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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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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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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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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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의 경계 (8)

DUMMY

* * *



땀으로 젖은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내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무래도 생방송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쉬지 않고 무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로 지금 헐떡이면서 멤버들도 죽어가지만, 입가에 신난 듯 웃음기가 남아 호선을 그렸다.


“후우···, 타이틀 무대만 남았네요.”

“벌써 끝이라니! 이럴 수가!”

“아쉽다!”


하나와 진의 콜라보의 리액션에 유현은 피식 웃었다.


힘들면서도 아직 장난칠 힘이 남은 것 같아 보여 하얀이 마이크를 들었다.


“형은 그럼 한 곡 더 하고 가실래요?”

“아, 아니?! 한 곡만 더 하면 나 진짜 죽을지도 몰라.”


급하게 사과하는 하나의 반응에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닌가? 또 하라면 할 것 같기도 하긴 한데···.”


고민하는 얼굴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미 땀이 비가 오듯이 흘렀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영상이 준비될 때를 기다렸다.


스태프의 OK 사인을 보며 웃으면서 유현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가 준비한 영상 한 번 보실까요? 막내 하얀 씨가 작곡가로서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나 우리 막내가 말을 잘하나 한 번 봅시다!”

“와아아!! 영상 보시고! 저희는 금방 다녀올 테니까 조금만 있다가 봐요!”


진과 유현의 리액션을 끝으로 내려와서 옷을 갈아입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활동 의상은 무슨 귀족이라도 되는 듯했다.


유독 벨벳과 프릴이 많았다.


또 화려한 장식이 많이 달렸는데, 보석 장신구가 너무 많이 사용되는 탓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저희 머리 스타일도 바꿔요?”

“어, 안 그래도 그래서 저거 영상 길게 찍어달라고 했잖아.”


얼굴과 헤어에 투입되는 사람과 장신구를 달고 귀걸이 달까 말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보였다.


정말 난장판인 순간에 가장 큰 복병은 너무 더워서 땀이 흐른다는 거다.


“선, 선풍기 좀···.”


역시 핸드 선풍기는 필수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나오고 있는 영상을 보며 팬들의 반응을 보는데, 다양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본다.


-아아, 이거 녹화가 되는 거 맞나?

-안녕하세요, 에르피아 막내 새하얀입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혼자 나왔는데요!

-다른 건 아니고 제가 작곡가로서 타이틀곡과 에르피아를 위해 등장했습니다! 와아아!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야기하는 새하얀은 전광판 속에서 웃었다.


타이틀곡을 만들게 되면서 있었던 일화, 왜 이런 곡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말했다.


-사실 본부장님이 클래식을 되게 좋아하셔서 아! 오케스트라 같은 웅장한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더 좋은 곡을 만들어서 들려드리고 싶었거든요.


최대한 소속사 내부 일을 말을 안 하면서 진실과 거짓을 섞었다.


영상 속의 하얀은 정말 진실을 말하는 아이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곡을 짧게 연주했다.


연주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얀이었다.


-피아노로만 설명하니까 느낌이 안 사네요···?

-저 진짜 이번 곡에 목숨까지 걸었거든요.


목숨을 걸었다는 말에 팬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설마 말이 그렇다는 거겠지.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하얀을 변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눈은 영상 속의 하얀을 쳐다본다.


곤란해하는 모습이 또 귀엽게 보이는 팬의 마음이었다.


-작곡가 새하얀에게 에르피아가 어떤 존재인지 말해달라고 피디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으음, 새하얀에게 에르피아는 가족이고 친구고 집과 같아요.

-하지만··· 피디님이 말하는 건 작곡가 새하얀에게 물은 말이겠죠?


배시시 웃는 하얀은 생각을 하면서 뜸을 들였다.


멤버들이 없음에도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팬들은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작곡가 새하얀에게 에르피아는···.


그 대답을 안 들어도 알았다.


내가 직접 부끄러워하면서 말한 거니까.


“···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저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멤버만 보면 다 주고 싶어요.


영상보다 먼저 말하자 기대하고 있었는지 멤버들이 어깨가 움찔거렸다.


애도 아니고 준비가 끝난 멤버들의 고개가 전광판으로 향한다.


궁금하긴 했었나 보다.


-제겐 아이돌은 에르피아 밖에 없으니까요.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에게 제가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된 것도 다 에르피아 덕분이잖아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에르피아가 없었으면 새하얀은 없고 작곡가 새하얀도 없다고.

-이번 곡은 그래서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어떤 매력을 보여주면 좋을까··· 누가 좋을까.


너무 오글거린다면서 피식 웃는 하얀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그러다 중심을 지키면서 우릴 위해 노력하는 형들이 빛나면 이상할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형들을 위해 동생들이 중심을 잡아도 그래도 에르피아는 바뀌지 않더라고요.

-에르피아에는 누군가를 빛내기 위한 존재는 없고 빛나는 사람들이니까.

-보란 듯이 멤버를 하나씩 선보일 거고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어요.


진지한 표정의 새하얀이 어떻게 하면 더 빛낼 수 있을지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그 말에 괜히 울컥한 유현의 모습을 보며 등을 토닥였다.


