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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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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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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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Act 49. 드림팀 - (4)

DUMMY

“컷! 오케이, 이대로 가겠습니다.”


모두를 애먹였던 상범이와 주희원의 장면은 지금까지 걸린 시간에 비해 정말 순조롭게 끝났다.

하긴 애초에 메인 소재인 좀비가 등장하거나 동적인 장면이 아닌, 굉장히 정적인 장면으로 상범이의 첫 등장을 담은 내용 정도였기에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이 당연했지만.


“하아.”


황태수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일단 한고비 넘긴 했지만, 아직 한가득 남은 씬과 더불어 봇물 터지듯이 솟구치는 고민이 머릿속을 덮친 탓이다.


“감독님 왜 그렇게 한숨을 쉬십니까?”


곁에 있던 다른 촬영감독 박호영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질문을 건넨다.

지휘자인 황태수의 입에서 자꾸 한숨이 나오니 걱정이 전염된 모양이다.

슬쩍 고개를 들어 박호영을 바라본 황태수는 씁쓸히 입술을 떼었다.


“관람 등급 때문에 그럽니다.”

“관람 등급이요?”


지켜보던 박호영의 입에서 의문성이 터져 나왔다.

물론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관람 등급은 시청 가능한 관객들의 수, 즉 수익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니까.


“설마···”


의문으로 가득한 머릿속을 하나의 가설이 뒤덮는다.


“또 고민하시는 겝니까?”


황태수는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태수는 두 가지 등급에 대해서 끝없이 고민했다.


“15세랑 19세 중에 어떤 걸로 할지 고민하시는 거라 하셨죠? 수익성 보면 당연히 전자긴 한데······”


관객 한 명 한 명이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수익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당연히 15세 등급인 편이 좋다.

하지만 그 일반적인 통념이 이번 작품만큼은 예외로 통했다.


“좀비물이라 19세도 매력적이긴 하니까요.”


움직이는 시체인 좀비를 주로 소재로 하는 영화라는 점이 바로 그 이유였다.

좀비물은 장르 특성상 대체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많은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을 공격하는 좀비와 인간. 둘의 특징은 완전히 상반되지만, 기본적인 외형이 인간인 것에 있다.


좀비건 인간이건 죽거나 다치는 모습이 필수 불가결한 좀비물에서 15세 등급은 이런 장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없으니 현실성이 굉장히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좀비물에서 무슨 현실성을 따지냐고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익적인 측면과도 관계가 있었다.


“대부분의 좀비 매니아들은 청불을 선호하니까.”


이게 문제다.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대다수의 좀비 매니아들은 좀 더 과격하고 적나라한 장면이 드러나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선호하는 것이다.

실제로 좀비물 최고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새벽녘의 저주>, <1달 후> 역시 청불 등급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청불 등급의 매력 역시 함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으, 골치야!”


황태수 감독은 고개를 숙이고는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감독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아시지 않습니까?”


뻔하다는 듯이 흘러나오는 대답에 박호영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청불이시죠?”

“······”

“그럼 청불 가시면 되잖아요.”

“···확신이 없잖습니까.”


황태수의 입에서 연달아 한숨이 터져 나온다.

당장 황태수야 청불이 더 끌리는 것이 현실이다.

수익이야 조금 떨어지긴 하겠지만, 황태수가 원하는 연출을 마음대로 이끌어내며, 작품성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청불을 끌고 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문제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제작비가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닌 작품에 확신도 없이 다짜고짜 욕심으로 청불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자칫하면 금세 쪽박 차고 말 테니까.

자기 혼자 만드는 독립 영화도 아니고 상업 영화에 그런 모험을 강행하기는 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감독님 준비 끝났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사이 막내 조연출이 슬레이트를 챙겨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에 쓰게 웃던 박호영이 재차 입술을 떼었다.


“슬슬 결정하셔야 됩니다. 이번에 찍는 장면이 좀비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이지 않습니까?”

“······”


황태수는 대답이 없었다.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결정을 지어야 했다.


“게다가 이번 장면 롱테이크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등급 고려한다고 몇 번씩 촬영하면 돈도 돈이지만, 다들 죽어날 겝니다.”


롱테이크.

