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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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ark
작품등록일 :
2020.10.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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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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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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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 제29장 뜻밖의 재회

DUMMY

해리가 눈을 떴을 때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해리는 자신이 눈을 뜬 건지조차도 의심이 들었다. 해리의 눈앞은 오로지 칠흑 같은 어둠 뿐.


눈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풀숲의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공기에서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스스로 만지는 몸이나 입안에 든 혀는 느껴졌지만 그 외에 주변을 더듬거나 손을 세게 휘둘러도 공기의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몹시 당황한 해리는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어쨌든, 해리는 생각을 하고 있고 눈도 깜빡일 수 있으며 침을 삼킬 수도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손을 가슴에 대면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어쨌든, 해리는 살아있었다.


아마 해리는 검은 안개에 휩쓸리는 즉시 죽었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해리가 마신 침식하는 죽음을 피하는 약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해리는 지팡이를 들어서 몇 가지 주문을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변화가 없었다. 심지어 아구아멘티 마법으로 물을 뿜어내 봤지만, 해리의 몸에 물이 튀는 느낌도 들지 않았으며 인센디오 마법으로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해리는 어설프게 지팡이를 조준해서 팔뚝에 직접 인센디오 주문을 사용해 봤지만, 통증도 없었고, 직접 만져보니 화상을 입지도 않았기 때문에 주문 자체가 발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고민에 잠긴 해리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웠다.


하나, 죽음이 내보낸 연기로 이루어진 커다란 연기 안에 갇혀서 감각과 마법을 차단당했다.

둘, 죽음이 내보낸 연기로 특수한 다른 어디로 이동했다. 가령, 죽음의 대기실과 비슷한 어떤 공간으로 이동했다.

셋, 어디로 이동했는지, 아니면 아닌지 알 수 없고 해리는 죽거나 영혼상태다.


해리는 우선 세 번째는 배재했다. 가장 최악의 경우이기는 했지만, 우선 신체적으로는 온전하다는 것을 근거고 죽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것이 착각이라고 해도, 실제로 죽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라고 한다면 해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므로 아예 생각에서 배재했다.


우선 해리는 자신이 살아있는 상태가 맞다고 생각했으며 이곳이 어디 던지 간에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했다.


고민하며 이리저리 거닐던 해리는 하늘이 일렁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칠흑 같은 어둠인데 불구하고 무언가가 일렁거리는 것 같은 하늘에 무언가가 퍼뜩 떠올랐다.



어둠이 꽃잎처럼 흩날리는 하늘에, 그대는 서 있다. 깨진 하늘, 흩날리는 어둠, 손에 쥔 빛, 대신 입은 영광. 붉은 희망, 푸른 안도, 자색 절망과 새하얀 순수가 그대를 맴돌고, 황금아래 묻힌 거대한 잔이 그대의 손을 기다린다. 어둠의 꽃잎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양손에 쥔 빛의 사슬을 놓치지 말 지어다. 어둠속에 들어간 빛은 이미 꺼낼 수 없으니 그리워도, 안타까워도 빛을 집어넣어선 절망만이 그대의 어깨에 내려앉을 것이다.



해리는 첫 번째 예언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이후로 피렌체가 해 준 예언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머지 두 가지는 아직 이루어졌다고 보기가 힘들었다. 해리는 첫 번째 예언이 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예언이 가짜가 아니라 어느 정도 비유적인 상황을 진짜로 묘사하는 걸 확인하고 나머지 두 가지도 외워 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둠이 일렁이는 것을 보자 퍼뜩 마지막 예언이 떠오른 것이다.


모든 게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해리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예언의 내용이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거의 느끼지 못할 뿐 어둠이 빽빽하게 흘러내리고 있다면 현재의 상황과 유사할 것이라 생각한 해리는 구절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했다.


깨진 하늘- 이건 모르겠고...


흩날리는 어둠. 이건 현재의 상황이다.


손에 쥔 빛. 이건 미자의 돌을 뜻하는 것인지 지팡이를 뜻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대신 입은 영광.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매하다. 해리 포터의 몸에서 세운 업적을 뜻하는 것일까.


붉은 희망, 푸른 안도, 자색 절망, 새하얀 순수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불사조와, 용과, 세스트랄과, 유니콘의 재료들을 뜻하는 게 아닐까.


황금아래 묻힌 거대한 잔. 이건 떠오르는 게 딱 하나 밖에 없다. 황금의 도구들 사이에 가라앉아 있던 덤블도어 교수의 집에서 가져온 황금 잔. 이건 호그와트에 있다. 이게 내 손을 기다린다- 무슨 의미일까.