뭘 울고 그러냐면서.


“막내가··· 다 컸네.”

“저 이번 연도만 지나면 20살인데···.”

“아직 2월이야. 그런 건 11월에 말해야지···.”


저렇게 눈물이 고여도 확실하게 따지고 넘어가는 유현을 보며 고개를 씁쓸하게 끄덕였다.


사건과 사고가 그렇게 잦았는데, 2월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거 나만 모르게 세상의 시간 느리게 흐르는 거 아닐까?


그렇다고 하기엔 작곡할 때 정신 차려보면 낮인 풍경이 말이 안 됐다.


에르피아만 1년에 3년치를 혼자 겪는다고 할 수밖에···.


-조금 있다가 무대에서 만나요!


혼자 떠들던 새하얀이 영상이 이제 끝났다며, 환한 미소와 흔드는 손을 끝으로 무대에 서서 대형을 확인했다.


우리가 그토록 이 무대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걸 증명할 차례였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언제 눈물을 글썽이고 웃었냐는 듯 얼굴에 표정을 지운다.


-Ah, ah- fantasy.

-My lover, 원해, 나의 fairy tale.

-작은 세계의 my life 동화보다 더 동화야.

-해피 엔딩의 마법 my shawty.


유현의 시작으로 시작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유현에게 어울리는 보라색으로 조명이 깔린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대리석에 문양이 고급스럽게 얽혀서 에르피아를 상징하는 무늬가 보이는 듯했다.


중심에 선 유현의 따뜻한 미소가 은은하게 지어 보였다.


-깊은 Dream 이제 깨어나

-More 널 위해 준비한 fairy tale


하나의 귀공자 같은 외모에 어울리는 화려한 복장이었다.


특유의 미성으로 곡을 살렸고, 자칫하면 장신구도 화려해서 이상할 텐데도 너무 잘 어울렸다.


웃으면서 살짝 아래로 내려다보며 카메라에 끼를 부린다.


-꿈처럼 행복한 순간

-동화 같은 순간에 우리 함께 떠나


하얀의 파트가 유독 적었지만, 그렇게 노래에선 티가 나지 않았다.


고음을 대부분 유현이 맡은 덕분이었다.


하늘거리는 셔츠에 핏이 딱 맞는 벨벳 재킷을 입었다.


화려한 브로치와 귀걸이가 쓴 탓에 움직일 때마다 반짝인다.


-손을 잡아 우리를 위한 Fairy tale

-널 위한 내 환상 동화처럼


진의 두 번째 노래 도전이었다.


진은 랩을 해야 하는데, 노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알겠다고 말해준 덕분에 가능했다.


낮은 목소리가 필요한데, 진의 저음이 노래로 들어가면 매력적일 것 같아서였다.


무게를 잡아주는 목소리가 낮게 깔리면서 진이 활짝 웃었다.


-Sincere 내 유일한 시간

-꿈같은 시간 알아, 널 위한 내 환상처럼

-i need you more


정한의 차례가 되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격해지는 춤과 한순간에 거리를 벌리는 에르피아였다.


오케스트라의 터지는 하이라이트에 맞춘 안무로 시선을 끌었다.


바로 옆으로 유현이 다가왔고 둘은 중심으로 선다.


-원하지 않은 슬픈 엔딩

-영원할 것 같은 Fairy tale

-너를 위해 불러 너를 위해 춤을 춰


춤을 추라는 가사에 맞게 펼쳐진 중심에 선 유현과 정한은 분명 똑같은 춤을 췄지만, 비슷한 듯 다른 춤이었다.


-I think I know now

-마법 같은 fairy tale-


웃으면서 엔딩을 마무리하는 에르피아의 중심엔 여전히 유현과 정한이 서 있었다.


그 옆으로 선 막내 라인의 입꼬리엔 우리 형들 잘했냐는 듯 으쓱이는 얼굴이 보였다.


그게 더 귀엽고 웃겨서 마지막으로 환호성을 지르자 폭죽처럼 꽃가루가 흩날린다.


-지금까지 엔넷에 ‘에르피아의 엔카운트다운’이었습니다!



* * *



빨간불로 가득했던 카메라가 하나만 켜지고 비하인드 카메라 준비하라고 소리가 들렸다.


끝까지 에르피아는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차 조심! 사람 조심!”

“오빠들도 조심해서 들어가요!!”


웃으면서 얼른 가라고 웃어주는데, 누군가가 무대를 타고 올라온다.


익숙하다는 느낌과 동시에 아직 생방송 중이라는 인식에 급하게 카메라를 봤다.


“어어어?!”

“잠시만요!! 잠깐! 들어가면! 어억···!”

“칼, 칼을 들었!!”

“안 돼!!!”


무대 뒤에서 뛰어오는 남자와 그걸 막으려 노력한 스태프의 복부의 붉은 피가 보였다.


그런 모습에 카메라 감독과 밑에서 보던 팬들의 비명이 터져 나온다.