한 번에 긴 호흡으로 들어가는 촬영 기법.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 지을 좀비의 첫 등장 장면이니만큼 그 임팩트를 위해 롱테이크로 들어간다.

거기에 과격한 액션까지 포함되는 만큼 그 중요함까지 배가 되는데, 관람 등급 신경 쓰다간 그야말로 여럿 잡게 된다.


“일단 한번 찍어보고 결정하시죠.”

“황 감독님.”

“처음 나오는 그림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으신 겝니까?”


박호영의 목소리에 의문이 더해진다.

그 눈동자를 마주 보던 황태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린다.


“하나 있지 않습니까?”

“믿는 구석이요?”

“예, 저기···”


말꼬리를 흐리며 황태수는 대답 대신 검지를 들어 한쪽을 가리킨다.

황태수의 검지의 끝.

그곳에는 박호영에게도 익숙한 인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배우 정지혁.

차성우 감독의 영화 <수라>의 롱테이크 액션 씬을 단번에 끝낸 적이 있는 괴물 신인.

그를 바라보며 황태수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떼었다.


“제 페르소나에게 한번 걸어보렵니다.”


***


“다음, 지혁 씨랑 하윤 씨 스탠바이 해주세요!”

“네!”


호명 받은 나는 미리 지정된 자리로 향했다.


“왔어요?”


호명 받고 바로 온 것임에도 연하윤은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느 틈에 온 거지?

그 질문을 예상한 것인지 연하윤은 씨익 웃으며 입술을 떼었다.


“상범 씨 끝나자마자 들어와서 앉아있었어요.”

“빠, 빠르시네요.”

“빨리 준비하면 준비하는 만큼 남는 시간에 이렇게 지혁 씨랑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연하윤은 꽃과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미소뿐인데도 그 모습이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자요, 얼른 앉아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연하윤의 다리를 지나 나는 창 측 자리에 몸을 기댄다.

잠시 자리를 내어주었던 연하윤은 내가 자리를 채운 뒤에서야 자세를 바로 한다.


“연습은 많이 했어요?”

“나름 준비한다고 했는데, 하윤 씨만큼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에이, 지혁 씨만큼 연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제가 지혁 씨를 본받아야죠.”


농담도.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손을 내젓는 그를 보며 나는 쓰게 웃었다.

겸손하게 말은 하지만, 연하윤의 연기력은 확실히 나보다 윗선이다.


오랜 경력만큼 수많은 배역을 맡으며 그 연기력을 검증받아 몇 번이고 주연의 자리를 꿰찬 것이 아니던가.

그 한세강도 마찬가지로 연하윤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으니.

저번 여명의 후예에서도 훨씬 떨어지는 김현호의 연기력을 볼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김현호 같은 꼴 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풉!”


나름 진지하게 한 말인데, 농담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연하윤은 배를 움켜쥐고는 환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사이에 다른 단역들과 엑스트라 배우들 역시 모두 자리를 채운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자리를 잡은 카메라의 앞에 막내 조연출이 슬레이트를 들고 서 있다.

나는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한번 옷의 매무새를 점검했다.

연하윤도 마찬가지다.

환한 미소로 웃음 짓던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역시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카메라만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 누구보다도 실력파인 그녀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레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놈 같은 꼴은 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액션!”


한번 제대로 시작해 볼까?


***


세계는 순식간에 모습을 바꾼다.


“야야, 거기 그거 아니잖아!”

“시끄러 인마.”


열차 칸의 반 정도를 차지한 고등학생들이 서로를 향해 장난을 친다.

어디 야구 원정 경기라도 가는 것일까?

단체로 맞춰 입은 듯한 야구점퍼엔 큼지막한 글씨로 ‘화월 고교’라고 적혀있다.


“훈련 가는 걸까?”

“···어디 경기 가는 거 같기도 하고, 위에 가방에 야구 배트도 있잖아.”

“그러네. 고등학생이라··· 좋을 때다.”

“얼씨구?”

“왜?”


옆에 앉아있던 그녀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되묻는다.

좋을 때라니, 누가 보면 나이깨나 먹은 줄 알겠다.


“이제 겨우 22살이면서 무슨 좋을 때야?”

“고등학생 때 좋잖아. 맨날 교복만 입으면 되고, 전공 공부 안 해도 되고.”

“대신 야자 해야 하잖아.”

“웩, 그건 싫다.”


