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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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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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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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3)

DUMMY

“서걱!”

“후두둑! 사사삭!”

언치성의 부대 외곽이었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부대로부터 삼십 장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거대한 나무의 위에서 숨 가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소리도 그리 크지 않았다. 빗소리에 묻혀 버리는 것이다.

정찰조는 언치성의 수하들이 움직인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적들이 공격을 해 온 것이다. 벌써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당했을지 모를 것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찰 소대주 곽우는 옆의 나뭇가지에 은신하고 있던 수하를 돌아다보았다. 그리고 급히 명을 내려야만 했다.

“전삼! 본대에 알려라. 정찰조 피습. 위치 고수 전투 중. 인원파악 불가.”

그의 말이 끝나자 바로 나무를 타고 사라지는 전삼의 모습이 보였다. 곽우의 눈이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네깟 놈들에게 죽으려고 예까지 오진 않았다. 흐흐, 붙어보자. 죽을 때까지 최소한 전통에 들어있는 화살의 개수만큼 목숨을 가져가마. 흐흐흐“

그가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져 갔다. 잠시 후 곽우가 있던 자리에 언가의 수하가 나타났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도 나무사이로 묻히고 말았다. 곽우가 사라진 방향이었다.

빗물이 그들의 자취를 어느새 지워버리고 있었다.


주유는 정찰 3조원 이었다. 그와 한 조가 되어 움직이던 이순은 조금 전 자신에게 죽었던 자의 기습에 당했다. 그가 당하지 않았으면 자신은 적의 위치를 몰랐을 것이다.

만일 적이 이순 대신에 자신을 먼저 발견했었더라면 이순은 살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었다.

‘너의 죽음을 백 명의 목숨으로 대신해주마. 저승에서 만나자. 그리고 거기서 다시 한 바탕 놀아 보자. 친구“

이순은 그의 친구였던 것이다. 친구의 죽음으로 자신은 살아있었다. 그의 눈에 아픔이 어렸다. 그리고 벌겋게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위치를 바꿔야 했다. 적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보고를 해야 하겠지만 어차피 누군가 전갈을 했을 것이다.

자신은 이순의 몫까지 싸워야만 했다. 한 놈이라도 더 저승으로 보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그의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이순은, 저승에서 언가의 수하들을 보내달라고 아우성 치고 있을 터였다.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자신을 남기고 먼저 간 친구에게 더 많은 유희를 안겨줄 적들을 향해서.


“쉭!”

화살 한 발에 적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미간에 박힌 화살은 끝부분만 보였다. 양웅은 활시위를 놓자 바로 다른 나무를 향했다.

그리고 나뭇잎에 몸을 숨긴 채 자신이 있던 자리로 활을 겨눴다. 두 놈의 신형이 나타났다. 활을 내렸다가 다시 두발의 화살을 시위에 걸고 적을 향해 날렸다. 대단한 솜씨였다. 화살은 표적이 된 적의 미간에 정확하게 박혀들고 있었다. 뒤 늦게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쉭! 쉬익!”

두 놈이 거의 동시에 떨어지고 있었다. 열아홉 번째 화살이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또 다시 그가 있던 자리에 적이 나타났다. 순간 적의 몸뚱이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양웅의 화살은 아직도 팔십 발이나 남아 있었다. 그도 이미 동료를 잃었다. 최초에 적이 발견되었을 때 정찰조 오십 명중에 적어도 열은 죽었을 터였다. 적의 기습에 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신들이 사냥을 시작하는 것이다. 죽은 동료가 열이라면 언가는 일천의 목숨으로 갚게 될 것이었다.


언국은 가주의 명을 생각하며 나무사이로 움직였다. 적을 발견하더라도 접전을 피하고 돌아와 보고 하라는 명이었다.

