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의 퀸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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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9.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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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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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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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P.01 시련의 굴(2)

DUMMY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다가 납치되어서 탈출을 강요받는 주제에 죽은듯이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깨어나서 묵묵히 무기를 챙기는 친구? 납치될 때 돌부리에 대가리를 박지는 않았을까 의심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래? 평소 같다고 생각하는데."


의심이 생길 때 파훼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자연스럽게 의심에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의심을 풀려고 하는 것은 하수나 쓸 방법이다. 말은 아낄수록 가치가 높은 것이니까.


물론 둘밖에 없을 때 이런 방법은 어려우니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얼버무리는 것이다. 어떤 대답도 보류한 채로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


"그야 평소에도 쌀쌀맞아서 짜증 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지 않나?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래?"


평소에 짜증 났다니 말이 심하네.


나는 말을 삼키며 여전히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화살들의 촉을 살펴보고는 시선을 돌려 주위의 발광석 들을 살폈다. 나랑 선영이 하나씩 챙겨가면 대충 길은 트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가 어딘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겠네."


"엥, 그래?"


"그렇지 않을까. 벽에 붙어있는 것도 재수 없어 보이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룰이 적혀있는 플레이트를 가리켰다. 석판에는 아까 말했던 룰들이 길게 기록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한국어는 아니었지만 언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신의 축복은 언어를 통합시켜준다. 이 대륙에서 여신의 축복 아래에 있는 한 우리가 쓰는 모든 언어는 이 대륙의 거주민들이 쓰는 언어로 통일되는 것이다. 마치 원래부터 사용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 덕분에 시련의 굴을 나가서도 대화가 안 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글자와 같은 경우는 여신이 직접 쓴 글자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는 것이 짜증나는 점이지만 저 석판은 여신이 제작한 것이니 해석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저 소리를 믿는 거야?"


"믿어야 한다거나, 그런 소리를 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의 지침은 되겠지. 적어도 납치범이 적어놓은 헛소리일 것 아냐? 유일한 단서라고 생각하면 대충 납치범의 의도를 추정할 수 있을 테니까."


아마 이 순간도 여신들은 오만하게 우릴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여신이라고 전지전능하지는 않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며 성장할 기회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여신들은 이러한 지원들을 몰아서 받을 인재들에 항상 눈을 쫓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능이나 가능성이 보인다면 노골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신 여신의 꼭두각시로 활동하게 되겠지만. 그건 무조건 피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럼 우리도 여기서 나가야 하는 거야?"


"아까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 맞아, 너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응?"


"아까 너가 그랬잖아. 다른 사람들 있지 않았냐구."


아 빌어먹을.


'너무 버릇처럼 입을 막 놀렸나.'


그러나 내 입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거짓말을 뱉어 보였다.


"아까 잠들기 전에 살짝 보였어. 흐릿하긴 했는데 사람들처럼 보여서 다른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일어나니까 보이질 않아서. 그러고 보니 너 잘도 무기를 챙겼네?"


"이거?"


대충 흥미를 보이며 다른 주제로 넘어가자 다행히 선영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주제를 따라왔다.


'그래도 너보다 12살은 더 먹었다, 이것아.'


이정도 임기응변은 알타스에서는 기본이었다. 그조차도 못하는 자들은 이미 땅의 거름이 되었을 테니까.


"아까 사람들이 나가면서 나 보고도 하나 챙기라고 하더라고. 혹시라도 호신용으로 필요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래서 손에 익은 걸로 하나 챙겨놨지"


"잘했네."


정말로 순수한 칭찬이었다. 당장 모르는 곳에 떨어져 불안에 떨 만도 하건만 생판 남에게 무기까지 쥐여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솔직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아마 원래 세계였다면 나도 선영이도 다 같이 정찰에 나갔을 테니 듣지 못할 이야기였겠지만.


