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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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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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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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검권천하] 제27화 -당골고지(2)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27화


성진은 한영이 적어놓은 좌표로 캐릭터를 이동시켰다. 유전마을에서 빠져나와 회색초원에 진입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몬스터들로 우글거려야 할 회색초원이 왜 이렇게 썰렁하지? 몬스터가 바글거려야 했다. 그래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왜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거지? 의아함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한영이 적어놓은 좌표는 파천문 본원이었다. 성진의 캐릭터는 사파 사흑련이었기에 파천문 본원에 들어갈 수도 없거니와, 근처에 있기만 해도 경비원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에? 한영쿤은 파천문 튜토리얼 막힌 걸 모르냐능?”


파천문 튜토리얼 퀘스트는 허수아비 부수기, 불량배들 제거하기, 훈련교관과의 대련 총 3개였다.


그러나 한영이 쓰러뜨린 불량배들은 시스템 자체에서 지워져버렸고, NPC인 훈련교관 역시 사라져버렸다. 불량배들을 대체할 몬스터는 만들어졌지만, 훈련교관NPC는 현재 열심히 복구 중이었다. 즉, 여전히 튜토리얼은 막혀있었다.


검권천하에 접속하면 ‘시스템적 오류로 현재 파천문 튜토리얼 퀘스트를 이용할 수 없다,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내용의 공지가 자동적으로 떴다.


그런데 이걸 한영이 모른다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알았더라면 파천문 본원의 좌표를 남기지 않았을 텐데? 성진은 온갖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한영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나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한영이 파천문 본원의 좌표를 남겨 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은 더 이상 유전마을에 있을 수 없으니 파천문 본원에서 만나자는 의미였다.


정인의 캐릭터인 ‘정인선녀’도 파천문이었기에 한영은 파천문 본원을 약속장소로 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영도, 정인도, 성진도 그곳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영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능!”


겨우겨우 발견한 한영의 흔적에 기뻤던 것도 잠시, 또다시 오리무중이 돼버리자 성진은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역시 그것만한 것이 없었다. 언제나 성진을 헤벌쭉하게 만들어주는 히토리짱!


평소의 성진이었다면 당장에 히토리짱 애니메이션을 봤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던가! 부탁한다고!


‘Alt'와 ’Tab'키를 눌러서 바탕화면으로 나온 성진은 정인이 부탁했던 일을 시작했다.


정인의 직장 동료이자 전 남자친구인 장창현 기자!


‘제 전 남친이긴 한데······.’ 정인이 했던 말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전 남친, 전남친, 전 남친!


정인이 어떤 남자와 사귀었는지, 혹은 그녀가 뭘 하고 다니는지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히토리짱이 누군가와 사귀었다면, 이는 성진에게 가장 중대한 일이었다.


“감히 오마에의 히토리짱을! 용서하지 않겠다능!”


분노치가 급상승해서일까, 성진은 'IT뷰‘ 홈페이지 방화벽을 빠른 속도로 허물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IT전문 매체라서 제법 기대했건만, 더 최고인 성진의 해킹 실력 앞에서는 보통의 홈페이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기자의 이메일을 처음 본 성진은 기자 역시 극한직업에 속한다는 생각이 여실히 들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제보 메일이 왔다.


며칠 전부터는 나백수라는 사람에게서 한 시간 간격으로 제보 메일이 빗발치듯 들어와 있었다.


“크흠, 백수 닝겐은 혼토니 스고이다능.(정말 대단하군.)”


마우스 스크롤을 쭉쭉 내려가며 장창현 기자가 받은 메일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중간 중간에 성진의 눈을 의심케 하는 메일들도 여럿 있었다.


장창현은 과연 기자인 걸까, 아니면 광고회사 직원인 걸까?


“오마에의 히토리짱이 이딴 고미(쓰레기)와 사귀었다니! 아리에나이!(말도 안 돼!)”


정인의 깔끔한 과거 청산을 위해서라도 장창현의 악행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몇 년, 몇 월, 며칠!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확인하던 성진은 이번에는 다른 의미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1년도 넘은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날, 한영은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모두 윤진용 덕분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윤진용은 한영에게서 검권천하를 완전히 빼앗아버리는 첫 단추를 끼웠던 것이었다.


