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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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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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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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DUMMY

‘이자벨.....’


카니엘의 심장은 좀 전에 벨로나의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욱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초상화를 뺏들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 없었고, 때문에 자연스레 밀러와 소년이 나누는 대화에 집중하게 되었다.


“저희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니 꼭 부탁드릴께요.”


“그럼, 모든 정보원들을 동원해서 알아보도록 하지요. 어디 보자..”


별다른 이야기 없이 초상화를 받아든 밀러가 그것을 뚫어지게 관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카니엘은 어떻게든 이 두사람과 이자벨이 무슨 관계일지 추론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자벨의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두 사람의 정체와 그녀와의 연관성 또한 알수 있을리 만무했다.


“죄송하지만 이 여자를 왜 찾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질문에 되돌아오는 소년의 날카로운 눈빛.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니까요. 혹시 당신도 보신 적이 있나요?”


“아닙니다...”


되려 질문을 받은 카니엘은 저도 모르게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의 눈동자에는 강한 집념과 목표 의식이 서려 있었고, 그 뒤에 더 위험한 감정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제 생각에는 여기 노빌리스크에 머물고 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본 것 같기도 하니까요.”


그 순간 난데없는 밀런의 증언에 아뿔사 싶은 카니엘이었다.


“정말인가요?,..... 정말로.. 그녀가 여기.. 노빌리스크에?”


“확실히 알아보도록 하죠.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면 제가 정확하게 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손쓸 틈도 없이 밀러는 초상화를 들고 골목 어딘가로 사라졌고, 그의 뒷모습과 기뻐하는 의뢰인을 번갈아 보던 카니엘은 다시 한번 자신의 직감을 확신했다.


소년의 기쁨에는 오랜 친구나 가족을 만난다는 기대감과 설렘보다, 숙원을 해결한다는 침착함과 긴장감이 잔뜩 묻어났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판단을 믿기로 한 카니엘은 재빨리 미드갈의 눈치를 살폈다.


미드갈 또한 이자벨이 안좋을 일로 이들과 엮여있다고 생각하던 찰나였고, 때문에 카니엘의 눈빛만으로도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죄송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잠시 제 일을 좀 봐도 되겠습니까? 저도 방금전 알아낼 정보로 확인할 것이 있어서.”


카니엘이 그렇게 말을 건네자 두 사람은 일제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고, 그 짧은 긴장의 순간에 미드갈이 끼어들었다.


“허··· 이 친구좀 보게나. 그리 급한 일인가?”


“잠시면 됩니다.”


“흠... 밀러가 정보를 확인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할건데.. 어쩌시겠습니까? 이 자식이 자리를 비운 시간만큼 청구 금액을 차감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만.”


아르센의 입장에서는 이미 월연방국의 정보는 물론,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알고자 했던 벨리안느의 흔적까지 확인하는 단계였기에 더 이상 카니엘의 이용가치는 없긴했다.


“알겠어요.”


의외로 흔쾌한 대답을 얻어낸 카니엘은 모두에게, 특히 미드갈과는 끝까지 눈을 마주치며 정중한 인사를 한 뒤, 천천히 골목 저편으로 모습을 감췄다.


사라진 카니엘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미드갈은 이것이 그와의 마지막일 것을 직감하며, 그나마 어제 술이라도 같이 진탕 마셔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용병단의 단장으로서 이별 선물은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은 미드갈은 의뢰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밀러가 정보를 취합하는데 몇 시간이나 걸릴 수 있으니, 저희도 클레이 루트를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제안은 고맙습니다만, 저흰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펠리프에게 거절당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미드갈이 아니었고, 때마침 이 곳이 어디인지 새삼 깨달으며 의뢰인들이 흥미를 가질법한 제안을 떠올렸다.


“어짜피 밀러는 지박령처럼 여기에 하루종일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정보를 놓칠 염려는 놓으시고, 오직 이곳 노빌리스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인형 영업소’를 한번 둘러보시는건 어떠십니까?”


아니나 다를까.

미드갈의 제안에 들떠 있던 두 사람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으면서 경악스런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것..참.. 흥미가 돋네요. 안내해주시죠 그럼.”


처음 그런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다 낯설고 긴장하는 법이었기에 미드갈은 얼음장 같이 표정이 굳은 소년을 뒤로 한 채 앞장서서 골목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랬기 때문에 너무 맑아서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호수 같은 소년의 눈동자에 검은 물감이 풀리듯 분노가 드리우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그였다.


//////////////


펠론 거리에서 여관까지 단박에 뛰어서 도착한 카니엘의 형색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거친 숨을 내쉬며 여관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 모습은 가히 점령군의 기세와 비등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오?”


다행히 이곳의 총 책임자, 바트만은 그 점령군과 친분이 있었기에 화를 내기보다 걱정스런 말투로 되물을 수 있었다.


“이자벨...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시간상 일라일 여관이 있을 걸세. 그곳에서 오후 내내 일손이 필요하다 했으니까.”


“감사합니다.”


카니엘은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자신이 묵는 방으로 올라가 모든 집을 챙겼다.

모아둔 돈이며 벨리안느의 짐, 그리고 자기 짐까지 양쪽 어깨와 허리에 둘러맨 카니엘은 그렇게 다시 내려와 바트만에게 인사했다.


“아저씨..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지금 당장 떠나야 할 것 같군요. 정말..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카니엘이 쉴새 없이 말을 쏟아내며 당장 떠날 듯하자 바트만은 꽤 당황한듯 보였다.

물론 마음 같아선 무뚝한 친절을 아낌없이 베푼 그에게 좀더 제대로 된 보답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님은 명백했다.

때문에 그에게 할인 받았던 방값 일부라도 지불하려 주머니를 뒤적이든 찰나였다.


“이보게!”


갑작스런 바트만의 외침에 놀란 카니엘이 그를 보았고, 그 순간 자신이 큰 착각을 했음을 깨달았다.


당황해서 찌푸렸던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얼굴은 정체 모를 긴장감이 베여있었고, 특히 불안한 그의 시선은 카니엘이 아니라 그 넘어 뒤편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월영시 수색대 1소대 소속 카니엘 시닉스 이십인장인가?”


그 순간 들려온 머리칼이 주뼛거릴 정도로 낮고 위협스러운 목소리.


목소리의 형태뿐만 아니라 정확히 자신의 이름과 소속까지 언급했기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카니엘은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본 그의 눈앞에는 날카로운 콧날과 턱선 그리고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쓸어넘긴 사내가 월영군 갑옷을 입은 채 서있었다.


“누구십니까?”


위험에도 여러 이름이 있는 법이었다.


때문에 대세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카니엘은 그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월하시 루퍼트 군단 소속. 백부장 타하란 카츠라고 한다. 너와 함께 달아났던 자들을 쫓고 있는 중이다만.”


그렇게 위험의 이름을 듣게된 카니엘은 최악의 시점에서 가장 최악의 위험에 맞닿드렸다고 생각하며 신체향상 구슬과 월첨검에 손을 갔다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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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8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4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2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4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1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3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2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4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6 1 7쪽
»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8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6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5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5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2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4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8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9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9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3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8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5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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