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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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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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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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739

작성
21.01.1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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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Act 50. 스승과 제자 - (1)

DUMMY

“너 뭐야 이 새끼야!”


다소 무겁고 진중한 좀비 아포칼립스의 분위기에 걸맞게 객실 안은 살얼음을 걷는 듯한 분위기가 이루어졌다.

그 분위기의 원흉엔 이시환과 상범이··· 아니, 한강우와 박우찬이 있었다.

박우찬은 한강우의 멱살을 틀어잡고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살기를 펼쳤다.


“사람이 들어오는데 문을 닫아?”

“그럼 괴물들이 쫓아오는데 문을 열고 그대로 들어오게 놔둘까?”

“하,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 거 봐.”


과연 주연 배우랄까?

뻔뻔한 대사와는 달리, 하염없이 떨리는 눈동자, 그 속에 녹아들어 있는 공포.

실제 현실에서 좀비를 마주한 것과도 같은 생동감이 이시환의 전신을 통해 펼쳐졌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그쪽만 위험했던 거 아니잖아요.”

“근데 이 새끼가 자꾸!”


끝내 폭발한 박우찬의 주먹이 치켜 올라간다.

건달인 그의 성정을 생각했을 때, 지금 이만큼도 충분히 많은 참은 것이다.

하지만.


“아, 아저씨!”


주먹이 둘 사이를 갈라놓기 전에, 비명과도 같은 일갈이 그들 사이를 덮쳤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먹은 한강우의 얼굴을 덮칠 뻔했으니까.

찰나의 순간 한강우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딸이었다.


“아저씨 어엉··· 우리 아빠··· 우리 아빠 때리지 마세요.”


한강우의 딸 한희원.

한희원은 눈물범벅으로 박우찬의 바짓가랑일 붙잡았다.

서럽게도 엉엉 우는 그 모습에 박우찬은 주먹만을 부들부들 떨다가 끝내 바닥으로 내린다.


“희원아.”

“아빠아···”



한희원은 금세 자신의 아비를 향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자신의 딸을 안아 드는 한강우와 박우찬 사이로 어색한 기류가 내려앉는다.


“컷!”


어색해진 분위기를 부수는 이질적인 소리.

단번에 침묵으로 가득하던 촬영장의 공기가 부서진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어우 상범아 너무 아슬아슬한 거 아니냐? 진짜 맞을까 봐 살 떨리던데,”

“에이, 제가 어떻게 형님을 때리겠습니까?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어색해진 분위기는 삽시간에 사라졌다.

인상을 찌푸리며 역정을 내던 상범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시환에게 인사를 건네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희원이도 고생 많았어.”

“수고하셨습니다.”


가장 압권은 역시 주희원이다.

눈에 흐르던 눈물을 조그마한 손으로 닦아낸 아이는 이시환의 품 안에서 꾸벅 고개를 숙인다.

이번 생이 2회차는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희원이는 서러운 눈물 연기를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벌써 담담한 모습이다.

지켜보던 상범이의 입에도 연신 감탄이 흘러나왔다.


“우리 희원이 진짜 연기 잘하네. 아저씨보다도 훨씬 잘하는 거 같은데? 자, 여기 선물!”

“감사합니다!”


주희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처음 엉엉 울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주희원은 상범이를 보며 더 이상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여기엔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대본을 읽을 때 당이 있어야 도움이 된다며 상범이가 자주 먹곤 하던 사탕.

처음에는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몇 개 준 것이었건만, 주희원은 아이처럼 정말 좋아했다.

하긴 어른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는 아직 아이니까.


“어때 맛있어?”

“응! 맛있어요.”

“아저씨가 다음에 올 때는 더 맛있는 거로 가져올게.”

“고맙습니다!”


그 덕분일까?

사탕이라는 조공을 계기로 둘 사이는 금세 친해졌다.

애들을 좋아한다더니 마냥 구라는 아니었나 보다.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에이, 고생은 무슨.”


이시환은 손을 털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 보였다.

조금 전까지 까칠하면서도 개인주의의 끝판왕인 한강우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는 평소의 털털하고 사교성 넘치는 본래의 모습대로 피식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아이고, 피곤하다.”

“촬영도 끝났는데, 간단하게 치킨에 맥주 한잔하십니까?”

“맥주? 마음은 그러고 싶긴 한데···”


이시환은 입맛을 다시면서 난색을 표한다.

···뭐지?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선배님 방금 뭐라고요?”

“엉? 다음에 간다고.”