게다가 아마 그런 말이 없더라도 선영이라면 검 하나 정도는 챙겼을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어릴 때부터 남자 친구 대신 죽도만 들고 살아온 검도 마니아였다.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까지 나갔던 실력자였으니 얼마나 검도에 매진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일수록 손에 익은 무기를 가지고 싶었을 것이다. 설령 나무 대신 차가운 강철이 박혀있더라도.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사제이던 시절 석궁이나 단검, 둔기류 정도는 사용해봤지만 활을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초창기에 호신용 무기를 찾을 때 몇 번 다뤄보긴 했지만 역시 나에게 맞지는 않았다. 궁수들만큼 장전 속도가 빠르지도 않은 한 호신용으로 쓰기도 어려웠으며 움직이는 목표를 맞추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결국 쏘기 쉽고 활보다 명중률이 높았던 석궁을 선택하게 되었던가.


'그때 연습이라도 좀 해놨어야 했나.'


이제 와서 활을 잡자니 조금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단검이나 다름없는 이 칼로는 돌덩이로 이루어진 골렘을 잡을 수 없다. 물론 아까 말했듯이 마나를 싣는다면 가능하겠지만 단도로 그런 묘기를 여기서부터 부리고 싶지는 않다.


"...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나."


"응?"


"아냐. 일단 우리도 짐 챙기자. 먼저 갔다는 사람들 뒤따라서라도 가야지."


나는 마음을 굳히고는 선영을 재촉했다. 짐이라고 해봤자 남은 식량들 챙겨서 가져가는 것 정도였지만 적어도 여길 나가기 전에 선영이가 마음의 준비라도 다잡기를 원했다. 아마 지금부터 따라가더라도 먼저 출발한 그룹과 만나는 것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거리가 길지 않아서 그렇지 이 굴은 충분히 미로처럼 되어 있다. 갈림길은 물론 3갈래 길까지도 존재하기 때문에 선택에 따라 다른 방으로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앞서 출발한 그룹이 어느 입구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니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죽지 않았다는 전제하의 말이지만.


나의 말에 식량과 잡품들을 챙기는 선영을 바라보며 벽으로 다가가 발광석을 들어 올렸다. 다행히 주먹만 한 크기인 덕분에 손쉽게 꺼내 들 수 있었다. 손으로 가해지는 적당한 무게감을 느끼며 잡동사니 상자에서 나무막대 두 개를 꺼내 들었다. 애매한 길이 때문에 무기로 쓰기는 힘들겠지만 근처의 붕대와 적당히 묶으면 횃불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발광석을 묶고 난 뒤 대충 어둠 속으로 나가 비춰보자 아까보다 선명해진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라면 충분하겠는데.'


한 개로 이 정도 밝기라면 두 개면 좀 더 넓은 구역을 비출 수 있을 것이다. 발광석 아래로 이어지는 손목 밑은 좀 어둡긴 하지만 두 개를 들고 양쪽에서 비치면 그것도 어떻게든 해결될 것 문제였다.


결국 출발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자 지체 없이 선영을 불러 방을 나섰다. 선영은 몇 번 뒤를 돌아보면서 밝게 비추던 방에 미련을 가지는 듯이 보였으나 플레이트와 어둠 속을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젓고 내 뒤로 따라왔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왜? 불안해?"


"음... 아니.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너 따라다니면서 느낀 게 있어."


"뭔데?"


아무 미련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따라오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돌려 앞으로 바라봤다. 여전히 어두컴컴한 암흑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그녀는 적응이 빠르다. 12년이나 알타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이나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번 세계에서는 그녀에게 더욱 많은 것을 선물해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손해 보는 행동은 안 한다는 거. 떡고물이 떨어질 일은 아니라도 떡고물 잃은 일은 안 한다는 거."


선영은 그렇게 말하며 내 손에 든 발광석 횃불 하나를 잡아채고는 들어 올렸다.


"이신혁, 믿어도 되는 거지?"


"모르지. 그래도 안다면서? 나 손해 안 보는 거."


