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월광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목로
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최근연재일 :
2022.05.02 09:3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89,258
추천수 :
1,653
글자수 :
510,686

작성
22.04.25 10:09
조회
504
추천
15
글자
11쪽

제75화. 용호상박 龍虎相搏

DUMMY

무오대사는 웃으며 노소자에게 부탁 하였다.


“문주님께서 우리들의 안목을 넓힐 수 있도록 절기를 보여주시겠습니까?”


물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문주의 실력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 뜻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노소자는 조용히 일어나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두 분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이니 받들겠습니다. 미천하다고 흉이나 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노소자는 내공을 운용해 바른손에 진기를 모았다.


손으로 진기가 모이자 손끝으로 빛이 뻗어 나오며 형태가 없는 무형의 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노소자는 순간적으로 탁자 위의 찻잔을 향해 손을 휘두르고는 살며시 내렸다.


사람들은 모두 찻잔을 쳐다봤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어서 의아한 눈으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노소자가 탁자로 다가가 찻잔을 두 손으로 들어 무오대사에게 공손히 바쳤다. 찻잔을 받은 무오대사는 경악하여 손을 떨었다.


찻잔은 수평으로 잘라져서 그대로 얹혀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집어보니 매끈하게 잘려있었다.


무당의 현진도장도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눈을 크게 뜨고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나이 어린 노소자가 무형의 검을 만드는 것도 대단하였는데, 손을 슬쩍 휘두르는 순간에 찻잔이 수평으로 매끈하게 잘라져 그대로 얹혀있었으니 놀랄 수밖에.


“아! 문주님, 정말로 우리의 안목을 넓혀주었습니다.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으니···, 우린 지금까지 나이만 헛먹은 것 같아 부끄럽군요.”


소림의 무오대사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예전에 뇌진성이 활보할 때, 윗대의 방장스님인 명현대사가 달마검법 중의 무형검으로 오백 초 만에 격파시켰다.


그 뒤로 소림에는 무형검의 절기를 완성한 사람이 없어 무오대사가 항상 걱정하고 있었는데, 나이어린 노소자의 절기를 보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힌 것이다.


“문주님의 절기를 보니 나머지 한 사람은 문주께서 직접 선출하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없던 무당의 현진도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개방에 부탁하였으나 방주께서 폐관수련에 들어가셔서 참가를 못한다고 합니다. 두 어르신께서 제게 일임하셨으니 그럼 전 주진원 대협을 추천하겠습니다.”


그러자 왕 군사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문주님, 나머지 한 사람은 좀 더 숙고한 후에 결정하시는 게···.”


그러자 무오대사가 재빨리 말을 받았다.


“그 문제는 상의해서 결정하십시오, 우린 무영문에 맡기고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현진도장과 무오대사가 제자들을 데리고 서둘러 돌아가자 왕 군사가 말했다.


“흑룡방의 신군이 비무대회를 선포했으나 그들의 교활한 속셈을 알 수 없습니다. 뒤에서 무슨 악랄한 흉계를 꾸밀지 모르니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제 생각에는 남해일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만에 하나 우리 무영문의 좌우호법이 모두 출전해 불의의 사고라도 당한다면 뒤를 수습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자 공손휘도 찬성하며 말했다.


“일전에 금광에서 싸울 때 보니 남해일절의 무공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더군요,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내리라 생각합니다.”


노소자가 왕 군사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왕 군사의 생각대로 합시다.”


정의문에선 즉시 삼백여 명의 정예병을 선발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흑룡방의 산채를 향해 길을 떠났다.



한편 뇌진성과 사행도는 걸음을 재촉하여 장안에 도착하여, 성안에서 제일 큰 태평객잔에 딸린 후원 별채로 향했다.


“얘야! 할아비가 왔다.”


뇌진성이 활짝 웃으며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방안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뇌진성은 퍼뜩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사람을 불렀다.


“게 누구 없느냐!”


뇌진성의 목소리는 커다란 종을 치듯 쩌렁쩌렁 울렸다. 안색이 변한 주인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이 방의 손님들은 어디에 계시는가?”


주인은 웬일인지 얼굴이 뻘개져서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였다.


“왜 말을 못하는가, 벙어리라도 되었는가?”


뇌진성의 호통소리에 주인의 얼굴을 사색이 되었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그게, 갑자기 괴한들이 나타나 눈 깜짝 할 사이에 두 사람을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뭐라? 괴한들이라고!”


