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172,663
추천수 :
7,117
글자수 :
428,485

작성
07.05.21 10:47
조회
16,245
추천
106
글자
10쪽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4)

DUMMY

장로원에서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경비조는 최대한 자세를 바르게 하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장로들에게 누군가 책을 잡히게라도 된다면, 험한 꼴을 보게 될 것이기에 모두를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장로들이 멀리서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아직 이르기는 했지만, 위세를 뽐내고 싶어 하는 장로들이 일찌감치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 장로 한 명이 들어설 때였다. 경비조들이 오른쪽 다리를 무릎높이까지 들었다가 내리며 지면을 밟았다.

“쿵!”

경비조 이십 명이 동시에 발 구르는 소리가 무맹을 울렸다.

“충! 경비조가 단목장로님을 뵙습니다!”

단목계인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갔다. 그를 선두로 해서 대여섯의 장로들이 들어갈 때마다, 무맹이 한 번씩 들썩이고 있었다.

“쿵”

“충! 경비조가 황보장로님을 뵙습니다.”

황보염이 뒷짐을 진 채 거만한 모습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 경비조원의 앞을 지나치던 그가 갑자기 멈춰 섰다. 모두들 바짝 긴장했다. 이러다가 사단이 나는 것이다.

황보염이 몸을 돌리자, 그의 앞에 마주하게 된 사내가 빳빳하게 얼어붙었다. 장로가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이름!”

지목을 당한 경비조원이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쿵”

“충! 경비조 왕우삼 입니다.”

황보염이 왕우삼의 복장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가 왕우삼의 허리춤에 손을 대는가 싶더니, 한가다의 마른 풀잎을 손에 잡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다. 반면 왕우삼은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으로 인해 사단이 난 것이다.

‘헉! 저게 뭐야! 어디서 나온 거야! 우우 일 났다!’

왕우삼이 창백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키며 황보염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 때, 마침내 우려했던 말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대 무맹의 장로원 경비조가 복장 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하나! 수신제가평천하라 했거늘, 이따위 자세로 어찌 제대로 경비를 설수 있다는 것인가! 장로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려고 작정했단 말인가!“

“헉! 시정하겠습니다!”

“항상 말로만 떠들어 대는 것들이 꼭 시정한다고 하지. 그러나 난 믿지 않아.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고 대 무맹의 장로로서 난 그런 잘못을 보았다. 바로 잡기 위함이니 나를 원망 말도록”

무자비한 손속으로 왕우삼의 뺨을 때리는 황보염 이었다. 무려 다섯 대의 따귀를 맞은 왕우삼은, 얼굴이 퉁퉁 붓고 입가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앞으로 더욱 조심하고, 대 무맹 장로원 경비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

“퉁! 멍심하게 음니다‘

엉망인 얼굴로 답을 하려다 보니 발음도 되지 않았다. 그런 왕우삼을 제쳐두고 다시 경비조장을 찾는 황보염 이었다.

부하가 잘 못 했으면 상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조장! 도대체 수하들을 어떻게 교육시켰기에 이 모양이야! 교육을 똑바로 하란 말이다. 조장이 제대로 못하니까 이 모양 아닌가! 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명심하도록.”

왕우삼은 황보염이 장로원으로 들어가자 바로 교대되었다. 그렇다고 편히 쉬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숙소로 돌아간 그는 등짐을 잔뜩 꾸려야 했다. 거의 장정 몸무게 정도가 돼서야 등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힘없이 숙소를 나서는 왕우삼 이었다. 그리고 그날 하루 종일 연무장을 돌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장로들이 모두 회의실로 들어섰다. 제 팔백팔십회 장로원 정기회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회의실 내에도 주출입문과 원주석 뒤편의 출입문에는 경비조가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장로들 외에도 회의 참관을 희망하는 자들이 일백 명 가량 회의 진행을 참관할 수 있도록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참관석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가운데 원주석 출입문에 섰던 경비가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모두 정숙하시기 바랍니다. 곧 원주님께서 입장하시겠습니다. 원주님께서 입장하실 때, 모두 일어서시기 바랍니다.”

일시에 장로원이 조용해 졌다. 장로들은 원주를 부러워하며, 언젠가 꼭 저 자리에 오르겠다는 열망을 담고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참관인석에서는 분위기 자체에 주눅이 들어 모두 경직되어 버렸다. 일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적막 속으로 잠겨든 것이다.

곧이어 경비의 소리가 다시 울렸다.

“일동 기립!”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선 가운데 장로원주가 들어서고 있었다. 시동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까지 뒤로 빼주고 있었다. 대단한 위세였다. 결국 이런 맛에 권력을 쥐려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원주의 자리에 그가 앉자 경비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착석!”

자리에 앉느라 소란스럽던 장내가 어느새 다시 고요해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제 팔백팔십회 장로원 정기회를 시작 하겠습니다.”

장로원주의 말이 장내에 퍼지며 회의 개시를 알리고 있었다.


곽우는 활을 등에 메고 있었다. 한시도 그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활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활용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전통에 가득했던 화살이 어느새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그의 손에는 검고 칙칙해 보이는 대검 두 자루가 들려 있었다.

아직도 적은 많았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적들을 만났었는지 이제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전통이 비어 있다는 것으로 보아 일백오십 정도는 될 것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전통에는 백발의 화살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일백까지는 세지 않아도 되었지만, 대검으로 죽인 적의 숫자는 얼마간 세다가 포기했던 까닭에 대충 계산해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적들과 조우하는 동안 자신의 동료들은 모두 셋 밖에 볼 수가 없었다. 나머지 동료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찰이 목적이었던 터라 넓게 산개했던 것도 있었고, 자신과 반대편에 은신해 있던 동료들도 있었기 때문에 어림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체 오십의 동료 중에서 그나마 반수 정도는 살아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 보는 것이 전부였다.