그가 적의 위치를 포착하고 돌아서려 할 때에 그는 자신의 목에 칼이 그어지는 것을 보았다. 손을 올려 목을 만져보려 했지만 이미 질펀한 바닥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보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죽어가는 그의 눈에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그는 철저한 언가의 정예였다. 그리고 그의 죽음위로 상대의 신형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상대역시 자신처럼 당한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고마웠다. 자신의 복수를 해준 동료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보냈다. 언국이 죽었다. 그는 언휘성의 아들이었다.


곽우는 활을 내리고 있었다. 방금 건너편의 나무 아래로 한 놈을 보낸 것이다. 이제 자리를 이동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섬뜩한 느낌이 들어 그대로 밑의 나뭇가지로 몸을 띄웠다.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 비도가 날아와 박혔다. 머리가 쭈뼛거리며 등줄기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본능에 따르지 않았다면 그대로 당했을 것이었다.

다시 신형을 움직여 적의 위치를 찾았다. 그러나 비도가 날아온 방향에서는 적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다. 이미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을 찾아 정신없이 나무를 옮겨 타며 자리를 바꿨다. 어느 순간 비도가 날아왔다. 그러나 비도는 곽우가 떠난 자리에 박혀들고 말았다. 이미 곽우의 활은 맘껏 휘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곽우로 하여금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던 상대가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또 다른 적이 그의 감각에 걸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전통에는 어느덧 십여 발의 화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직 상황을 모르는 언치성의 초조함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었다. 일천의 수하들이 나무를 타고 사라져 간지 벌써 두시진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와 보고를 하는 수하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제룡단주를 불렀다.

“접전 중일까?”

“그럴 것 같습니다. 이리도 소식을 안 보내올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천으로... 흠...”

일천의 인원을 보내놓고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언치성이다. 그의 생각을 읽었음인지 제룡단주가 재빨리 답을 하고 있었다.

“지원군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일천의 인원을 차출해서 뒤를 받치도록”

“명을 받듭니다.”


연휘의 진영이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그들이 현재 위치한 곳에서 두 시진은 떨어져 있었다. 지금 원군을 보낸다 해도 그들이 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찰조는 전멸 당하고 말 것이었다. 어쩌면 벌써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몰랐다. 아까운 수하들이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언치성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잠들어 있었을 뿐 산중의 왕이었던 것이다. 그가 잠에서 깨어 포효를 하고 있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되치고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다시 한 번 통한의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척살 1대주 시절, 흑방 토벌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었다.

연휘는 자신에 대해 분개했다. 이런 정도의 역습쯤은 생각했어야 했다. 광도나 검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무인이었다. 머리를 쓰는 학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자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도록 머리를 써 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급한 일이 되었다.

어찌됐든 일단은 이번 전투를 치러야했다. 그것도 잠에서 갓 깨어나 잔뜩 굶주린 채 성질을 부리는 늙은 호랑이를 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수하들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할 순 없었다. 정찰조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전장에 도착 할 때까지 살아있는 수하들이 있다면, 그들은 결코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두 번 다시 수하를 눈앞에서 잃기는 싫었다.

적들이 월등히 뛰어난 실력이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언가는 그런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이 키워낸 부하들이라면 언가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 정찰조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자신을 만나기 전의 나약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모두가 자연기로 무장하고, 무한전투를 치름으로써 일당백의 고수로 탈바꿈한 상태였던 것이다.

설사 기습을 당했다 하더라도 그 순간만 넘겼다면, 다들 살아남아 적들을 몰아 부치고 있을 것이었다.

그의 뜻이 결정되고 있었다. 광도와 검마를 돌아보며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고 있는 것이다.

“가야겠다. 가서 아직 살아있을 수하들을 구해내야만 되겠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온 언가는 한 놈도 돌려보내지 마라. 수하 하나의 목숨 값으로 놈들은 일천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가라!”

“충!”

연휘가 전 대원을 이끌고 전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광도와 검마도 자신의 부대원들을 데리고 달려가고 있었다.

전장의 상황은 또다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 듯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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