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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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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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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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모른 거지. 이런 기본 상식선에서 파악이 안 된 거지. 공화국이 돈이 없어도 비대칭 전력으로 유지할 거라 가정한 거지. 거기가 그런 시설인 걸 알았지만, 게다가 산속인데, 출입구 외에는 징후가 없어. 어디서 만들어 가져와도 양이 작아. 드럼통 하나면 몇백 발 몇천 발 넣어. 이동 물자로 파악이 안 되는 규모야. 열 투시나 적외선으로 어떤 물증을 찾을 수도 없어. 통풍구에서 나오는 열기로 가동 중이라고 생각한 거지. 열량의 크기가 거기 지키는 병력 정도인 것도 판단이 안 된 거야. 일단은 위험하니 우리가 목표 수령한 거지. 그 포탄들, 그 탄두들 못 쓰는 거야. 폐기해야 하는데 그것도 돈이야. 화학 생화학은 정리 폐기도 돈 들어. 만드는 만큼 돈 들어. 더 들 수도 있어. 그런 종류 탄들은 공격하기 전까지 끝도 없이 유지에 돈 드는 거야. 그러다 방치된 거지. 항상 준비태세가 필요한 종류로 보여. 그게 경제 폭망한 공화국에서 쥐어짰어야 할 돈이지. 포탄에 제조 일자는 없었지만 오래됐어. 우리 팀을 거기 쌔려 박은 거야. 편한 목표라고 좋아했던 우리도 병신이고. 우리 잘못 아니니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니미 우리 팀만 지역대와 너무 떨어지고. 일대에 우리만 있어서인지 추격만 오지게 당하고. 다른 팀 애들이 구체적으론 말 안 했는데, 우리랑 멀어. 우리랑. 지역대는 못 찾고. 그야말로 고립무원 팀 됐다. 우리만 제2전선 하라고? 우리끼리? 지역대 쪽으로 가면 명령 위반인가?’


‘그래. 내가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야.’


‘살려면 그리로 가야지. 작계가 밥 먹여줘?’


‘이 자식아, 지금 열 명 있냐? 뭐가 합류야. 생존 자체지.’


‘중대장 조는 성공하지 않았을까?’


‘희망이야? 놀구 앉았네. 1차에서 하루 지켜봤으면 끝인 거야. 정신 차려. 없어진 게 나타나지 않아. 늘 상상했었다. 팀이 반팀 되고, 반팀이 조별로 분산되는 거 반드시 온다고. 12명 너무 무거워. 우리가 특별 상황 아냐. 북한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을 거야. 조에서 분산! 하면 한둘이지. 이런 상황 겪는 게 200명은 있을 거다.’


‘......이제 어째?’


‘뭐긴 뭐냐. 사격과 기동이지. 그리고 먹을 거.’


‘너 그거 봤냐? 그린베레 대원들이 아프리카에서 매복에 걸려 전사하는 과정이 핼멧캠으로 촬영된 거.’


‘그게 어디지?’


‘북아프리카 니제르. 차량 정찰하다 매복에 걸려 그린베레 셋 전사하고 둘 다친 사건. 현지 군대를 훈련 시키는 고문관 팀이었고, 당시 알카에다 조직이 국경을 넘어와 니제르 영토를 습격한 거야.’


‘그런 거 외우니? 뭐라는 소린지.’


‘기억나? 쓰러진 헬멧캠 주인에게 AK로 확인사살 하는 거. 쏘고 지나가는 장면.’


‘그 장면 때문에 돌려본 거지. 씨발 그거...’


‘사격과 기동으로 우린 그렇게 되지 말자고. 적어도 그렇게 뒈지진 말자고.’


‘어떻게 당한 거지?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맨총 대 조준경하고 악세사리 이빠이 달린 총 아니야?’


‘내가 보기에 대처가 잘못됐어. 나무들이 드문드문한 개활지에서 민병대 게릴라들 매복에 걸렸고, 차량에서 하차해 사격하며 이동하다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나온다.’


‘은엄폐가 안 되는 지형이라서 그랬나?’


‘간단하다. 살려고. 살아서 거길 빠져나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숫자로 압도한 적은 AK 같은 걸로 미군 차량 두 대에 난사하고 있었고, 미군은 고장 난 차량을 버리고 보도로 빠져나가려다 당했어. 미군은 M4에 조준경과 악세사리 풀셋으로 달고 있었다.’


