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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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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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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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지도 地圖 3)

DUMMY

광도 일행이 도착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막연히 기다리던 중 무덤 앞에서 울먹이던 소녀가 다소 진정이 됐는지, 자신의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이름은 장여진이라고 했다. 해남도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던 소녀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대신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다.

그녀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연휘와 검마 진여송은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지난해에 느닷없이 변고가 터졌다. 해남파의 장로가 여진을 첩으로 들여앉히려고 했던 것이다. 노도검(怒濤劒) 곽비가 그 장로의 이름이었다. 해남파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수인 것이다. 그들은 열흘의 기한을 주겠다며 그때 와서 데려간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노발대발한 그녀의 아버지는 하루 종일 술만 마셨다. 그렇게 사흘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들을 피해서 아버지와 노복 몇과 함께 해남도를 떠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포기한 것처럼 사흘간 술만 마시며 그들의 이목을 속인 것이다. 다행히 해남도를 벗어나는 것에는 성공을 했다. 그러다가 광동성에서 그만 추적해온 곽비를 만나고 말았다.

그는 여진이 자신의 제의를 거절하고 달아난 것에 대해 불같이 분노했다. 눈앞에서 아버지와 종복들이 그의 수하들에게 죽어갔다. 그리고 자신을 끌고 가려는 차에 도움의 손길이 찾아들었다.

“멈춰라! 백주 대낮에 이게 무슨 짓이냐!”

찔끔한 곽치와 일행들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들의 안색이 형편없는 모습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삼백에 가까운 무인들이었다. 그들의 복장은 한결같았다. 성난 호랑이 다섯 마리가 가슴에 그려진, 붉은색의 무복을 정갈하게 입고 있는 것이다. 그들 중에서 수장으로 보이는 장년인이 곽비에게 한 소리 하고 있었다.

“허어, 해남의 색검(色劒) 곽비 장로 아니시오? 헌데 이곳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오?”

노골적인 비난이었다. 원래 곽비의 별호는 노도검 이었다. 성난 파도처럼 격한 검법을 펼친다는 뜻을 가진 것이었다. 허나 워낙에 여색을 밝히는 곽비였다. 그가 없는 자리에서는 색검 이라고 불리었던 것이다. 얼굴이 벌겋게 변한 곽비가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 허나 섣불리 흥분할 상대가 아니었다.

“으으, 팽가의 개차반이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구나. 내 오늘은 일이 바빠서 이만 가겠다만,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깨위의 물건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가자!”

말은 그럴싸하게 했지만 꼬리를 말고 달아나 버리는 곽비였다.

“허허, 뭐가 그리 급해서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꼬리를 마시나? 아무튼 조심해서 가시오.”

허허롭게 웃는 모습이 참으로 장부다웠다. 그가 여진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허어, 그런데 소저는 어찌하여 저런 자에게 걸려들게 된 것인가?”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소녀 장여진이라 합니다.”

여진이 그간의 일에 대해 설명을 마치자, 그가 걱정스럽다는 듯 그녀를 보고 있다가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를 골라 시신을 안치시키도록 하라.”

팽가의 오호단 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장년인은, 적염패도(赤炎覇刀) 팽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고마움을 표현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모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일행 중에서 노복이 하나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허나 장기가 상한 듯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너무 허약해져 있었다. 충격이 워낙에 컸던 탓이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갈 곳이 없게 된다면 하북 팽가로 오시게나. 박대는 하지 않을 터이니 부담 없이 와도 될 것이라네. 우리도 일이 있어 이만 가봐야 하니 조심하시게.”

그 뒤로 연노와 정처 없이 다녔다. 파벌이 없는 곳을 찾아다닌 것이다. 그렇게 운남까지 왔다. 그리고 이곳 음봉에서 연노마저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녀는 오갈 데 없는 고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남의 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얘기를 마치는 여진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진여송의 눈가가 붉어졌다. 어린 소녀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여유가 없었다. 파벌과의 싸움은 애들 장난이 아닌 것이다.

진여송이 연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휘가 그런 진여송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할 말 있나? 검마라는 이름값을 해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야지, 어째 고양이 눈치 보는 쥐새끼처럼 찔끔 거려?”

졸지에 쥐새끼가 되어버린 진여송이다. 어쨌든 말을 하라고 했으니 품고 있던 얘기를 해야 했다.

“저, 단주님. 그러니까...”

연휘의 눈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끌었다가는 치도곤을 당하게 생긴 것이다. 진여송의 말이 빨라졌다.

“그게 그러니까, 장소저가... 에...”

말만 빨라졌다 뿐이지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연휘가 진여송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진여송이 뒤로 물러나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장소저를 도와주세요, 단주님”

그의 말에 연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자신도 고민하고 있던 문제였다. 이대로 보낸다면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이었다. 혼자라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고 나면, 그 다음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한량들이 어린 소녀를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이었다. 권력자들의 노리개가 되던지, 심하면 창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세상은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맹에서는 치안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민이 되는 것이다. 어린 소녀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돌봐 줄 수도 없었다. 데리고 다니자니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머뭇거리며 진여송이 다시 다가왔다.

