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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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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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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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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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DUMMY

“이봐. 어린 친구들. 우리가 말이야 너희들이 태워버린 저 인형들 때문에 밤을 새워가며 여기까지 왔거든?”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기 위한 과장된 말투.


비록 살의는 담겨 있지 않았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듯한 용병들이 덤비는 상황이었기에 말로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카니엘은 월영군 수색대 출신이라는 자부심과 신체향상을 한다면 무리없이 제압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고, 때문에 그의 손은 자연스레 신체향상 구슬이 담긴 주머니로 향했다.


그렇게 카니엘이 일격을 날릴 준비를 하는 동안 용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점차 다가왔고, 마침내 무슨 행동을 하지 않으며 안될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갑자기 뒷편에서 이미 재로 변한 인형 시체와 함께 소멸된줄 알았던 마법 불길이 솟구쳤다.


그 난데없는 불기둥에 카니엘은 물론 용병들의 말들 또한 긴 울음소리 뿜으며 발길질을 했고, 그렇게 팽팽하던 긴장감이 끊어지며 상황이 급변하자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려는 순간이었다.


“노..노빌리스크까지 아..안내를 요청하고 싶은데요!”


“···뭐?”


칼집에서 새파란 검날이 튀어나오기 직전.

그 혼란과 소란을 파고든 벨리안느의 외침에 용병들과 카니엘은 모든 행동들을 멈춰야 했다.


“숙박 안내도 필요한데..”


고개를 한껏 숙인 채였지만 벨리안느는 그렇게 또박 또박 말을 이어갔고, 그 말에 사내들은 물론 카니엘 또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일행인 카니엘보다 용병 대장이 먼저 벨리안느의 뜻을 이해하고서는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것이었다.


“나참.. 진작 자유 도시의 방문자라고 언질을 주지.”


그러면서 좀 전과는 사뭇다른 말투와 함께 심지어는 말에서 내려 짤막한 인사마저 건네는 것이었다.


“미드갈 토르라 불러주면 고맙겠군. 겉보기에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그래도 맡은 일을 실패 해본적이 없다 자부하는 용병단을 꾸리고 있지.”


“저는 이자벨.. 그리고 여긴 카니엘이라 해요.”


“흠.. 이자벨과 카니엘 씨. 노빌리스크의 일원으로 자유와 방랑의 기운들이 그대들의 발걸음에 깃들길!”


그렇게 순식간에 흘러가는 대화 흐름에 카니엘은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칼을 빼들고 불필요한 싸움을 하는것보단 좋은 분위기였기에 일단은 이자벨과 미드갈의 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 전에 요청한 일들을 위해서는 소정의 수고비가 붙는데 말이야. 물론 돈을 받는 일인마큼 입성에서 여관방 문 앞까지 아무일 없도록 안내할 테니 걱정은 말고.”


“그래도..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하면..”


“에이..어떻게 출중한 마법 실력을 지니신 마법사님께 덤탱이를 씌울수가 있겠나!

아, 그래도 말을 타고 가야하니 말 삯정도는 추가로 붙을거라 미리 말을 드려야겠네.”


카니엘은 그제서야 이렇게 대화가 급속도록 진행된 이유를 알아차렸다.

용병들에겐 이자벨을 상대할만한 마법사가 없었기에 그녀의 마법을 본 순간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반대로 노빌리스크에 입성해야 하는 카니엘과 이자벨 또한 그곳에 상주하는 용병단을 해코지해봐야 좋을 것 하나 없었고, 그 결과 이렇게 협상아닌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었다.


“조.. 좋아요. 대신 정말 괜찮은 여관을 주선해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자벨 양. 자! 그럼 당장 이 어둠을 가르고, 자유가 넘쳐나는 노빌리스크로 떠나보지 않겠습니까? 저 녀석들은 시간당 수당을 청구할게 뻔해서.”


금전적인 이득을 최대한 보는 것이 양쪽의 목적이 아니었기에 협상은 그렇게 쉽게 끝이났다. 그러자 미드갈은 지체할 것 없다는 듯이 떠날 채비를 시작했고, 이어서 그의 손짓에 수염이 더부룩한 사내가 여분의 말을 끌고 카니엘 앞으로 다가왔다.


“말.. 탈수 있소?”


살짝 마른편에 속하는 회색 말 앞에서 카니엘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그러자 사내는 고삐를 건넨 뒤, 자신은 홀연히 말위로 올라타 이동할 채비를 마치는 것이었다.


그 사내뿐만 아니라 어느새 용병들 모두가 카니엘이 말에 오르길 기다리는 듯했고, 때문에 카니엘은 부랴부랴 신입시절에 배웠던 기억을 되살리며 말에 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서둘렀던 탓에 이자벨이 자신의 뒤에 탔다는 것을 출발하고 나서야 알아차리게 되었다.


“.. 조금 당황스럽지?”


허리춤의 옷깃을 붙잡는 이자벨의 손길을 애써 침착하며, 이미 앞질러간 용병뒤를 따라 막 출발하려 할 때, 그녀가 등 뒤에서 속삭이듯 말을 건넸다.


“뭐... 대충 이유는 짐작가지만, 이렇게 하는 편이 최선이었던 거지?”


“응.. 괜한 싸움을 하는 것도 그렇고.. 용병들과 함께라면 노빌리스크에 들어갈 때 검문도 쉽게 지나칠 수 있으니까.”


“역시나. 그런데 저들이 말하는 수고비라는게 뭐야?”


“그건.. 도시에 가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텐데.. 노빌리스크의 호객 행위가 살벌한 편이거든. 그래서 주선자를 고용하면 수고비는 들지만 바가지도 덜쓰고 편한점이 있어.”