누나, 신연은 혀를 샐쭉 내밀고는 금세 고개를 저었다.

일순간이나마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니, 오한도 든 모양이다.

나는 그녀로부터 시선을 떼고 양팔을 겨드랑이에 끼웠다.


“뭐야, 자게?”

“응.”

“오랜만에 같이 집에 가는데 좀 더 이야기하다 자지?”

“다 이야기했잖아. 뭐 할 말 있어?”

“···하여간. 몰라 네 맘대로 해.”


신연은 이윽고 홱 하니 고개를 돌린다.

또다.

할 말도 없으면서 또 고개를 홱 하니 돌리는데,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여자는 다 저런 걸까?

이럴 때 보면 우리가 남매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 하느니.’


아무리 KTX라고는 해도 서울에서 고향인 광주까지는 2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길이다.

2시간 동안 무의미하게 눈을 뜨고 있느니, 차라리 잠이라도 자는 게 훨씬 낫다.

그렇게 눈 좀 붙이려는 찰나.


“···야.”


툭툭.


신연이 내 왼팔을 툭툭 건드린다.


“왜?”

“야··· 야.”


신연의 목소리 톤이 뚝뚝 끊긴다.

목소리가 좀 이상한데?


“유, 율아!”


영문 모를 기시감과, 다급한 신연의 목소리에 결국 감겨 있던 눈꺼풀이 다시 떠진다.


“왜?”


인상을 왈칵 일그러뜨리며 신연을 바라보지만.

그녀는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신연은 내가 아닌 복도 중앙 쪽을 바라보며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안색마저 점점 창백하게 질려간다.

뭔가 이상하다.

나는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빼며 신연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크르륵!”


그제야 귓가로 파고드는 짐승의 울음소리.

돌아가는 시선의 끝에, 짜증이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크기를 더한다.

경악을 금치 못하며 화등잔만 하게 커진 눈동자는 두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을 담았다.


“···저건 뭐야?”

“······”


신연에게서 대답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눈앞에 있는 것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으, 으아···”


사람이 사람을 물고 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승무원의 목덜미를 기이한 행색의 여자가 물어뜯고 있다.

승무원을 목을 잡고 있는 팔은 이미 피로 물들었고, 업히듯이 매달려 있는 다리의 스타킹은 이미 올이 다 나가 있다.

무엇보다도 승무원을 물어뜯는 그녀의 다리에도 큼지막한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마치 짐승한테 물린 듯한 자국이다.


털썩.


승무원은 끝내 바닥으로 쓰러졌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몸은 그녀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꺄악!”

“저, 저게 대체 뭐야?”

“···이거 진짜야?”


혼란과 경악은 금세 부풀어 객실 모두의 이성을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그것이 시발점이었다.


“캬아악!”


갈비를 뜯듯 승무원의 목을 물어뜯던 여자가 얼굴을 들었다.

입가에 묻은 흥건한 핏자국도 핏자국이지만 가장 이상한 건 눈이다.

시퍼렇게 도드라진 혈관 사이로 새하얗게 물든 눈동자.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이윽고 근처에 있던 다른 손님을 향한다.


“캬악!”

“끄악!”


여자는 곧이어 또 다른 사람에게로 달려들었다.

승무원에게 그러했듯이 피로 범벅이 된 이빨을 들이밀고서는 괴성을 토한다.

마치 며칠은 굶주린 맹견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누나.”

“······”


대답은 없다.

옆자리에 앉은 신연은 얼어붙은 채로 눈앞에 닥친 현실을 애써 부정할 뿐이다.

하지만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끄으으···”


피범벅으로 변한 승무원의 허리가 꺾인다.

사지를 부르르 떨며 기괴한 움직임으로 파르르 떨던 그녀는 이윽고.


“캬아!”


자신을 물어뜯은 여자와 같은 텅 빈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텅빈 눈동자가 이쪽과 마주친다.

그 시선의 끝은 다름 아닌 신연이다.


“꺄악!”


한때 사람이었던 승무원은 금세 신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씨발.”


무슨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것은 오로지 한 가지뿐이다.

이 지옥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나는 황급히 몸을 움직여 위에 있던 자리를 박찼다.


퍽!


“캬악!”