“단주님, 일단 지도에 표시된 곳까지 데리고 가지요”

그의 얼굴이 잔뜩 굳어있었다. 자칫 연휘의 심기라도 건들게 된다면, 이 많은 떨거지들 앞에서 타작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말 모처럼 큰마음을 먹고 과감하게 얘기를 하는 진여송이다.

그만큼 여진이 불쌍했다. 자신이 몇 대 맞더라도 그녀가 살아 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일단 목표지점까지 동행한다. 그 뒤에 안주할 만한 곳이 보이면 그곳에 자리를 잡아주는 걸로 하는 게 좋겠다.”

진여송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좋아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여진을 보는 눈빛이 한결 편안해지고 있었다.

자신이 혼인을 했었더라면 저만한 자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이었다.

진여송은 여진이 자식처럼 생각된 것이다. 비록 연노의 일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놓고 보니 고아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너무 애처로웠다. 그저 걱정 없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다. 연휘의 처사가 너무 고마웠다.

“고맙습니다. 단주님”

고맙단 말을 하며 그의 눈시울이 젖어가고 있었다.

여진은 연휘의 말이 떨어지자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고 있었다.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그저 흐느낄 수밖에 없는 여진이었다.

광도가 멸사대를 이끌고 왔다. 그들의 모습이 연휘를 뿌듯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층 완숙해진 모습들이었다.

“충! 멸사대주 광도, 일백의 대원을 이끌고 귀환 했습니다.”

연휘의 눈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이젠 파벌과의 싸움에서 굳이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잘 벼려진 칼날처럼 그렇게 다듬어진 일백의 수하들이 있는 까닭이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런 연휘의 영향을 받았는지 멸사대 백인의 눈빛도 같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이 합류함과 동시에 언철을 다그치며, 지도에 표시된 곳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

그런 한 편으로 진여송이 준비했던 암영대(暗影隊)를 불러 들였다. 곤명에 언제 가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길은 편안했다. 험하지도 않았으며 별다른 위험도 없었다. 그러나 끝이 없었다. 지루한 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숲에 들어온 것이 벌써 사흘 이었다.

수령이 얼마나 되는 지 짐작조차도 할 수 없는 커다란 나무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그러한 나무들뿐이었다.

변화가 없는 광경에 정신적인 피로가 누적되면서 모두들 지쳐가고 있었다. 언륭이 죽었다. 그것을 보면서 중한 상처를 입었던 자들이 삶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언가의 수하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칠 주야를 더 가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의 눈앞에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지도에 표시된 곳은 산의 중턱이었다. 그러나 그곳을 오르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거대한 건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던 흔적이 나타났다. 인적은 전혀 없었다. 건물들도 거의 다 허물어져 형체만 남아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기둥만 달랑 남은 것도 있었다.

그래도 그중에 세 채의 건물만은 온전했다. 석조로 된 삼층 건물이었다. 수백 년의 풍상을 견뎌낸 흔적이 곳곳에 나타나 있었다.

언가 삼형제를 비롯해서 운신할 수 없었던 자들은 모두 죽었다. 상처를 입지 않았던 언가의 수하들은 목숨이 붙어있다는 사실에 안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연휘의 수하가 되기를 희망했다. 어차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비록 언가의 정예라고 불려 지기는 했지만 일반 무사들이었다. 그들 중에 언가와 인척을 이루고 있는 자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연휘의 일행으로 합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중앙건물의 지하에 그것들이 있었다. 창고로 쓰였던 곳인 듯 했다. 거기서 이곳의 내력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팔백년 전에 사라진 곳이었다. 천황성이라 불리던 곳이다. 당시 최강의 세력을 이루고 있었던 곳. 천하제일인 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무려 삼대에 걸쳐 차지했던 곳이다.

각종 금은보화와 무공비급들이 쏟아져 나홨다. 당시에 천하제일이라 불려 졌던 무공이었다. 그러나 정작 쓸모 있는 것들은 별로 없었다. 그동안 무공이 발전돼 왔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이 일류급으로 치부될 만한 무공들이었다.

그 중에 몇 가지가 연휘의 눈길을 끌었다. 기의 운용에 관한 것들이었다. 자신의 무공과는 다른 면이 있었지만, 이런 정도라면 수하들의 실력이 월등히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연휘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왜 이곳이 폐허가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연휘가 둥지를 틀기로 했다. 주인이 없는 곳이니 꺼릴게 없었다.

계획이 전면 수정되었다. 당분간 이 곳에서 보다 강력한 수하들을 만들고, 그 다음에 파벌들을 징치하기로 했다. 맹주 선출 따위는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까닭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까지만 해도 기습과 저격 그리고 암살등을 위주로, 파벌과 싸울 것을 생각하고 있던 연휘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기로 했다. 팔백의 수하가 있는 것이다. 조금만 더 단련시킨다면 아마도 무적의 부대가 탄생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된다면 전면전을 치러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이다.

부대의 체계를 새로 정립해야 했다. 기존의 멸사대와 진여송의 암영대, 그리고 언가로부터 얻은 이백의 무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각기 어울렸다. 일체감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가장 먼저 그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게 팔백의 수하들이 무한전투에 돌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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