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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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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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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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귀주 貴州 1)

DUMMY

무맹이 발칵 뒤집혔다. 그것은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던 장로원 회의실에서 시작되었다. 비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무맹 정보전에 속한 열세 개 지부의 연락 담당자들은 전서를 날려대느라 법석을 떨고 있었다. 각 파벌에 속하는 문파들도 개별적으로 소식을 알려대는 바람에 무맹의 하늘은 온통 전서구들로 뒤 덮였다. 수일 내로 천하가 다 알게 될 것이었다.

무맹은 사건 수습에 골몰해야 했으며 각 파벌들은 대책 마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장로원 회의실이 난장판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최고의 권력자 장로들 일곱이 죽은 것이다. 그것도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던 회의도중에 변고가 발생했다. 살아남은 장로들이 아연해 있을 때 경비조가 들이 닥쳤다. 그러고는 장내에 있던 누구도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했다. 이미 무맹 내에 특급 경계령이 발동된 상태였다. 장로원은 물샐 틈도 없이 철저히 차단당했다. 참관인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장로들의 죽음은 파국을 불러올 것이었다. 전체 인원이 열아홉이었다. 그중 일곱이 죽었다. 장로원의 사 할에 달하는 자들이 죽었던 것이다.

장로들을 다시 임명하는 것에도 절차가 있었다. 그들을 다시 선출하기 위해서는 삼 개월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남궁파벌에서 세 명의 장로가 죽었다. 제갈파벌에서는 네 명의 장로가 당했다. 현재 장로원에서 제갈파벌의 주축은 사라졌다. 남궁파벌도 마찬가지였다. 파벌의 중추역할을 하던 세 명의 장로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소 삼개월간은 힘을 쓸 수 없게 되었다.

판도가 바뀌고 있었다. 소림파벌이 가장 강력해 졌다. 네 명의 장로가 건재했던 것이다. 그 뒤를 해남파벌이 잇고 있었다. 세 명의 장로였다. 장로원의 참사는 맹주선출까지 이어질 것이었다.


모용숭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그의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인 것이다.

‘흐흐 이제 다시 시작하는 거다. 기반을 다지고 올라서기까지 삼 개월의 시간이면 충분하지. 흐흐흐, 그나저나 강이 에게 준비를 시켜야겠다. 너무 지체되면 기껏 만든 기회를 날릴 수도 있음이야’

그가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맹을 떠난 지 벌써 칠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분한 마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들을 증오하며 술을 마셨다. 정처 없이 떠돌며 이곳저곳 풍광이 수려하다는 곳을 찾아 다녔다.

돈이 떨어지면 사냥을 해서 끼니를 때웠다. 처음에는 가죽만 벗겨서 팔면 되는 것으로 알고 그렇게 내다 팔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가 맨 처음 가져간 곰 가죽은 사는 사람이 없었다.

이틀을 굶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가죽에 흠집이 없어야 고가에 거래가 된다는 사실을. 그렇게 이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귀주에서 사냥꾼을 만났다. 그 사내는 사냥실력이 형편없었다. 고작 토끼 한 마리를 잡는데 하루가 다 갔던 것이다. 마침 급한 것도 없었던 터라 구경삼아 그를 쫓아 다녔다. 물론 그 사내는 자신이 구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한때는 잘 나가던 무맹요원이었으니까.

한 나절쯤 토끼를 잡아가던 그가 멈춰 섰다. 그러더니 칡넝쿨을 끊어 동그랗게 만들기 시작했다. 열 개도 넘게 만들었을 것이다. 크기도 제 각각이었다. 올가미를 만드는 것으로 보였다. 도저히 안 되니까 몰이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것들을 이곳저곳에 설치하고는 또다시 토끼를 쫓기 시작하는 사내였다. 그러나 토끼는 올가미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교묘하게 피하며 달아나곤 했다. 멀리 가지도 않았다. 마치 그를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죽기 살기로 토끼를 쫓아 다녔다. 어느새 그도 지치고 토끼도 지쳐가고 있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구경이었다. 그러다가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그 사내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손에는 죽어있는 토끼 한 마리를 들고 있었다.

봇짐에서 술을 한 병 꺼냈다. 그 사내에게 다가가 술병을 내밀며 옆에 앉았다. 사내는 방송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토끼를 들고 울어야만 했던 사연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나, 이제는 죽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죽기 전에 고깃국이라도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할 줄도 모르는 사냥을 처음 나왔다고 했다. 집에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채 죽어가는 딸아이 생각에 너무도 서럽고 불쌍해서 울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품에 있던 것을 모두 꺼내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그를 만났다. 토끼를 잡던 곳에서였다. 그는 보자마자 넙죽 절을 올리고 있었다. 구명지은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그 사내와 같이 사냥을 다녔다. 그러자 수입이 달라졌다. 방송은 장사에 소질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팔면 은자로 한 냥 받기도 어려운 것을 그는 다섯 냥까지 받아 낼 수 있었다. 그것도 사정하면서 파는 것이 아니었다. 고객들이 서로 사가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었다.

