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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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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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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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상무 축구팀 홈구장 겸 광주타이거즈 게임 일부를 유치하고 그 외에는 스타디움 콘서트로 활용하기로 했나 봐요. 듣기로는 일본의 삿포로돔을 참조한다지요?”


최대 53,8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일본의 삿포로돔은 독특한 시스템을 자랑한다.

수시로 야구장과 축구장이 교체될 수 있는 트랜스포머 형태다.

훗카이도는 겨울 기온도 춥고 눈도 너무 많이 오기에 겨울에는 야외에서 축구조차 못한다.

따라서 돔구장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삿포로 트랜스포머 돔 구장은 야구를 할 때는 경기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축구장으로 전환할 때는 내부의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외부에 있는 피치를 자기부상 방식으로 경기장 안쪽으로 끌어들여 경기를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여름에는 장마, 겨울에는 한파와 강설로 야외에서 스포츠가 쉽지 않다.

스포츠 행사가 개막하는 봄에도 꽃샘추위가 찾아오기도 하고, 챔피언스 시리즈를 치를 때는 겨울이 코앞일 때도 있다.


“보스께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스포츠보다는 스타디움 콘서트인 걸로 알아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LA다저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49ers 공동 구단주가 류지호다.

겨우 한국의 프로스포츠팀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맞아요. 한국의 경우 내수만 고려하면 아레나 급 공연장을 짓는 대규모 투자가 어렵지만, K팝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동반된다면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보거든요.”


한국에는 대형 콘서트를 할 만한 전용 시설이 전무하다.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이나 국내 초특급 가수의 공연은 축구장이나 실내체육관을 빌려 쓰는 형태로 열리고 있다.

사전에 공연장 용도까지 고려해서 지은 체육시설이 아니기에 매번 음악 시설과 무대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스포츠 시즌을 피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한국은 기업이나 개인이 체육시설을 건설하면 법적으로 기부채납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아요.”

“그렇죠.”

“그럴 바에는 차라리 보스께서 원하는 규모를 조금 줄이더라도 대학에 짓는 것은 어떨까요?”

“대학에?”

“보스는 UCLA 졸업생이잖아요.”

“아! Pauley Pavilion.....?”

“평소에는 학교 행사와 학교팀 경기에 사용하고, 특별한 날 혹은 주말에 아레나급 콘서트를 열어도 될 것 같아요. 그러면 학교 수익사업에도 도움이 되고 막대한 돈을 들여 건설한 체육시설을 시에 빼앗기지 않아도 되고.”


UCLA의 농구와 배구 종목 실내체육관 역할을 하는 폴리 파빌리온(Pauley Pavilion)은 최대 12,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국 공연시장 규모에 딱 적당한 크기다.

음악 공연장은 보통 홀(5000석 내외), 아레나(1만~2만석), 슈퍼아레나(3만석 이상), 돔(5만석 이상), 스타디움(7만석 이상)으로 구분한다.

한국에서 돔과 스타디움급 공연을 매진시킬 대중가수는 아직은 없다.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싸이박 정도가 슈퍼아레나를 간신히 매진시킨다.


“이왕 만들 거, 대학 내 축구장도 5만 석 규모로 만들어 볼까.....”

“그건 좀....”

“로즈 볼 스타디움(Rose Bowl Stadium)까지는 아니고.”


류지호의 모교 미식축구팀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는 로즈 볼 스타디움(Rose Bowl Stadium)의 최대 수용인원을 9만 명에 달한다.

그 규모로 지어봐야 한국에서는 쓸모가 없다.


“한국에서 아레나나 스타디움을 수익 사업으로 키우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을 텐데....”

“한국의 새만금개발유한회사에 관련해서 리서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성장세인 K팝을 봤을 때 바로 곁에서 개장할 예정인 JHO Worlds와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니퍼 허드슨의 의견이 일리가 있어 보였다.

