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월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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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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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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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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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산중수복(山重水複)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DUMMY

흑룡방의 부하들은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고, 사람들은 모두 뒤로 피하느라 좌석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렇게 혼란한 와중에서도 두 사람은 정신을 집중해 노려보다가 몸을 날렸다. 서로의 검과 검이 부딪치는 순간에 노소자가 먼저 말했다.


“지금부터 무영문의 배반자 갈단을 문주의 이름으로 처단하겠다!”


노소자는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갈단의 귀에는 천둥소리처럼 들려왔다. 극도의 놀람에 갈단의 몸이 한차례 떨렸다.


갈단이 항상 두려워했고, 피하고 싶었던 일이 지금 눈앞에 벌어진 것이다.


갈단은 비로소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무영문의 존재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다는 걸 알았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彗星)처럼 나타나 자신의 세력을 눈 깜짝할 사이에 제거한 정의문이 바로 무영문이었다는 것을 알자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한번 격돌하는 사이에 갈단은 찌르고, 베고, 후려치고, 내리치며 아홉 번의 공격을 퍼부었다.


노소자는 오른손의 건곤일척으로 공격을 막으며 호신강기만을 전적으로 파괴하는 단도로 갈단의 빈틈을 노리고 찔러 넣었다.


갈단은 자신의 검망을 비집어 뚫고 미꾸라지처럼 파고드는 단도의 공세에 혼이 나갈 정도였다.


갈단은 한 번 격돌하여 손을 쓰고 나면 내력이 빠져나가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에 노소자는 우내일선 사행도에게 전수받은‘건곤합일(乾坤合一)’의 비결로 천지의 기를 받아 몸속의 내력을 끊이지 않고 계속 운행할 수 있어서 쉬지 않고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자리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조마조마해서 심신을 안정시킬 수가 없었다.


특히 정의문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흑도의 무리들도 이 한판의 결투에 무림의 운명이 결정되었기에 손에 땀을 쥐고 침을 삼키며 온 신경을 모아 관전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숨어서 관전하는 갈소군은 마음이 타들어가듯 괴로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한 사람은 그래도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요, 한 사람은 마음속으로 흠모하는 사람이니 누구하나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갈소군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사람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한 발짝 한 발짝 밀어 넣고 있었다.


노소자와 갈단은 모두 매우 빠른 몸놀림을 기본으로 하였기에 두 사람의 신형은 사람들의 눈에는 누가누군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다만 붉고, 영롱한 두 기류가 회오리바람처럼 돌고 돌뿐이었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맹공격을 퍼붓는 노소자의 공격에 갈단은 조금씩 지쳐가며 움직임이 다소 느려졌다.


더구나 건곤일척의 검은 만들 때, 득도한 고승 아홉 명이 모여 사십구 일 동안 염불하여 부처님의 신통력을 불어 넣었다.


노소자가 휘두를 때마다 고승의 염불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노소자는 그 염불소리에 심신이 안정되어 냉철한 마음으로 빈틈을 찾아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갈단은 쉬지 않고 이어지는 염불소리에 자꾸 심신이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아 귀를 막고 싶었다.


그 염불소리는 갈수록 갈단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갈단이 듣지 않으려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그 소리는 귓가를 파고들었다.


일순간의 실낱같은 허점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고수들을 싸움에 있어서 심신이 안정되지 못한다면 공격과 방어가 치밀할 수 없었다.


마침내 노소자의 단검이 갈단의 빈틈을 발견하고 번개처럼 찔러들었다.


호신강기를 뚫고 갈단의 옆구리에 단검이 박히는 순간, 갈소군의 얼굴이 떠올라 노소자는 차마 더 깊이 찌르지 못하고 뒤로 몸을 뺐다.


노소자를 에워싸고 있는 영롱한 검기는 흐트러지지 않았으나 갈단의 붉은 검기는 서서히 걷혔다. 갈단의 옆구리에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조마조마하게 구경하던 갈소군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날려 갈단 옆으로 다가갔다.


부축하려는 갈소군을 냉정하게 뿌리친 갈단은 이를 악물고 사나운 눈빛으로 노소자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몸을 날렸다.


그러자 노소자도 몸을 날려 뒤를 쫒으며 소리쳤다.


“도망치려고? 어림없다!”


갈단의 눈앞에 신형이 번득이더니 노소자가 앞을 막아섰다. 지친 몸에 상처까지 입은 갈단은 노소자를 피할 수 없었다.


“내가 모든 걸 내려놓으려는데 끝까지 날 막을 생각이냐?”


“생각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끝을 내고 싶다만 갈소군을 생각해서 참는다. 그렇지만 무영문의 보물은 내려놓아라!”