*


“정인아!”


정인은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한 남자를 차갑게 외면했다.


“최정인! 너 자꾸 이럴래?”

“안녕하세요, 선.배.님.”

“최정인! 너 정말, 나 속상해서 죽는 꼴 보려고 그래!”


속상해서 죽어? 오빠가 아니면 내가? 정인은 차가움만 남아버린 눈으로 장창현을 쏘아봤다. 얼마나 냉랭했던지 얼음화살도 정인의 눈빛만큼 냉기를 풍기지는 못 했다.


장창현은 정인의 어깨를 다독이려고 두 손을 벌린 채 다가갔다. 그러나 정인은 단호했다.


“그 손으로 나 만지면 소리칠 거예요.”

“내 말 들어보지도 않고 계속 화만 낼 거야? 내가 나만 좋자고 그랬겠어?”

“그럼 누구 좋으라고 그러셨어요?”

“당연히 너지! 우리 결혼하면 너 집에서 편하게 살림만 하라고. 그러려면 돈 많이 필요하잖아.”


뭐? 살림만 편하게 하라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정인은 자신의 직업에 만족했고, 결혼 후에도 꾸준히 기자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보고 살림만 하라고? 헤어지겠다는 다짐은 더더욱 굳세졌다.


“그래서 얼마나 받았는데요? 돈 많이 필요하셨을 테니까 여기저기서 많이도 받았겠네요?”

“삐딱하게만 보지 말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봐. 솔직히 리얼리티 인사이드 류한영 대표,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검권천하같은 게임을 실제로 만들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그게 선배가 뒷돈 받아서 기사 쓴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검권천하 같은 대작은 그런 작은 회사 것이면 안 되니까.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줄 기업의 것이어야 한다고. 그래야 하잖아, 내 말이 맞잖아?”


자기합리화도 정도라는 게 있다. 그러나 장창현의 말들은 그 정도를 훨씬 벗어나있었다.


뒷돈 받은 게 당연했다는 말에 그나마 남아있던 정머리가 뚝 떨어졌고, 수년간 피땀 흘려 만든 것을 빼앗는 범죄 행위를 마치 정의인 양 말하는 모습에 인간처럼 보이지 않기도 했다.


정인은 서로 마주보는 시간이, 함께 숨을 쉬는 공간조차도 참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데도 꾹꾹 참아가며 간신히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 궁금해졌어. 대체 어떤 일이 어떻게 있었던 거야?”

“정인아, 나 이해해주는 거야? 화 다 풀린 거지?”

“다는 아니야. 하지만 전부 말해주면 화 풀도록 노력할게.”


누군가는 감추려고 한다면, 누군가는 밝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인은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을 대신해서 사과하겠다고 결심했다.


기자의 방법으로!


*****


“마른 장작 30개와 뱀 가죽 30개, 끈끈한 잎사귀 30개라고 그랬지? 일단 뱀가죽부터!”


오두막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한영은 제법 넓은 공터에서 단적비연수의 두건을 벗었다. 그러자 드넓은 당골고지 전역으로 한영의 적대치가 빠르게 퍼졌고, 몬스터들은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딱 필요한 아이템 수만큼만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 그 이상은 경험치 낭비였다.


한영과 금시조는 뱀 형상의 몬스터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전갈과 게 형태의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나중을 위해서 남겨두었다.


- 뱀 가죽 (30 / 30)


“일단 뱀가죽 수집은 완료했으니 슬슬 이동해볼까!”


다음 장소는 오두막의 남쪽이었다. 이번에도 한영은 단적비연수의 두건을 풀어서 몬스터들을 유인했다.


마른 장작과 끈끈한 잎사귀를 떨어뜨릴 몬스터들이 먼발치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금시조는 나무 형태와 끈끈이주걱 모습의 몬스터들이 나타나자마자 스스로 공력을 개방해서 모두 불태워버렸다.


‘활! 활! 활!’


