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172,668
추천수 :
7,117
글자수 :
428,485

작성
07.05.27 11:12
조회
13,121
추천
81
글자
12쪽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3)

DUMMY

연휘의 진영이다. 몽고식 파오 안에는 연휘와 광도 그리고 소혜가 앉아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소혜의 안색이 약간 창백해 보인다. 빗속을 달려온 여독이 남아있는 것이다. 다소 시간이 흐른 듯, 그들의 얘기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폭우 속에서 적들과 전면전을 하기는 힘들겠어요. 전면전을 할 바에는 차라리 맑은 날을 택하는 편이 더 좋지요.”

광도는 원래 작전과는 담을 쌓았으니 말할 것도 없고, 연휘마저도 말없이 그녀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둘의 얼굴엔 의문이 가득 했다.

“적의 눈먼 칼에 아군이 희생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비 때문에 서로가 영향을 받을 테니까요”

그때서야 납득이 간 듯,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이다. 둘의 모습에 소혜의 안색이 조금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아직도 연휘의 앞에서는 쑥스러워 하는 것이다. 그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겠죠. 시간이 흐르면서 아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죠. 결국 방법은 하나 밖에 없네요.”

두 사람의 눈빛이 소혜의 빨간 입술에 몰려있었다. 잔뜩 기대에 찬 눈빛인 것이다. 당황한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사내들의 열정이 가득한 눈빛에 부담을 갖는 것이다. 눈치가 전혀 없는 두 사람. 오히려 침까지 삼켜가며 더욱 뚫어져라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저... 잠시만...”

그녀가 마지못해 말을 해보려 했지만 늘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두 사람은 시선을 돌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쉬었다 해요.”

간신히 한 마디 뱉고는 밖으로 나가는 그녀였다. 연휘가 광도를 쳐다보았다. 광도 또한 연휘를 보며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대해 답을 구해 봤지만, 둘 다 똑같은 사내들일 뿐이었다.


홍구무관주는 백홍검 안윤이다. 한때 무맹에서 조장까지 지냈던 전형적인 무인이다. 하지만 파벌들의 견제가 심해지자 결국 무맹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고향인 이곳 홍구로 내려오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무관을 차려놓고 아이들을 상대하며, 입에 풀칠이나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하고 살아왔다. 그런 그가 술병을 앞에 놓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다 죽어가던 왕삼을 업고 온 지 벌써 사흘이 지났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꽤 오래도록 치유해야할 상처를 입은 왕삼 이었다. 그를 생각하자 안쓰러움과 패배감, 분노 같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 섞이며 안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나쁜 놈들... 하늘은 어찌 이리도 무심하기만 한 것인지... 정의를 수호한다는 놈들이 하나같이 저러니 세상이 어찌 되려는지... 허어...”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역시도 왕삼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의 힘은 너무도 약해서 저들과 대적 할 수 없었다. 그가 술병을 들고 현실을 잊으려 하는 이유였다. 그저 술을 빌어 한탄을 겸한 넋두리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를 않았다. 취해서 모두 잊고 싶었지만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기만 할 뿐인 것이다. 결국, 취하기를 포기하고 왕삼에게로 다가서는 안윤이었다.

“그으으, 크어억”

왕삼은 그나마 조금 나아진 듯, 가슴의 기복이 조금 커진 듯싶었다. 처음엔 아주 미약하게 뛰던 심장이었다.

왕삼이 홍일루에 가서 남명을 만나겠다는 말을 했을 때,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를 알고 있던 모든 이들은 한사코 말렸다. 또다시 어떤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툇마루에 누워 하염없이 빗물을 바라보던 그를 두고 서로들 바쁜 일과를 보내고 나서 그를 찾았을 땐, 이미 사라진 왕삼이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안윤은 부랴부랴 홍일루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골목어귀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왕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숨결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왕삼의 몸은 식어있었다. 방에 눕히고 추궁과혈을 비롯해 정신없이 그를 돌본지 오늘이 벌써 사흘째였다. 이제야 왕삼의 숨이 제대로 돌아오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윤의 충혈된 눈이 그런 왕삼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왕삼이 아니었다. 자신이었다. 비록 형상은 왕삼의 모습이었지만, 그 자리에 누워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안윤 자신이었던 것이다. 언젠가는 왕삼과 같은 처지가 될 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비참했다. 강호에 발을 들인 이유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강하다고 해서 움츠러들기만 하는 자신에게 회의가 일고 있었던 것이다.

안윤의 얼굴에 굳은 의지가 피어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은... 네 놈들만큼은...”