좀 더 심도 깊게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기업도시 아리울에 들어설 다울재단 소유의 대학교 자체 수익사업에도 도움이 되고, 추후 K팝 슈퍼스타들의 아레나 공연장으로도 활용하고, 대학 스포츠팀의 경기장으로도 활용하고, 대학 내 각종 행사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다용도 시설이 탄생할 것 같긴 했다.


“유니벌스뮤직그룹 산하 레이블의 가수들이 한국에 공연을 가고 싶어도 포기하고 일본에 집중하는 것이 공연시설도 주요 이유가 된다고 해요.”

“국민소득 3만 달러까지 올라가야 문화 소비력이 감당이 될 겁니다.”

“...예.”


생각도 못한 아이디어를 통해 새만금간척지에 새로운 사업모델이 추가됐다.

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의 스타디움이 지어지고 그곳에서 대형 콘서트가 열린다.

솔직히 류지호는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10년 후 즈음... BPS와 핑크베이비, 싸이박 정도는 감당 가능할 지도.’


사실 류지호는 스타디움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을 몇 가지 알고 있다.

정통과 이단 사이에 애매하게 위치한 종교단체들이 한국에는 상당히 많다.

그런 단체들은 일 년에 몇 차례 대규모 신앙대회를 개최한다.

서울에서는 월드컵 경기장을 주로 하루 빌려서 사용한다.

지방에서는 공설운동장을 빌려서 행사를 열고.

대표적인 다단계업체 팜웨이는 분기별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전 삶에서는 상암월드컵 경기장이나 고척돔에서도 종종 개최했었다.

대학 내 체육시설에서 종교단체와 다단계 행사를 유치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좋은 의견이었어요. 가온그룹 차원에서 연구해보라고 해야겠네요.”

“감사해요.”


보고를 마친 참모와 비서실장이 집무실을 떠나고.

새만금개발유한회사에 전화를 걸어 제니퍼 허드슨의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마침 2005년에 사립대 부지에 기숙사나 식당, 체육시설, 지역문화센터 등 교육 및 공공 목적의 민간시설 설치가 가능하고 일정 수익도 남길 수 있게 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 설립자가 아니더라도 설립 주체에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하거나 국가, 지자체, 정부출연기관, 산업체 등이 교육부 장관의 허가를 받는 경우에는 제3자의 대학부지내 건축물 소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개정 전에는 대학부지에 설립주체가 아니면 건축물을 설치하거나 소유할 수 없도록 해 민간기관은 건물을 지어서 기증하지 않는 한 여유자금을 투자, 수익을 내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즉 가온그룹이 교육부에 허가를 얻어 아리울에 설립될 대학 내에 스타디움이나 실내체육관을 지어서 수익 사업을 전개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관련 시장성을 면밀히 살펴서 경기장 겸 콘서트홀 규모를 산정하도록 하세요.”


가능만 하다면 류지호가 경기장 건립비용을 댈 의향이 있었다.

경기장을 지어서 자신의 이름과 아내의 이름을 붙여도 좋고.

부모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도 좋고.

훗날.

아리울에 들어서는 다울재단 산하 사립대학에 1만 6천 석 규모의 아레나급 실내체육관과 3만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슈퍼아레나급 육상 및 축구 겸용구장이 건립된다.

2010년대 중반부터 K팝 슈퍼스타들의 콘서트가 열리는 성지가 된다.


❉ ❉ ❉


류지호는 신종플루를 핑계로 여주 부모님댁에서 몇 달째 머물고 있다.

이틀의 한 번꼴로 가온그룹 최고경영자들이 업무 차 방문하고 있어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장소가 필요했다.

류민상은 아들을 위해 자신의 서재를 양보했다.

보고서를 읽던 류지호가 중얼거렸다.


“작년부터 올미디어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솜미디어 사장 나준규가 얼른 대답했다.


“이번에는 진짜 케이블 사업을 정리할 모양입니다.”


류지호가 이전 삶의 기억을 더듬어봤다.

요맘때였던 것 같기는 했다.

올리온그룹이 미디어사업을 BS그룹 산하의 쇼핑 사업부문에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는 것을.