선영은 그 대답에 만족했는지 씩, 웃어 보였다. 오래간만에 보는 듯한 그녀의 미소에 순간 가슴이 철렁거림을 느꼈다. 아니 오래간만에 보는 게 맞는 것일까, 당장 어제도 본 것만 같은 미소인데 너무나 오래전에 본 것 같은 미소처럼 느껴졌다.


기억의 혼선은 점차 내 기억 선까지도 흩트려버리는 것만 같았다. 어제의 일인지 미래의 일인지 머릿속으로 정리가 될 듯하면서도 깜빡거리는 느낌이다.


'기억의 회귀는 생각보다 부작용이 심한 것 같은데.'


기억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감정도 들쑥날쑥하는 것이 조현병 환자가 된 것만 같다. 마치 책 속의 주인공에게 너무 몰입하는 듯한 감정, 베르테르 효과를 실감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당장 필요한 건 내가 정신병이 생길 것 같은지 아닌지가 아니라 생존할 수 있을지 없을지의 문제니까. 당연히 이런 튜토리얼 따위에 죽을 만큼 나약하지는 않겠지만 그녀가 다치는 것은 곤란하다. 회복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운에 맡겨야 하는 곳인 만큼 가능하면 상처 없이 통과하고 싶다.


나는 앞장서서 걸으며 손에 쥐고 있는 활을 바라보았다. 어깨보다 조금 넓은 길이의 활은 투박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은 확실하게 조여져 있었으니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두 손을 사용하는 도구인 만큼 전투가 벌어지면 나는 발광석 횃불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대충 붕대로 묶어두었으니 손에서 떨어트린다고 해도 빠지지는 않겠지만 시야가 줄어들 것은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너가 앞으로 가야 할 것 같아."


나는 옆에 다가온 선영에게 앞으로의 포지션에 대해 대충 말해주었다. 일단 방에 들어가면 분명 골렘들이 우릴 공격해올 것이다. 그럼 당연히 적은 앞에 있다고 생각해야 할 테고 내가 앞장서는 것보다는 그녀가 앞장서서 위치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한 튜토리얼에 선영을 앞장서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적응력이 빠르다고는 해도 괴물과의 전투는 처음이다. 당황할 수도 있고 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앞장서는 것은 당연히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다.


"야, 남자가 앞장서야 하는 거 아냐?"


"말했잖아. 그럼 대신 너가 활 들래? 내가 검 들고 앞장설게."


"윽... 그건 좀..."


선영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검을 쥐어 잡았다. 오늘 처음 만지는 검일 테지만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애초에 너, 검 잡는다고 해서 쓸 수 있겠어?"


'너보단 잘 쓸 수 있을걸'


나는 굳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며 선영을 바라보았다. 물론 1회차는 사제였지만 호신용 검을 쓸 일이 많이 있었다. 특히 파티가 정해지지 않았던 초창기엔 더더욱 많았지. 툭하면 전선이 뚫리고 후방에 있던 나한테 적들이 몰려오곤 했으니.


어쨌든 실전에서 쓰는 검은 검도와는 다르다. 대련도 아니고 사투는 온갖 비겁한 수단이 동원되기 마련이니까. 현대 검도에서 상대에게 모래 뿌리기 따위가 허용될 리가 없다. 검도가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더러운 싸움이 권장되는 알타스에서 쓰기는 어려울 테니까. 물론 배운 사람들이 안 배운 사람보다 나을 것이다. 적응이나 활용도에서도 큰 차이가 날 터. 아마 선영의 재능까지 합쳐진다면 순식간에 검술을 익혀 나 따위는 치고 올라올 테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너가 앞장서야겠지?"


"흥... 알았어."


선영은 삐친 듯이 말하고는 내 앞으로 지나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중 검을 잡은 손이 조금씩 떨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두려웠었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굴에서 투박한 무기들을 들고 탐험에 나서는 입장이 되다니,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광경이 안타깝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 감상을 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우리는 이미 이곳에 와버렸고, 살아남아야 한다. 경계심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두려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몇 분이나 걸었을까, 선영의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이 앞에는 뭐가 있을까?"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상정하고 있었던 만큼 쉽게 대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물론 솔직하게 방이니, 골렘이니 하는 소리는 할 수 없었으니 적당히 말을 줄여냈다.