“에엑? 형님이요?”


주희원과 놀아주던 상범이에게서 경악이 터져 나왔다.

상범이뿐만이 아니다.

나 역시도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애주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이시환이 술자리를 거부한다고?

이시환에게로 믿기지 않은 시선이 곳곳에서 날아든다.


“뭘 그렇게들 놀라고 그래? 나는 뭐 맨날 술에 빠져 사냐?”

“그, 그건 아니지만···”

“나는 아침부터 계속 촬영했잖냐. 오늘은 좀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게.”


이시환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너스레를 떨며 자리를 벗어났다.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주연인 이시환은 아침부터 계속 촬영에 임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있었다곤 하지만, 거의 연속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촬영에 임했으니 많이 피곤할 법도 했다.


“형님이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상범이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주연 배우라는 자리의 책임감 덕분일까?

아무래도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하루 이틀 연기하신 분도 아니고, 괜찮으시겠지. 첫 주연이라 요새 좀 무리하신 모양이야.”


대수롭지 않게 말은 하지만 여전히 걱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상범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너까지 괜히 그러지 말고. 아마 무리하셔서 그런 것이시겠지. 좀 쉬고 나시면 금방 괜찮아지실 거야.”

“예···”

“정 걱정되면 풀 죽어 있을 시간에 대본 한 줄이라도 더 외워가며 연습하고, 우리가 잘해야 선배님 나오는 씬도 좀 줄지.”


지켜보던 상범이는 이내 멋쩍은 미소를 끝으로 뒤통수를 긁적인다.


“선배님 많이 피곤하신 것 같은데, 오늘은 우리끼리 간단히 먹자.”

“술도 한잔합니까?”

“많이는 말고 조금만.”

“예쓰!”


회심의 미소와 함께 상범이는 오른팔을 힘껏 몸쪽으로 당긴다.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지은 채로 팔을 당기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질 것만 같다.


***


그로부터 며칠 뒤.


“슬슬 거의 도착해요.”


김수아의 웃음소리가 벤 안을 가득 채운다.

환하게 웃는 김수아의 목소리에 옆에 있던 박아영의 입가에도 짙은 미소가 번진다.


“세상에! 촬영 중에 갑자기 다른 촬영을 갈 줄은 몰랐는데 별일이네요.”

“그러게···”

“그것도 딱 촬영이 비는 일이라니, 타이밍도 너무 좋다, 그쵸?”

“······”


쿡쿡거리며 웃음을 터뜨리는 박아영.

나는 그녀를 조용히 흘겼다.


“왜요?”

“······”

“에이, 오늘 일정 오빠가 하고 싶다고 하신 거라면서 그렇게 보기 있기 없기?”

“···그건 그렇긴 한데. 하필 왜 쉬는 날에 겹치는 건데?”


매일 같이 이어지던 광주행 촬영 중에 내려온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휴일이었지만,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하필 이전에 하고 싶다고 지원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일정이 오늘로 조율된 것이다.

물론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막상 단비와도 같은 휴일이 사라지니 왠지 조금 손해 보는 기분이다.


“집에만 있느니 이렇게 시원하게 바닷바람도 쐬고 좋잖아요.”

“그렇긴 하네요.”


확실히 그건 좋은 점이었다.

서울에서 멀찍이 떨어진 강원도 강릉 경포대.

피서의 최고 중 하나인 해수욕장을 눈앞에 두고 일을 한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바닷바람은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내기에 정말 최고였다.


“게다가 그렇게 바쁜 예능도 아니니까요.”

“식당 운영하는 예능이랬죠?”


박아영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질문을 건넨다.

나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한스 키친.

연예인이 직접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예능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다.

무려 예능 쪽으로는 대중적으로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는 권장현 사단의 프로그램으로, 힐링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는 것으로 유명했다.

거기에.


“오빠도 참 너무 담담하다니까.”

“갑자기 왜?”

“아니, 권장현 사단 프로그램이잖아요.”

“그게 왜?”

“요새 한창 난리인 프로그램이잖아요. 덕분에 게스트 자리라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데요. 각 회사별로 권장현 사단에 돌린 명함만 모으면 소속사 사전도 만들 걸요?”


박아영의 말대로다.

몸개그나 입수 등등 몸이 고되고, 이미지도 소모되는 여느 예능들과는 달리,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우여 곡절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식당 운영은커녕 알바도 경험이 없는 연예인들이 손님들을 맞이하며 자아내는 해프닝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고정 자리는 물론 게스트 자리마저도 들어가고 싶은 이들이 수두룩 빽빽했으니, 이만하면 말 다 했다.

