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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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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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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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추적 追跡 2)

DUMMY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치성은 숲의 초입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음식을 구하기 위해 음봉으로 향한 수하들이 돌아오는 시간까지 계산을 하고나서야, 그는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갔다 오는데 육일이 넘게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굶주림을 견디기 힘들어 했던 까닭이었다. 나흘째 음식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숲이 작은 짐승하나 없었던 것이다.

분루(憤淚)를 삼키며 어쩔 수 없이 되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사흘의 거리를 되돌아 나온 것이다. 돌아서 나올 때는 하루가 더 걸렸다.

숲의 입구에서 음식을 가져오는 수하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허겁지겁 굶주림을 채우고 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비가 그들의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만약에 그들이 이곳으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쏟아지는 빗속에서 굶어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그의 눈에 빗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자식들로 인해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다.

비는 언제 그칠지 몰랐다. 그렇다고 그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기에 그들은 빗속을 뚫고 숲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되돌아섰던 지점을 지나고 다시 하루를 더 들어갔을 때였다.

“조장님! 뭔가 있습니다.”

수하의 말에 조장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사이에 확인을 한 모양인 지 수하의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시체입니다!”

한 구의 시신이었다. 그동안 뚜렷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비로소 일말의 단서가 생긴 것이다.

오랫동안 부패가 진행된 까닭에 시신의 형태로는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복장만은 거의 원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왼쪽 가슴에 붉은 주먹이 새겨져 있었다. 언가의 문양이었다. 자신들의 동료였던 것이다. 그들의 동료였던 자가 이런 외진 곳에 누워 썩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이런 곳에서 죽은 것이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누가 있어 감히 언가의 정예들을 이리 만들 수 있을까... 언가의 무사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행해진 일이었을 것이다. 보통 대단한 자들이 아닌 것이다. 그런 생각에 불안함이 스멀거리며 마음을 잠식했던 것이다.

언치성의 눈에서 불길이 솟았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수하들의 죽음에 결코 초연할 수 없는 것이다. 다섯 파벌 중에서도 근자에는 가장 강한 힘을 뿌리고 있는 자신들이었다. 어떤 세력이라도 자신들에게는 양보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수하들이 이렇게 외진 곳에서 죽어있었다.

‘어떤 놈들인지 그냥은 안 죽인다. 감히 누군지 알고 이런 일을 벌인다는 말이냐. 언가의 존망을 걸고라도 네놈들의 씨족을 낱낱이 파헤쳐 말려버리고 말 것이다’

앞으로 갈수록 죽어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늘어나고 있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그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그들에게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만큼 흉수에 대한 원한도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었다.


연무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연휘의 시선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연무장의 한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위와는 달리 그곳은 작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공간 안에 광도가 있었다. 그리고 광도와 대항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연휘의 눈은 광도와 마주한 사내에게로 향했다. 언가에서 넘어온 수하였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인 것이다.

처음엔 그저 그런 수하들 중에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광도나 검마와의 전투는 대원들이 회피하고 있었다. 명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를 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두 달 전부터 매일같이 광도와 검마를 붙잡고 늘어졌다. 삼개월전부터 시작된 무한전투였다. 처음에는 무자비하게 당했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고 또 다시 덤벼들었다. 대단한 근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는 광도의 공격에 쉽게 당하지 않고 있었다. 거의 대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철권(鐵拳) 위동구라는 사내였다.

연무장에는 철권 말고도 눈에 띄는 자들이 여럿 있었다. 팔백의 사내들이 곳곳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전투를 벌이는 중에도, 그들 몇몇은 눈에 확 들어오고 있었다.

광도의 수하 중에서 열둘의 사내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검마의 수하 중에서는 아홉이 발군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투항한 쪽에서는 철권을 제외하고 나면 단지 넷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의 서열이 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연휘는 개인간의 전투를 조금 더 진행시킬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에 부대를 편제 하고는 부대단위 전투를 훈련시켜야 했다. 그렇게 단련된 수하들은 파벌의 중심문파라 할지라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장여진은 이곳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있었다. 본인은 약간의 의술을 익혔을 뿐이라며 겸양을 보였지만, 꽤나 높은 수준의 의술을 가지고 있던 여진이었다.

