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06# 어둠의 준동(9)
아에오라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했다. 이미 완전히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아에오라에 도착했는데 아에오라의 입구에서 이벨만이 테시오의 등을 떠밀었다.
“뭐야?”
“혼자 돌아다녀봐. 우리는 뒤에서 안보이게 미행을 할테니까.”
“뭐?!”
테시오가 이벨만의 말에 경악했다. 지금 테시오는 거의 비무장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런 상태로 이런 험악한 곳을 혼자서 돌아다니라는 것은 테시오가 아무리 마나를 수련하는 기사라고 하더라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걱정 말라니까. 우리가 확실하게 지켜줄 수 있어.”
이벨만이 그렇게 말했지만 테시오는 전혀, 절대로 이벨만의 말을 신용할 수 없었다. 그런 테시오의 불신의 시선을 받은 이벨만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이라니까?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어?‘
“거짓말은 항상 달고 살잖아.”
“그러지 말고 이게 다 나라를 위하는 일이니까 열심히 해보자구.”
이벨만의 입에서 나오자 더더욱 장난 같아보이는 대사였다. 아무튼 테시오는 투덜투덜대면서 아에오라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중심부를 향해서 천천히 걷다보니 여기저기서 음험한 시선이 느껴졌다.
“.........”
오싹한 느낌의 시선이 느껴질때마다 고개를 돌려보면 어딘가에서 섬뜩한 눈빛으로 테시오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이벨만과 유리아는 숨어있는 건지 아니면 버리고 간건지 보이지 않았다. 혼자만이 이 무법지대를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테시오의 기분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젠장...”
그렇게 여기저기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아무렇게나 돌아다니고 있던 테시오의 앞을 누군가가 막아섰다.
“음?”
“흐흐흐...이거 오랜만에 보는 물건인데?”
“누..누구...”
테시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저쪽 남방지역에서 온 사람인지 피부가 시커먼 남자였다. 처음보는 것은 아니고 여러번 볼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밤에 보니 엄청나게 무서웠다. 2미터에 육박할 것 같은 큰 키에 근육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거대한 체구의 남자였는데 밤이다 보니 허연 눈만 허공에 번뜩이는 것 같아보였다. 남자가 음충맞은 웃음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자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남자는 테시오를 핥는 것만 같은 시선으로 보더니 대머리를 쓰윽 훑고 뒤로 손짓을 했다.
“잡아!”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대머리의 부하로 보이는 거한 두명이 테시오의 양 팔을 붙들었다. 테시오는 팔을 떨쳐내 보려고 했지만 덩치들의 힘이 워낙에 강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이거 놔!!!”
테시오가 힘차게 발을 뻗어서 앞의 대머리를 걷어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파하기는 커녕 오히려 웃으면서 말했다.
“흐흐흐...앙칼진 맛이 있어야 길들이는 맛도 있지.”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거놔!!”
대머리가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자 거한중에 하나가 테시오를 번쩍 들어서 어깨에 들쳐 메더니 대머리를 뒤를 따라서 어디론가로 가기 시작했다. 테시오는 바둥바둥 거리면서 발악을 했다.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맞다면 말로만 듣던 그 일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테시오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지만 테시오를 휘감고 있는 거한의 팔뚝은 쇠사슬처럼 테시오를 놓지 않았다. 그런 테시오의 반항에 대머리가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하하하!! 아주 좋아!! 이렇게 앙칼진 녀석은 정말 오랜만인데 말이야! 아주 정복하는 맛이 있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테시오의 엉텅이를 짝하고 때렸다. 엉덩이가 찌르르하는 것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팠다. 대머리는 흥에 겨운 목소리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찰지구나!! 이렇게 찰진 볼기라니! 가면갈 수록 마음에 드는 녀석이지 않은가!”
“이 깜둥이 새끼야! 당장 내려놓으란 말이야!!”
“으하하하!!!”
그렇게 테시오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했다. 그 광경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이벨만이 유리아에게 말했다.
“니 주인이 납치 된거 같은데?”
“.........”
이벨만의 말에 유리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앗다. 다만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세로로 쭈욱 찢어진 파충류의 눈이 새롭게 나타났다. 당장에라도 튀어나갈 기세의 유리아를 붙잡은 이벨만이 말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는 천천히 놈들의 본거지로 따라가자고. 날뛰는건 그 다음에 해도 별 차이는 없어.”
이벨만의 말에 투기를 풀풀 피워올리던 유리아가 잠잠해졌다. 이벨만과 유리아는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 작가의말
늦기는 했지만 공돌이 표준시로는 5월 22일 11시 27분입니다.
랄까...임팩트있는 단역 인대흑남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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