그렇기에 박아영도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지만.


“됐어. 지혁 씨는 저렇게 담담한 분위기가 훨씬 더 좋다니까. 얼마나 담백하고 좋아? 괜히 과장되게 오버할 필요 없어.”

“하긴 오빠가 막 긴장하는 모습도 좀 이상하긴 하겠네요.”


김수아와 박아영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둘의 대화를 BGM 삼아 창밖을 둘러보던 사이.

어느덧 목표로 했던 장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강릉 경포대의 구석, 탁 트인 전경 사이로 분위기 넘치는 조그만 가게 하나.

이번에 내가 출연할 한스 키친의 가게다.


“벌써 촬영 스태프들도 오셨네요.”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촬영한다더니 정말이네.”


어느새 우리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인지, 벤의 주변엔 몇몇 촬영 스태프와 익숙한 카메라가 다가왔다.


“아영아, 바로 내려도 괜찮아?”

“잠깐만요··· 넵! 괜찮습니다.”


스타일리스트인 박아영에게 한번 최종 점검을 받고 나서야 나는 몸을 움직였다.


“그럼 다녀올게요.”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빠 오늘도 화이팅!”


두 사람의 인사에 웃음으로 답하고, 나는 곧바로 차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지혁 씨.”

“안녕하세요.”


차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곧바로 나를 반긴다.

예능이라 그럴까?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옷에 바로 마이크부터 달고 촬영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데 곧바로 머리가 멍해진다.


“리얼리티를 위주로 하는 방송이라 카메라가 계속 돌아갈 거예요. 물론 편집도 들어가지만 별도의 지정된 쉬는 시간이 없으니 참고해주시고 무슨 일 있으시면 언제든 스태프들에게 말씀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가볼까요?”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나는 천천히 가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게는 생각보다 본격적이었다.

테이블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해안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2개의 야외 테이블을 시작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마치 몰디브나 필리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해안가 식당을 보는 느낌이다.

이번 촬영을 위해 기존에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 했다고는 들었는데, 정말 제대로 작업했나 보다.


“어라? 이게 누구야.”


가장 먼저 나를 맞은 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실루엣이었다.

그의 등장에 나는 곧바로 크게 허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님. 정지혁입니다.”

“와, 유명인을 여기서 다 만나네. 반가워요, 장이수입니다.”


배우 장이수.

팔색조 같은 매력을 선보이며 사극과 현대극의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섭렵한 배우로 특히 드라마에서 유명하며 수많은 명대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연기로 수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그는 올해 40대 중반으로 미중년이라는 단어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30대 초중반을 연상시키는데, 오히려 상범이 쪽이 더 연상 같······

크흠!


“요새 한창 영화 촬영하고 있다고 기사로 봤는데.”

“제가 꼭 나오고 싶던 프로그램이라서요. 스케줄 조정해서 이렇게 선배님 도와드리려고 왔습니다.”

“이야, 몸 좀 봐. 지혁 씨가 도와주면 오늘 일은 걱정 없겠는데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이수는 너스레를 떨며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몇몇 예능에서 툴툴거리기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이렇게 인자한 모습을 보니 역시 과장된 소문인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와요. 우리 셰프님하고 서브 셰프도 인사해야지.”

“감사합니다.”


환한 얼굴로 맞이하는 장이수를 따라 나는 천천히 가게 안으로 향했다.

밖에도 그렇지만, 고즈넉하면서도 싱그러운 분위기가 넘쳐난다.


“사장님, 본사에서 새로운 사람 한명 왔는데요?”

“본사? 우리한테 그런 게 있었어?”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와 동시에 익숙한 얼굴들이 밖으로 나타난다.


“누구 오셨······ 어?”


찰랑거리는 단발과 함께 나직한 탄성을 터뜨리는 그녀, 서예나.


“누구 왔니?


그리고 그녀와 함께 천천히 또 다른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소유자.

나의 선생님.


“···지혁아?”

“저 왔어요, 선생님.”


동그란 안경 너머로 환한 미소가 번지는 한세강을 보며 나 역시 환하게 마주 웃었다.


***


“여기 생각보다 한산하니까. 너무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그것이 불과 1시간 전에 이어지던 장이수의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 주문이요!”

“저희 아까 파스타 주문했는데, 아직 멀었나요?”

“Hey! Can you···”


분명 여유로운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들었건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시원한 바다 내음과 함께 들이닥치는 손님의 연쇄는 좀처럼 끊기질 않았다.