"글쎄... 납치범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골렘들은 우리를 납치해온 여신의 수족일 테니까.


"아 우리가 못 나가도록 막고 있다는 거야?"


"뭐... 그렇지는 않겠지. 그럼 저렇게 떡하니 7일 안에 이 동굴을 나가라던가 써놓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뭐야? 납치범들은 우리를 여기 데려다 놓고 우리가 자의적으로 탈출하길 바라는 거야? 자기 할 일은 스스로 하길 원하는 자주적인 인질을 원한다고? 미친놈들인가?"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투에 나는 큭큭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실 저 글씨를 쓴 게 누군지도 모르니 상황은 모르겠어. 다르게 말한다면, 납치범의 목적이 이것일지도 모르지."


"목적이 이거라고?"


"우리가 탈출하는 것. 정확히는 탈출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


"우리가 어떻게 탈출하는지가 목적이란 말이야?"


"그래. 영화 보면 자주 쓰이는 소재잖아? 세상 다 가진 재벌이 심심풀이로 사람 목숨으로 게임을 한다든가..."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슬쩍 천장을 바라보았다. 물론 거기에 있진 않겠지만 이 동굴 너머 어딘가에 있을 관음증 걸린 여신들의 눈치를 살핀 것이다. 어떻게 말하면 그것들의 목적은 이것이나 다름없으니 정확히 캐치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선영에게는 그럴싸한 이야기로 들렸는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럴싸한데? 그럼 그 창고 아저씨도 한패인 건가?..."


선영은 혼잣말하며 스스로 상상의 나래에 빠져들어 갔다. 나는 그녀가 고민에 빠진 사이 대충 전방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어두컴컴한 통로만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상태창.'


마음속으로 읊조리듯이 생각했으나 나의 시야에는 여전히 어둠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예상외의 상황에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은 채로 그녀의 뒤를 지켰다.


'뭐야, 이게 왜 안 나와?'


어차피 첫 번째 방이 나올 때까진 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그 사이엔 따로 위험한 것도 없었으니 천천히 머리를 굴러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우선 알타스에서는 여신의 축복을 받아 [상태창]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화시킴은 물론 초인적인 능력을 확립시키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태창의 내용물이 좋고 나쁨에 따라 이 알타스에서 계급이 갈리는 것이다.


물론 회귀 전의 나의 상태창은 빈말로도 좋지는 않았다. 선영이의 재능은 보석과도 같았지만 나는 길가의 돌멩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나 때문에 발목이 잡혀 선영이도 성장하지 못했었지.'


그녀는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해주었다. 거대 길드의 초대도, 수많은 기회도 나를 위해 걷어차고 함께 해주었던 것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은혜였다. 심지어 아직 사귀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니, 사귀더라도 뒤통수를 맞는 게 이 알타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빈곤한 상태창이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큰 기적이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일 터였는데...


'씨발, 대체 뭐지?'


여전히 마음속으로 상태창을 불러보고 있었지만 내 시야에 그 반투명한 파란 창은 떠오를 조짐도 없었다. 이렇게 되면 시련의 굴을 무사히 나가리라는 장담도 할 수 없게 된다. 상태창이 없으면 나는 선영이 보다도 약해질 테니까.


'진짜로 회귀만 한 건가? 잠깐만,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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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P.01 시련의 굴(6) 24.08.06 7 0 7쪽
6 P.01 시련의 굴(5) 24.08.05 8 0 16쪽
5 P.01 시련의 굴(4) 24.07.28 11 0 20쪽
4 P.01 시련의 굴(3) 24.07.27 10 0 22쪽
» P.01 시련의 굴(2) 24.07.27 14 0 16쪽
2 P.01 시련의 굴(1) 24.07.26 15 0 12쪽
1 EP. Prologue 24.07.26 21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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