기괴한 비명소리와 함께 복부를 걷어차인 승무원이 바닥으로 나동그라진다.


“유, 율아, 너!”

“잔소리할 시간에 빨리 움직여!”


객실은 순식간에 난장으로 변했다.

텅 빈 눈동자의 그녀들은 주변에 있던 움직이는 이들을 향해 자신들의 이빨을 여지없이 들이밀었다.

한 명이었던 놈들은 그새 둘로, 둘은 다시 넷으로.

이대로 가다간 끝이 없다.


“꺄악!”

“살려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간단하게 짐만 챙겨 다른 객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도 놈들은 다른 사람들을 물어 뜯고 있다.

혼란의 도가니 속에 나는 황급히 내 가방을 챙겼다.

가방을 챙기면서 옆에 있던 고삐리들의 야구 배트도 함께.


“누나!”

“어, 어?”

“살고 싶으면 빨리 짐 챙겨.”


나는 신연에게 짐을 던져주고 황급히 뒤로 물렸다.


“캬악!”


초점을 잃어버린 괴물이 내게로 달려든다.

조금 전까지 객실 한구석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있던 남자다.

도시락으로 부족했던 모양인데···


“율아!”


사람 잘못 골랐다.


뻐억!


크게 휘두르는 배트 한 방에 놈은 비어있던 옆자리로 날아간다.

대가리를 얻어맞은 놈은 간헐적으로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서질 못한다.

완전히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끝을 보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뭐해? 빨리 연장 안 챙겨!”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었던 것’의 전쟁이 시작됐다.


***


황태수의 입은 차마 다물어질 줄 몰랐다.

영화 촬영의 지휘자인 그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화면에는 말이 안 되는 그림이 담겨져 있었다.


‘···이거 정말 사람 맞아?’


연기를 잘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연하윤과 이어지면서도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연기력.

거기에 시선에 담긴 살기와 또렷한 딕션에 더불어 귀가 절로 편안해지는 발성까지.

연하윤에게 먹히지 않는 것도 대단하지만, 되려 연하윤과 조화를 이루며 단역들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저 연기력에 자꾸만 감탄이 일었다.

저게 대체 어딜 봐서 1년도 되지 않은 배우란 말인가!


“감독님, 황 감독님!”

“어, 어?”


조그맣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황태수의 이성이 겨우 자리를 되찾는다.


“커, 컷!”


그 한 마디와 동시에 분위기는 삽시간에 부서진다.


“와!”

“미친 방금 저거 뭐야?”


컷 선언이 떨어지고 나서야 곳곳에서 감탄이 솟구친다.

사람의 눈과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

스태프들은 물론 같이 촬영에 임한 배우들까지 모두 정지혁에게로 몰려들었다.


“지혁 씨! 방금 뭐야,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아니, 진짜 사람 맞는 거죠? 무슨 연기 자판기도 아니고 컷 신호만 떨어지면 완성된 연기가 나와?”

“아까 망설임 없이 액션 들어가는 거 봤어? 망설임도 없이 한 번에 들어가는데 나 진짜로 때리는 줄 알았잖아.”

“아이고 막내야, 구급약을 뭐 하러 가져와? 그거 소품 피다. 진짜 피 아니야!”


곳곳에서 쏟아지는 칭찬.

서슬 퍼런 사이코패스 신율은 어디로 간 것인지, 정지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아닙니다. 다 하윤 씨와 다른 분들이 잘 도와주신 덕분이죠. 전 다른 분들 연기에 호흡만 맞췄을 뿐입니다.”

“에이, 저야말로 지혁 씨 연기에 맞췄을 뿐인걸요. 진짜 멋진 연기였어요!”


곁에 있던 연하윤 역시도 연달아 그를 칭찬한다.

덕분에 묵묵히 그를 지켜보던 황태수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깨달음이 스친다.


“내가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지 않았나?

심혈을 기울인 각본과 회심의 연출, 최고의 스태프들과 배우, 그리고 이 모든 것에 화룡점정을 찍는 페르소나.


“이 사람들과 작업하면서 실패라니 발로 연출해도 힘들겠네.”


작가의말

오늘로 선호작 5000을 넘었네요.

솔직히 이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할 결과였습니다.

항상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는 만큼 보다 더욱 노력에 노력을 더해 앞으로도 더욱 힘내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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