양손에 쥔 빛을 놓지 마라- 이건 잘 모르겠다.


이후에 나오는 빛을 집어넣지 말라는 구절도... 마찬가지. 혹시 이 예언은 구간이 나눠져 있는 건 아닐까.


잠시 고민하던 해리는 최대한 간단하게 예언을 해석하기로 했다.


어쨌든 해리에게는 호그와트에 있는 황금잔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를 가지러 갔다 올 수 있는 건 현재 도비뿐인데 해리는 이 시점에서 도비에게 부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 방법이 없다면 도비에게 부탁을 하겠지만 도비는 해줘야 할 역할이 있으니...


“아, 그렇지.”


해리의 머리에 번쩍하고 빛이 비추는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퍽스!”


해리의 외침이 소리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전해진 건지 몰라도 허공에 불꽃이 몇 번 튀기 시작했다. 불꽃은 주변을 밝게 만들지는 못해도 불꽃 자체가 해리에게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가능한 것 같았다. 이게 어떤 형태로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가능하다는 게 중요했다.


“퍽스!”


해리가 한 번 더 외쳤다.


퍽스는 해리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게 힘든 일인 것처럼 공중에 주황색 불꽃을 몇 번 튀기더니 잠시 텀을 가지고 불꽃을 피워냈다. 한번 타오른 불꽃 너머로 퍽스가 고개를 내밀고 해리를 확인했다. 주변을 둘러본 퍽스는 화들짝 놀라더니, 몸을 디밀어서 해리에게 날아들었다.


“잘지냈니?”


해리가 퍽스에게 말을 걸었지만, 퍽스는 해리의 뻐끔거리는 입모양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부리를 딸깍거렸다. 해리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하고 퍽스의 머리에 손을 대 보았다. 다행이 몸의 일부가 닿자 퍽스의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퍽스, 이제 내 말이 들리니?”


해리의 질문에 퍽스가 그렇다는 뜻으로 부리를 딸각거렸다.


“그래, 그러면 호그와트에서 황금 잔을 가져올 수 있겠어? 연회장 중심에 있는 그거 말이야.”


퍽스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며 부리를 딸깍거렸다.


“그럼 부탁할게!”


해리의 말이 끝나자 퍽스가 날개를 몇 번 퍼덕이고 불꽃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그리고 수십 초 뒤 퍽스는 다시 불꽃을 튀기며 힘겹게 어둠을 뚫고 돌아왔다. 머리부터 들이밀어서 돌아온 퍽스가 몸을 힘겹게 밀어 넣는 것을 보고 해리가 다가가서 부드럽게 퍽스를 끌어 올려 주었다.


해리의 도움으로 퍽스의 양쪽 날개가 빠져 나오자 힘차게 날개짓을 하며 그대로 어둠 속으로 들어왔다. 퍽스의 발에는 빛나는 황금 잔이 달려 있었다.


“고마워, 퍽스!”


해리가 퍽스를 거의 끌어안다시피 해서 맞이했다. 해리는 퍽스를 몇 번 쓰다듬어 준 뒤 어깨에 올리고 퍽스가 넘겨준 황금 잔을 완전히 비워냈다. 어차피 안에든 침식하는 죽음에서 벗어나는 약은 해리가 이미 마시고 온 거라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황금잔을 완전히 비워버리는 해리의 머릿속에 어떤 생가기 번개같이 스쳐 지나갔다. 죽음이 이 공간 안에 함께 있다고 한다면 이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해리는 잔을 완전히 뒤집어 내용물을 쏟아낸 뒤 잔이 완전히 빈 것을 확인하고 퍽스에게 잔을 가져다 대었다.


“눈물 몇 방울만 줄 수 있겠니?”


해리의 말에 퍽스가 잔에다 대고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잠시 느릿느릿한 퍽스의 울음소리가 계속되고, 해리가 잔을 바라보니 잔 안에 옅은 푸른 안개 같은 것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퍽스의 기다란 부리를 타고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푸른색 안개 같았던 퍽스의 노래의 잔향은 눈물과 만나며 완전히 가라앉더니 온천이 솟아오르듯 불어나기 시작했다. 곧 컵을 반 이상 채운 거의 투명한 하늘색의 액체는 조용히 넘실거리며 가끔 기포를 뱉어냈다. 퍽스가 가진 기운을 받아서인지, 은은하게 빛나는 그 액체는 어둠을 쫓아내는 것처럼 은은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좋아. 그러면...”


해리는 황금 잔을 높이 들고 정신을 집중했다.