내밀한 속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본래 역사대로라면 이 시기부터 BS그룹의 케이블TV 사업이 날개를 달았었다는 사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어요?”

“올미디어가 작년 말에 한국텔레콤과 콘텐츠 제공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국텔레콤이 서비스하는 메가TV가 그 대상입니다. IPTV죠.”


이 시기 케이블TV에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IPTV였다.

따라서 IPTV에 대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견제가 꽤 매서웠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전국 SO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올미디어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SO들이 담합을 했다는 것이다.

즉 올미디어의 채널들에 안 좋은 채널 번호를 배분할 것이라는 풍문이었다.


“올미디어가 케이블업계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사 콘텐츠를 IPTV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은 그만큼 IPTV 미래를 밝게 본다는 거겠죠?”

“예.”

“IPTV 미래를 밝게 본다 해도 SO와 연관된 얘기일 뿐일 텐데... 아, PP 입장에서는 IPTV의 약진이 이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콘텐츠 생산과 제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 뭐 그런 건가? 지는 사업을 재빨리 정리하고?”

“정확히 보셨습니다. 어차피 IPTV든, 케이블TV든,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어떤 쪽이 최후 승자가 되어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올미디어의 몸값이 떨어질 염려가 없는 겁니다. 어쩌면 몸값이 뛸 수도 있습니다. 그 이전, 그러니까 올해나 내년 즈음에 IPTV와 케이블TV의 경쟁과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혼란기에 몸값이 가장 높아질 것이고, 이때가 적기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IPTV가 이제 막 상용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어요? 지나친 낙관론인데.... 도박 아닙니까?”

“사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올미디어 자체가 예전만큼 매력 있는 매물이 아닙니다.”


류지호가 보기에 미래가 불확실한 IPTV와의 경쟁보다 올미디어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이유가 더 큰 것 같았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MSO를 포기하고, 철저하게 콘텐츠 생산과 제공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그룹 사정도 그리 좋지 못하고?”

“예.”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올미디어 시청점유율이 다솜방송이나 BS미디어를 가볍게 따돌린 독보적인 1위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솜과 BS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빅3가 치열한 시청률 싸움을 벌였다.

웰메이드 드라마에 강점이 있는 다솜과 버라이어티에서 장점을 보이는 BS의 사이에서 올미디어는 제대로 된 포지션을 잡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작년에는 매출에서 100억 원이 줄고 영업이익도 대폭 하락했다.

Rehman 사태로 작년 하반기부터 상장 이후 최초로 적자전환이 시작되어 올해 전망도 암울했다.


“올해 1분기 다시 흑자 전환했다면서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광고수입이 준 것이 영향이 크겠지요?”

“예.”

“다솜은 어때요?”

“Rehman 사태 이후로 국내 경기가 급냉각 되었습니다.”


기업들이 위축되는 신호는 홍보·마케팅 비용에서부터 나타난다.

가장 먼저 광고 집행부터 줄인다.


“케이블TV 시청률도 마음 같지 않은 이유도 광고 수입 감소와 연관이 있을 겁니다.”

“예.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미국 콘텐츠를 수입하는 비용도 늘었습니다. 비중이 가장 큰 광고 수입이 줄고 비용은 증가하니.....”

“다솜은 잘 버티고 있어요?”

“저희도 최대 50억 원까지 광고매출 감소를 각오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08년 MSO(멀티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매출규모는 15개의 SO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MSO 대광 계열의 티브로가 4,500억 원, 2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가입자는 대략 280만 명.

티브로와 마찬가지로 15개 SO를 보유하고 있는 다솜미디어는 가입자 210여만 명에 매출 3,900억 원대, 대략 18%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이 BS미디어다.

최대 케이블TV 미디어였던 올미디어는 10위권에 간신히 들어와 있다.

4개 SO 숫자에서 더는 늘지 않았고, 매출 역시 560억 원에 머물고 있다.


“다솜에 올미디어 SO가 필요합니까?”

“그다지.....”

“그래도, MPP 시장점유율을 생각하면 고려해 볼 만 할 것 같은데.....”


