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월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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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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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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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불구대천의 원수

DUMMY

공손휘가 내뻗은 웅혼한 장풍이 음풍쌍시의 사악한 장풍과 맞닥치자, 뇌성이 지축을 울리며 돌개바람이 되어 주위에 너부러진 짐승들의 시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순간, 음풍쌍시는 어깨가 빠질 것 같은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서너 걸음 밀려갔고, 공손휘는 세 걸음 밀렸다.


휘몰아쳤던 바람이 잦아지자 공손휘가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음풍쌍시는 공손휘의 장력에 밀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내력을 잔뜩 끌어올려 끝장을 내려는 것이다.


비록 우세를 차지했지만, 공손휘는 상대를 조금도 경시하지 않고 검을 뽑아들며 속전속결을 하려고 검에 내력을 주입하였다.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공손휘의 절기인 벽력삼식(霹靂三式) 중의 제 일초식인 천강뇌우(天降雷雨)가 검 끝에서 번갯빛을 뿌렸다.


순간, 은은한 천둥소리와 같은 용트림하는 소리가 울리며 번개가 치듯, 한줄기 싸늘한 검기가 음풍쌍시의 오른쪽 어깨위에서 왼쪽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짧은 외마디 소리가 음풍쌍시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허엌!”


“윽......!”


음풍쌍시의 첫째가 가슴을 움켜쥐었고, 둘째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첫째는 어깨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핏줄기가 옷을 적셨고, 둘째는 끊어져나간 손목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


공손휘는 장검을 내리고 태산처럼 우뚝 서서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음풍쌍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공손휘를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서로를 부축하고 어둠속으로 비칠거리며 걸어갔다.


이제 두 괴물들은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닌,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한적한 무덤을 찾아가고 있었다.


흑룡방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하나씩 쓰러지자 사태가 이미 기운 것을 안 적들은 서로 신호를 하더니 잽싸게 몸을 날려 사방으로 도망쳤다.


순간, 공손휘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번쩍이자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던 삼양신검 육괴장의 목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목이 떨어져나간 육괴장의 몸은 달리던 기세를 멈추지 못하고 서너 걸음을 더 달려 나가다 앞으로 쓰러졌다.


뒤이어 허공에서 떨어진 육괴장의 머리는 붉은 눈알을 굴리며 죽어 자빠진 자신의 몸뚱이를 한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정의문 사람들은 댓 명이 죽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열서너 명이나 되었다.


사마의 무공은 월등히 뛰어났으나 사방에 숨어서 공격하는 탐색조들의 규모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숨어 있는 적들에게 신경을 집중하느라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어서 탕만리와 공무흔 등은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렇게 사상자가 적은 것은 모두 왕 군사가 안배한 작전 덕분이었다.


적들은 거의 죽고 사마 중에서 수라대수 축운랑만이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한차례 광풍혈겁이 지나가자 주위에는 사람들과 짐승들의 시체가 난무하였다.


금광에서 일을 하던 남녀노소는 모두 방문을 걸어 잠그고선 어둠속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공무흔은 마당에 횃불을 밝히고 안에 있던 일꾼들을 불러 모아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어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뒷정리를 시켰다.


하남삼걸은 생각지도 못했던 남해일절의 출현으로 목숨을 부지하자 깊이 감사를 드렸다.


공손휘는 공무흔과 하남삼걸, 호북사호, 같이 갔던 정의문 사람들에게 금광의 임무를 맡겨놓았다.


공손휘는 혹시라도 흑룡방에서 쳐들어오면 대적하지 말고 정의문으로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마침 마구간에서 채굴한 금덩이를 흑룡방에 보내려고 수레에 잔뜩 실어놓은 것을 발견하였다.


전풍문 등이 수레를 끌고 정의문으로 돌아왔을 때는 어느덧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주진원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남해일절을 보고 말했다.


“굳이 참가하지지 않아도 되는데···, 수고하셨습니다.”


“금광의 일은 우리 금가보의 일인데 내가 빠질 수는 없지요.”


아마도 이번 일로 흑룡방에는 타격이 막심할 것이나, 정의문에서 곧 흑룡방을 공격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분간은 이곳에 사람을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날, 전풍문의 탐색조 중 화산파의 풍부상을 감시하던 대원이 보고해왔다.


풍부상이 정의문을 떠나 암암리에 흑룡방 사람과 만나 밀담을 주고받는 것을 숨어서 목격한 것이다. 보고를 듣고 왕 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는 모르는 체하고 풍부상을 역으로 이용해야겠습니다.”


