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사 사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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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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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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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사 사중정 -8(3).

DUMMY

눈이 그치고 정오 무렵부터 모습을 보인 해가 쌓인 눈을 녹였다. 묘시가 되기 전, 판극은 냉소악의 처소에 도착했고 그곳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는 시녀들로 북적였다. 판극을 알아보는 시녀의 인사를 가볍게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벌써 몇 접시 먹어치운 냉소악과 진주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사형, 판극입니다.”

판극이 먼저 인사했지만, 그들은 눈동자만 한 번 굴리더니 계속 고개를 접시에 박고 오물거렸다.

“우음, 와썽?”

판극은 부드럽게 웃으며 합석했다. 멀리 놓인 음식을 사형들 쪽으로 밀어준 판극은 그들이 씹고 있는 걸 삼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문을 열었다.

“천천히 드십시오. 그러다 체하겠습니다.”

“모르는 소리. 먹다 체하는 게 내 소원이야.”

“회정동에선 별일 없으셨습니까?”

“별일? 그런 거 없었어.”

냉소악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별일은 없었지. 죽을 뻔한 일은 있었어도.”

진주방은 맺힌 일이 있는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죽을 뻔한 일이요?”

“그래. 하마터면 다시는 이 고기 맛을 못 볼 뻔했다고.”

진주방이 냉소악을 한차례 쏘아봤다. 그는 그 때 일을 떠올리자 목이 타는지 물을 한 잔 들이켜고 말했다.

“회정동에는 어떤 자들이 갇히는 줄 알지?”

“전대의 마두들이나 정파 고수들이 갇힌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그런데 다 똑같더라고. 연지완, 그자가 가져온 육포를 대사형이 감옥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줬다. 처음엔 고분고분하게 받던 그들이 밤이 되자 본색을 드러내더군.”

그가 계속 말했다.

“대사형은 금방 골아 떯어졌지만, 나는 크흠, 예민한 성격이라 낯선 곳에선 잠을 잘 못 자. 벌레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귀를 막고 있는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주 은밀하게 기어오는 소리 말야.”

“어떻게 하셨습니까?”

“뭘 어떡해. 눈을 번쩍뜨고 일어나는데, 채 무릎을 펴기도 전에 놈이 우릴 덮쳤어. 비록 내공이 없고 굶주렸지만, 힘 하나는 장사였어. 힘이라면 나도 자신 있는데, 온 힘을 다해서 겨우 막아냈으니까.”

“순순히 물러나던가요?”

“그랬으면 이런 말도 안 했지. 그자와 한참을 뒤엉켜 싸웠어. 아무래도 체력은 내가 좋으니까 점점 내 쪽으로 기우는데, 갑자기 뒤편의 죄수들까지 달려들더라. 죽일 듯이 말이야.”

먹는 것에 열중하던 냉소악이 끼어들며 말했다.

“키야, 이제 내 무용담이 나오니까 잘 들어, 판 사제.”

“뭐, 인정하긴 싫지만 대사형의 말이 맞다. 열 명이나 되는 죄수들을 나 혼자 상대하는 건 무리였으니까. 좌우간 잠에서 깬 대사형이 놈들을 물리쳐서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어디서 돌을 갈아 만든 흉기를 들고 부나방처럼 달려드는데, 정말 아찔했다.”

“내공을 금제 당하지 않았습니까? 어찌 열 명이나 되는 사람을```.”

판극의 물음에 진주방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그랬지. 그런데 대사형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놈들을 하나둘 쓰러뜨렸어. 뭔 수를 쓰는지 내공도 없는 상대를 아주 묵사발을 내더구나.”

“그래도 다행입니다. 어찌 됐든 위험한 자들은 정리했으니까요.”

“다행은 무슨. 이제부터가 진짠데.”

진주방은 그때 일이 떠올리자 몸에 한기가 스쳤다. 평탄하게 살아오진 않았지만,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죽을 뻔한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다.

“여태 구석에서 가만히 있던 남자가 일어났어. 덩치는 왜소하고 나보다 작았는데, 한참을 올려다보는 것 같았어. 그래, 내 착각이지. 하지만 그자의 움직임은 정말 상상초월이었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접근해서 대사형을 공격했거든.”

“혹시 내공을 되찾은 게 아닐까요?”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래. 대사형과 결투는 날이 새도록 계속됐고 결국 체력에서 앞선 대사형이 이겼는데, 팔과 다리에 큰 상처를 입을 정도로 위험했지.”

“놀랍군요. 내공도 없는 사람이 그토록 강하다니.”

“내력이 맞아.”

냉소악이 던진 말에 둘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진주방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물었다.

“회정동에 갇힐 때는 단전을 폐하지 않습니까? 어찌 내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까?”

“그자가 누군지 들었지? 50년 전 천하를 떨게 했던 마군이야. 그가 익힌 마공의 잔해들이 몸 구석구석에 퍼져있어 단전이 폐쇄돼도 아직 위력은 남아있는 거지.”

마군 혁련위.