분명 아까 죽음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변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있었다. 여러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마치 무작위로 변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해리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모습을 기반으로 변화 했었다. 그것을 눈치 챈 건 거의 검은 연기에 끌려가기 직전 이었는데, 영국에서는 존재할 리 없는 갓을 쓰고 펌퍼짐한 옷을 입은 모습은 한국에서 말하는 저승사자의 모습이었다.


해리가 생각한 게 맞다면, 사신의 모습은 해리가 그때그때 떠올리는 죽음과 관련된 상징적인 모습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게 어떤 형태이든 잔을 들고 있는 죽음을 상징하는 모습을 떠올린다면, 그 잔에 황금잔의 내용물과 같은 내용물이 차오를 것이었다.


해리는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를 떠올리려 애썼다. 죽음의 신이면서, 올림포스의 12신이고, 신들의 음료인 넥타르를 즐겨 먹었다던-


해리의 상상과 동시에 저 멀리서 흐릿한 별빛 같은 게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저기다!”


해리가 곧바로 퍽스를 공중에 날려 보내고 다리를 붙잡았다.


“저기로 날아 줘!”


퍽스는 해리의 부탁에 해리를 달고 그대로 날아올랐다. 불사조는 그 어떤 새보다 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해리도 달고 쉽게 날아오를 수 있었다. 해리가 저승의 신 하데스를 계속해서 떠올리는 동안 흐릿한 빛은 깜빡이거나 약간 흔들리긴 했어도 꺼지지 않은 채 해리와 퍽스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꽤 긴 시간동안 날아서 해리가 ‘거의 이십분은 날아온 것 같은데 정말로 다른 곳으로 이동된 건 아닐까?’ 라고 생각 할 즈음에, 퍽스가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해리도 어둠을 지나 바깥으로 빠져나오며 그곳이 경계였다는 걸 깨달았다.


해리와 퍽스가 빠져나온 곳은 그저 죽음과 만났던 공터였는데, 한참이나 날아온 것에 비해서 거의 이동이 없었다. 놀란 상태로 뒤를 돌아보니 해리는 자신이 빠져나온 곳이 넓은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리가 빠져나온 곳은 죽음의 몸 속이였다. 직경 2미터 정도의 크기의 구체로 변해버린 죽음은 해리가 떠올렸던 하데스 모습을 한 부위가 한쪽에 붙어 있었다. 하데스의 손에 들고 있는 화려한 장식이 달린 잔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잔에 퍽스의 노랫소리와 눈물로 만들어진 액체가 담겨있는 것이 뻔했다.


죽음은 잔을 버리거나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퍽스의 눈물이 그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자꾸 잔의 형태를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에, 몽글몽글하게 변했다가 다시 현재의 모습으로 돌아오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해리는 대략 사정을 파악하고 난 뒤 곧바로 지팡이를 들어서 죽음에게 겨누고 주문을 몇 개 날려 보았다. 루모스를 개량해서 빛을 뭉친 주문과, 중력마법, 그리고 기절 마법과 무장 해제 마법을 연거푸 날렸다. 무엇이 효과적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날린 주문들은 차례차례 죽음에게 적중했다.


개량한 루모스 마법이 적중하고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터져 나오자 죽음이 기묘한 소리를 내질렀다. 빛이 사그라 들고 주문을 맞은 곳을 바라보니 죽음의 몸에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큼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안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동안 다른 주문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서 사라져 버렸다.


해리는 퍽스에서 내려와서 퍽스를 한 번 쓸어준 뒤 근처의 나무로 피해있으라고 부탁했다. 퍽스가 날아가는 동안 해리는 연거푸 루모스 마법으로 죽음을 압박했다.


죽음은 빛에 당할 때마다 기묘한 소리를 내며 몸이 무너졌지만, 구멍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갈 뿐 별다른 반응을 해오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싱겁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하늘로 올라간 검은 연기들이 소용돌이치더니 넝마처럼 망가져 버린 죽음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검은 연기는 다시 죽음의 형체를 수습하기 시작하고, 퍽스의 눈물을 어둠으로 감싸서 탁한 빛이 나는 구슬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위로 연기들이 모여들며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더니 누가 봐도 형체를 갖춘 검은색 인영이 되어 버렸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이목구비도 없고 계속해서 변하는 형태도, 희뿌옇고 몽글몽글한 형태도 아니고 완전히 형태를 갖추고 명치에 빛의 구슬을 갖춘 인영은 키가 큰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2미터가 훌쩍 넘어 보이는 커다란 죽음의 모습은 온통 새까만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눈코입은 없이 매끈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손과 발은 있지만 생식기가 있어야 할 자리도 매끈했고 몸에는 털이 하나도 나지 않은 검은 마네킹 같은 모습에 살짝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죽음은 고개를 몇 번 돌린 뒤 말없이 해리를 가리켰다.