갈단은 노소자의 말을 듣고 노소자를 향해 검을 던졌다. 검은 허공을 가르며 맹렬한 속도로 노소자의 면전으로 날아왔다.


노소자는 재빠르게 손을 뻗어 검을 잡았다. 검을 잡은 손에 충격이 가해지며 가슴이 은근히 저렸다.


아마도 갈단이 검에 내력을 주입해 던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사이에 갈단의 모습은 흑룡방 안으로 사라졌다.


신군이 사라지자 두 사람의 결전을 바라보던 흑룡방 무리들이 깜짝 놀라 재빨리 몸을 날려 흑룡방 안으로 도망쳤다.


사행도는 만족한 웃음을 띠고 노소자의 어깨를 다독여주더니 뇌진성의 시체를 안아들고, 그의 식구들과 그곳을 빠져나갔다.


전불원을 비롯한 정의문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흑룡방안으로 물밀 듯이 쳐들어갔다.


흑룡방 무리들은 우두머리인 신군이 도망치자 이미 전의를 상실하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기를 내팽개쳤다.


도살장에 끌려온 짐승처럼 모두 고개를 숙이고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주진원은 정의문 용사들과 함께 흑룡방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신군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어디로 도망쳤는지 신군의 행방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곳곳을 뒤지던 노소자는 침상에 누워있는 흑룡방주 두한풍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끊어진 다리를 싸매고 누워있던 두한풍은 노소자를 보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서 설마, 무기도 없는 사람을 주··· 죽이려고 온 건 아니겠지?”


두한풍은 목숨이 아까운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소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너는 지금으로부터 십육 년 전, 낙양 땅에서 무공도 모르는 글방 선비를 죽인 일을 기억하고 있겠지?”


“내손에 피를 묻힌 지가 십 수 년이나 되었는데, 어떻게 다 기억한단 말이냐?”


두한풍이 기억이 안 난다는 듯이 딴청을 부렸다. 노소자가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딴 청을 부리지 말고 기억해 내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간 남은 발목마저 온전히 붙어있지 않을 것이다.”


노소자가 검을 뽑아 두한풍의 성한 다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두한풍은 질려서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너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 집 식구들을 처참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이냐?


이실직고한다면 네 하찮은 목숨을 살려줄 수도 있으나, 만약 조금이라도 허튼소릴 한다면···, 흥!”


“사 사실은··· 신군의 명령을 따른 것이다.”


“뭐야? 신군? 신군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냐, 괜히 도망치고 없다고 신군을 팔지 마라.”


노소자가 무서운 눈으로 다그치자 두한풍은 두려움에 떨면서 말했다.


“저 정말이야, 신군은 동생처럼 살갑게 지내던 유낭자가 다른 남자한테 시집을 가자 남편을 죽이라고 사주했지···, 그리고는 슬그머니 나타나 유낭자를 구해서 달아난 것이야.”


“그렇다면 그때 나타나 유낭자를 구해준 사람이 바로 신군 갈단이란 말이냐?”


“그 그렇다. 난 사실대로 말했으니 약속대로 목숨을 살려다오. 그런데 네가 어찌 그 일을 아느냐?”


두한풍은 나이 어린 노소자가 옛 일을 본 것처럼 말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때, 그 집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어린애가 바로 나란 말이다!”


노소자가 이를 갈며 큰 소리로 말하자 두한풍은 놀라 침대에서 떨어졌다.


“그렇다면 신군은 그 유낭자를 어떻게 했느냐?”


“내가 알기로는 지금 화산의 성채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사실대로 모두 얘기했으니, 제발 목숨만 살려다오.”


“좋다. 약속한 것이니 내가 네 목숨을 거두지는 않겠다.”


노소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방을 나왔다.


마당으로 나오니 왕 군사와 정의문 사람들이 흑룡방의 졸개들을 모아놓고 죄질이 무거운 놈들을 처형하고 있었다.


“왕 군사님, 졸개들은 훈계하여 놓아주시고 우두머리들만 징계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문주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나는 화산의 성채로 먼저 가보겠습니다. 군사님께선 이곳의 일을 마무리 짓고 오십시오.”


노소자가 말을 타고 흑룡방을 빠져나오려는데 청영과 설하와 갈소군이 뒤를 쫒아왔다.


구경 온 사람들은 하나둘 돌아갔고 장사꾼들만이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노소자는 화산 성채에서 보았던 유 마님이란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병색이 완연했던 수척한 여인을 처음 본 순간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어머니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를 못한 것이다.


빨리 돌아가서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 말에 박차를 가했다. 순간 노소자를 태운 말은 쏜살같이 달려갔다.