아이템을 떨구기는 했으나 금시조의 화력에 모두 전소돼버리고 말았다.


“불로 공격하면 나무 조각이랑 잎사귀가 전부 타버리잖아!”


한영이 질책하듯 몰아세우자 금시조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꺅(내가), 꺅!(알았느냐!)”거리긴 했지만, 말을 알아들었기에 다음번에는 화염구를 날리지 않았다.


-마른 장작 ( 30/ 30)

-끈끈한 잎사귀 ( 30/ 30)


특수 퀘스트 수집 물품을 모두 획득한 한영은 오두막의 나무꾼에게 돌아갔다.


“쓸 데 없는 짓을 해왔군. 하지만 구해온 노력이 가상하니 받기는 하겠다.”


한영을 처음 봤을 때처럼 눈에 독기를 품은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불쾌감이 느껴질 말투였다.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당골지기 나무꾼과의 친밀도가 상승하였습니다.


NPC는 캐릭터를 친밀하게 대하지도, 적대하지도 않는다. 기본 설정은 그렇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악한 행동, 예를 들어 동료 NPC 살해 등과 같은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적대치가 쌓인다.


반대로 NPC를 도와주면 친밀도가 오르게 된다. 현재 한영을 적대하는 당골지기 나무꾼, 한영이 특수 퀘스트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당골지기 나무꾼의 여전히 냉랭한 말투에 한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예상했어. 이런 쉬운 퀘스트로 친밀도가 팍팍 오르지는 않을 거니까.”


서브 퀘스트를 부여받으려면 여전히 친밀도를 더 올려야 했다. 한영은 다시금 당골지기 나무꾼에게 말을 걸었다.


“부탁이라? 너 같은 악인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썩 꺼져라! 흠, 흠.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아프군. 산 속에서 구할 수 없는 진귀한 것이 마시고 싶군.”


곧바로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특수 퀘스트 ‘당골지기 나무꾼의 두 번째 부탁’이 형성되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확인(F), 취소(ESC)]


“확인!”


-당골지기 나무꾼에게 음료 전달 ( 0/ 1)


비교적 쉬운 퀘스트였다. 만약 소지품에 마실 것을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다면 마을까지 다녀와야 하는 귀찮은 퀘스트였지만, 반대로 소지품에 마실 것이 있다면 아주 쉽게 완료할 수 있었다.


“소지품!”


한영은 인벤토리(소지품 창)을 열어서 죽엽청 한 병을 꺼낸 다음, 당골지기 파수꾼에게 건넸다.


-당골지기 파수꾼과의 친밀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이 정도로 너를 신뢰할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라!”


여전히 적대치가 친밀도보다 높은 상황, 한영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비비며 중얼거렸다.


“하······, 언제까지 해야 돼? 대체 적대심이 얼마나 높길래 이래!”


한숨이 새어 나온 건 사실이지만 별다른 수도 없었다. 한영은 다시금 대화를 시도했다. 당골지기 나무꾼의 말투는 이전보다는 부드러워져 있었다.


“부탁을 들어준다? 과연 네가 나를 대신하여 당골지기의 골칫덩이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무려 정예 흑사, 정예 흑웅, 정예 흑원숭 열 마리씩이다!”


[특수 퀘스트 ‘당골지기의 골칫덩이들’이 형성되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확인(F), 취소(ESC)]


“당연히, 확인!”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15

생명: 474/474(+50)

공력: 108(+15)

소속: 없음

칭호: 의로운 섬의 지배자

--------

근력 33 (+5) 체력 26 (+5)

민첩 34 (+5) 재능 32 (+7)

운 40 (+5)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

금시조 레벨 14

활성화 능력:

운기조식 숙련치 보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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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부 검권천하] 제53화 -야오족 마을(1) +2 21.01.02 672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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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부 검권천하] 제51화 -천구마을(1) +2 20.12.31 664 15 13쪽
50 [1부 검권천하] 제50화 -천생삼교(5) +2 20.12.30 689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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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부 검권천하] 제48화 -허상(1) +1 20.12.28 68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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