왕 군사가 앞으로의 계획을 노소자와 주진원에게만 살짝 말했다.


그때, 정문의 경비가 와서 웬 시골사람이 노소자를 찾아왔다고 전했다. 노소자가 밖으로 나와 보니 아버지 노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아버지!”


노소자는 반가워서 말을 잊지 못하고 달려가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노삼이 눈물을 흘리며 노소자의 얼굴을 자랑스러운 듯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동안 못 본 사이에 어른이 다 됐구나···.”


노삼은 기침은 하지 않았으나 그동안 고생이 많았는지 몸이 매우 수척했다.


노소자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대청에 사람들이 모이자 노삼이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노소자에게 큰 절을 하였다.


노소자는 물론 주위 사람들도 무슨 영문이지 몰라 어리둥절하였다.


“장 공자님! 그동안 소인이 무례했던 점을 용서해주십시오.”


노소자는 당황하여 얼른 아버지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아버지, 왜 이러세요? 장 공자는 뭐고,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지금부터 공자님의 내력을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노삼은 눈물을 흘리면서 노소자의 내력을 말하기 시작했다.


노소자의 아버지 장지청(王之淸)은 선비의 집안에서 태어나 글공부만 한 수재였다.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관리가 되어 나라를 위해서 헌신했다.


그러나 백성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영달과 재물에만 집착하는 더러운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


결국 고향인 낙양으로 낙향해서 글방을 차리고 후학을 양성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칼에 맞아 피가 낭자한 젊은 여인이 대문 앞에 쓰러져있는 걸 보고 안으로 들여 치료를 극진히 하였다.


여인은 상처가 심해 여러 달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장지청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상처가 낫고 겨우 거동할 수 있게 되었다.


장지청은 이때 나이가 이미 스물일곱 살이었다. 집안에서 정혼해준 여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화목한 생활을 하다가 아내가 병으로 죽었다.


장지청은 아내를 잊지 못해 그때까지 홀로 살고 있었다.


여인은 나이가 스물한 살로 강호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강남여협(江南女俠) 유지란이었다.


유지란은 생명을 구해준 장지청에게 마음이 끌렸을 뿐 아니라 그의 고결한 인품에 반해 점점 사랑하는 마음이 싹텄다.


장지청 또한 서너 달 동안 간호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유지란에게 정이 들어 마침내 청혼을 하게 되었다.


유지란은 강호에 발을 끊고 장지청과 달콤한 신혼생활에 빠져들었다.


유지란은 장지청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문밖출입을 삼가고 조용히 부인으로서의 덕을 쌓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가르치는 아이들의 교육에 힘을 쏟았다.


이듬해 아들을 낳고 이름을 장천상(王天常)으로 지었다. 늦은 나이에 토실토실한 귀여운 자식을 얻은 장지청의 기쁨은 말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무럭무럭 자라는 자식을 보는 재미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장천상이 돌이 지나고 아장아장 걸을 수 있게 되던 어느 날 깊은 밤에 한 무리의 괴한이 담을 넘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였다.


그들은 피에 굶주린 이리떼처럼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살인하였다.


그동안 일체 칼을 잡지 않았던 유지란은 온 힘을 다해서 막았지만 흉악한 악도들을 당할 수는 없었다.


무공을 전연 모르는 장지청의 목숨은 단칼에 떨어져나갔다.


이들의 공격을 피해 마루 밑에 숨어있던 가복(家僕) 노삼이 혼란한 틈을 타서 장천상을 안고 살며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 으슥한 곳에 숨어 간신히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튿날 거리에는 서당의 온 식구가 처참히 살해되었는데 부인과 아이의 시신만 보이지 않았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그리고 거리에는 흉악한 놈들이 눈을 부라리며 몰려다녔다.


노삼은 괴한들이 암암리에 장천상을 노릴 것 같아 자신도 봉두난발을 하고, 얼굴과 옷에 흙칠을 하며 재를 발라 불쌍한 거지로 변장하였다.


아이도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얼굴에 재를 묻혀서 장바닥에서 동냥을 하였다.


며칠 후에 거리가 좀 잠잠해지자 낙양을 벗어나 동냥젖을 얻어 먹이며 멀리 장가계로 오게 되었고, 그 뒤로 혼자 아이를 키웠다.



노삼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노소자의 처량한 신세에 대해 동정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제가 그동안 낙양에 가서, 그때 이웃에 살던 사람들을 찾아봤지요, 그 후로 모두 이사를 가서 그들을 찾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지요.