‘국산 기관단총 연구한다고 10년 뻘짓하지 말고 그냥 M-4 3만 정 수입하지 그랬냐.’


‘하지만 빠져나가려는데 급급한 미군은, 헬멧캠 동영상으로 보면, 조준사격보다는 엄호사격처럼 계속해서 정밀사격이 아닌 위력사격을 해. 그러므로 몰린 거야. 모든 대원이 차량 밑이든 나무든 은폐 엄폐 견착하고 조준사격으로 상대 바디 카운트를 늘려야 했어. 상대가 쓰러지는 걸 보고도 끝까지 달려들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쓰러지는 규모를 보고 공격을 중단할 수도 있었다고 봐.’


‘기를 꺾어야 했나?’


‘그런 건 운이고, 일단 하는 거지.’


‘도피하려다 당한 거다?’


‘응. 그 좋은 장비 가지고 한 명이라도 더 적중시켜 쓰러트리려고 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었어. 그린베레가 셋이나 전사하는 상황을 자신들은 상상도 못 했던 거야. 미군이 응사하면 상대가 물러날 걸로 착각한 것 같아. 상대는 작정하고 매복했고. 어차피 죽을 거, 니들도 죽어라! 대항했어야지. 조준경으로 멀지도 않은 100m에서 다섯 명이 정확히 저격하기 시작했다면, 과연 아무리 간 큰 민병대 지휘관이라도 미군 다 죽일 때까지 돌격할 수 있었을까? 돌격명령을 끝까지 따랐을까? 흔히 하는 말로 약 먹고 돌격 감행했을까? 큰돈 들인 특수전부대원 3명이 전사했다.’


‘그렇지. 맞춰야지. 저격해야지. 무슨 씨발 엄호사격이 취미야?’


‘골통을 조준해 보란 듯이 날려버려야지. 기동 못 하고 매복 올가미가 조여오더라도 일단 상당수 적중시켜 우위를 점했어야지. 지들 죽는 거 영향을 받든 말든 했어야지. 난 영향을 받을 걸로 생각한다. 나무가 드문드문 은폐 엄폐 불가능한 똑같은 조건이었어. 그런 식으로 전투가 고착되면 움직이는 놈이 죽는 거다. 50, 100미터에서 게릴라들 사격 실력이 어떨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기동해서 빠져나가려고 해도 일단 일정한 수를 죽이고 기동했어야지.’


‘미군이 안 죽고 수세로 빠져나가려 하니 기세등등해졌을 수도 있다?’


‘미군 같은 부대와 대놓고 교전한 경험이 없을 것이고, 자기들끼리 싸운 경험이 있어도 비슷한 무장 비슷한 전술로 상대했을 거야. 그 성능 좋은 조준경으로 다섯 명이 조준사격으로 전환해 최소 10~15명만 쓰러트렸어도 전투 상황은 급변할 수 있었다고 봐. 여기서 만약... 그게 우리 한국군이었다면 어떨까 가정해 봤어.’


‘우린 미군처럼 위협 사격이 모자라고 너무 조준사격 위주로 측정해서 문제 아니야? 기록. 발수.’


‘게릴라들 사격이 정밀 조준이었겠냐? 거기다 대고 일단 갈기고 보면 운 아니고 사람 맞겠냐고. 적 방향에 대한 위협사격은 조준경이 있어야 상대가 고개라도 숙이지. 동영상에 나오는 아프리카 게릴라들은 조준경이 없어. 그들이 맨 가늠자 가늠쇠 조준사격이 얼마나 가능해? 미군을 맞추려 해도 가늠쇠 외에 초점을 흐리고 - 가늠쇠에 걸 목표를 정확히 지정해야 미군을 맞춰. 그게 안 되니까 방향 보고 자동으로 갈기는 거지. 폄하할 생각 없지만, 핼멧캠의 미군들은 습관적인 위협사격을 하고 있었어. 적과의 거리는 고작해야 100미터. 만약 한국군이었다면, 한국군의 그 단점으로 조준사격 해 드러나는 적은 다 쓰러트렸을 거야.’


‘맨날 방어형 조준사격만 한다고 욕하고 그랬지.’