MPP(복수채널사업자) 부문에서는 BS미디어가 최대 사업자다.

모두 17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BS미디어는 총매출 4,750억 원으로 전체 PP시장에서 17.9%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이 16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올미디어가 13.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다솜미디어는 7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6.8%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은 2,000억 원이 살짝 넘는 수준이고.

다만 PP사업에서 홈쇼핑채널의 매출을 포함하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그렇듯 케이블TV 업계도 매우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했다.

반면에 케이블TV 업계가 경쟁상대로 상정한 IPTV 전체 매출은 2009년 이 시기 2,204억 원에 머물고 있다.

10년 후에는 케이블TV의 전체 매출과 가입자 수를 가볍게 따돌리게 되겠지만.


“다솜의 경우 광고매출이 줄어드는 대신 해외 IP 수출로 만회할 생각입니다. 특히 의장님께서 연출하시기로 한 드라마에 벌써 대만, 홍콩, 일본 방송사에서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나보다 한류스타 누가 출연하냐고 묻는 거겠죠?”

“하하. 그렇습니다.”


한류팬이 많은 아시아 각국에서는 송라원을 비롯해 류지호 사단이라고 불리는 한국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라원이는 바빠서 출연 못 할 텐데.”


송라원은 할리우드 진출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미이라Ⅲ : 황제의 무덤>에 출연한 이후로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쏟아... 지지는 않지만.’


꾸준히 할리우드 스크립트가 들어오긴 한다.

연예매체에서는 이제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 것이라 설레발을 치고 있는데.

정작 송라원은 할리우드 영화 출연에 대해 환상만 깨져서 돌아왔다.

게다가 계속해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려면 꾸준히 오디션을 봐야한다.

그러기 위해 활동영역을 미국으로 완전히 옮겨가야 하고.

한국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라고 해서 알아서 모셔가고 그러는 거, 할리우드에서는 없다.

송라원 또한 잘 알고 있어서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열망이 별로 없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 그 정도였다.


“라원이한테도 책은 보내보긴 할 겁니다. 나 대표만 알고 있어요.”

“네.”

“혹시 올미디어 인수에 끼어볼 생각이에요?”

“SO는 독점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없습니다만. 채널 사업권에 대해서는 욕심이 좀 납니다.”

“올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 같긴 한데... 올미디어 전성기가 다시 찾아올 것 같진 않군요.”

“그렇긴 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올리온그룹이 미디어사업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만큼 형편이 좋지 못해서.....”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할 때. 좋은 값 받고 팔아 그 돈으로 딴 길을 찾아보는 게 나을지 모른다는 계산이 그룹 차원에서 선 것은 알겠고. 때마침 IPTV로 진출하는 통신사들까지 가세하게 되면 몸값도 올릴 수 있고. 그들로서는 적절한 타이밍이긴 하네요.”


올리온그룹은 극장 사업을 미련 없이 팔아치운 전력이 있었다.

미디어 사업에 대해 예전만큼의 미련이 없었다.

관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높은 금액을 부를 수 있는 적기를 찾고 있을 터.

올리온그룹은 약 2,000억 원 상당의 대규모 국외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약 5,000억 원의 차입금, 약 2억 달러에 달하는 지급보증 등의 부채도 부담이었고.

극장 사업을 정리하면서 미디어 사업에 대한 의지가 꺾인 것 또한 해당 사업 매각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저희 입장에서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올미디어를 인수한 후, 크게 SO와 PP 사업을 분리해 재매각하는 안이 되겠습니다만.”

“정부에서 승인을 내줄지가 관건이겠죠?”

“우회 인수 방법도 있긴 합니다.”

“CA미디어 말하는 겁니까?”

“수천억 원을 동원할 여력이 안 됩니다.”

“아, 스펙트럼 엔터테인먼트가 있군요? 추후 OTT까지 아우를 계획이랍니까?”