주인은 손을 벌벌 떨면서 품에서 편지를 꺼내 뇌진성에게 받쳤다. 뇌진성이 노한 눈으로 편지를 읽다가 이를 악물더니 편지를 바닥에 팽개쳤다.


사행도가 편지를 주워 읽어보니 ‘이곳은 안전하지 않아서 사부님의 가족은 제가 안전한 곳으로 모십니다. 제자, 갈단 올림.’ 이라고 쓰여 있었다.


뇌진성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화를 삭이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이런 죽일 놈! 내가 증손녀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사전에 한 마디 의논도 없이 감히 내 식구들을 데려 갔다고?


이놈! 비록 제자라지만 결코 가만 두지 않겠다.”


뇌진성은 분노의 불길에 휩싸여 사행도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신형을 날려 사라졌다.


사행도는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사라질 때까지도 하늘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결전의 날은 밝았다. 흑룡방 산채 안의 너른 공터에는 비무대가 설치되었고, 주위엔 계단식 자리가 마련되었다.


입구 쪽은 이미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매우 혼잡하였다.


한 몫을 챙기려고 몰려든 장사치들은 길을 따라 여기저기 좌판을 벌이고 호객행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무대 주위에는 좋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술과 차를 마시며 떠들어 대고 있었다.


흑룡방의 졸개들은 창칼을 번득이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정문 앞에서부터 비무대에 이르는 길에 좌우로 죽 늘어서 있었다.


서생들, 농부들, 무사들, 거지들, 승려들, 도사들, 비구니들 등등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앞으로 벌어질 천재일우의 결투를 보려고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드디어 오시(午時)가 되었다. 정의문 용사들과 소림, 무당, 개방 등의 제자들이 흑룡방 졸개들의 인도를 받아 비무대 동쪽의 자리로 모여들었다.


구경 온 사람들은 모두 목을 길게 빼고 이름이 알려진 영웅들을 존경스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흑룡방 본채에서 북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수뇌급 인물들이 뇌진성과 신군을 모시고 거만한 태도로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 나왔다.


그들이 비무대 북쪽에 만들어진 단상에 자리를 잡자 흑룡방의 총관인 신도파산(神刀破山) 모흥강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지금부터 무림의 지존을 결정하는 비무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자 사방에서 환호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먼저 이 대회를 주관하시는 화염신군께서 인사말씀을 하시겠습니다.”


풍채가 좋은 갈단이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천천히 일어났다.


“나는 흑도와 정도를 가리지 않고 인명을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쓸데없이 인명을 살상하고 싶지 않아서 전면전을 피하고 다섯 사람으로 한정하여 결전을 벌이기로 한 것입니다.


먼저 자칭 정도를 대표한다는 소림에서 출전할 사람을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신군의 모습은 사람들의 상상을 깨고 의외로 인자하고 후덕한 군자의 모습으로 보였다.


게다가 목소리도 우렁찼고 인명을 중시한다고 점잖게 말을 했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정의문의 문주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소림의 무오대사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우리 쪽에선 정의문의 문주, 공손휘 대협, 남해일절 왕근정 여협, 무당 장문인 현진도장, 그리고 소승이 참가합니다. 아미타불.”


무오대사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모흥강이 큰소리로 말했다.


“존경하는 신군께서 흑룡방의 참가자와 대회의 규칙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흠, 우리의 참가자는 흑룡방 방주, 천지쌍살, 금면악동 상관해, 뇌진성 사부님, 그리고 내가 참석합니다.


흠! 대회의 규칙을 말씀드리자면 생사를 불문하고, 최후의 승자가 무림의 지존이 되는 겁니다.”


신군의 말이 끝나자 정의문에서는 깜짝 놀랐다. 뇌진성은 분명히 참가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깨고 참가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우내일선 사행도 앞에서는 분명히 참가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해놓고 뻔뻔하게 식언을 하였다. 전불원이 울화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사파의 무리들은 역시 믿을 수 없어,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늙은 잡종 같은 놈! 여러분,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미랄 놈 같으니, 퉤!”


정의문 사람들은 모두 뇌진성을 노려보았다.


뇌진성은 침중한 안색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신군은 뇌진성을 노려보며 이를 가는 정파사람들을 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맨 먼저 흑룡방에선 두한풍이 무대로 올라왔고 정파에선 무당의 현진도장이 올라왔다. 두 사람은 서로 날카롭게 노려보며 인사를 했다.