어느새 단골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한 번이라도 거래를 했던 사람들은 꼭 그에게서 가죽을 사갔다. 궁핍했던 생활이 펴지고 있었다.

굳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다만 무료했을 뿐이었다. 할 일이 없는 자신은 폐인이 되어 갈 뿐이었던 것이다. 방송으로 인해 그나마 폐인이 되는 것은 멈출 수 있었다.

어느새 그의 품에는 천 냥이나 되는 은자가 있었다. 그와 같이 움직인 지 일 년 만의 일이었다. 무맹에서 십년간 받았던 것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방송은 전장을 차렸다. 전장 옆에 가죽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점포도 냈다. 자신은 그저 열심히 사냥만 했다. 돈 모으는 재미도 있었지만 자신이 모으는 것은 아니었다. 방송이 모아주는 것이었다.

어느 날 전장 옆에 또 다른 점포를 냈다. 이번엔 장신구를 취급하는 점포였다. 그렇게 하나 둘 점포가 늘어났다.

방송과 만난 지 이년이 되어 갈 즈음의 일이었다. 이때는 자신이 방송에게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자신보다 칠년이나 위였던 것이다.

그날 형님은 자신에게 말했다. 이제 사냥은 그만해도 된다고. 하지만 사냥을 하는 이유가 꼭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을 통해서 울분을 달랠 수 있었던 까닭에 계속 해왔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아니라고 했다. 사냥을 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 것이다.

점포는 다섯 개가 되어 있었다. 포목점과 대장간이 늘어났던 것이다. 금으로 따지면 일만 냥이나 되는 규모였다. 자신의 재산이었다.

그러자 형님이 다시 한 번 권했다. 이젠 정말 사냥을 그만두라고. 그리고 조그맣게 무관이라도 하나 차려놓고 편하게 생활하라는 것이었다.

마침 근처에 적당한 장원이 매물로 나왔다고 했다. 돌아보니 자신의 나이가 사십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작은 무관을 열었다. 꼬맹이들이 하나 둘 수련을 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아이들로 시끌벅적 대는 연무장에 있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고 텅 빈 연무장을 보게 되면 허무해졌다. 그러면 형님과 같이 술을 마셨다. 하지만 형님이 너무 바빴다. 자주 어울려 술을 마시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녀를 만났다. 기루에 속한 기녀였다. 하지만 좋았다. 그냥 외로울 때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와 어울린 지도 벌써 이년이 되었다. 이제 하루라도 그녀를 보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일 년 전에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자신은 혼인을 할 수 없는 몸이라고. 왜 할 수 없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은 창기라고 했다. 수많은 사내들이 거쳐 간 몸뚱이라고 했다. 그래서 혼인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을 해줬다. 창기면 어떠냐고, 서로 사랑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고 한 것이다.

그랬음에도 그녀는 혼인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저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도저히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일 년이 흘렀다. 매일 그녀를 만났다. 같이 술을 마시고 같은 침상에서 잠을 잤다. 그의 처소는 그녀의 처소였다. 그는 그녀의 처소에서 무관을 오가고 있었다. 가장 행복했던 나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던 날은, 그녀가 일하는 기루에서 형님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모처럼 만에 형님과 마주하는 술 자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없었다. 먼저 온 손님을 받아야만 했던 까닭이었다. 그 손님들을 보내야 자신과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둘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비명이 울렸다. 간간히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저 어떤 놈이 술에 취해서 행패를 부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소란이 길어졌던 것이다.

자신이 있던 방문이 요란스럽게 열리고 있었다. 기루의 총관이 보였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던 차에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그녀가 죽었다. 순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시적으로 사고가 멈췄던 것이다. 오히려 형님이 더 빨랐다. 총관의 말이 떨어지자 바로 밖으로 달려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보았다. 좌측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허리까지 깊게 베어져 있었다. 그곳으로부터 검붉은 피가 콸콸 쏟아지는 것이었다.

흉수는 아직도 그곳에 있었다. 열 놈이었다. 놈들의 복장은 이곳 무맹지부의 백인대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힘이 빠졌다. 그리고 그녀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정말 원 없이 울어버렸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형님은 수습을 하느라 바빴다.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렇게 밤새 그녀와 함께 있었다.

장례를 치르자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이틀이 지났다. 그녀의 몸이 썩어가고 있었다. 기루에서 난리가 났다.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다. 근심 가득한 얼굴의 형님이 보였다. 사흘이 지났다고 했다. 무탈하게 장례를 치렀다는 말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고 싶었다. 금방이라도 부르면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녀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의 방에 술독이 늘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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