“얘, 누가 섭외했어? 지금 다 얘 보러 오시는 거잖아.”


같이 서빙과 함께 손님을 응대하던 장이수가 툴툴거리며 한숨을 토해낸다.

불평과 불만이 많다는 그 소문은 정확했다.

몰아치는 손님을 응대하며 친해진 덕에 그와의 대화는 한결 편해졌지만 그와 비례하여 불평과 불만 역시 한가득 늘어났다.


“오늘만 오는 거지?”

“아마 내일까진 계속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까지만 하는 걸로 하자. 내가 브레이크 타임 직전까지 손님 받은 건 처음이라니까.”


툴툴거리는 그의 모습에 입가에 멋쩍은 미소가 번진다.

배려인지 불평인지 모를 목소리가 랩처럼 귓가에 때려 박힌다.


“에이, 선배님과 다른 분들 뵈러 오시는 거죠. 그리고 선생님 요리가 정말 훌륭하셔서 그런 거지 않겠습니까?”

“말은. 아무튼 곧 브레이크 타임이니까 좀 더 힘내자!”

“넵!”


결국 그날은 오후 브레이크 타임이 되어서야 의자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자, 여기 특별히 준비했다. 어서 먹자.”

“선생님 잘 먹겠습니다.”

“와 냄새 진짜 좋은데요? 잘 먹겠습니다.”


한스 키친, 즉 한세강이 메인 셰프인 이 식당의 최고의 강점은 배우들이 식당을 운영해나가는 것도 있지만, 다른 또 하나가 한세강의 요리가 정말 맛있단 것이다.


“야, 이 로제 파스타 기가 막히네요 선생님.”

“여기 치킨 샐러드도 정말 맛있어요.”


장이수와 서예나가 연신 감탄을 늘어놓았다.

그들의 말처럼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한세강의 한식 요리는 몇 번 먹어본 적 있지만, 눈앞의 양식 요리도 정말 기가 막힐 정도다.

바삭바삭한 치킨의 감칠맛과 로제파스타의 매콤달콤한 조화는 그야말로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이 느껴질 정도다.

그들을 따라 나 역시도 엄지를 추켜세웠다.


“정말 맛있어요, 선생님.”

“맛있다니 다행이구나.”

“양식은 언제 배우신 거예요?”

“이번에 이거 준비하면서 열심히 배웠단다. 애들도 그렇고 다들 양식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모처럼 배워본 건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구나.”

“너무 맛있어요. 선생님.”


한세강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번진다.

고된 일 끝에 이어지는 만찬 덕분일까?

평소보다도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 덕에 기분 좋은 포만감과 행복감이 전신을 가득 채운다.


“체하겠다. 여기 음료도 마셔.”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사이 장이수가 옆에서 음료를 건네준다.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언제 가냐고 그러더니, 무심한 척 챙겨주는 모습에 괜히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게 바로 츤데렌가 뭔가 그건가?


“그런데 갑자기 지혁이 네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미리 계획은 잡혀 있었는데, 촬영 때문에··· 나도 오늘 올 줄 몰랐어.”

“너 오니까 좋다.”


멋쩍은 듯 뺨을 긁적이는 사이, 서예나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그를 지켜보던 장이수는 또다시 툴툴거린다.


“좋기는 얘 와서 평소보다 배는 바빠진 것 같은데.”

“그래도 많이 팔리면 좋잖아요.”

“그래, 게다가 지혁이가 그만큼 일도 하잖니.”

“선생님까지···”


이어지는 서예나와 한세강의 일침에 장이수가 무너진다.

순식간에 격침당한 그는 입술을 한껏 내밀고는 소리 없이 툴툴거린다.

그 모습이 어딘가 이시환과 겹쳐 보인다.

하여간 이 사람도 정말 재밌는 사람이라니까.


***


“감사합니다!”


저녁 장사 역시 어느덧 끝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손님보다는 비어가는 자리가 점점 더 그 수를 더한다


“슬슬 마감인가 본데?”


분위기를 살피던 장이수가 슬며시 미소를 머금는다.

마감과 동시에 퇴근이니만큼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에 퇴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의 퇴근은 아직은 조금 나중으로 미뤄 둬야 한다.

아직 중요한 손님이 남아 있으니까.


“지혁 씨.”

“네.”

“이제 슬슬 준비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침 스태프들의 신호도 떨어졌다.