몇 년을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이웃에서 심부름하던 장삼 노인을 정주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노소자가 눈물을 머금고 다급하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분의 말로는, 그때 웬 장한이 나타나 부상을 입은 마님을 구출해서 놈들을 피해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장한이 누군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답니다.”


“아, 어머니···. 제발 살아계셔야 할 텐데···.”


노소자는 생각도 못했던 이야기를 듣자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였다.


“참, 그 당시 주위에 숨어서 구경하던 사람들 중에 그들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는데, 놈들의 두령은 악명이 자자한 흉살소면(凶殺笑面) 두한풍이란 작자라고 합니다.”


“넷? 두, 두한풍이라면···, 지금 흑룡방의 방주가 아닙니까?”


노소자가 분노로 이를 갈며 말하자 주진원이 말했다.


“맞습니다. 바로 그자입니다.”


지금 노소자의 심정은 당장 두한풍을 찾아가 갈가리 찢어 죽인다하더라도 뼈에 사무친 원한을 풀 길이 없었다.


주위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노소자의 분노와 피맺힌 원한을 이해하고 있었으나 선뜻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모두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억지로 삭이고 있을 뿐이었다. 왕 군사가 조심스럽게 말하며 노소자를 위로하였다.


“문주님, 어차피 곧 그놈과 부딪칠 테니 조금만 참으십시오.”


노소자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삼은 노소자가 지금부터라도 장천상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노소자는 어머니를 만나 확실한 내막을 알기 전에는 지금 이대로의 이름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흑룡방과 정의문이 대치하고 있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때는 바야흐로 가을의 문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글거리며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도 그 위세가 약해졌고, 짙푸른 나뭇잎들도 조금씩 제 빛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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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82화. 노소자여 안녕히 +12 22.05.02 541 17 12쪽
81 제81화.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 +2 22.05.01 447 14 11쪽
80 제80화. 제 버릇 개 주랴 +4 22.04.30 456 13 11쪽
79 제79화. 산중수복(山重水複)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3 22.04.29 491 15 11쪽
78 제78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이다 +4 22.04.28 501 13 11쪽
77 제77화. 못된 제자와 사부의 결투 +2 22.04.27 468 15 12쪽
76 제76화. 또다시 스승을 배반한 신군 갈단 +4 22.04.26 485 15 11쪽
75 제75화. 용호상박 龍虎相搏 +2 22.04.25 505 15 11쪽
74 제74화. 무림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무대회 +2 22.04.24 504 12 12쪽
73 제73화. 갈단의 사부, 구유귀왕(九幽鬼王) 뇌진성 +2 22.04.23 493 12 11쪽
72 제72화. 화산 성채를 접수하다 +2 22.04.22 513 12 12쪽
» 제71화. 불구대천의 원수 +4 22.04.21 562 16 11쪽
70 제 70화. 금면악동(金面惡童) 상관마, 상관해 +2 22.04.20 627 18 13쪽
69 제69화. 파렴치한 갈단의 과거 +2 22.04.19 550 15 13쪽
68 제68화. 신군 갈단의 과거 +4 22.04.18 567 17 12쪽
67 제67화. 마침내 신비의 인물, 신군과 만나다 +4 22.04.17 579 15 12쪽
66 제66화. 사나이 대장부의 길 +2 22.04.16 581 12 14쪽
65 제65화. 노소자 사로잡히다 +4 22.04.15 580 11 13쪽
64 제64화. 흑랑채의 채주 금안랑군(金眼狼君) 호대랑 +2 22.04.14 578 14 12쪽
63 제63화. 인생이란 결국 빈손,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4 22.04.13 588 15 12쪽
62 제62화. 위기일발 (危機一髮)의 순간 +4 22.04.12 605 16 13쪽
61 제61화. 독 안에 든 쥐 +4 22.04.11 620 13 13쪽
60 제60화. 결국 꼬리를 밟히다 +2 22.04.10 625 16 14쪽
59 제59화. 도화곡(桃花谷)에서 +2 22.04.09 650 15 14쪽
58 제58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 +2 22.04.08 617 13 13쪽
57 제 57화. 태행산으로의 잠행 潛行 +2 22.04.08 663 16 14쪽
56 제56화. 솔바람 그늘아래 벽계수 흐르는데 +4 22.04.07 711 18 14쪽
55 제55화. 화산파의 멸문지화 滅門之禍 +2 22.04.06 716 19 13쪽
54 제54화. 갈소군의 과거 +2 22.04.05 697 17 13쪽
53 제53화. 이 파렴치한 놈아 +4 22.04.04 710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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