바야흐로 무림의 향방을 가르는 공전절후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웃는 얼굴로 사람을 죽이는 흉살소면 두한풍은 귀두도를 뽑아들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한발 한 발 다가왔다. 반면에 현진도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신중하게 검을 뽑아들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잔뜩 긴장된 얼굴로 싸움판에 눈을 고정시키고 침을 삼키고 있었다.


두한풍은 팔 힘이 엄청나서 달려가는 소를 제압할 수 있는 고수였다. 더구나 철포삼(鐵布衫)이라는 기공을 연성했다.


철포삼이란 피부가 철처럼 단단해지는 무공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진도장의 검을 보는 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푸르른 광채가 서린 보검이라 검 날을 맨손으로 맞받아칠 수 없었다.


현진도장이 두한풍에게 빠르게 다가서며 검을 좌우로 휘두르자,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가 고막을 흔들어 듣는 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주었다.


푸른 광채가 번갯불처럼 뻗어 나왔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는 마치 예리한 칼로 종이를 베듯 섬뜩한 살기를 담고 있었다.


두한풍은 오른쪽으로 한 발 움직이면서 성난 독사가 별안간 구멍에서 튀어나오듯 귀두도를 앞으로 내밀어 현진도장의 가슴을 노리고 힘껏 찔렀다.


현진도장이 몸을 구부리자 두한풍의 무거운 귀두도가 머리 위로 지나갔다. 현진도장은 재빨리 손을 홱! 뒤집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검의 방향을 바꿨다.


순간 두한풍은 옆구리가 따끔했다. 혼비백산하여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현진도장은 쫓아가지 않고 검을 내린 채 두한풍을 쏘아보고 있었다. 두한풍의 옆구리가 검에 베어 옷자락이 벌어진 사이로 피가 번져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제월광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제82화. 노소자여 안녕히 +12 22.05.02 541 17 12쪽
81 제81화.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 +2 22.05.01 445 14 11쪽
80 제80화. 제 버릇 개 주랴 +4 22.04.30 456 13 11쪽
79 제79화. 산중수복(山重水複)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3 22.04.29 491 15 11쪽
78 제78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이다 +4 22.04.28 499 13 11쪽
77 제77화. 못된 제자와 사부의 결투 +2 22.04.27 467 15 12쪽
76 제76화. 또다시 스승을 배반한 신군 갈단 +4 22.04.26 485 15 11쪽
» 제75화. 용호상박 龍虎相搏 +2 22.04.25 505 15 11쪽
74 제74화. 무림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무대회 +2 22.04.24 504 12 12쪽
73 제73화. 갈단의 사부, 구유귀왕(九幽鬼王) 뇌진성 +2 22.04.23 493 12 11쪽
72 제72화. 화산 성채를 접수하다 +2 22.04.22 512 12 12쪽
71 제71화. 불구대천의 원수 +4 22.04.21 561 16 11쪽
70 제 70화. 금면악동(金面惡童) 상관마, 상관해 +2 22.04.20 626 18 13쪽
69 제69화. 파렴치한 갈단의 과거 +2 22.04.19 549 15 13쪽
68 제68화. 신군 갈단의 과거 +4 22.04.18 566 17 12쪽
67 제67화. 마침내 신비의 인물, 신군과 만나다 +4 22.04.17 578 15 12쪽
66 제66화. 사나이 대장부의 길 +2 22.04.16 581 12 14쪽
65 제65화. 노소자 사로잡히다 +4 22.04.15 578 11 13쪽
64 제64화. 흑랑채의 채주 금안랑군(金眼狼君) 호대랑 +2 22.04.14 577 14 12쪽
63 제63화. 인생이란 결국 빈손,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4 22.04.13 588 15 12쪽
62 제62화. 위기일발 (危機一髮)의 순간 +4 22.04.12 605 16 13쪽
61 제61화. 독 안에 든 쥐 +4 22.04.11 620 13 13쪽
60 제60화. 결국 꼬리를 밟히다 +2 22.04.10 624 16 14쪽
59 제59화. 도화곡(桃花谷)에서 +2 22.04.09 648 15 14쪽
58 제58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 +2 22.04.08 617 13 13쪽
57 제 57화. 태행산으로의 잠행 潛行 +2 22.04.08 662 16 14쪽
56 제56화. 솔바람 그늘아래 벽계수 흐르는데 +4 22.04.07 709 18 14쪽
55 제55화. 화산파의 멸문지화 滅門之禍 +2 22.04.06 715 19 13쪽
54 제54화. 갈소군의 과거 +2 22.04.05 697 17 13쪽
53 제53화. 이 파렴치한 놈아 +4 22.04.04 710 1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