나는 가게 한쪽에 자리한 테이블 위로 식기와 메뉴판을 세팅했다.


“잘 먹었습니다.”


이윽고 가게에 남아있던 모든 손님들이 자리를 떠난다.


“선배님.”

“왜?”

“사실 오늘 마지막 예약 손님이 한 분 계셔서요.”

“예약 손님? 진짜야?”


당혹성을 터뜨리는 장이수의 귓가에 나는 조그맣게 예약 손님의 정체를 일러준다.


“뭐? 그거 진짜야?”

“네.”

“와, 너도 진짜 대박이다. 대체 언제 그런 걸 다 준비한 거야?”


장이수의 감탄에 미소로 답하며 나는 은밀하게 예약 손님의 자리를 마련한다.


“어라, 한자리 남았네요?”

“다 끝난 거 아니니?”


마침 안에서 정리를 마친 서예나와 한세강이 홀로 나온다.

그들을 마주 보며 나는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오늘 제가 비밀리에 모신 예약 손님이 한 분 계셔서요.”

“예약 손님?”


한세강의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를 마주 보던 나는 입구 쪽에 있던 스태프들을 향해 조용히 눈짓한다.

고개를 끄덕인 스태프들이 어디론가로 향한다.


이윽고 등장하는 익숙한 실루엣.

그와 동시에 한세강이 눈동자가 크기를 더하기 시작한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 사이로 나타나는 익숙한 실루엣.


“네, 네가 여길 어떻게?”


그를 마주한 한세강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온다.

여기까지 찾아올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비명과도 같은 당혹성이.


작가의말

늦은 지각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보시면 짐작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기존의 내용과는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에 많은 분들께서 지적해주신 ‘그 이름’ 파트의 변경된 내용 이후의 내용을 그리고 있어서 때문인데요, 1월 14일 51화가 게시되기 전까지 수정된 ‘그 이름’ 파트를 새로 게시하고 쪽지 및 공지사항으로 안내해드리도록하겠습니다.

50화에 조회수가 50만에 이르렀네요.
항상 함께해준 여러분들이 계신 덕분입니다.
보다 더 노력하고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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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Act 57.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完) +57 21.01.19 5,906 206 19쪽
56 Act 56. 제작 발표회 +20 21.01.18 6,127 218 14쪽
55 Act 55. 퇴장은 이별이다 +16 21.01.17 6,454 238 16쪽
54 Act 54. 인간의 조건 +18 21.01.16 6,989 218 18쪽
53 Act 53. 은혜는 바다 같이 - (2) +22 21.01.15 6,933 228 14쪽
52 Act 52. 은혜는 바다 같이 - (1) +11 21.01.15 6,680 189 13쪽
51 Act 51. 스승과 제자 - (2) +19 21.01.14 7,856 234 19쪽
» Act 50. 스승과 제자 - (1) +18 21.01.13 8,097 237 19쪽
49 Act 49. 드림팀 - (4) +22 21.01.12 8,563 267 17쪽
48 Act 48. 드림팀 - (3) +16 21.01.11 8,991 26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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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Act 44. 잡초를 뽑을 땐 뿌리까지 - (1) +21 21.01.07 10,303 257 18쪽
43 Act 43. 마지막 퍼즐 +15 21.01.06 10,792 273 20쪽
42 Act 42. 너 인성 문제 있어? +23 21.01.05 10,491 312 18쪽
41 Act 41.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2) +17 21.01.04 10,790 294 20쪽
40 Act 40.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1) +16 21.01.03 11,210 295 19쪽
39 Act 39. 마음의 치료사 - (3) +19 21.01.02 11,142 308 17쪽
38 Act 38. 마음의 치료사 - (2) +14 21.01.01 11,219 305 19쪽
37 Act 37. 마음의 치료사 - (1) +22 20.12.31 11,714 321 20쪽
36 Act 36. 마녀의 남자 - (3) +24 20.12.30 12,175 289 18쪽
35 Act 35. 마녀의 남자 - (2) +16 20.12.29 12,105 296 20쪽
34 Act 34. 마녀의 남자 - (1) +14 20.12.28 12,897 293 20쪽
33 Act 33. 꿈이 무엇입니까? +12 20.12.27 12,757 304 19쪽
32 Act 32.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4) +13 20.12.26 12,709 294 20쪽
31 Act 31.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3) +12 20.12.25 12,432 286 17쪽
30 Act 30.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2) +20 20.12.24 12,725 308 20쪽
29 Act 29.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1) +18 20.12.23 13,175 30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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