“내년에 곰플레이어로 구동되는 스펙트럼의 OTT 서비스가 시범운영을 시작합니다. 올미디어 인수문제에서 독점 이슈로 공정위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대주주 지분을 스펙트럼이 인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독점 콘텐츠가 필요하니까요.”

“인수합병이 완료되고 나면 SO와 비인기 교양 채널을 다솜미디어에 매각하고, 남은 영화채널이나 게임 채널을 스펙트럼이 직접 운영한다?”

“정확하십니다.”

“다솜 자체적으로는 OTT 진출 계획이 없나 보죠?”

“중복사업 진출이라고 보고 모그룹에서 허락을 할 리가 없으니까요.”


다솜미디어는 늦어도 5년 내 적어도 국내 최고 케이블 기업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류지호가 살아보지 못한 2020년대에도 케이블TV 사업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닥쳐봐야 알 것이지만, 적어도 10년은 충분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올미디어 주주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올리온그룹이 37%로 최대 주주고, 2대 주주는 11%를 갖고 있는 캐피털그룹, HSBC가 10%를 보유한 3대 주주입니다. GD투자금융 산하 자산운용사에서 6.1%의 보통주와 일부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3대 주주는 태그어롱(Tag-Along)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그어롱(Tag-Along)은 1대 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 2대 혹은 3대 주주가 1대 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팔아달라고 1대 주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만약 2,3대 주주와 상의 없이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면, 최대 주주에 대해 배임 여부를 추궁할 수 있다.


“현재 주가는 어떻게 됩니까?”

“2,000원 밑으로 폭락했다가 간신히 회복한 상태입니다.”

“올미디어를 인수하겠다는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 적어도 200원은 오르겠죠?”

“작년에도 모 업체가 올미디어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하루 만에 주당 300원이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인수업체 측에서는 올리온그룹 지분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줄 수 있지만 2, 3대 주주 지분까지는 그렇게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구체적인 M&A 협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검토 단계에서 불발 되었다.


“지금의 주가로는 절대 지분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10년 전 캐피털그룹은 2,300원에 지분을 사들였고, HSBC는 3,200원씩에 올미디어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당시 환율이 890원대였지요.”


올해 3월에 환율 1,570원을 찍은 후로 9월 현재 1,300원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최근 올미디어 주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다고 하더라도 환율을 감안하면 역마진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주들이 그 가격에 지분을 내놓을 리가 없다.


“얼마가 필요할 것 같아요?”

“1대부터 3대 주주 지분을 모두 매입하는데 대략 4,000억 원에서 최대 5,000억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BS미디어가 업계 밖에서는 3대 통신사 모두가 올미디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주가가 4,000원 이상 가야 매각에 대해 전향적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류지호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다른 문제를 물었다.


“여당에서 미디어법 개정을 만지작거린다고요?”

“오랜만에 보수정부가 권력을 잡아서인지 국정원까지 동원해서 언론에 손을 대려고 합니다.”


참여정부에서 언론개혁을 일부 실현했다.

당시에 대기업이 언론사를 우회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졌다.

신문사의 방송 겸업도 금지시키는 조항도 넣어 놨다.

그걸 개정해서 보수신문과 대기업이 종합편성채널을 갖을 수 있게 하려고 시도 중이란다.

야당의 투쟁력이 다소 싱거웠지만, 참여정부에서 개정된 미디어법이 다시 개정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거기에는 가온그룹과 백원일보와의 법정다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정에서 판매부수 조작부터 허위사실 적시 등 수많은 부조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었는데, YNTV와 MBS가 관련 보도를 심심찮게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기존 보수언론사들도 탐탁찮아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광고 매출에서 예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방송사 설립이 달가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서 언론지형을 완전히 뒤집어 놔야한다면서 공작을 전개하긴 하지만.

이전 삶의 이선택 정부처럼 국정원까지 동원해서 전방위적으로 언론환경을 변화시킬 순 없게 됐다.


