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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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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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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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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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7)

DUMMY

“하아···.”


한숨을 푹 쉬고 있는 동안 하나의 힘 빠진 기합이 귓가에 아까부터 들려온다.


잘생긴 얼굴을 저렇게 쓰는 아이돌 랭킹에 올라갈 만한 모습이었다.


“예에~”

“그 힘 빠지는 기합은 뭐예요?”

“우리 4등이 V.I.V 선배님임. 님은 힘 안 빠짐? 난 선배님 믿었다고···.”

“저기 쓰러진 사람이··· 아까 시작하기 전에 분명 막 금메달 다 딸 것같이 하시던 분이죠?”


숨이 차서 바닥에서 뒹구는 도진의 모습과 그 옆에 앉아서 아하하하! 웃고 있는 하랑이 보인다.


계주 한 번에 저럴 거면 나서는 걸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내일이 양궁이었죠?”

“응, 우리 양궁팀 파이팅.”

“··· 형은 아닌 것처럼 빼시는 것 같은데, 하셔야죠.”


유현은 빠지려다가 못 빠졌다며 몸을 흐느적거렸지만, 이미 명단에 올라간 이상, 해야 하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나 양궁 쏠 때마다 3점만 나온다고··· 놀림거리 평생치야.”

“생각보다··· 어렵지 않던데.”


정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데, 유현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애초에 정한은 못 하는 운동이 없었으니까.


그거 하나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정한은 그렇다고 치는데, 하얀이도 잘할 줄은 몰랐는데···.”

“저 원래 운동 잘하지 않았어요? 형이 착각하는 거겠죠.”

“아냐, 원래 춤도 그렇게 잘 추는 편은 아니었는데.”


단호한 유현의 말과 정한의 격한 끄덕임에 진짜 운동을 못 했었나 싶었다.


먼치킨 주인공이 체육을 못 할 줄은 몰랐는데.


“맞음, 나 소속사 들어와서 처음 들은 소문이 뚝딱 메보 새하얀 이야기였음.”


하나의 말에 자신이 왜 뚝딱이 되었는지에 대해 떠올렸다.


많은 소속사를 거쳐 오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몸 상태를 신경을 쓰지 못해 춤마저도 못 추는 지경에 이르렀던 새하얀 과거가.


‘이건 운동이랑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게 운동과 전혀 상관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말을 하려고 했지만, 진이 가만히 있다가 뭔가 생각난 듯 말한다.


“연습생들끼리 모여서 운동하는데, 공 잡자마자 혼자 있는데도 넘어져서 다쳤던 거 기억하려나? 하얀이 얼굴 다칠 뻔했다고 실장님한테 나중에 잔소리 들었는데.”


몰랐던 과거의 역습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혼자 넘어졌구나?


“어어, 맞다. 나는 같은 조에 있지 않아서 몰랐는데. 걔가 하얀이었어?”


유현의 들었다는 반응에 조용히 얼굴을 숙였다.


새하얀, 너 정말··· 춤이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냥 몸치가 아니었을까?


“그래도 노래에 저 얼굴이면 데뷔해야 한다고 아쉽다고 했던 실장님이 생각나네.”

“크, 재밌었는데요. 그때.”


하얀은 조용히 그 자리에서 빠져나간다.


아무래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닌 듯하여.


‘우리가 준비한 밥이랑 간식은 다 드셨으려나.’


몰래 힐끔 본 곳에는 팬들이 이미 무언가 찍고 맛보기 바쁜 현실이 보였다.


“맛있나 보네. 다행이다.”


그게 꽤 양이 많다는 걸 에르피아만 모르는 듯했다.



* * *



점심부터 시작된 간식과 밥의 러시는 끝이 나지 않았다.


신인이라서 많은 팬이 있지는 않았지만, 돈을 많이 부은 것 같았다.


“와··· 이게 얼마짜리야?”


사람들의 손이 덩달아 빨라지고 너도, 나도 사진을 찍기 바빴다.


‘에르피아가 쏩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은 걸 보면 얘네가 벌어도 얼마나 번다고 우리에게 쏘는 건지.


“헐, 개 맛있음···.”


식었을 고기마저도 맛있는 것이 이래서 아이돌 덕질을 하지 싶은 마음이 터져 나왔다.


안 그래도 팬 유입이 늘었는데, 이렇게까지 하면 어떻게 빠져나가라고!


“··· 나 후식 보고 충격받았다.”