야심한 밤이다. 왕삼의 객잔에서 행패를 부렸던 사내가 동료 둘과 같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서는 경비는 처량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사실 경비서는 것은 형식일 뿐이었다. 어느 누가 대 해남파에 시비를 걸 수 있을까 하면서도, 혹시라도 모르는 일인지라 아예 자신들이 이곳에 머문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것이다.

사내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빗속에서 마시는 술이 그들을 쉽게 취하도록 만들었다.

얼굴이 길쭉한 동료가 일어서더니 바지춤을 부여잡고 으슥한 곳으로 달려갔다. 상당히 급했는지 순식간에 모퉁이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냥 여기서 보라고, 누가 있다고 게까지 가나? 사람도 참.”

사내가 동료에게 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괜히 혼자서 비아냥거린 것이다.


바지춤을 까 내리던 해남문도는 기겁을 했다. 그의 목에 예리한 칼날이 닿아 있는 것이다. 그는 말도 못하고 몸만 떨어대고 있었다.

“왕삼객잔에 갔었느냐”

귀기가 서린 듯 음침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대답을 하려 했지만 목이 막혔는지 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모르는 것이다.

“거짓을 말하면 이 자리에서 죽는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왕삼 객잔에 간 적이 있었느냐”

칼날이 피부를 뚫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힘이 풀려버렸다. 바지춤이 엉덩이에 걸린 채, 젖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차게 흔들며 아니라고 부인하는 사내였다.

“그럼 동료 중에서 왕삼객잔에 갔던 놈이 있느냐”

이번엔 고개를 아래위로 힘차게 끄덕이고 있었다. 몇 가지 질문을 더 받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 수 없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고가 경직된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칼의 주인은 살려줄 생각이 없었나 보다. 칼에 힘이 들어가나 싶더니 그의 목이 떨어진 것이었다.


“사람하고는 무슨 소피를 이리도 오래 보나? 이참에 나도 볼일 좀 봐야겠네. 잠시 다녀옴세. 잘 지켜”

같이 있던 동료마저도 소피를 본다면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허어, 그나저나 참 잘도 쏟아진다.”

소피보러간 동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음에도 사내는 그저 술만 마셔대고 있었다. 어느덧 취기가 올라 눈꺼풀이 가물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사내의 몸이 굳어버렸다. 혈을 짚인 것이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 하더라도 전혀 기척을 느끼지도 못하고 당했다는 것에 사내는 공포를 느꼈다. 상대는 고수인 것이다. 그리고 사내를 들쳐 맨 자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왕삼의 객잔과 비슷한 규모를 한 것은 모두 삼십이 넘고 있었다. 하지만 비어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곳곳마다 여지없이, 해남의 문도들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이삼십 명에 불과했음에도, 보통 일백은 되는 자들이 객잔 곳곳에 뒹굴고 있었다. 술에 취한 채 방이고 뭐고 가릴 것도 없이 등만 닿는 곳이면 어김없이 자빠져 있는 것이다.


“조장, 이놈들 완전히 갔는데요. 힘쓸 것도 없게 생겼습니다.”

“허어, 이런 놈들이 세상을 쥐고 흔들었다니... 잠시 기다려라. 일단 문주님께 사실을 고해야겠다.”

의혈문의 정탐조인 것이다. 객잔마다 상황은 비슷했다.


“다 하면 몇 놈이나 되겠느냐?”

연휘의 물음에 보고를 하던 대원이 즉각 대답했다.

“객잔 하나에 보통 일백씩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허면 대략 삼천이나 된다는 말이네요”

소혜가 숫자를 헤아려 보더니 하는 말이었다.

“어찌 하시렵니까? 그냥 죽이기에는 저들의 패악이 너무도 심했어요.”

홍구에 와서 이들의 참상을 보고 입술을 깨물며 눈물짓던 소혜의 말이었다. 광도가 거들고 나섰다.

“그냥 죽이면 사람들이 너무 억울해 할 것입니다.”

“그럼 군사는 어찌했으면 좋겠소?”

연휘가 묻자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바로 대답을 하는 소혜다.

“일단 완전히 제압을 해놓고 나서 그대로 내버려두면 주민들이 알아서 하겠지요.”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민들의 한을 풀어주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 주십시오. 문주님”

“그럼 그리 하기로 합시다. 조 단주는 대원들에게, 적들이 다시는 힘을 쓸 수 없도록 제압하라고 전하라.”

“명을 받듭니다.”