달려오는 남자는 견승주였고, 눈에 오로지 새하얀만 보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걸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다른 멤버들이 아니라 나였으니까 말이다.


“죽어어어어!! 새하얀 개X끼야!!”


분노에 찬 목소리가 무대에 울리고 주변에 소리가 물속에 들어온 것처럼 웅웅거렸다.


쿵쿵 뛰는 심장이 오늘따라 더 빠르게 뛰는 탓일까.


견승주의 속도가 느려진다.


[‘위험 감지’ 목숨의 위협을 느낍니다!]

[이유: 유저가 바꾼 결과로 인한 결과물입니다!]


시스템의 알림창이 떴다.


겨우 이름 하나 찾아서라는 이유를 보며 시스템으로 인해 느려진 거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혹시 조금이라도 피할 수가 있을까 몸을 움직였다.


‘안 되는구나···.’


패시브 스킬이 발동이 안 되는 탓에 움직여지지 않았다.


눈만 움직여지는 이 상황에 난 시스템의 도움만을 기다려야 했다.


여기서 시스템이 날 도와주지 않는다면, 만약에 그렇다면···.


[‘호신술’을 사용 가능 여부 판별 중······.’]

[시스템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사용을 거부합니다.]

[스스로 피하라는 시스템의 메세지입니다.]


꺼지는 시스템 알림창을 멍하니 바라봤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감싸려고 뛰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새하얀!!!”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느껴지는 가까운 견승주의 얼굴이 보였다.


푹-


붉게 물드는 배를 보는 하얀은 그의 얼굴을 다시 봤다.


찌르고 말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서 미소를 짓는 견승주는 칼을 뽑았다가 다시 꽂는다.


얼굴에 피가 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윽···!”


여러 차례 찔릴 때마다 새하얀의 피가 무대 위에 쏟아져 내렸다.


막을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야··· 난 절대 혼자는 안 뒈져. 알아?!”


웅웅거리는 귓가에 선명히 들리는 견승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태프에게 끌려가는 견승주는 손에 붉은 피가 뚝뚝 흐른다.


덜덜 떨리는 몸에 풀썩 바닥에 꼬꾸라지는데, 누군가 받아낸다.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멤버들과 매니저가 보였다.


‘아··· 불안감이 이거였나.’


무대 뒤편에서 홀로 절망하고 있는 첸시가 보인다.


도망가듯이 피하는 사람들과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 중에 휘청이면서 주저앉는 첸시의 눈물이 보였다.


그에게 있어서 회귀하는 타이밍이라는 걸 알지도 모른다.


‘졸려···.’


어두워지는 시야와 힘이 풀리는 몸에 차갑게 식어간다.


아, 이렇게 죽는 건가.


“119··· 119 불러, 빨리! 부르라고!”


첸시의 목소리가 울린다.


도저히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지 마! 죽지 말라고!!”


나의 귀는 애석하게도 닫혀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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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거짓에 가려진 진실 (2) +3 21.07.29 306 14 17쪽
89 거짓에 가려진 진실 (1) +1 21.07.28 327 13 12쪽
88 돌아온 세상 (2) +3 21.07.27 336 13 18쪽
87 돌아온 세상 (1) +3 21.07.26 348 18 15쪽
86 원래 세상으로 (3) +4 21.07.25 339 16 13쪽
85 원래 세상으로 (2) +3 21.07.24 335 16 13쪽
84 원래 세상으로 (1) +3 21.07.23 368 15 16쪽
» 현실과 가상의 경계 (8) +7 21.07.22 348 15 13쪽
82 현실과 가상의 경계 (7) +3 21.07.21 333 15 13쪽
81 현실과 가상의 경계 (6) +2 21.07.20 344 13 15쪽
80 현실과 가상의 경계 (5) +4 21.07.19 354 14 12쪽
79 현실과 가상의 경계 (4) +3 21.07.18 357 13 13쪽
78 현실과 가상의 경계 (3) +3 21.07.17 339 12 17쪽
77 현실과 가상의 경계 (2) +1 21.07.16 341 14 11쪽
76 현실과 가상의 경계 (1) +1 21.07.15 395 13 14쪽
75 인재 영입 작전! (5) +1 21.07.14 378 17 15쪽
74 인재 영입 작전! (4) +3 21.07.13 377 15 12쪽
73 인재 영입 작전! (3) +3 21.07.12 391 16 14쪽
72 인재 영입 작전! (2) +3 21.07.11 408 15 12쪽
71 인재 영입 작전! (1) +1 21.07.10 397 17 14쪽
70 첸시 그리고 세상 (2) +1 21.07.09 479 16 11쪽
69 첸시 그리고 세상 (1) +3 21.07.08 408 15 14쪽
68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7) +1 21.07.07 416 16 11쪽
67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6) +3 21.07.06 410 15 11쪽
66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5) +1 21.07.05 403 16 12쪽
65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4) +3 21.07.04 408 16 11쪽
64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3) +2 21.07.03 413 14 11쪽
63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2) +1 21.07.02 401 17 12쪽
62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1) +1 21.07.01 412 15 14쪽
61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0) +2 21.06.30 420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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