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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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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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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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DUMMY

“음? 어제 그 여자 분이오?”


테이블로 다가온 여관장은 음식을 내려 놓으려던 행동을 멈추고 그렇게 질문을 건넬 정도로 깜짝 놀란듯 했다.


“이거 왠지 오늘 아침에 내가 큰 실례를 한듯 한구만. 차림새가 그래서 한 번 일을 치루고 가는 손인줄 알았거든. 그리고 대게 그런 놈들은 묵어도 곱게 묵지 않아 나도 모르게 그런 태도를 취했구려.”


여관장은 그렇게 말하며 음식을 내려놓은 뒤 카니엘에게 악수를 청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이 여관에 도착했을 때, 여관장은 무뚝뚝한 표정을 고수하며 숙박비에 대한 흥정을 일절 하려하지 않았었다.

너무나 매정한 사람이라 여겼던 그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이해한 카니엘은 마주한 그의 두툼한 손을 붙잡고는 인사를 건넸다.


“이곳 『쉼과 길』의 여관장 바탄만이라 하오.”


“저는 카니엘이라고 하고, 이쪽은..”


카니엘이 간단한 목례 뒤 이자벨을 향해 눈길을 돌렸으나 그녀는 고개를 반대로 돌려 숙인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자벨이라 합니다.”


그렇게 그녀대신 통성명을 마친 카니엘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으나, 벨리안느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대륙의 공적.

그 꼬리표를 망각하고 얼굴이 훤희 드러내고 있었고, 그렇게 정체가 탄로날 위험을 무릎쓰고 원피스를 입기로 결정한 자신을 원망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


평범해지고 싶다는 충동으로 구매한 뒤, 단 한번도 입어보지 않은 이 옷을 이제와서 무엇 때문에 입은 것인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던 그 순간이었다.


“이거 이렇게 아름다운 숙녀분을 대상으로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다니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드리외다.”


바타만의 말을 들은 벨리안느는 자신의 이런 위험한 도전을 하게 된 이유를 깨달았다. 동시에 알수 없는 짜증이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바타만을 향해 목례를 짧게 한 뒤, 분풀이를 하듯이 차려진 음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본의 아니게 대화를 엿듣게 되었소만... 관광을 위해 노빌리스크를 방문한 것은 아닌 모양인데?”


“예. 누군가를 찾으려고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렇다면 아까전의 이 숙녀분의 말을 새겨듣는 것이 좋을 것이오. 아무리 돈을 밝히는 여관장들도 사람 정보에 대해선 함구할테니까. 안 그러면 이곳에서 여관장사를 못하거든.”


끝까지 바타만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던 카니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음식다운 음식 앞에서 대화 예법을 지킬 자신이 없었고, 무엇보다 벨리안느가 음식을 다 먹어치울 기세로 먹고 있는데 반해 추가로 음식을 시킬 돈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핫. 이거 많이 배가 고팠던 모양이군. 식사를 방해해서 죄송하오. 자자, 어서 드시오. 비록 내 여관장치곤 무뚝뚝하단 소릴 들어도 음식 맛으로 이 바닥에서 살아남았다는 평이 있을 정도이니 맛은 괜찮을 거요.”


주인장의 말대로 이때까지 먹은 음식 중 최고가 아닐 정도로 기가막힐 맛이었다.

스프와 빵. 생선 튀김과 과일 등

딱히 특별한 요리는 없었지만 뭔가에 홀리듯 계속 손이가게 되는 음식이었고, 그렇게 무섭게 먹어치우는 두사람을 바라보던 바트만은 갑자기 자리를 뜨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사양말고 잡숴보게. 숙녀분께 무례한 생각을 한 사죄의 값이니.”


그리고 다시 홀로 나온 그의 손에는 큼직막한 양고기 뒷다리가 구워져 나왔고, 그것은 본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그때서야 경쟁하듯 먹는 것을 멈췄다.


“그럼 사람을 찾고자 하면 어떤 방법이 좋지요?”


카니엘이 살코기 한점을 떼다 자신의 그릇앞에 놓으며 끊어졌던 대화를 시작했으나 이상하게도 그 물음에 대답은 주인장의 입대신 이자벨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정보시장. 클레이 루트.”


“허... 이 아가씨가 뭘 좀 아는 아가씨로군?”


깜짝 놀란 바타만이 벨리안느를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여전히 애매하게 고개를 돌린 채 시선을 최대한 피한 채였다.


“저... 클레이 루트가 뭡니까?”


그 틈에 카니엘이 재빨리 되물었고, 그렇게 대화는 다시금 두 사람 위주로 돌아갔다.


“말 그대로 정보시작이지. 유용한 정보를 팔고 사고하는 뒷골목이 노빌리스크에 존재하거든. 물론 그 장소는 매일매일 바뀌고.”


“혹시.. 오늘은 어디서 열리는지 알고 계십니까?”


카니엘의 질문에 바타만은 숙취에 쓰러진 취인을 한번 힐끗 바라보았고, 그것도 모자라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을 이어갔다.


“원래 이런 정보도 돈을 받고 파는 것이지만.. 숙박비 할인료라 셈치고 알려 주자면 오늘 늦은 오후쯤부터 티아탄 거리에서 열릴거요.

숙녀분께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몇 가지 유의할 점을 알려주자면 우선 가짜 정보도 많다는 점.

그리고 좀도둑부터 살인범까지 각종 범죄자들도 득실거리는 곳이라는 것과 괜찮은 정보를 사려고 한다면 꽤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알아두고.”


“아...”


돈이라는 말에 카니엘은 저도 모르게 이자벨을 바라보았으나 그녀가 무일푼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괜히 점심을 사먹은 것은 아닌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을 하고 싶은 찰나, 때 마침 여관에 손님이 들어와 바타만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먼저 실례 하겠소. 그럼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바라오.”


카니엘은 감사의 의미로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접객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멀어지자 곧바로 이자벨을 바라보았다.


“일단 클라... 하여튼 그 정보시장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거지?”


“응.”


“그래... 어쨌든 정보를 얻으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건 사실이야?”


“응.”


“하아.. 이거참.. 당장 오늘 저녁을 해결할 돈도 궁한데..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


“글쎄...”


무뚝뚝하다못해 퉁명스러운 반응에 카니엘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벨리안느는 짧은 한숨을 내쉰 뒤 뭔가 결심했다는 듯 자리에 일어섰다.


“그래도 일단 클레이 루트에 가보자. 재수가 좋으면 주워들을 수도.”


“아..그래? 그럼 당장 출발 해볼까?”


“잠시.. 그 전에 옷좀 갈아입고.”


“음? 왜? 로브 입은 모습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데?”


뜬금없는 본심에 놀란것은 비단 카니엘뿐만 아니었다.

계단을 향하던 벨리안느 또한 발걸음을 탁 멈출 정도로 놀라고 말았고, 곧이어 얼굴이 서서히 뜨거워지더니 귀조차 빨개지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 아무튼 조금만 기다려 줘.”


달아오른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서두르던 벨리안느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첫 계단을 헛딛고 말았다. 그 모습에 카니엘이 부축하려 일어섰지만, 벨리안느는 재쌉게 일어서고서는 요란하게 방으로 뛰어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니엘은 이곳 노빌리스크에서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자벨의 모습을 볼거란 예감이 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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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8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4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2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5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1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3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2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4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6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8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6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6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5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2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4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8 2 10쪽
»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60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9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3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8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5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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