“.. 그렇구나.”


그 말을 끝으로 카니엘은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익숙치 않은 말몰이에 집중이 필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또 다시 전혀 다른 사람처럼 이 상황을 대처한 이자벨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금 붉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자벨의 정체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녀에 대한 자신의 호기심과 관심이었다.


그녀가 누구이든 벨로나를 만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그만인데 무엇 때문에 이토록 세세한 것까지 신경이 쓰이는 것일까?


“말 다루는게 영 서툰거 보니, 월영군을 탈영한지 얼마 안됐구만!”


저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빠져잇던 카니엘은 별아간 날아든 누군가의 외침에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4명의 용병들중 미드갈과 말은 가져다준 용병외 나머지 2명의 용병이 카니엘의 속도에 맞춰주며 접근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 말 다루는 것과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월영군에서 막 나온 자들이 보통 당신과 같거든. 신체향상에 너무 의지해서인지 그 마법을 못쓰게 되면 실력이 형편없더라고.”


“큭. 룩스, 네 말을 듣고 보니 세달 전쯤인가 신체향상이 가능하다며 약을 팔던 월영군 퇴역군인이 생각나는데?”


“아아. 알고봤더니 신향구 1개만 가지고 있었던 녀석 말이지?”


“그래. 그것도 그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걸려온 결투에 사용하곤 그 뒤로 도망치듯 도시를 빠져나갔는데 말이야.”


“이야... 그래도 그 허풍 때문에 한 인기를 끌었었잖아. 용병 일이 죄다 그놈한테 몰려가는데 껄렁한 이들도 신체향상 생각에 덤빌 시도조차 못했으니.. 검도 안뽑고 돈을 버는게 용병의 꿈인데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쪽에 계신 형씨는 신체향상이 가능한감?””


대화 초기에 검을 드는 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해서인지, 아니면 앞에서 두 사람이 정신없이 떠들어댔기 때문인지 카니엘이 저도 모르게 사실대로 말을 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대답해줄 필요 없어, 카니엘. 그리고 그쪽도 저희에 대해 알고 싶으면 정당한 대가를 치루고 알아가세요. 노빌리스크에서는 오늘의 날씨도 돈받고 알려주는 곳이니까...”


“큿! 크하하! 이거 이 숙녀분이 겉보기보다 세상물을 많이 드셨구만. 이봐 형씨! 좋겠소. 이렇게 현명한 여자친구를 두셔서.”


“게다가 마법사 여자친구라니. 마법사들이 그렇게 특이한 방법으로 밤일의 거사를 치루게 할 수 있다던데.”


“음? 그래? 난 처음듣는 이야긴데?”


“그 왜 마법으로 액체같은걸 조절할 수 있잖아. 아 물론 그러다 터지면 평생 고자가 되겠지만.”


“크하핫. 그런 밤자리라면 사양하고 싶은데! 아무튼 형씨, 방랑의 도시 노빌리스크에 첫발을 딛은 것을 환영하오. 보아하니 숙녀분 말만 들으면 별일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으니 잘 지내 보시구려.”


이자벨의 일갈 이후 용병들은 그렇게 생각을 거치지 않은 말들을 제멋대로 나누더니 이윽코 볼일이 없는 듯 다시금 앞서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한 바탕 폭풍과 같은 대화가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잠시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용병들이 두 사람을 연인으로 오해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상스러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 침묵을 이어가기에는 너무나 불편했다.


“..그 왜 아까 신체향상 이야기는 함부로 하지 않는게 좋아.”


“..왜?”


“괜히 시험삼아 결투를 신청하는 사람도 있고, 애초에 신체향상 구슬 자체가 고가품이라 노리는 사람도 많거든. 분명 저 둘도 그것이 목적이었을거야.”


“아..! 이해했어. 고마워.”


이자벨이 없었다면 정말 큰 일을 당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감사를 표한 카니엘이었다.


“아니. 나야말로.. 정말 고마워.”


그러나 이어진 이자벨의 말에 카니엘은 그녀가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던 찰나였다.


옷깃만 잡고 있던 이자벨이 갑작스레 몸전체를 카니엘의 등에 기댔고 그에 카니엘은 말고삐를 놓쳐 버릴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


하지만 벨리안느는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말에 떨어질 정도로 기력이 다한 상태였다.

겉으론 괜찮은 척했지만 용병들과 대화 한마디 한마디를 나눌 때마다 정체가 드러날까 극도로 긴장했었고, 때문에 마침내 상황이 정리되자 탈진할 정도로 힘이 빠지고만 것이었다.


물론 카니엘이 없었다면 용병과 대화할 생각은 꿈도 못꾼 채 분명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을 것이 뻔했고, 그 때문에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것도 있었다.


“앞으로.. 잘부탁해.”


아직 벨로나를 만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즉, 이자벨 베로에로서 카니엘과 함께 여정을 이어나갈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 사실에 벨리안느는 그렇게 본심을 전달했다.

그녀의 본심이 닿았던 것일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카니엘은 잠시 소녀에 대한 불신의 마음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여태껏 그녀가 보여준 행동에 적어도 거짓은 없었다고 느끼며,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단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안되지만... 나도 잘 부탁해.”


그 말과 함께 카니엘은 등에 기댄 이자벨이 보지 못하는 미소를 지으며 등자를 찼고, 그렇게 두사람은 서서히 동이 트는 초원을 가로지르며 노빌리스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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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3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1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3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0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1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1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3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5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6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4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3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4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1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3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6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9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8 2 8쪽
»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2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7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4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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