팔백의 사내들 틈에 끼어 어리다고는 하지만 여인인 것이 분명한 그녀가, 쉽게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의술이었다. 더불어 이곳에서 그녀가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이었던 것이다.

상처를 입은 사내들에게 자신이 배웠던 의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이들 틈에서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연휘를 따라 이동하면서 짐이 될까봐 노심초사 했던 그녀였다. 이제는 안심하고 하루하루를 보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진인 것이다.

광도와 철권의 모습을 지켜보던 연휘가 연무장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무로 대충 지어놓은 것 같아 보였지만 꽤나 신경을 쓴 듯, 나름대로 제법 건물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석아저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최소한 두 시진은 쉬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그 사이를 못 참고 이렇게 다시 오면 어쩌란 말이냐 구요!”

단단히 화가 난 듯 앙칼지게 쏟아 붇는 여진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걸 몰라서 그럽니까? 동료들은 시원하게 싸우고 있는데, 혼자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이냐 구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는데 어떡합니까? 아무리 엉덩이에 힘을 주고 눌러 앉으려고 해도, 벌써 몸뚱이가 동료들 틈에 섞여 버리니 저도 어쩔 수가 없는 거라 구요. 그러니 이번 한 번만 봐 주세요.”

전투 중에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으러 온 수하인 것 같았는데 그의 말이 재미있었다. 저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는 연휘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석아저씨 만큼은 치료 안 해줄래요. 어차피 금방 다쳐서 올 거잖아요. 그런데 뭣 하러 힘들게 치료를 해줘요. 안 해줘요. 그냥 가서 마음껏 놀아요.”

그녀의 말은 야박하다 할 만큼 매몰찬 것이었지만, 그들의 사이에서는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장천사니임, 한번만 봐 줘요. 이번엔 진짜 잘 지킬 게요”

끝을 늘여가며 부탁하는 수하의 말이 연휘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었다. 비록 삼 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를 걱정하고 같이 아파하는 마음들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연휘가 안으로 들어서자, 병상에 누워있던 수하들이 벌떡 일어나며 군례를 취했다. 상처 입은 몸을 하고서도 동작에는 힘이 가득해 보였다.

“충! 단주님을 뵙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진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연휘였다. 안쪽에 있는 병상 옆에서 뒤를 돌아보는 여진이 보였다. 그녀가 연휘에게로 뛰어오며 밝게 웃고 있었다.

“오라버니, 왜 벌써 들어 오셨어요?”

연휘의 팔에 매달려 좋아하며 웃는 여진이었다.

“아, 그게 배가고파서, 하하. 밥 먹자. 배고프다”

연휘의 배고프다는 말에 깜박 했었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그녀였다.

“어머!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호호. 하여튼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니까요”

그런 그녀가 사랑스럽기만 한 연휘다.

“금방 준비 할게요, 안에서 조금만 계세요 오라버니”

애교가 듬뿍 담긴 표정으로 말을 마치더니 후다닥 안으로 들어가는 여진이었다.

연휘가 배고픔을 달래며 여진이 차려올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수하가 뛰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군례를 올리며 다급한 소리로 보고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충! 정찰 3조 모삼 입니다. 언가주가 나타났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수하들을 대동하고 초입에 들어와 있습니다.”

보고를 듣고 있는 연휘에게서 긴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언치성의 등장이 크게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흠... 묵룡권도 다 됐나보다. 이제야 오는걸 보니. 수고했다.”

늦은 밤이었다. 연휘의 집무실에는 광도와 검마가 연휘의 앞에 앉아 있었다. 언가주의 일로 그들을 부른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언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미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되었던 것이다. 최소한 두 개 문파는 합해야 조금 신경을 쓰게 될 것이었다. 지금 연휘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마중을 나가서 쓸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끌어 들인 다음에 칠 것인가 하는 선택으로 고민 중이었던 것이다.

이미 정찰임무를 띄고 여럿의 수하들이 출발했다. 최소한 그들이 소식을 전해 올 때까지는 선택을 해놓아야 할 것이었다.

연휘를 비롯한 광도와 염마의 눈에 굳은 의지가 보이고 있었다.

이곳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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