‘방어형 조준을 비판하며 서양처럼 실전 사격 걸 운운했지. 실전 사격은 위력사격 엄호사격 맞아. 그러나 그건 아프간 이라크 아프리카에서나 그렇지. 그렇게 쏴선 적이건 뭐건 한 명도 안 맞는다. 한국군의 지독한 PRI와 조준훈련이 과연 실전에 뒤떨어진 건가? 서로 장단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군은 죽는다는 생각 안 한 거야? 왜 그리 무기력하게 당해서 비극적 영상이 남았냐. 안 본 사이도 아니고, 그린베레라고 하니까 화까지 나더라.’


‘미군들, 우리를 내리깔아 보는 기분은 엿 바꿔 먹었냐?’


‘난 한 명이라도 골통에 적중하다가 죽을란다. 내가 죽는데 전술이고 좆이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란 고언은 의미가 있어. 물론 살려고 생각도 안 해야 하지만. 내가 죽을 것이므로 많이 죽이고 죽겠다는 마인드. 우리가 죽어도 그게 적에게 공포가 되고 우리 전우들에게 도움도 된다. 쉽게 못 다가서게. 총 실탄만 들고 전력질주 1분이면 50m는 간다. 너, 니 차례가 오면 남아서 쏴 줄 수 있어?’


‘죽겠다는데 뭐가 무서워.’


‘니들은 내 총알 수만큼 이미 죽었다. 순서는 니들이 정한다. 와라.’


‘총 뺏기고 묶여서 총살당할 거면 죽을 때까지 영원히 싸워야지.’


‘이순신 장군이 정답은 정답이었어.’


우린 애써 표현할 수 없다. 화려한 수식어는 우리가 붙인 게 아니다. 우린 현대식 특수전이 아니다. 우린 대북-특수전이다. 대북 특수작전, 대북 비정규전이다. 이런 상황과 비교할 나라는 이 행성 안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대국들은 현재 자기가 전면전이 가능한가 의문이 대세다. 강대국들이 우크라이나에게 배울 할 지경이 되었다. 기술 대리전. 전술 시험전. 거기서도 소규모 특수전 외에 비정규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돈바스에서 비정규전 대 비정규전이었다 해도 과언 아니다. 특수전부대가 멋있지 않은 게 죄인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너를~~~ 길을 걷다 멍하니 너를~~~ 지금은 내 곁에 없는 너를~~~그리워하네~~~~ 바보처럼~~~~”


총 든 백정


많이 죽였다.

많이 죽였다고 말할 만큼 많이 맞췄다.

연쇄살인마보다 많이 죽여야 군인이다.


사람 뇌도 봤고 내장도 봤다.

짐승은 시큰둥했지만 팀원이란 목숨은 슬펐다.

도라이 맞나봐. 미안하지만 내가 악몽은 안 꾼다.


진리는 하나였다.


죽은 놈은 졌다.


지는 건 기분 개 같다.


난 계속 이긴 자이고 싶다.


서서 누운 자를 내려다보는 승자여야 한다! 항상!! 영원히!!!


진 건 창피하다!


난 아무것도 아니다.


나라 부대 모든 간판이 사라졌다.


다만 죽을 때까지 영원히 이길 것이다.


근데 왜 이렇게 의욕이 없냐.


지쳤나.


정말 죄송하지만 가족도 멀다.


거리감이 너무 멀어져서 심장이 동요되지도 않는다.


그게 있었던 정도다.


그냥. 여기. 그거. 전부.


싸우기 위해서 생존하는 거지 생존하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


‘죽음 가까우면 추억이라고? 평시 잣 까는 소리. 이제 추억은 지긋지긋했던 내 동기밖에 없다. 동기는 나와 대화하던 대로 했다. 진짜로 했다. 그게, 지금 살아있는 내 입장에선 해줬다! 같은 길을 가겠지만 배가 고프다. 먹고 싶다. 뭐 잡아서 생고기라도 뜯어 먹고 싶다.’


태양. 지구. 잎사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

왜, 이, 나라는 것이 이렇게 좋지?

내가 나를 이렇게 좋아했나?


저 하얀 점,

태양으로 영점이 잡힌다.


갑자기 까먹을지 모르니

단자는 [사격]으로 확인!


”차라리 손이나 팔이 잘렸으면,“


이제는 꿈처럼 기억되는

어떤 여자가 보고 싶다.

손짓 한 번만 해줘.