위험-


해리가 정확히 인지하기도 전에 죽음의 손가락에서 튀어 나온 검은색 작은 막대는 해리의 손을 스치고 지나가 황금 잔을 맞춰서 떨어뜨렸다. 황금잔은 산산히 부서지며 퍽스의 눈물과 노랫소리가 섞인 액체가 그대로 땅바닥에 쏟아져 내렸고 얄궂게도 그 액체가 떨어진 온통 흙과 바위뿐인 자리에서 잡초와 꽃이 빠르게 자나라 순식간에 해리의 허리까지 피어올랐다가 금새 다시 시들어 버렸다.


해리는 즉시 지팡이를 치켜든 채로 죽음을 지켜보았다. 방금 전 공격이 해리에게 적중했다면, 해리는 막을 수 가 없었다. 이정도 속도라면 해리가 즉시 반응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당해야만 했다.


죽음이 다시 고개를 몇 번 돌리자 해리는 곧바로 지팡이를 휘둘러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동시에 죽음의 양 손에서 검은 막대가 하나씩 튀어 나왔다.


“제길-”


해리는 곧바로 욕지기를 내뱉으며 공간 주문을 풀어버리고 바닥에 대고 진압 마법을 발사했다. 해리가 일그러뜨린 공간은 해리가 있는 부분부터 죽음이 있는 부분까지의 15미터 정도의 폭 전체였는데, 죽음이 발사한 검은 막대는 일그러진 공간을 따라 일그러지지 않은 채로 해리에게 일직선으로 날아들었던 것이다.


해리는 공간을 휘게 해 봐야 검은 막대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날아올라서 막대를 피했지만, 사실 그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공중에서는 피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고 곧바로 죽음의 양 손이 해리를 겨눴다.


해리는 지팡이를 닥치는 대로 휘둘러 이것저것 시도하기 시작했다. 루모스 주문, 기절주문, 아구아멘티, 진압마법, 장애마법, 중력마법, 무장해제주문, 방어마법까지 8가지 주문을 연거푸 쏘아낸 해리의 주문은 쏜살같이 날아오는 검은 막대에 적중했지만 무엇 하나 변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딱 하나의 주문이 검은 막대를 저지했다.


장애마법은 두 개의 검은 막대를 공중에 딱 멈춰 서게 했고, 그 사이 해리는 땅바닥에 떨어져 내릴 수 있었다. 고작 2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멈춰선 막대는 그대로 해리가 있던 자리를 꿰뚫고 지나갔고, 해리는 곧바로 지팡이에서 장애마법으로 만들어진 구슬을 쏟아냈다.


당황한 죽음은 이곳저곳에 검은 막대를 날리기 시작했으나, 모든 막대는 장애마법 구슬에 막혀 공중에 멈췄다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반복하다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야만 했다.


“그러면 이제,”


수천개의 장애마법 구슬을 죽음에 둘러싸고 몰아넣은 해리가 입을 열었다.


“대기실로 돌아-”


그러나 해리는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죽음의 머리 위에서 뜨거운 기둥이 내리 꽂혔기 때문이었다. 노을이 짙게 지고 있는 저녁 하늘을 찢어버리는 불꽃의 기둥 아홉 개는 제각기의 굵기로 하늘에서 죽음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해리는 너무 강력하고 뜨거운 열기에 계속해서 뒤로 물러섰지만 불꽃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위와 모래가 녹아내리는 것을 본 해리가 공중으로 펄쩍 뛰어서 뒤로 도망가자 하늘 위에 점처럼 떠 있던 것이 아래로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거의 일분 이상을 내리꽂은 불꽃이 멈추고 반쯤 녹아내려서 검은색 타르처럼 되어 버린 죽음의 신체가 천천히 서로 엉겨붙는 사이 머리 아홉 개 달린 용이 굉음을 내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해리는 지팡이로 주문 몇 개를 쏘아 보냈지만, 용은 재빨리 꼬리로 주문을 쳐냈다. 해리가 튕겨져 나오는 주문을 피해 뒤로 구르는 동안 용의 머리들 중 가장 커다란 가운데 머리가 입을 쩍 벌렸다.


순간적으로 미래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데자뷰 현상처럼 절대로 일어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시감과 함께 용의 머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해리는 현재로서는 자신이 손을 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리를 둔 채로 그것에 일어나는 변화를 확인했다. 용의 가운데 머리의 목에 걸린 것 같은 불룩한 부분에 삼켜진 죽음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고 목을 지나 용의 배로 내려갔다.