연휘는 달리면서 어떻게 공격을 감행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전면을 치고 들어갔을 경우와, 외곽으로 들어갔을 때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적들은 대략 삼천이었다. 정찰조와의 접전에 얼마의 숫자가 투입 되었을지 모르지만, 본대가 최소한 이천은 남아있을 것으로 보았다.

일천이 이번에 투입되었다고 해도 아직 이천의 적이 본대에 남아있는 것이다. 한명의 수하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달리면서 광도와 검마에게 명을 내렸다. 각 이백씩의 수하를 이끌고 외곽을 정리하라는 명이었다. 그리고 정리가 끝나는 즉시 좌우에서 공격을 감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들의 대열은 애초부터 세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던 중이었다. 총 일백오십의 인원을 이끌고 언치성의 전면으로 다가서고 있는 연휘였다.


언치성은 수하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추가로 투입되었던 수하였다.

“적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대략 일백정도라고 짐작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전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바닥에 떨어져 죽은 자들만 놓고 보았을 때 적들은 열일곱이었습니다. 제가 간 우측 숲에서의 사망자입니다. 저희측은 오백까지 세다가 돌아 왔습니다. 지금도 계속 숫자가 불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사망자의 숫자가 대략이나마 파악되었다. 사망한 적은 이십 명이 채 안 되고 있었다. 더 있을 수도 있지만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수하들은 세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고 보고했다. 오백까지 세다가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수하는 우측으로 투입됐었다. 좌측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면 적은 사십의 사망자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에 자신들은 일천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연락도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기척이 조금이라도 흘려지게 되면 어김없이 화살이 날아왔습니다. 적들의 화살은 실수가 없었습니다.”

보고하는 수하의 얼굴에 두려움이 보이고 있었다. 화살에 대한 말을 꺼내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언치성의 얼굴이 암담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던 것이다.

적의 규모가 오백정도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의 전투에서 겨우 사십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수하들은 대략 일천정도가 당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셈을 하게 되면, 일백 정도의 적을 잡고 났을 때 자신들은 전멸이었다.

비가 문제였다. 그리고 자신들은 지쳐있었다.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던 부분 인 것이다. 대책이 필요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곳에서 목숨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제룡단주도 마찬가지 심사였다. 그리고 그들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일단 수하들을 거둬들여야 했다. 모여서 전면전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자신들은 기습과 매복 따위의 전투에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적들은 이곳이 본거지였다. 애초에 나무를 타며 벌이는 접전은 승패가 결정 나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땅에서 벌이는 전면전만큼은 자신들이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었다. 비록 수하들이 지쳤다고는 하지만 서로 마주보고 싸우게 된다면 적들의 무위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적들은 활을 주무기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활을 쏘는 지 알 순 없었지만, 그들은 귀신같이 활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면전에서는 쓸 수 없을 것이었다.

이제 이천의 수하만이 남았다. 적은 아직도 오백 가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하들을 돌려야 했다. 그래야 적을 섬멸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가 명을 내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풍운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5) +7 07.05.27 12,942 83 12쪽
43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4) +5 07.05.27 13,156 89 11쪽
42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3) +6 07.05.27 13,121 81 12쪽
41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2) +7 07.05.26 13,343 81 11쪽
40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1) +5 07.05.26 14,213 80 11쪽
39 강호풍운록(의혈문 義血門 4) +9 07.05.26 14,334 88 14쪽
38 강호풍운록(의혈문 義血門 3) +9 07.05.25 14,693 86 12쪽
37 강호풍운록(의혈문 義血門 2) +7 07.05.25 15,008 99 11쪽
36 강호풍운록(의혈문 義血門 1) +17 07.05.25 16,153 98 10쪽
35 강호풍운록(인재 人材 4) +10 07.05.24 15,766 96 9쪽
34 강호풍운록(인재 人材 3) +4 07.05.24 15,433 103 12쪽
33 강호풍운록(인재 人材 2) +8 07.05.24 15,776 96 10쪽
32 강호풍운록(인재 人材 1) +9 07.05.23 15,507 102 9쪽
31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6) +12 07.05.23 15,851 96 11쪽
30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5) +13 07.05.23 15,757 108 11쪽
29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4) +11 07.05.22 15,741 99 9쪽
28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3) +10 07.05.22 16,521 105 11쪽
27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2) +11 07.05.22 16,534 101 10쪽
26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1) +17 07.05.21 16,783 103 11쪽
25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5) +16 07.05.21 16,721 110 10쪽
»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4) +12 07.05.21 16,246 106 10쪽
23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3) +8 07.05.20 16,304 108 9쪽
22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2) +9 07.05.20 16,945 111 10쪽
21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1) +11 07.05.20 17,284 115 10쪽
20 강호풍운록(추적 追跡 3) +7 07.05.19 17,517 116 11쪽
19 강호풍운록(추적 追跡 2) +7 07.05.19 17,155 119 10쪽
18 강호풍운록(추적 追跡 1) +6 07.05.19 17,865 116 14쪽
17 강호풍운록(지도 地圖 3) +10 07.05.18 18,834 123 12쪽
16 강호풍운록(지도 地圖 2) +7 07.05.18 18,917 118 9쪽
15 강호풍운록(지도 地圖 1) +6 07.05.18 20,298 13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