”대체, 오늘이 며칠이지?“


구멍 난 장갑. 떨리는 손. 북조선 성냥.

불 피우고 싶다.


‘사람이라도 먹고 싶다.’


먹을 것 같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척박한 산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단백질이니까.


안 그런가, 하전사 동무들!


총폭탄 승하보다 몬도가네가 인간적이지 않아?


춥다.

낙엽이 날린다.


‘근데 오늘 뭐라고, 없던 직승기들이 저리 날아다녀? 뭐가 저렇게 많았나?’


땅거미가 내립니다.

내려갑시다. 형.



‘난 간단하게 생각해. 머리에 뭐가 있는 척하지만 우리도 간단해. 단순한 사람들이야. 나이키 모토가 뭐지? Just do it! 그게 원래 미국 사형수 유언 비슷한 거야. 사형장에 도착한 연쇄살인마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 없냐고 했더니 그랬대. Let’s do it! 한때 유명한 말이었는데, 그걸 나이키 광고 직원이 변형해서 쓴 거지. Just do it! 총 있다. 적 있다. 쏴라! 찔러라! 죽고 사는 건 우릴 떠났어. 그것만 받아들이면 돼. Soldier. Black Beret. Enemy. Just kill it!‘


홀로 선 사람을 둘러싼 나뭇가지에 바람이 살랑~~ 이 정도 바람이면 충분하다. 비 올 때 바람 많이 불 때 모닥불 만들기 힘들다. 불을 살려도 화력 집중 안 되고 연기 많이 먹는다. 비 내리고 강풍 불면 미친다.


”후~~~~~ 후~~~~~~!“


작은 가지 쌓고 중간에 심지 불 만들고, 이어 굵은 것으로 불 확장.


”어우 매워.“


흑회색 화목 사이로 주황색 불이 올라온다. 커지는 모닥불만큼 미간이 펴진다. 이제 떳떳하다. 먼저 나와서 불을 피웠다. 하는 김에 반합에 물도 좀 데울까?


주황색 열기가 번지니 “으 어어어어어~~~~” 허리가 펴진다. 군장에 휜 허리. 행군 오지게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저마다 상체가 앞으로 굽고 오들거린다.


중댐. 선임관 기상 안 하는 거 보니 오늘, 행군 아니었나? 은거였어?


담당관님 기상하십시오. 중댐 기상하시고 불 쬐십쇼. 내 먼저 일라 가 했다임미꺼.


‘화목이 적지 않네? 누가 해놓은 거지? 내가 아무 생각 없었나?’


밑에 놈이 나오면 전투식량 모아다 따슨 물 부을 준비 하라 하고, 졸병한테 나이프로 반합걸이 지가대 깎으라 하고. 고참님들 나오시면 불 쬘 자리 봐 드리고, 담당관님들 잡술 믹스커피도 좀 내오고.


어떤 녀석들은 MZ라고 신세대 며느리 흉내 내다 몇 대 맞았다고 헌병대 찌르고 지랄인데, 아무리 봐도 인생 비비는 거다. 어른 대접해야 풀리는 게 대한민국이고 군대다. 그래야 내가 편하다. 그래야 내가 ‘기본이 된 놈, 트러블 없는 놈’이 되어 딱히 지적할 생각이 없어진다. 내가 편하게 안 해주면 건수를 만들어 더 힘들다.


‘어 씨, 몸 풀리네. 역시 야전은 피워야 맛이여.’


“어이, 뭐 하냐. 모닥불에 좆 말리나!”


아랫것도 윗것도 아닌 유사 휴먼이 먼저 기어 나오네.

군화 끈도 안 매고 푸석머리 거렁뱅이 꼬라지라니.


허리는 구부정~~~ 하품하며 불꽃을 향해 휘청휘청...

중공군이 불을 향해 양 손바닥부터 뻗는다.


“가까이 오지 마. 구린내 나.”


“새끼가 형한테.”


“군번은 내가 빨러. 군번이 임관점수 순인 거 몰라?”


“아침 댓바람부터.”


“몇 신데 아침 타령이야. 정신 미귀야?”


“이놈의 시계가 빵꾸 났나...”


“지가대 좀 깎아라 마.”