“나도··· 이런 디저트 먹어볼 생각도 못 했는데.”


비싼 디저트 박스가 보이는 것에 일차적인 충격, 열자마자 광채가 쏟아지는 달콤한 비주얼에 사진을 찍어대기 바빴다.


“근데 나 디저트 안 먹는데, 맛있어 봤자··· 아, 나 디저트 좋아하는 듯.”

“··· 여기 진짜 맛있다. 마카롱도 꼬끄 씹힐 때 예술임.”


끝없는 감탄이 이어지는 동안 옆 동네의 다른 타팬의 시선은 똑같이 나눠준 역조공이라며 꺼내온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입술이 비죽 튀어나왔다.


“그래, 쟤넨 신인이니까 그런 거지.”

“··· 근데 우리 애들은 신인 때도 안 줬는데?”

“··· 입 다물고 먹어. 그냥.”


저녁에도 나오는 만찬에 결국 타팬들은 두 손을 다 들어야만 했다.


그들이 찍고 올라갈 파랑새의 사진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아니, 무슨 호텔처럼 코스 요리냐고!”


너무 고급진 자태에 먹던 도시락을 그만 먹고 싶을 만큼 입맛이 뚝 떨어졌으니까.



-우리 애들 도시락 역조공 ㅋㅋㅋㅋ 진심 존맛 ㅋㅋㅋㅋ


-저걸 줬다고? 미친; 나 에르피아 팬 할래;

⤷얼굴 맛집 에르피아 환.영!


-나 배불러서 굴러서 집에 돌아간 거 실화임? 엄마가 너 대체 밖에서 뭘했길래 굴러서 오녴ㅋㅋㅋㅋㅋㅋㅋ


-덕질하면 살 빠진다며~ㅋㅋ 난 울 애기들 사랑 먹고 찌는 중!



그런 파랑새를 보며 거기서 밥까지 다 먹고 하얀 사진을 엄청나게 찍은 나경은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새하얀은 진짜 천사가 아닐까.


“아, 진짜 너무 예쁘던데!!”

“대표님은 오늘도 쉬시고 오셨군요···.”

“아, 맞다. 그 JH 엔터 에르피아 협찬 건은?”

“··· 계약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 비서가 예전보다 말라가고 다크서클이 진해졌다는 걸 알지 못하는 대표 임나경을 당장이라도 때릴 기세였지만, 김 비서는 주먹을 꽉 쥐고 참았다.


“그래, 다른 할 이야기는?”

“없, 습니다···.”

“하얀이 너무 예쁘다. 진짜 우리 광고모델로 쓰면 기가 막히겠네!”


일 중독이었던 때가 그립다고 하면 지나가는 개가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새하얀 하나에 미친 대표를 누가 좀 욕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 * *



“에취!”

“뭐야? 감기야?”


갑자기 오싹한 몸에 팔을 쓸어내리자 옆에 있던 진이 물었지만, 감기는 아니다 보니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양궁장이 좀 썰렁한 것 같아서요.”


오늘은 양궁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앉아서 대부분 기다리면서 팬들 보이면 인사하고 말하는 것이 끝이니.


“이거 뭐예요?”

“슬로건이요! 오빠도 가져요!!”


턱턱 건네주는 슬로건을 받으면서 펼쳐보는데, 너무 큰 자신의 얼굴이 일단 충격적이었다.


다른 슬로건에는 에르피아 색깔과 함께 예쁜 글자로 ‘에르피아, 사랑해’가 적혀있고 뒷면에는 긴 문구가 적혀있었다.


“어, 이거 뒤에 내용 썸머 페스티벌 가사죠?”

“네!!!”

“감사합니다.”


슬로건을 들고 형들에게 뛰어가는 순간마저도 찍혔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거 봐요, 우리 받았!”

“와, 이거 나도 에르피아 팬 구역 가서 달라고 하면 줄까?”


이현은 어느 순간 옆으로 다가와 슬로건을 훑었다.


오직 자신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찍혀있는 슬로건이었는데, 자기 것도 안 받으면서 그걸 들고 뛰어간다.


“··· 대체 왜 저걸 저렇게 갖고 싶어 할까.”

“하하, 그럴 수도 있지···.”


유현의 어색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멀리서 받고 그걸 펼치면서 뛰어오는 이현은 팔불출도 저런 팔불출이 없다.


“저희 양궁 언제 하는지 알아요?”

“조금 있다가 한다던데.”