그러나 무언가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용이 기묘한 표정을 짓더니 꼬리 끝이 안쪽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풍선 끝 부분을 손가락으로 안쪽으로 밀어 넣은 것처럼 기괴한 형태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한 부분은 이제 꼬리를 넘어서 발가락, 그리고 날개와 머리까지 퍼졌다.


기괴한 용의 신체 말단부터 시작된 변화는 점점 빨라져서 몸을 전부 빨아들이더니 순식간에 검고 작은 구슬로 변해 버렸다. 구슬은 완전하게 새까맣게 변해서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면 해리는 그것이 구체가 아니라 사진에 난 원형 구멍으로 보일것이라고 확신했다. 해리의 주먹보다 조금 작은 구슬은 그대로 떨어져 내려 버렸다.


구슬은 녹아내린 바위 위에 떨어져서 마치 진한 스프 위에 얹은 고기조각처럼 천천히 바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바위 안에 완전히 묻힌 검은 구슬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갑자기 커다란 사람 손이 튀어나왔다.


손은 마치 바위안에서 빠져나오려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곧 팔꿈치까지 빠져나오고, 그 뒤에는 다른 손이 옆을 디밀고 나왔다. 두 손은 식어가고 있는 녹은 바위를 누르고 몸체를 꺼내기 시작했다.


검고 매끈한 두상이 올라오고, 목, 가슴까지 빠져나온 그것은 삼켜지기 전 죽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전에는 없던 눈코입이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해리는 그 이목구비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상제가 빠져나온 그것은 순식간에 하체를 끄집어내고 바위 위에 섰다.


해리는 완전히 선 그것이 이제는 완전한 검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짙은 회색에 가까워진 그것은 고개를 돌려서 해리를 쳐다보았다.


“오랜만이야, 친구.”


그제야 해리는 그것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았다.


그것은 에키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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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에필로그1 – 6개월 뒤 24.09.05 26 0 10쪽
189 죽음의 성물 - 제35장 안녕, 위저딩 월드 24.09.04 26 0 13쪽
188 죽음의 성물 - 제34장 두 번의 결혼식 24.09.03 26 0 18쪽
187 죽음의 성물 - 제33장 끝에 선 자 24.09.02 18 0 13쪽
186 죽음의 성물 - 제32장 위대한 용과 꼬마 집요정 24.09.01 19 0 14쪽
185 죽음의 성물 - 제31장 마지막 조력자 24.08.31 18 0 15쪽
184 죽음의 성물 - 제30장 에키르의 정체 24.08.30 21 0 16쪽
» 죽음의 성물 - 제29장 뜻밖의 재회 24.08.29 20 0 20쪽
182 죽음의 성물 - 제28장 죽음과의 조우 24.08.28 23 0 13쪽
181 죽음의 성물 - 제27장 미자의 돌 24.08.27 21 0 16쪽
180 죽음의 성물 - 제26장 폭풍전야(3) 24.08.26 18 0 13쪽
179 죽음의 성물 - 제25장 폭풍전야(2) 24.08.25 22 0 12쪽
178 죽음의 성물 - 제24장 시리우스의 생각 +1 24.08.06 24 1 11쪽
177 죽음의 성물 - 제23장 폭풍전야(1) +1 24.07.23 28 1 21쪽
176 죽음의 성물 - 제22장 기댈 곳 +1 24.07.20 26 1 15쪽
175 죽음의 성물 - 제21장 용들의 융합체 +1 24.07.16 29 1 15쪽
174 죽음의 성물 - 제20장 망자들 +1 24.07.12 30 1 13쪽
173 죽음의 성물 - 제19장 황금 냄비와 황금 잔과 침식하는 죽음을 피하는 약 +1 24.07.06 32 1 20쪽
172 죽음의 성물 - 제18장 주머니의 해답 +1 24.07.04 29 1 12쪽
171 죽음의 성물 - 제17장 위대한 용 코벤티나 +1 24.07.02 45 2 22쪽
170 죽음의 성물 - 제16장 도둑질 +2 24.06.28 40 2 16쪽
169 죽음의 성물 - 제15장 글랜 다이어와 윙키 +1 24.06.22 38 1 15쪽
168 죽음의 성물 - 제14장 성탄절 파티 +1 24.06.17 38 2 16쪽
167 죽음의 성물 - 제13장 진짜 세 형제 이야기 +1 24.06.13 38 3 15쪽
166 죽음의 성물 - 제12장 시간제한 +1 24.06.09 42 2 13쪽
165 죽음의 성물 - 제11장 위대한 용 +1 24.06.06 43 2 12쪽
164 죽음의 성물 - 제10장 호그와트 도서관 금지구역 +1 24.06.04 4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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