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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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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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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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검권천하] 제56화 -Diaspoon사유지(1)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56화


[이곳은 플레이어 'DiaSpoon'님의 사유지(私有地)입니다.]

[입장료 '10만 냥'을 지불하고 들어가시겠습니까?]

[확인(F), 취소(ESC), 강제진입(Q)]


[도움말]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유지를 소유할 수 있으며, 입장료를 정할 수 있습니다.

-사유지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강제진입 시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지만, 사유지 내에서 적대치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집니다.


"사유지라,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네 형편으로는 상당한 부담인 게냐?"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뭐 어쩔 수 없지."


10만 냥이라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토록 비싼 입장료를 설정해 놓았다는 건, 재력이 있는 사람만 들어오라는 의미일 텐데······.


입장료로 전 재산을 소모할 것인지를 두고 잠시 고민에 빠진 한영, 인기척이 느껴지자 으슥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 대화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아이 씨, 오늘은 좀 따야 되는데.”

“형만 믿고 따라와.”

“지랄, 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어제 너 때문에 꼴은 돈이 얼만지 알기나 해?”

“어제는 컨디션이 별로였다니까 그러네. 그래서 술 샀잖아.”

“새우깡에 소주, 그거? 지랄을 해라, 지랄을.”


들리는 말투와 언어, 음성인식 서비스로 대화를 나누는 대한민국 플레이어들이었다. 오갔던 말들, 도박이라는 단어가 한영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한영은 그들과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건물 내부는 예상과는 다르게 아주 평범했다. 몇몇 NPC들만 있을 뿐,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아니, 하나가 있기는 했다. 한영보다 일찍 들어왔던 대한민국 플레이어들의 캐릭터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딘가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는 말인데······.

좌우를 샅샅이 살피는 한영, 책장 사이의 작은 틈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틈 안으로 손을 넣어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작은 횃불이 걸려있는 통로를 얼마나 내려갔을까, 100칸까지는 셌지만 그 이후로는 세는 것도 잊은 채 그저 내려갔다.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목소리는 커졌다.


“우와아아아아아!”


단순한 도박장인가? 싶은 그때, 이어서 들리는 목소리에 한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으아아아아아악!”


비명소리였다. 환호와 비명이 섞여있다? 설마! 하는 생각에 한영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수없이 많은 계단의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하 깊은 곳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있었고, 백여 명의 사람들이 감옥같은 사각 철조망을 삥 둘러싸고 있었다.


한영의 우려처럼 그 안에는 사람, 아니 NPC가 있었다. 칼에 가슴이 뚫린 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한 명과 두 팔을 벌리며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다른 한 명.


이곳은 투기장이었다. NPC들끼리 목숨을 건 싸움을 붙이고, 플레이어는 돈을 거는 도박장.


우려했던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해서일까, 한영의 입에서 숨 막힐 것 같은 답답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검권천하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실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그래픽, 플레이어들이 직접 무공과 문파를 창시하는 개발 시스템, 현실에서 가능한 것들은 전부 검권천하 내에서도 가능했다.


불법적인 행동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현실에서 도박을 핑계로 사람을 죽을 때까지 싸우게 만들면 상당히 무거운 죗값을 치르게 된다. 살인 교사, 살인 방조 등등.

사회적인 비난은 당연하고, 어쩌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검권천하 내에서 불법을 자행한다면? 처벌은 고사하고, 비난도 받지 않을 것이다.

‘게임인데 그럴 수도 있잖아?’라는 말 한 마디면 해결될 것이다.


개발사의 대표였던 한영의 가장 큰 우려, 검권천하가 어떠한 이들에게는 범죄 욕구를 해소하는 대리만족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스템적으로 이런 상황을 원천봉쇄하려 했지만 이는 ‘리얼리티 인사이드’의 대표였을 때의 의지였을 뿐, 유엔더블유와 윤진용의 손아귀에 들어간 검권천하는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돈만 되면 뭐든지 한다!

지하경제 역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고, 그 결과를 한영은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


“붕, 넌 올라가 있어.”

“어찌하여 말이냐?”

“내가 신호를 보내면 네 궁극기술로 여기를 폐허로 만들어버려.”

“네 뜻이 그러하다면 알겠구나.”


붕은 한영의 눈에 서린 깊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붕이 돌아가자 한영은 은밀하게 이곳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노예로 전락해버린 몇몇 NPC들이 싸움에서 패한 검투사 NPC의 시신을 끌고 나가자 사회자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격투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였다.


“예압, 모두 해피 타임?”

“와아아아아아!”

“넥스트 타임, 챔피온 커밍!”

“와아아아!” / “우우-”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돈을 어디에 걸었느냐에 따른 사람들의 엇갈린 반응이었다.


상의가 실종된 근육질의 남자가 격투장에 등장했다.

그 남자를 보자 한영의 눈이 희번뜩 해졌다. 아는 얼굴이었다.


