼저 다가오는데 내치다니```. 설마.”

“왜 그렇습니까?”

조숭이 말을 멈추고 무엇에 놀란 듯 가만있자, 궁금해진 판극이 먼저 물었다.

그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띤 조숭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너 혹시 나이 많은 여자 좋아하냐?”

“...”

“말만 해라. 내가 예전에 자주 다니던 기루에 네가 좋아할 만한 여자들이 아주 많아. 몸매도 좋고 얼굴은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고. 요것들이 맨날 나이 먹은 놈들만 상대하다 보니까 가끔 영계를 보면 아주 죽여요 죽여. 네가 좀 많이 어리긴 하지만 얼굴이 반반하니 많이들 예뻐해 줄 게다.”

신나서 떠드는 조숭을 판극이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곧 자신의 주책을 깨달은 조숭이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크, 흠. 어찌 됐든. 내 말의 요는 그 아이한테 잘하라는 말이지. 네 잘못이 크니 사과 정도는 해도 되지 않느냐.”

“어차피 갈라서야 하는데요. 뭘.”

“그래도 그게 아니지. 생각해 봐라. 냉수아가 그때 일을 일러바쳤으면 네가 이렇게 몸 성히 지냈을 것 같으냐? 딸을 끔찍이 아끼는 련주가 알았다면 네놈은 팔이나 다리 하나쯤 부러져서 쫓겨났을 게다. 쯔쯔. 아니지, 네놈이 천무지체라는 재능까지 가지고 있으니 후환을 염려해 어쩌면 쥐도 새도 모르게 끽! 하고 죽였을지도 모르지.”

듣고 보니 조숭의 말이 틀린 게 아니다. 분명 그날 자신이 흥분했던 건 사실이고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까지 해 버렸으니.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판극이 지난 일을 가지고 찾아가 사과할 만큼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다. 그저 검을 한 번 더 휘두르는 것으로 잡념을 털어내고 수련에 열중했다.

그런 판극이 답답한 조숭은 뭐라 한 마디 더 하려했으나 참았다.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 판극의 고집이 보통 고집이라면 모를까, 저 똥고집을 꺾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으휴, 그나저나 련주께서 출타를 마치고 곧 돌아온다고 하던데 머지않아 다른 제자들까지 모두 모이는 자리가 있을 게다.”

“상관없습니다.”

“안다. 그게 문제라는 거다. 만약 련주가 비무라도 시키면 거기서도 또 흥분해서 날뛸 생각인 게냐?”

“....”

그점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판극이 입을 꾹 다물었다.

조숭이 타이르듯 천천히 말했다.

“모난 돌은 정을 맞는 법이다. 절대 나서지 말고 꽁꽁 감춰야 한다. 너는 아직 다른 제자들에 비해 한참 부족한 게 당연해. 그걸 분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알겠느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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