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의 퀸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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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페이스
작품등록일 :
2021.09.21 10:53
최근연재일 :
2024.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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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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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Prologue

DUMMY

피같이 붉은 달이었다. 하늘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달빛은 붉은 피를 닮아 더욱 불길했다. 땅 위로 흩뿌려진 선혈이 비치는 색깔과 어우러져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혈화(血花)와도 같은 그 광경 속에서 한 남자가 울부짖고 있었다. 한동안 이어지던 짐승 같은 소음은 남성의 기력이 다하자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 끝에는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씨... 발..."


처음으로 남자가 의미 있는 말을 꺼냈다. 양 볼로 타고 내린 눈물은 말라붙어 길게 자국을 남겼고 턱을 타고 흐른 입가의 침은 바닥에 떨어져 혈액들과 섞여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마치 광인이라도 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렇기에 경치와 어울리는 장면이기도 했다. 남자는 수만의 시체 위에서 울고 있었다. 그날은 거대한 진영끼리의 격돌이었던 탓에, 셀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날이었다.

이 싸움으로 한 진영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진영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진영이 완전히 몰살당하는 수준이었다. 그럴 정도의 격전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 피해에 슬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아군의 패퇴에 절망한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남자의 가슴속에서 머리만 남긴 채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을 향해 울고 있었다.


"왜... 왜 씨발...."


남자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성의 죽음을 이해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머리는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여기서 울고만 있어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의 신은 이미 땅으로 떨어져 버렸고 자신의 진영은 이제 완전히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그에게는 싸울 이유도 없었다.


남자는 고개를 떨어트리고 눈을 감았다. 여전히 눈물은 흘러나왔지만 차마 이 광경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기력만 있다면 두 손을 들어 눈알을 뽑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결국 신음소리조차 잦아들자 전장의 침묵이 시체들의 위를 누렸다. 이미 적들도 물러난 상황에서 썩어가던 고깃덩어리들은 이미 역할을 잃었다. 곧 있으면 다시 적들이 돌아올 테지만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마지막을 연인과 함께 보낼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돌아올 적들을 기다리기도 전에, 자신의 내상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도록 그저 연인의 곁으로 갈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피어올랐다.


'돌아... 돌아가고 싶어.'


너무 많은 실수가 있었다. 너무 많은 불합리가 있었다.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 결과가 있었고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재앙도 있었다.


그 결과가 이곳이다. 죽을 곳도 선택하지 못한채로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죽음으로 사그라든다. 남자는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기회를 잡았어야 했는데, 그 제안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남자의 입에서 마지막 후회가 세어나왔다. 그러나 그의 눈기에서는 총기가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결국 그의 소망은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못한 채, 그의 목숨과 함께 흩어졌다.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의 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남자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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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P.01 시련의 굴(5) 24.08.05 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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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01 시련의 굴(2) 24.07.27 14 0 16쪽
2 P.01 시련의 굴(1) 24.07.26 15 0 12쪽
» EP. Prologue 24.07.26 22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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