“내 예상입니다. 진지하게 검토할 필욘 없어요. 참고만 하세요. 만에 하나라도... 미디어법이 정부 여당에 원하는 안대로 만들어져서 날치기 통과라도 된다면 올미디어는 BS에게 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다음 차례가 다솜이 될 것이고. 미디어법이 개정되면서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업계가 케이블TV니까요. 올미디어를 던져주며 메이저 업체를 달래려고 하겠지요. 중요한 것은 케이블TV가 미래가 아니라는 겁니다. 10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결국 OTT가 대세가 될 겁니다.”


류지호는 참고만 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준규는 수첩까지 꺼내 열심히 받아 적었다.


“미국에서 전망하기로 방송 서비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들의 몫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미국의 복합미디어그룹은 그 같은 미래를 알면서도 투자를 못합니다. 마치 석유로 돌아가는 에너지 산업이 다른 대체에너지 산업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되겠죠. 그런 면에서 일차적으로는 케이블TV의 전면 디지털화를 통해 UHD 채널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 다른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겁니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케이블TV와 연결된 스마트홈 서비스, 더 나아가 IoT(사물인터넷)까지 연결되는 통합 스마트 홈 시스템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미국발 금융위기라고 해서 편법이나 투자위축은 용납하지 않아요. 올미디어를 먹어치우든지 뭘 하든지. 멈춰 있지 말길 바랍니다. 미래로 나아가세요. 우리가 외환위기 때 오늘의 미디어 업계를 준비했듯, 이 위기를 기회로 다음 10년 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다솜미디어 자체적으로 벅찰 겁니다. 스펙트럼 엔터, WaW 엔터, WaW 디지털 연구소, 쇼핑사업부, 물류유통 계열사, 나래 안전, 아네모네까지 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들과 협력하세요. 필요하면 JHO나 실리콘밸리 빅테크와도 연결 시켜 줄 테니까.”

"네? 넵!“

“프로젝트 팀을 꾸려서 미국으로 파견 보내세요.”

“미국으로 말입니까?”

“실리콘밸리나 어바인에 사무실을 만들어 주고 미국의 복합미디어 그룹과 다국적 IT기업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솜미디어의 미래를 준비시켜야겠어요.”

“알겠습니다!”


아무리 가온그룹 산하 기업들이 OTT 부문에서 용을 쓴다고 해도, JHO 계열의 StreamFlicks의 상대가 될 순 없다.

이전 삶과 달리 빅7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까지 함께 하고 있기에 세계 재패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삶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OTT 전쟁이 종식될 수도 있다.

아니면 복합미디어들의 공적이 되어 반독점 공세에 시달리거나.


“올미디어 인수에서 발을 뺄까요?”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요? 인수할 수 있으면 땡큐. 아니면 말고.”

“알겠습니다.”

“한국의 외주제작사 수준은 많이 올라왔어요?”

“이번에 직접 드라마를 찍어보시면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내 드라마는 영화팀이 들어와서 찍을 거라.... 일단 알겠어요. 해보면 알겠죠.”


과거에는 미디어 산업에서 플랫폼이 중요한가 콘텐츠가 중요한가는 주요 논쟁거리였다.

시대에 따라 플랫폼이 더 중요한 시기가 있었고, 언제나 콘텐츠가 옳다는 믿음으로 한길 만 파는 창작자들도 있었다.

10년 후, 미국의 주요 복합미디어그룹들이 OTT 전쟁을 벌이게 된다.

결국 답은 콘텐츠에 있다.

압도적인 물량에는 그 대단한 LOG Company Group도 백기를 들 수밖에.

세계 어떤 복합미디어그룹도 JHO Company처럼 다양하고 독보적인 미디어 플랫폼을 보유한 곳이 없다.

그렇기에 언제나 콘텐츠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다.

반면에 가온그룹은 다른 사업분야가 너무 비대해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룹의 매출 절반 이상을 무역과 건설이 차지하는 것만 보면 그룹의 정체성 마저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래서 홍콩과의 합작 프로젝트가 중요해.’


설령 한한령으로 중국 수출이 막힌다고 해도.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지금의 성장세만 이어갈 수만 있다면.

아시아 패자는 쉽게 거머쥘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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