양날검을 쓰는 절정의 고수, ‘진빙문’

엄청난 노력파임에도 불구하고 초절정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비운의 검객. 이러한 세부 스토리를 직접 설정하였기에 한영은 진빙문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의아했다. 진빙문 같은 고수가 잡혀 와서 노예 무사가 됐다고?

당연히 아니었다. 초 인공지능이 활성화된 NPC,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격투장에 뛰어든 것.


“예압-, 우리의 챔피언 등장, 맨-. 모두가 알겠지만, 메인이벤트 전에 특별이벤트를 시작할게. 도전자 컴온!”


주변을 메운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가며 좌우를 살폈다.

도전자라면 관중 중에 챔피언에게 도전할 사람을 뜻하는 건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한영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도전자 무대로 컴온!”


한영이 격투장 안으로 들어가자 사회자가 랩 같은 말을 이었다.


“자기소개, 한 번.”

“······.”

“오케이, 오케이. 역시 남자는 주먹으로 말해야지. 도전자 ‘PLAYER38769155’, 아이디 실화?”

“시끄러우니까 빨리 시작하지?”

“오우, 패기 맨-. 룰은 알지?”

“룰?”


사회자는 한영의 주먹에 끼워진 권갑을 가리킨 다음, 벗으라는 듯이 바닥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도전자에게는 핸디캡이 있다 그 말이지?


한영이 권갑을 벗어서 격투장의 끝부분에 내려놓자 철창문이 굳게 닫혔다. 그와 동시에 사회자가 외쳤다.


“5분간 잘 버텨봐, 맨-”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진빙문의 검이 한영의 목을 향했다. 패왕의 권갑을 벗었기에 능력치가 하락했다지만, 순수 보유한 능력치 자체가 높았기에 진빙문의 검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영이 뒷덤블링으로 거리를 넓히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죽여!” / “죽여!” / “죽여!”


한영은 빠르게 관중석을 훑어봤다. 모두가 하나같이 예쁘고, 잘 생긴 얼굴이었다. 그러나 캐릭터의 얼굴은 플레이어들의 진짜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음성인식 서비스!

앳된 목소리도 있었고, 중후한 목소리, 가녀린 목소리, 담배를 얼마나 폈는지 컥컥 막히는 목소리도 있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男女老少).


이들은 온라인, 그리고 익명성이라는 미명하에 숨어서 현실에서는 감히 할 수조차 없는 악행을 즐기고 부추기는 자들이었다.


NPC들의 몸이 찢기고, 잘리고, 피를 토해낼 때마다 너희들은 더 웃고, 떠들며 즐겼겠지. 하나하나 기억해줄게. 그리고 갚아줄게! 그게 내가 죽은 NPC들을 위로하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한영에게는 모든 NPC가 전부 소중했다. 한명 한명이 직원들과 몇 년을 밤새가며 만든 결과물이었고, 초 인공지능이 활성화된 지금은 검권천하라는 세계를 살아가는 주민들이었다.


“최대한 짧고, 굵게 끝낼게.”


등빙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입을 연 한영은 극의와 공력을 동시에 개방하며 그의 배에 묵직한 한 방을 먹였다.


“헉!”


등빙문이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허물어지자 환호하는 목소리들이 연신 터져나왔다.


“와아아아!”

“대박!”

“최고다!”


하지만 환호는 곧바로 야유로 바뀌었다.


“뭐하냐!”

“빨리 죽여라!”

“죽여!” / “죽여!” / “죽이라고!”


한영이 관객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다시 권갑을 착용하려고 하자, 다급해진 사회자는 관객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이벤트를 모색해냈다.


“자, 자! 진정들, 맨-. 우리의 도전자가 룰을 무시하려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룰을 살짝 바꿔볼까?”

“와아아아아!”

“죽을 때까지 살아남기! 에브리 바디, 컴온, 요!”


사회자가 손을 치켜들자 노예 검투사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한 명, ‘패왕의 권갑’을 도로 착용한 한영의 주먹 한 방에 노예 검투사가 정신을 잃자 다음에는 두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세 명, 네 명, 같은 방식으로 열 명의 노예 검투사가 한영을 감쌌다. 이들 모두는 한영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극의까지 개방할 필요도 없었다. 한영으로서는 다행이었다. 피로도를 아낄 필요가 있었으니.


한영이 도전자를 자처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자신이 나서지 않는다면, 분명 NPC들은 죽어나갈 것이다. 차라리 직접 쓰러뜨리면 그들의 죽음은 피할 수 있으리라.


다음 이유는 흑막의 정체를 밝히기 위함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노예 검투사를 쓰러뜨리면 분명 자신에게 접근해올 것이기에.


다시 등장한 사회자.


“요!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다 이겼네. 관객 에브리바디, 열심히 싸운 PLAYER38769155에게 박수!”