둘이 습관적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섞는 이유는 선임담당관 때문이다. 막걸리 탁주처럼 걸걸거리는 지독한 사투리. 처음에는 발음도 웅얼웅얼 불투명해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중대장은 전라도인데 어미가 물렁하지만 또박또박 들려서 산뜻하기까지 했다.


“졸병 시키라. 만만한 게 홍어 좆이가. 쌀 없나? 전투식량만 먹으니 주디가 방~부제 냄새 난다.”


“오늘 뭐지? 정비야? 밤에 또 출발인가?”


“뭐? 몰라.”


“내가 지금 20대 치매 구경하나... 주특기 꽁으로 먹어? 피곤해서 그래? 뭐냐고!”


“진짜 몰라서 그래.”


“선임관님은? 같은 비트지?”


“깬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아이고 발바닥이야. 좀 앉고 말하자 이 씨...”


“어이 가방끈. 고참들 일라기 전에 믹스 한 고푸씩 할래?”


“고래.”


“갔다 와.”


“나더러 가져오라고? 결자해지. 니가 장애물코스 출발!”


“에라이.”


“오늘 보니 여기 경치 조~옷타. 가끔 정신 차리면 이게 한국인가 싶구나. 관광지 등산로 게임도 아녀.”


사람들은 모른다. 왜 특전여단이 이렇게 많냐. 북한이 많아서 우리도 많은 게 이유가 되냐. 줄이고 정예화하는 게 좋지 않냐. 맞는 소리다. 육본이 지휘관 별자리 8개를 포기하겠냐, 그것도 맞는 소리다. 하지만 모두 평시의 ‘현상’을 말함이다.


그렇다. 북과 남은 해 봤자 국지전이다. 북조선은 정말로 맞짱 뜰 생각이 없다. 없었다. 하지만 북이건 남이건 ‘특’자를 올려보내고 내려보내는 건 다른 문제다. 그건 전면전이다. 서로가 점령하겠다는 의지다. 아니면 보낸 ‘특’자를 방치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여 평화협정을 맺어? 세계적으로 보아도 너무 규모가 크다는 ‘특’자의 개수는 북한의 道 개수다.


우리가 올라온 이상 국지전은 물 건너갔다.

우리가 올라온 이상 승부의 세계는 고정되었다.


대대, 지역대, 다른 사람들은? 1차 작전 끝나고 본 사람이 전부다. 나타난 사람들이 안 나타난 사람들 말을 안 한다. 묻지도 못하겠다. 이 부대는 대대장이 지역대장 중대장들 모아놓고 작전계획을 토의하지 않는다. 12명끼리 옆 팀(중대) 목표도 보안이다. 대대장이 점검한다면 1개 팀씩 불러서 토의하고 점검해야 한다. 지역대 안에서도 2개 팀 이상 연합팀 타격이 아니면 서로 모르며 절대로 묻지 않는다. 팀별 작전이 끝나고 골프가 모이는 약정만 암기하고 있다.


그래도 지역대, 그래도 같은 대대, 동기도 있고 주특기 때문에 친해진 타 지역대 선후배도 있다. 그리고 모른다. 다른 지역대는 말마따나 다른 지역이다. 막상 닥치니 어느 제대가 어느 정도 남았는지는 일정한 운이다. 골프가 모였을 때 지역대장이 스치는 말로 몇 마디, 그게 다른 지역대다. 알아도 말하지 않는다. 서로 묻지 않는다. 동기끼리도 삼간다. '알았다가 전시에 내가 불어버리는 일이 생기면 내가 죽이는 거다.'


확실한 건, 내가 살아 있다는 것과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다 어디로 갔나.

다 어디로 갔다.


그래도 한 명.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저게 지금 어따 대고 저러는 거야? 우리 쏘는 거야?”


“색깔 죽인다.”


“1발 장전하고 테이핑할 걸 그랬나? 접지하면 총부터 끌러라!”


“우린 못 돌아간다.”


“안 들려~~~~!”


“안 듣는 것도 좋지...”


“뭐라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밍기적 기리지 말고 바로 붙으라! 마, 알았나!!!“


”알았어.“


”내 낙하산 잘 따라와~~~!“


너의 목소리

너의 목소리

너의 목소리가 들려




[끝]



그동안 함경도의 별을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 조휘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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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Hard Landing 5 24.06.24 155 6 13쪽
371 Hard Landing 4 24.06.17 143 3 13쪽
370 Hard Landing 3 24.06.10 13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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