노소자의 심정을 모르는 세 아가씨는 노소자가 말도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가자 소리를 지르며 쫒아갔다.


“뭐가 급하다고 난리야? 좀 천천히 가란 말이야.”


그러나 노소자는 청영의 외치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벌써 누런 먼지만 뒤에 남기고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자 청영이 재촉했다.


“우리랑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데 우리가 질 순 없지!”


청영의 말이 앞으로 득달같이 달려 나가자 두 여인도 질세라 말을 달렸다.


화산 자락에 자리한 정의문의 성채, 성문 앞에는 언제 도착했는지 갈단이 성문에 걸려있는‘정의문’이란 현판을 착잡한 심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견고한 성채가 남의 손에 들어가 자신을 이방인 대하듯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갈단은 동굴에서 무공을 수련하는 동안 두고 온 손소연의 생각으로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손소연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 열심히 무공을 수련했다.


그러나 손소연을 완전히 자신의 아내로 만들어놓지 못해서 끝내 불안했다.


욕심이 많은 갈단은 참고 참다가 두 해가 지나자, 결국 참지 못하고 무영문의 보물을 훔쳐들고 도망친 것이다.


사부가 뒤 쫒아올지 몰라 관병으로 변장하고 손소연을 찾아갔다. 관병으로 변장하는 바람에 무림인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손소연을 다시 만났을 때, 갈단은 꿈도 꾸지 못했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손소연이 갓난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고 있었다. 분명히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다.


정말로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억장이 무너지고 온 천지가 새까맣게 보였다.


꼭 기다려 달라고 그렇게 약속을 했건만,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다른 놈을 만났단 말인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삭이고 자초지종 얘기를 들어보니 그 아이는 전불원의 자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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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82화. 노소자여 안녕히 +12 22.05.02 541 17 12쪽
81 제81화.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 +2 22.05.01 447 14 11쪽
80 제80화. 제 버릇 개 주랴 +4 22.04.30 456 13 11쪽
» 제79화. 산중수복(山重水複)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3 22.04.29 492 15 11쪽
78 제78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이다 +4 22.04.28 501 13 11쪽
77 제77화. 못된 제자와 사부의 결투 +2 22.04.27 468 15 12쪽
76 제76화. 또다시 스승을 배반한 신군 갈단 +4 22.04.26 486 15 11쪽
75 제75화. 용호상박 龍虎相搏 +2 22.04.25 505 15 11쪽
74 제74화. 무림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무대회 +2 22.04.24 504 12 12쪽
73 제73화. 갈단의 사부, 구유귀왕(九幽鬼王) 뇌진성 +2 22.04.23 493 12 11쪽
72 제72화. 화산 성채를 접수하다 +2 22.04.22 514 12 12쪽
71 제71화. 불구대천의 원수 +4 22.04.21 562 16 11쪽
70 제 70화. 금면악동(金面惡童) 상관마, 상관해 +2 22.04.20 627 18 13쪽
69 제69화. 파렴치한 갈단의 과거 +2 22.04.19 550 15 13쪽
68 제68화. 신군 갈단의 과거 +4 22.04.18 567 17 12쪽
67 제67화. 마침내 신비의 인물, 신군과 만나다 +4 22.04.17 579 15 12쪽
66 제66화. 사나이 대장부의 길 +2 22.04.16 582 12 14쪽
65 제65화. 노소자 사로잡히다 +4 22.04.15 581 11 13쪽
64 제64화. 흑랑채의 채주 금안랑군(金眼狼君) 호대랑 +2 22.04.14 578 14 12쪽
63 제63화. 인생이란 결국 빈손,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4 22.04.13 588 15 12쪽
62 제62화. 위기일발 (危機一髮)의 순간 +4 22.04.12 606 16 13쪽
61 제61화. 독 안에 든 쥐 +4 22.04.11 621 13 13쪽
60 제60화. 결국 꼬리를 밟히다 +2 22.04.10 625 16 14쪽
59 제59화. 도화곡(桃花谷)에서 +2 22.04.09 650 15 14쪽
58 제58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 +2 22.04.08 617 13 13쪽
57 제 57화. 태행산으로의 잠행 潛行 +2 22.04.08 664 16 14쪽
56 제56화. 솔바람 그늘아래 벽계수 흐르는데 +4 22.04.07 711 18 14쪽
55 제55화. 화산파의 멸문지화 滅門之禍 +2 22.04.06 716 19 13쪽
54 제54화. 갈소군의 과거 +2 22.04.05 697 17 13쪽
53 제53화. 이 파렴치한 놈아 +4 22.04.04 710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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