과거 단신으로 사도련에 도전했던 강자다. 이미 사라진 마교의 흑천마공을 익히던 그는 주화입마에 빠져 이성을 잃고 사천과 청해성 일대를 오가며 사람들을 학살했다. 보다 못한 사도련이 진압에 나섰고 당시 사도련주와의 치열한 대결 끝에 그를 제압할 수 있었으나 사도련주 또한 팔을 하나 내줘야 했다.

냉소악은 아무것도 아닌 양 말했지만, 나이가 있는 무림인이 들었다면 기절할 내용이었다. 그만큼 마군 혁련위는 위험한 상대였고 그에 비하면 냉소악은 애송이었으니까.

판극이 이해가 안 돼 물었다.

“그런 게 가능합니까? 단전이 파괴되면 그간 쌓았던 모든 내공이 빠져나갈 텐데요.”

“그자는 특이한 경우니까. 이미 주화입마로 인해 마공이 몸 전체에 퍼져 있었고 이성까지 잠식된 상태라 가능했을 거야. 련은 그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회정동에 가뒀을 테고.”

“그래도 신기하네요. 단전이 아닌 곳에 내공이 저장될 수 있다니.”

“역시 판 사제는 생각이 깨어 있어. 네 사형은 그렇게 설명을 해줘도 안 믿던데.”

그 말에 진주방이 발끈했다.

“허! 대사형이 언제 그리 말했습니까? 단전은 그저 허상이며 실은 똥주머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으휴, 쮸방은 아직도 꼰대같은 소리를 해요. 그러니까 단전은 그저 사람들이 만든 약속같은 개념이고 다른 곳을 단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그럼 왜 여지껏 그렇게 한 사람이 없는 겁니까?”

진주방이 고집을 꺾지 않고 캐묻자 냉소악은 냉소악대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평소 냉소악의 말이라면 두말하지 않고 따르던 진주방도 자신이 배우고 알았던 무리(武理)에 어긋나는 말은 쉽게 수긍하지 못 했다.

둘의 언쟁 덕분에 애꿎은 시녀들만 난처하게 됐다. 부지런히 음식을 가져 나르던 그녀들이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놓지도 못 하고 앞에서 서성이자 판극이 손짓으로 그만 됐다는 표시를 했다.

한창 언쟁을 벌이던 냉소악이 답답함에 차를 벌컥 들이켜고 판극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판 사제, 사제는 내 말 이해하지?”

“아, 저는.”

판극이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진주방이 말했다.

“판 사제, 대사형의 저 허무맹랑한 말은 믿지 마. 진기는 혈맥을 통과하면서 강대해지고 그 속성이 바뀌는 법이다. 수많은 심법이 각기 다른 경로와 성질을 갖지만 결국 모이는 곳은 아랫배, 즉 단전이야. 그런데 만약 단전이 다른 곳에 있다면 어떻게 되겠어? 아마 마군처럼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걸?”

“아니, 그것과 이거는 다르다니까?”

냉소악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겨우 끝날 기미가 보이던 언쟁이 2차 전쟁으로 번질 것 같자 판극이 나서서 말렸다.

“두 분 사형의 말씀이 모두 옳은 것 같습니다. 먼저 대사형의 말처럼 단전을 다른 곳에 두어도 내기를 흘러들게 하고 저장이 된다면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봐요.”

“그렇지? 역시 판 사제는 나랑 통하는 게 있다니까.”

냉소악이 환한 표정으로 변했지만, 판극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태껏 그런 무공이 나온 적 없고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했으니 진 사형의 말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실현이 됐을 때 인정받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어떤 사람은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저 하늘의 해처럼 둥글고 계속 돈다는 말도 하던걸요.”

이번엔 진주방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섰다.

“그렇지, 이론만 내세우는 건 서생들이나 하는 짓이지. 중요한 건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터득하는 것 아니겠어? 안 그렇습니까, 대사형?”

“으득, 두고 봐. 내가 언젠간 증명해줄 테니까.”

“하하, 기다리겠습니다.”

그제야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지자 판극이 화제를 돌렸다.

“이제 딱딱한 얘긴 그만하시고 원래 하려던 걸 하죠. 원래 이 자린 대업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지 않습니까?”

“맞다, 음식에 정신이 팔려 깜빡했었네.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손님을 한 명 더 불렀으니까.”

“누구를```.”

마침 밖이 소란스러워지며 시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따각. 따각. 따각.

나무굽이 바닥에 닿는 소리로 봐서 여자같은데,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인지 거칠고 빨랐다. 소리가 점점 커지며 다가왔고 얼마 후, 문이 발칵 열렸다.

머리를 곱게 땋은 소녀가 빽 소리 질렀다

“오빠!”

냉소악은 반가운 표정으로 소녀를 반겼다.

“어서 와, 수아야.”


작가의말

컴퓨터가 갑자기 한글이 안 써집니다.nn 인터넷이든 게임이든 다른 프로그램이든 아무 데도 안 써져요.bn 딱 한글에서만 한글이 써져서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bn 인터넷 검색으로 나온 방법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도 마찬가지고.... 결국엔 포맷밖에 답이 없으려나요.ㅠㅜ

지금 이 글도 한글로 쓴 다음 복사해서 붙여넣은 겁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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