유현을 대신해 정한이 입을 열었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빨리했으면 좋겠네요.”


자신을 쳐다보는 이 시선을 그만 받고 싶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쳐다보고 있겠지.


돌아본 곳에는 자신을 보고 있는 첸시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 이젠 뻔하지···.’


양궁 준비가 다 끝났다며 사람들이 자리를 옮긴다.


적당히 8~9점만 꽂아대면 되지 않을까?


“우리 뚝딱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까?!”


이현의 도발 섞인 말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난 그저 적당히 꽂을 생각이었다.


정말로.



* * *



그 생각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10점만 꽂아대는 엄청난 능력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현은 광속 탈락을 하고 내가 꽂아대는 엑스텐을 보며 입을 벌렸다.


‘이젠 누가 뚝딱이지?’


내 능력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엑스텐을 했고 그는 1라운드 탈락이라는 점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얼굴 잘생겨, 운동 잘해, 노래 잘해, 작곡 잘해 어쩜 사람이 이렇게 완벽하냐는 주접이 벌써부터 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내 동생입니다!! 저 귀염뽀짝하고 멋있는 존재가 내 동생이라니까요?!”


그건 내 귀에만 들리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주변 아이돌의 표정이 썩어가는 걸 보면.


어디 가서 나한테 아는 척만 안 했으면 좋겠다···.


“지금 거의 독주거든요??! 엑스텐 이게 아이돌 경기에서도 나오다니요?!”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네요! 이런 선수가 왜 아이돌을 하나요··· 국대였으면 좋았을 텐데요.”

“새하얀 선수는 모든 종목에서 우수한 결과만 나오는데, 이 정도면 살아있는 국가대표가 됐어야만 하는 인재가 아니겠습니까?”


중계진의 환호와 감탄은 끝이 나지 않았다.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1등을 당당하게 하고 2등이 정한이 되었지만, 3인 양궁에서 2라운드 광탈로 유현이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유현이 3점, 0점만 하지 않았더라면 막강한 1등이었다던 중계석의 탄식과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럼 어쩌랴, 유현이 그나마 양궁이 나은 사람이었는데.


“··· 다음엔 절대 안 나가.”

“그러기엔 진 형이나 하나 형은 판에 맞지도 않았잖아요.”


정말 하나와 진은 죽어도 땅에만 꽂아대는 양궁엔 소질이 없는 인간이었으니 다음에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쥐어뜯으며 살려달라 비명 지르는 수밖에.


“나 지금 미래가 그려져···.”


유현이 생각했던 대로 그 사건은 파랑새를 타고 가서 커뮤니티를 장식했다.



-ㅅㅍㅈㅇ) 우승 후보 ㅇㄹㅍㅇ 한 명이 트롤 했다는 거 들음?

ㅈㄱㄴ


-익명01: 안 그래도 그거 개 웃겼음ㅋㅋㅋㅋㅋㅋ 진짜 혼자 무슨 주몽처럼 등장해서 혼자 흰 판자에 꽂는 거 보고 충격이었ㅋㅋㅋㅋ


-익명02: 말랑이랑 정한이 이상한 거임 걔네 걍 생태계 파괴ㅋㅋㅋㅋㅋ

⤷익명03: 근데 그걸 연약 리더가 밸런스 조절해버린 거임~


-익명04: 근데 얘넨 진짜 극과 극인 것 같아 어떻게 저렇게 밸런스가 극한으로 맞춰지지?


-익명05: 황밸 에르피아라고 하기엔 막내가 너무 잘나버림



그 커뮤니티와 떠도는 이야기에 기사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주몽처럼 등장해 초라한 점수의 주인공 에르피아 리더 유현! 활은 어려워요··· 얼굴만큼은 반짝 리더!’]

[쏘았다 하면 3점, 비운의 남자 에르피아 리더 유현의 결과? 방송에서 확인하라.]



그 기사를 본 것인지 온종일 바닥을 굴러다니는 유현의 색다른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얼마나 구를까요?”

“오늘은 계속 구를 것 같음.”

“그거 동의.”


하나와 진의 대답으로 오늘 온종일 돌 것으로 확신하며 다들 연습하기 바빴다.


어차피 유현도 정신 차리면 연습을 할 거다.


무대를 망치고도 가만히 있을 형이 아니었으니.


“후! 연습해야지!”


거봐, 금방 회복한다니까?


“어흑!”


완전히 극복한 건 아니었나 보다.


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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