그러나 돌아오는 건 야유뿐이었다. 왜 안 죽이냐는 둥, 재미없다는 둥, 환불해달라는 둥 비난이 쇄도하자 어쩔 줄 몰라하는 사회자.

한영은 가장 높은 곳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한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만하면 나서지 그래?라는 눈빛을 보내며.


한영의 시선을 의식해서일까, 남자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일순간 투기장 내부가 고요해졌다. 들리는 건 여전히 한 명의 박수소리 뿐. 그리고 이어지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


‘짝, 짝, 짝.’


“재밌네. 제안을 하나 하지. 내 밑으로 들어와. 현실에서는 만져볼 수도 없는 많은 돈을 벌게 해줄 테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게임 내의 돈은 게임 안에서만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아주 그런 것만도 아니다.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돈은 벌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래서 ‘현실의 돈’으로 ‘게임 돈’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 인기가 많은 게임이라면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 역시 많기 마련이고, 당연히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


한영이 말했다.


“사람을 부리려면 제안만 하면 안 되지. 조건을 말해봐. 들어보고 결정할 테니까.”

“따라와.”


여유로운 척 말하기는 했지만, 전혀 여유롭지 않았다.

긴급 퀘스트 완료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01:01:45’, ‘01:01:44’, ‘01:01:43’, ······.


시간을 보며 스스로를 재촉했다.


‘효정아, 조금만 기다려. 금방 구해줄게.’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25

생명: 843/843(+90)

공력: 187(+100)

소속: 없음

칭호: 붉은 초원의 포식자

--------

근력 52 (+8) 체력 40 (+16)

민첩 48 (+13) 재능 42 (+7)

운 50 (+5)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

붕 레벨 24

활성화 능력:

운기조식 숙련치 보조 +10%

경험치 보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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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검권천하] 제56화 -Diaspoon사유지(1) +4 21.01.07 633 14 12쪽
55 [1부 검권천하] 제55화 -야오족마을(3) +2 21.01.06 635 15 12쪽
54 [1부 검권천하] 제54화 -야오족마을(2) +2 21.01.03 675 15 13쪽
53 [1부 검권천하] 제53화 -야오족 마을(1) +2 21.01.02 672 16 12쪽
52 [1부 검권천하] 제52화 -천구마을(2) +2 21.01.01 675 16 12쪽
51 [1부 검권천하] 제51화 -천구마을(1) +2 20.12.31 664 15 13쪽
50 [1부 검권천하] 제50화 -천생삼교(5) +2 20.12.30 687 15 13쪽
49 [1부 검권천하] 제49화 -허상(2) +2 20.12.29 643 14 13쪽
48 [1부 검권천하] 제48화 -허상(1) +1 20.12.28 680 15 12쪽
47 [1부 검권천하] 제47화 -천생삼교(4) +2 20.12.27 677 16 12쪽
46 [1부 검권천하] 제46화 -천생삼교(3) +3 20.12.26 683 17 13쪽
45 [1부 검권천하] 제45화-천생삼교(2) 20.12.25 679 16 12쪽
44 [1부 검권천하] 제44화 -천생삼교(1) +2 20.12.24 713 18 14쪽
43 [1부 검권천하] 제43화 -우롱(3) +2 20.12.23 713 18 12쪽
42 [1부 검권천하] 제42화 -우롱(2) +2 20.12.22 717 17 12쪽
41 [1부 검권천하] 제41화 -우롱(1) +2 20.12.21 737 19 12쪽
40 [1부 검권천하] 제40화 -오초사굴(5) +2 20.12.20 723 19 13쪽
39 [1부 검권천하] 제39화 -오초사굴(4) +5 20.12.19 722 20 12쪽
38 [1부 검권천하] 제38화 -오초사굴(3) +7 20.12.18 772 21 12쪽
37 [1부 검권천하] 제37화 -오초사굴(2) +2 20.12.17 735 21 13쪽
36 [1부 검권천하] 제36화 -오초사굴(1) +3 20.12.16 751 21 12쪽
35 [1부 검권천하] 제35화 -당골고지(10) +1 20.12.15 870 21 12쪽
34 [1부 검권천하] 제34화 -당골고지(9) +3 20.12.14 738 19 12쪽
33 [1부 검권천하] 제33화 -당골고지(8) +1 20.12.13 786 19 12쪽
32 [1부 검권천하] 제32화 -당골고지(7) +2 20.12.12 758 20 13쪽
31 [1부 검권천하] 제31화 -당골고지(6) +1 20.12.11 763 20 13쪽
30 [1부 검권천하] 제30화 -당골고지(5) +1 20.12.10 792 20 13쪽
29 [1부 검권천하] 제29화 -당골고지(4) +1 20.12.09 808 22 12쪽
28 [1부 검권천하] 제28화 -당골고지(3) +1 20.12.08 817 22 13쪽
27 [1부 검권천하] 제27화 -당골고지(2) +1 20.12.07 82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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