술에 취해 잠들었던 해남의 문도들 삼천이 모두 제압되는 데는 무려 한 시진이나 걸렸다. 최대한 서둘렀지만 운신을 못하도록 팔과 다리를 한 쪽씩 부러뜨리다 보니 시간이 걸린 것이다. 혈을 짚인 적들은 고통 속에서도 신음조차 흘릴 수 없었다.


수뇌들이 머무는 제법 큰 객잔과 주루는 사정이 좀 달랐다. 술을 맘껏 마실 수 없었던 수하들 중에서 상당한 인원이 깨어 있었던 것이다. 수뇌들은 기녀를 옆에 끼고 아직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의혈문이 이들의 외곽만 공격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었다.

해남은 언가와 달랐다. 이들의 검은 날카로웠으며 또한 잔혹했다. 의혈문 으로서는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만 했다. 앞으로의 길이 너무 험난하기 때문이었다.


“남명은 홍일루에 있습니다. 장로 곽치를 비롯해서 수뇌급 열 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홍일루에는 적들이 모두 몇이나 되죠?”

소혜가 보고하는 대원에게 묻고 있었다.

“대략 일천정도로 보입니다. 나머지 열 개의 객잔과 기루에 이백씩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들 중에 경비서는 자를 제외하고, 깨어있는 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술 마시는 자들 외에는 모두 잠들었습니다만 만취상태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수뇌부가 가까이 있다는 부담 때문에 술을 덜 마신 것 같습니다.”

소혜의 질문이 한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보고하는 대원에게서 더 이상 알아낼 것이 없게 되자 소혜가 연휘를 돌아보았다.

“한 시진쯤 더 기다렸다가 둘씩 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경비조가 교대하고 난 다음이니 깨어있는 적들은 더욱 줄어들겠지요. 그렇게 열 곳을 다섯 번의 공격으로 제압하고 홍일루는 전면전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계속 이어지는 소혜의 작전이었다. 말대로만 된다면 그들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었다.


홍일루의 정탐을 맡은 자들을 제외한 의혈문의 전 대원이 두 곳의 객잔에 집중하고 있었다. 경비조가 교대를 하고나면 일각 후에 공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의혈문 에서는 알 수가 없었다. 나머지 객잔에는 상대적으로 소홀 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었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풍운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5) +7 07.05.27 12,942 83 12쪽
43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4) +5 07.05.27 13,157 89 11쪽
»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3) +6 07.05.27 13,122 81 12쪽
41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2) +7 07.05.26 13,343 81 11쪽
40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1) +5 07.05.26 14,213 80 11쪽
39 강호풍운록(의혈문 義血門 4) +9 07.05.26 14,334 88 14쪽
38 강호풍운록(의혈문 義血門 3) +9 07.05.25 14,693 86 12쪽
37 강호풍운록(의혈문 義血門 2) +7 07.05.25 15,008 99 11쪽
36 강호풍운록(의혈문 義血門 1) +17 07.05.25 16,153 98 10쪽
35 강호풍운록(인재 人材 4) +10 07.05.24 15,766 96 9쪽
34 강호풍운록(인재 人材 3) +4 07.05.24 15,433 103 12쪽
33 강호풍운록(인재 人材 2) +8 07.05.24 15,776 96 10쪽
32 강호풍운록(인재 人材 1) +9 07.05.23 15,507 102 9쪽
31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6) +12 07.05.23 15,851 96 11쪽
30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5) +13 07.05.23 15,757 108 11쪽
29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4) +11 07.05.22 15,741 99 9쪽
28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3) +10 07.05.22 16,521 105 11쪽
27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2) +11 07.05.22 16,534 101 10쪽
26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1) +17 07.05.21 16,784 103 11쪽
25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5) +16 07.05.21 16,721 110 10쪽
24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4) +12 07.05.21 16,246 106 10쪽
23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3) +8 07.05.20 16,304 108 9쪽
22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2) +9 07.05.20 16,945 111 10쪽
21 강호풍운록(언가전 彦家戰 1) +11 07.05.20 17,284 115 10쪽
20 강호풍운록(추적 追跡 3) +7 07.05.19 17,517 116 11쪽
19 강호풍운록(추적 追跡 2) +7 07.05.19 17,156 119 10쪽
18 강호풍운록(추적 追跡 1) +6 07.05.19 17,865 116 14쪽
17 강호풍운록(지도 地圖 3) +10 07.05.18 18,834 123 12쪽
16 강호풍운록(지도 地圖 2) +7 07.05.18 18,917 118 9쪽
15 강호풍운록(지도 地圖 1) +6 07.05.18 20,298 13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